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중종편>을 읽었다.
연산군의 동생으로서 반정으로 인해 임금으로 추대되어 보위에 오른 왕이다.
그는 사람들이 평가하기에 나약하고 , 신하들 말에 고분고분하고, 어쩜 줏대가 없어보이기까지도 하지만
그런 중종에게서 단호함과 함께 이중성을 보여 준 사건이 기묘사화(조광조 무리를 몰아낸 사건)라고 할 수 있겠다.
중종이 그토록 총애해 마지 않던 조광조란 인물이 있었다.
조정에 등용된 그는 신진사대부로서 그동안 대신들에게 의해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악행들을 뿌리 뽑고
유교 기본 질서에 입각하여 개혁을 시도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실록을 보건데 그가 역대 보았던 역대 임금들이 총애하던 신하들에 비하면
굉장히 청렴결백하고, 개혁 의지가 돋보이며, 그 자신 굉장히 모범적으로 산 것 같아 보인다.
(하다 못해 황희 정승도 실록에 보면 오점이 남겨져 있었다.)
중종은 이런 조광조를 가장 신뢰하고,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들어주고, 수직상승적으로 승진을 시켜주는 등
중종의 조광조에 대한 사랑은 실로 남달랐다. 그래서 다른 대신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중종 자신이 조광조를 배반하고 그를 몰아내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관의 기묘사화 그 날의 기술을 보니
그건 한 마디로 중종의 조광조에 대한 변심 그것이었다.
조광조를 몰아내려하는 중종에게 오히려 대신들이 그의 죄가 가볍다 하며 상소를 하는 장면은
중종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하여 단호하였는지 보여 주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중종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때 조광조를 사사하지 말자고 강력히 주장한 이가 있는데 이 또한 보기 드문 충신이다.
바로 정광필이란 인물이다.
정광필은 본래 조광조 반대편 입장에 서있던 인물인데
중종이 나서서 조광조를 몰아내려하자 진정 간곡하게 어명을 거두실 것을 말한다.
조광조도 정광필도 나라를 유교 기본 질서 아래 바로 세우자는 일념 외에는
자신의 권력을 팽창시킨다든지,
사적 재산을 증식시킨다든지
붕당을 만든다는지 등 그동안 많은 임금이 총애하던 신하들이 저질렀던 자신의 몫 챙기기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조광조를 임금은 기어이 사사시킨다.
왜 그랬을까?
중종은 그동안 집권하면서 보여 준 모습과는 정반대로 조광조 문제에 있어서는 확고부동하였다.
이 후 또 한 번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데
바로 조광조 사후 권신인 김안로를 이처럼 승승장구 키워줬다가 하루아침에 훅 가게 만든다.
물론 김안로는 조광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런 권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광조 이후 김안로를 아주 총애하여 자신의 옆에 두고 조광조처럼 부리다가
결국 조광조처럼 그 또한 사사시킨다.
아직 조선왕조실록을 다 읽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본 신하 중에 가장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과 결단력, 실천력을 지닌 유일한 인물인 조광조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 정종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하다.
단순히 조광조에 대한 질투심에서?
아님 정말 조광조의 입지가 커져서 그가 왕이 될까 두려워서?
종종의 속마음을 꿰뚫은 시각이 있다면 알고 싶다.
두 번이나 가신으로 부린 신하를 한 방에 보내 버린 중종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에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도 포함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중종은 실패한 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