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어야 할 날이다. 

바로 아들이 두근두근 첫 심부름을 성공한 날이다. 

아침을 먹고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아들이 어제 남은 식빵을 찾는 것이다. 

실은 내가 어젯밤 잠이 안 와서 혹시 배가 부르면 잠이 올까 봐 남은 식빵을 다 먹었다. 

식빵이 없는 걸 알고 급실망하는 아들. 

" 그럼 니가 수퍼 가서 사 올래?" 

" 응!!!" 

" 진짜? 안 무서워?" 

" 돈 주세요."  

" 그럼 우리 매일 가는 제과점 가서 샌드위치 식빵 주세요 하며 큰 소리로 말하고 2000원 주는 거야. 알았지?" 

설마 아들이 심부름을 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하겠다고 할 때 첫 심부름을 시켜보는 것고 괜찮다 싶어 주의점을 잘 일러준 후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아파트와 수퍼는 가깝긴 진짜 가깝다. 

하지만 심부름을 처음 시켜 보는 엄마 입장으로서 안심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아들이 잘하나 아파트 복도에 나가 지켜보았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혼자서 수퍼를 향해 총총 걸어간다. 

아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자 내 마음의 근심은 점점 커져간다. 

수줍은 많은 아들이 혹시 이슬이처럼 모기만한 목소리로  

" 샌드위치 식빵 주세요"  

하는 건 아닐까?   제과점 아줌마가 못 알아 들으면 어떡하지?

계단을 잘 오르락내리락 할려나? 

그 몇 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할 수 있을 거야. 믿자. 믿자 '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하였다. 

몇 분이 지났을까? 

저어기 아들이 보인다. 

손에 식빵이 담긴 비닐을 꼭 쥔 채로 의젓하게 걸어오고 있다.  

내 기쁨 또한 커진다.  

누나더러 나와 보라고 하였다. 

누나와 함께

" 와 ! 대단하다" 

하며 칭찬해 주자 복도를 올려다보며 씽긋 웃는다.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아들은 

자신이 해 낸 것이 스스로도 대견한지 오늘 하루종일 

" 이 식빵 내가 사 온 거야."  

하며 자랑한다. 

그러면서 

김밥도 사 올 수 있다고 용기를 내어 본다.  

" 김밥 몇 줄 사오면 돼?" 

" 그래, 다음 번에 김밥 심부름 해 줘"

 

이슬이가 우유를 사 오는 심부름을 우여곡절 끝에 수행하면서 이렇게 환하게 웃었듯이 

울 아들도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심부름을 하고 성공했을 때 마음 한가득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다. 

 

아들~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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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불빛 동화 보물창고 35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절판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유명한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이야기를 처음 만나 보았다.
이 책을 통하여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야기, 유머, 그림 솜씨까지 새삼 그의 탁월함에 빠져 본 시간이었다.

요즘 내가 여름 방학 동안 잘 지내지 못해 한참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터에 그가 남긴 재미 난 이야기들을 보며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작가에게 감사하다.
13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 나를 웃게 만든 이야기만 몇 편 골라 보았다.


무얼 빠뜨렸을까? 바지를 안 입었네. 건망증 하면 나도 일가견이 있어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바지를 안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자주 차키를 꽂고 내리는 일이 종종 있다.

사전만 달달 외운 모씨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을 쿵 하고 울린다.
스펙만 열심히 쌓는다고 해서 결코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먼저 인간이 되어야지.
아주 기본적인 진리인데도 세상은 자꾸 스펙만을 요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환상적인 다이빙을 하고 내려오는데 수영장에 물이 하나도 없다.

우스운 이야기 속에 겉치레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자들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아 속이 다 시원하다.

스무모와 스무머의 이야기는
바로 99개를 가진 부자가 1개를 가진 가난한 자의 것마저 빼앗아 100개를 채우려는
과욕을 말해주는 듯하여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10개씩 나눠 쓰면 안 되나? 아님 머리가 스무 개인 스무머씨에게 모자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진짜 어리석은 이야기이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와 골라 보았다.
긴 콧수염 두 가닥을 길러 호두 나무에 매달아 그네를 타면 어떤 기분일까?
매번 놀이터에 가면 그네 타기가 가장 힘든데(단 2개 밖에 없어서) 이렇게 휴대가 간편하고, 어디서나 설치가 용이한 그네가 있다면 편리하겠다 싶다.
이 우화만 봐도 실버스타인이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지 알만하다.
어떻게 콧수염을 길러 그네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읽은 후에 " 푸하하 " 웃은 이야기이다.
얼음 스케이트장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가다니.
사람은 역시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도 정말 잘 읽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이 피켓에 써져 있는 그대로 아닐까 싶다.
방학도 거의 끝나가는데 열일곱 번의 방학? 진짜 나도 바라는 바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서 이렇게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아이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창의성도 생기는데.... 그 점에선 난 사물을 너무 있는 그대로만 봐서 창의성이 없나 보다.

