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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언어학 -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속마음
주잔네 쇠츠 지음, 강영옥 옮김 / 책세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고양이의 언어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내가 아는 것만 대충 어림잡아도 '야옹, 그릉, 하악' 등 채 몇 가지가 안되는데, 어떻게 소리를 일일이 분류해서 한 권 분량으로 엮는지가 그야말로 미스테리였다.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는 한참 되었지만, 고양이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기에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고양이도 나도 고생할 것 같아서 잠정보류 중이다. 그저 이 책『고양이 언어학』을 읽으며 고양이의 속마음을 조금은 알아채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주잔네 쇠츠. 스웨덴 룬드대학교에서 음성학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남편 라르스와 함께,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한 삼둥이 도나, 로키, 터보, 한때 길고양이였으나 부부가 구조해 키우게 된 빔산과 콤피스까지 총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기존의 연구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Meowsic Meow+Music'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유형의 소리, 상황, 변형된 소리를, 다른 한편으로는 고양이와 인간 사이 교제와 소통을 통해 얻은 개인적 체험을 개략적으로 소개할 생각이다. 또한 독자들이 언어학과 관련된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음성학 속성 강좌도 넣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학자가 나와 동일한 방법으로 집에서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연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깜짝 놀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고양이 언어를 더 많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원활한 소통으로 고양이와 여러분의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내 첫 고양이들', 2장 '초보자를 위한 고양이 언어', 3장 '야옹 - 고양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4장 '우르르르 - 만나서 반가워', 5장 '으르렁, 하악 - 저리 가!', 6장 '고양이송 - 오늘 널 유혹할 거야', 7장 '고로롱고로롱 - 네 곁에 있으면 참 편안해', 8장 '아카카칵, 깍깍 - 당장 널 잡아먹을 거야!', 9장 '내 고양이의 언어 이해하기', 10장 '고양이에게 말 걸기 Q&A', 11장 '고양이의 소소한 사건사고 해결법 Q&A', 12장 '고양이의 언어 연구 보고서'로 나뉜다. 에필로그 '고양이 언어 연구의 미래'로 마무리 된다. 부록 '상황별 고양이 소리(QW코드 수록)', '고양이 소리의 음성학적 분류표', '음성학 용어 정리'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말을 하고 있다고! 특히 고양이가 '야옹' 하는 것은 자기들끼리의 언어가 아니라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성장하고는 다른 고양이에게 더이상 야옹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 큰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것은 사람에게 무언가 요구하거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음성학을 전공한 저자가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살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양이 소리에 접목해서 한 권의 책을 낸 모습은 가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지식은 내 호기심을 채운다. 저자는 고양이 소리에 관한 연구 자체는 참신한 발상이 아니라며 갖가지 연구를 들려준다. 오래 전부터 별의 별 연구가 진행되었고, 상당히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 결과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이 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한 세월은 1만 년 정도 되었다. 오랜 세월 인간은 고양이를 길들여왔다. 어찌 보면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여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너무 빨리 먹이지 않기, 너무 거칠게 만지지 않기, 너무 크게 말하지 않기 등 고양이를 가장 잘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반면 인간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고양이를 곁에 두는 걸 좋아하고, 고양이가 우리한테 조금만 살갑게 굴고, 곡식 창고가 탈탈 털리지 않도록 쥐 몇 마리만 잡아줘도 따뜻한 안식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58쪽)

이 책은 EBS <고양이를 부탁해>의 '냐옹신' 나응신 원장 강력 추천 서적이라는 점에서 특히 시선을 끈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면서 해결책이 전혀 없어보이는 난감한 상황에도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고양이의 행동이 교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나응식 원장은 '일반적으로 '고양이 소리'라고 했을 때 "야옹" 또는 "골골송"만 떠오른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고양이에 대해 너무 모르고 기르기 시작하는 것보다는 알아두어야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도 고양이를 이해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50가지 상황별 고양이 소리 QR코드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로 표현된 것에 더해 직접 소리를 들으면서 상황별 고양이 소리를 인식할 수 있다. 정말 흥미롭고 기대 이상의 정보가 담겨 있는 책이다. 좀더 학술적으로 고양이 소리를 분석한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