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400. 별을 헨다 (계용묵)

광복 직후 어지러운 세상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주인이다. 쭈뼛쭈뼛 소심하게 집을 찾는 주인공은 고국에 돌아와도 지붕 하나 구하질 못한다. 북으로 가볼까 했더니 그곳사정도 나쁘다고 들었다. 계속 별을 헤겠구나, 이 사람. 70년 전 소설인데도 요즘 세상 이야기같다. `반편이야 태만 길러서`의 축에 속하는 나는 움찔, 했다.

"[...] 글쎄 외투루부터 저구리, 바지 차례루 다들 팔아자시군 쪽 발가벗고들 눈이 멀똥멀똥하야 누어서 천정에 파리똥만 세구 있는 사람두 있대나? 하하. 자네도 이런 데 눈뜨지 않으믄 파리똥 세게 되네. 괜히."
"파리똥두 집이 있어야 헤지. 난 별만 헤네."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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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400. The Children Act (Ian Mcewan)

59세 판사 Fiona는 남편의 폭탄선언으로 마음이 어지럽지만 일에 집중한다. 유대전통주의 가정의 딸 교육문제, 샴 쌍둥이 수술문제 처럼 어려운 문제에서 항상 어린이의 복지.행복이 그녀가 내리는 판결의 기준이다. 종교적 신념과 수혈에대한 판결에 고민하던 피오나는 17세 아담을 만나 잠시 이야기하며 시와 음악을 나눈다. 이후의 전개에 헉,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이런 사랑`과 `토요일`의 기억이 떠오른다. 중산층 전문직 주인공이 내미는 선의의 손, 잠시 흔들리는 그의 견고한 생활, 다시 찾는 평화 혹은 파국. 죄책감.
강렬한 소재와 긴장감 높은 장면들 (역시 이언 메큐언의 기싸움 묘사는 압권)은 읽는 재미를 주지만 계산된 소재가 배치된 것이 너무 의도적이라 뻣뻣한 느낌이 든다. 또한 아담은 실제 재판기록에 따라 만든 인물이라는데, 소설에선 그가 그저 순진한 어린이/청년으로 소비되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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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400. 불 (안회남)


광복후 고향에서 맞는 첫 정월 보름, 소설가인 화자의 눈에 들어오는 대보름 풍습은 의미없고 애처롭기만하다. 그는 이웃 이서방도 그저 측은하게 내려다 본다. 하지만 이서방의 집이 불타고, 그가 떠나겠다고 하자, 화자는 그의 손을 잡고 서울 올 때 자신을 꼭 찾으라고 당부한다. 이 마지막 장면이 없었더라면 나는 소설가 화자를 최악의 인물로 찍고 미워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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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표지의 책 두 권 도착. 이언 메큐언 부터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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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400. 도정 (지하련)


처가쪽으로 피신해 있던 석재는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려 길을 나선다. 이런저런 생각에 시간 감각을 잃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선 기차역, 아직 두시간 넘게 남은 기차 시간과 숨막히는 더위 탓에 석재는 다시 상념에 빠지다가 역사적 순간 ˝광복˝을 맞는다. 광복이 기쁘지만 항복방송을 하는 일왕이 불쌍하다며 우는 조선아이. 석재는 공산당 창당 소식과 기회주의자 친구의 행동에 반감을 느낀다. 공산주의자로 수감되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입당서에 자신을 소브루주아로 적는다. 너무 가파른 시대의 도정에 자꾸 비틀대는 석재.
저자 지하련은 임화의 부인이다. 해설을 읽기전에는 딱히 여작가라는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다. 낯선 어휘를 제하고 보면 `오발탄`보다 더 세련된 작품이다.


272/400. 네거리의 순이 (임화)


혁명가 남친`오빠`들과 노동하는 여친 구조가 거슬리는 것 말고는 아주 옛시 같지않다. 서정적 좌파, 라는 황석영 작가의 호명이 어울린다. 이어지는 다른 시들에서 역시 서울간 오빠, 남은 동생이 보이지만 앞서 읽은지하련의 소설이 멋졌기 때문에 여동생, 노동자 여친의 당당함을 생각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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