지리한 장맛비 끝에 떠오른 화사한 햇살처럼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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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아이들 숙제가 문제다. 

 

딸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는 일기에 굉장히 강조점을 두신 분이라서 평소하던대로 하라고 하셔서 

방학에도 알짤 없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불평하는 딸에게  

" 글 짓기 연습이다 생각하고 써라" 고 말해 주었다. 

다행이 일기를 싫어하지 않고 매번 다양한 형식으로 일기를 쓰고 있어서 엄마로서 걱정은 덜었다.  

일기가 밀리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독후감 숙제 10편이 있는데 현재 5편 써 놨다. 

그래서 오늘 2편 쓰라고 했다. 

" 다음 주에 몽땅 다 쓰려면 힘들잖아 " 

요즘 마지막으로 딸이 감기에 걸려 고생 중인데 어쩔 수 없이 비정하게 시킬 수 밖에 없다.  

다음 주에는 마저 5편을 채워야지. 

다른 숙제는 다음 주에 하도록 해야겠다. 

방학 내내 비가 와서 줄넘기 숙제를 할 수가 없다.

 

유치원생 아들도 숙제가 있다. 

그나마 병설 유치원이라서 양은 사립유치원에 비해서 적다. 

아들도 독서는 매일 매일 해서 책 제목 적는 숙제는 밀리지 않고 칸을 다 채웠고, 

공연 관람한 보고서를 쓰는 것이 있어서 그걸 했다. 

거의 4주 가까이 감기로 고생을 한 덕분에 이번 여름 방학에는 수영장 문턱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아들 이다

진짜 불쌍하다. 

그래도 아직 어디 놀러 가고 이런 걸 몰라서 조르지도 않아 엄마 마음이 더 짠하다. 

지난 번 누나와 함께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 관람한 것 가지고 숙제를 했다. 

그나마 그거라도 봐서 숙제를 채울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을 하는 걸로 끝냈다.

다음은 가족과 현장학습 한 내용 적는 것이었는데 방학 동안 가족여행 간 적이 전무하여 난감하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방학하자마자 누나 시상식에 가서 체험한 것이 생각 나서 숙제를 할 수 있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울 아들 숙제도 못해 갈 뻔 했다. 

마지막 숙제는 운동하는 모습 사진 찍어서 붙이는 것인데  

마침 날씨가 괜찮아 누나와 함께 공을 가지고 나가서 공놀이 하는 모습을 찰칵찰칵 기록에 남겼다. 

 

우리 반 아그들도 이런 저런 숙제 마무리 하느라 바쁘겠네. 

적게 내 준다고는 했는데 

교사 입장에서 적은 것이지 아이들 입장에서는 마냥 놀고 싶을 것이다.  

책 읽기 300권 하겠다고 서약한 @@이는 서약을 지킬 수 있을런지....

오늘 딸 아이 담임 선생님한테서 단체 문자가 왔다. 

우리 반 아그들도 잘 지내다 오겠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는데 한 통화 없었으니 모두들 건강한가 보다. 

 

이래저래 방학이 다 끝나간다. 

너무나 아쉬운 방학이다. 

중국 여행 갔다온 것 빼고는 이렇다할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먹여 주고, 재워 주고, 가르쳐 주고 ,연수비도 공짜였던 도서관 연수는 아주 좋은 기회였는데 애들이 아파서 포기했고, 

오랜 만에 대학 친구들 만나 남편 욕 좀 실컷 하려고 했더니 그것도 남편 아프는 바람에 취소했다. 

가족 여행은 꿈 조차 꾸지 못했다. 

방학 내내 가족들 간호하고 세 끼 밥 차리느라  끝나버린  것 같아 진짜진짜 아쉽다. 

요즘 그래서 내가 짜증 폭발 1분 전이다. 

남편, 수퍼남매는 엄마 눈치 슬슬 보고 있다. 

언제 엄마가 폭발할 줄 모르니깐....  

방학 동안 몸도 마음도 쉬면서 재충전을 해줘야 2학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데 

다음 주는 좀 여유가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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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 만에 얼굴을 내민 해를 볼 수 있었다. 

방학 내내 비와 친하게 지내서인지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해가 조금 낯설었다. 

원래 여름 방학은 더 자고 싶어도 방 깊숙하게 들어온 햇살 때문에 저절로 일찍 눈이 떠지곤 했는데 

이번은 항상 비가 오거나 흐려서 주변이 어두컴컴하니 아이들도 나도 늘어지게 아침잠을 자는 습관이 들고 말았다. 

청명한 하늘에 바람도 한결 싸늘한 게 바람 속에 가을 향기가 묻어 난다. 

