파주 북소리 축제에 갈까말까 하였는데 <로마인 이야기>독후감 대회에서 남편이 수상을 하게 되어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그일만 아니였으면 집에서 빈둥빈둥 쉬고 싶었는데.... 정작 시상식에는 남편만 참석하고 우리들은 옆에 북 카페에서 놀고 있었다. 한길사에서는 시상식에 참가해도 책을 주고, 강연회에 참석해도 책을 주고, 정말 통 큰 출판사다. 책 2권이나 받았다고 무지 좋아하는 남편.
올해는 파주 출판단지에 몇 번을 가는지 모르겠다. 어린이 책 잔치, 딸 시상식 때문에 2번, 남편 시상식 겸 파주 북소리. 모두 합하여 4회를 온 것이다. 또 오게 될까? 우리 가족 중 누군가 또 수상을 하게 되면 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번 행사는 부스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 행사를 주로 하는 식이었다. 부스가 없는 대신 각 출판사 북 까페에서 책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고, 여기 저기 알찬 행사가 있긴 했으나 시간이 없어 다 둘러 보진 못했다. 근처 헤이리 마을에도 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 되어 못 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책 버스였다. 20인용 정도 되는 버스에 도서관을 꾸몄는데 들어가서 이 책 저 책 구경도 하고 읽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오르고 내릴 때 마다 차가 흔들거리는 게 재미있었다. 동네에 이런 책 버스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옆에서 친환경 종이로 만든 노트를 팔기에 수퍼남매 각각 1개씩 기념으로 사 줬다. 그림 연습 열심히 하라구 말이다. <길벗 어린이 >출판사에서 1000원, 2000원, 3000원 균일가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저~ 쪽 끝에 있어서 가 보지 못했다. 보리 출판사도 맨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 보질 못했다. 매번 그 쪽은 둘러 보지도 못하고 온다. 아쉬워라! 내년 책 잔치 때 가야겠다.
오후 6시에 포크 콘서트가 있는데 <장기하와 얼굴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장재인 > <강산에>가 온다고 남편이 자꾸 그것까지 보고 가자고 꼬셔서 하는 수 없이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운 좋게 고은 시인의 시 읽어주기 행사가 있어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게 되었다. 살풀이로 분위기를 띄우는 동안 아들 녀석은 곤하게 잠이 들어 버렸다. 머리를 받히는 내 손이 저리기 시작하였다. 고은 선생님이 나오셔서 시를 낭독해 주시는데 옆집 할아버지 같은 소탈함에 깜짝 놀랐다. 시는 솔직히 잘 안 들려서 감상을 잘할 수는 없었지만 고은이라는 시인이 주는 느낌이 더 강하게 와닿았다. 저렇게 유명한 분이 저렇게 소탈하실 수가 있을까? 언제 또 내가 그 분의 시 낭송을 들을 수 있을까? 그 분이 직접 부르는 아리랑을 들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고은 선생님의 평생 교사라는 낙조를 배경 삼아서 말이다. 시를 한 두 편 읽고 나서 목이 마르신지 무엇인가를 찾으셨는데 그게 물이 아니라 술이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웃게 만드셨다. 물이 아니라 연신 술을 찾으시는 모습이 귀엽기 마저 하셨다. 막판에 스텝이 와인을 가져 오니 환하게 웃으시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한 모금 축이시고 또 시를 읽어 주셨을 텐데 다 듣지 못하고 그 자릴 나왔다.
아들 녀석이 힘들어해서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저 멀리서 장기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장기하! 우리 수퍼남매가 좋아하는 가수인데...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나도 모르게 그 곳을 향하여 발걸음이 빨라졌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개미처럼 작게 장기하의 모습이 보였다. 딸은 신이 나서 앞으로 가고 싶다고 졸라대고...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자리를 옮겨 보니 한층 잘 보였다. 나는 아들을 업고, 남편은 딸을 업은 채로 음악에 맞춰 방방 뛰었다. 이럴 땐 체면 차리지 말고 뛰어 줘야 한다. 수려한 외모에 화려한 말솜씨와 가을 공기를 가르는 맑은 목소리까지.... <나는 가수다>에 나와도 될만한 노래 실력이었다. 라이브랑 음반이랑 완전 똑같다.장기하와 얼굴들이 열심히 분위기 업시켜 놓았더니 뒤이어 나온 장재인이 분위기 다운시키는 노래만 부르고 있었다. 순서를 바꿨으면 더 좋았을 걸... 강산에의 노래를 꼭 듣고 싶었으나 내일 출근해야 하기에 아쉽지만 콘서트장을 떠났다. 공연을 보러 남은 사람들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왔다. 파커, 귀마개, 목도리, 담요 등등. 저녁이 되자 너무 쌀쌀해서 더 있다가 다 감기 걸릴 것 같아 집으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을 돌아가며 말해 보았다. 아이들은 비눗방울 놀이, 블럭 놀이, 책 만들기를 꼽았고 가장 지루했던 것은 설교- 고은 선생님 시 낭송을 우리 딸이 설교라 표현함-란다. 그 말에 우리 부부 배꼽 잡고 웃었다. 설교라니? 지루하면 다 설교인가 보다. 남편은 고은 선생님을 만난 그 자체라고 한다. 두고두고 생각날 것이라고.... 나도 고은 선생님이 와인을 받아 들고 무지 기뻐하시던 그 모습과 아리랑 부르시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고은 선생님 말씀처럼 "가을은 시다. " 이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고은 선생님의 시를 읽어봐야 겠다.
수퍼남매 - 억새를 배경으로 찍으니 작년 가을, 가족여행 갔던 제주도가 생각난다.
저 멀리 마이크 든 이가 바로 장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