얼른 이불을 내다 널었다. 

이 녀석들도 그동안 해가 무지 고팠을 것이다.   

아들 꼬셔서 놀이터에 데려갔다가 제법 바람이 쌀쌀해서 그네 50번 타고 금방 들어왔다. 

진짜 이번 여름은 작열하는 해를 보기 힘들었다. 

덕분에 에어컨 틀어 본 것도 한 두번 정도... 

 

모처럼 해가 나와서 우중충한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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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중종편>을 읽었다. 

연산군의 동생으로서 반정으로 인해 임금으로 추대되어 보위에 오른 왕이다. 

그는 사람들이 평가하기에 나약하고 , 신하들 말에 고분고분하고, 어쩜 줏대가 없어보이기까지도 하지만 

그런 중종에게서 단호함과 함께 이중성을 보여 준 사건이 기묘사화(조광조 무리를 몰아낸 사건)라고 할 수 있겠다. 

중종이 그토록 총애해 마지 않던 조광조란 인물이 있었다. 

조정에 등용된 그는 신진사대부로서 그동안 대신들에게 의해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악행들을 뿌리 뽑고 

유교 기본 질서에 입각하여 개혁을 시도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실록을 보건데 그가 역대 보았던 역대 임금들이 총애하던 신하들에 비하면 

굉장히 청렴결백하고, 개혁 의지가 돋보이며, 그 자신 굉장히 모범적으로 산 것 같아 보인다. 

(하다 못해 황희 정승도 실록에 보면 오점이 남겨져 있었다.) 

중종은 이런 조광조를 가장 신뢰하고,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들어주고, 수직상승적으로 승진을 시켜주는 등 

중종의 조광조에 대한 사랑은 실로 남달랐다.  그래서 다른 대신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중종 자신이 조광조를 배반하고 그를 몰아내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관의 기묘사화 그 날의 기술을 보니  

그건 한 마디로 중종의 조광조에 대한 변심 그것이었다. 

조광조를 몰아내려하는 중종에게 오히려 대신들이 그의 죄가 가볍다 하며 상소를 하는 장면은 

중종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하여 단호하였는지 보여 주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중종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때 조광조를 사사하지 말자고 강력히 주장한 이가 있는데 이 또한 보기 드문 충신이다. 

바로 정광필이란 인물이다. 

정광필은 본래 조광조 반대편 입장에 서있던 인물인데 

중종이 나서서 조광조를 몰아내려하자 진정 간곡하게 어명을 거두실 것을 말한다.  

조광조도 정광필도 나라를 유교 기본 질서 아래 바로 세우자는 일념 외에는 

자신의 권력을 팽창시킨다든지, 

사적 재산을 증식시킨다든지 

붕당을 만든다는지 등 그동안 많은 임금이 총애하던 신하들이 저질렀던 자신의 몫 챙기기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조광조를 임금은 기어이 사사시킨다. 

 

왜 그랬을까? 

중종은 그동안 집권하면서 보여 준  모습과는 정반대로 조광조 문제에 있어서는 확고부동하였다. 

이 후 또 한 번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데 

바로 조광조 사후 권신인 김안로를 이처럼 승승장구 키워줬다가 하루아침에 훅 가게 만든다. 

물론 김안로는 조광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런 권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광조 이후 김안로를 아주 총애하여 자신의 옆에 두고 조광조처럼 부리다가 

결국 조광조처럼 그 또한 사사시킨다.  

 

아직 조선왕조실록을 다 읽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본 신하 중에 가장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과 결단력, 실천력을 지닌 유일한 인물인 조광조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 정종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하다. 

단순히 조광조에 대한 질투심에서? 

아님 정말 조광조의 입지가 커져서 그가 왕이 될까 두려워서?   

종종의 속마음을 꿰뚫은 시각이 있다면 알고 싶다. 

두 번이나 가신으로 부린 신하를 한 방에 보내 버린 중종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에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도 포함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중종은 실패한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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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2014-06-1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죠.
제 생각에는 '과유불급'이 아닌가 합니다.
개혁은 중종도 바라는 것이었지만 그 속도감의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조광조의 개혁이 백성의 지지를 얻고 대신들도 어찌못할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건 조광조가 바란 것이 아니었고 그가 한 정책들로 인한 민심으로 생긴 권력이죠.
중종은 조광조를 신뢰하면서도 그에게 몰리는 권력을 경계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위훈삭제'를 강하게 밀어부치고 결국 왕을 걲은 일이 도화선이 된 거죠.
속도의 조절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과유불급이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
요즘 드라마 '정도전'을 즐겨보는데 정도전의 지금 모습도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광해군의 북인 정권도 '폐모론'을 통해 과유불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구요.
조선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 번 등장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