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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책만 보는 바보
  •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2
  • 전국역사교사모임 엮음
  • 13,500원 (10%750)
  • 2006-10-02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권을 읽고 나서 연달아 2권도 읽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어쨌든 2권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소개를 해주는 게 마땅한 도리다. 도서 정보가 기록된 뒷면을 보니 2011년 발행이며 2판 3쇄라고 한다. 1차 개정판인 셈이다. 2012년과 2019년에 개정이 더 이루어졌다. 초판과 2판은 모두 노무현 정부의 출범까지만 다루고 있는데, 개정판은 최현대가 추가되어 문재인 정부 내용도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이 책의 구성은 1권과 대동소이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1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은 본문 학습 외에 ‘저도 저요’, ‘나도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코너가 있다. 또한 특별 꼭지가 있는데, ‘여성과 역사’가 10편, ‘역사의 현장’이 9편, ‘청소년의 삶과 꿈’ 9편이다. 1권과의 차이가 보이는 대목은 ‘문화재를 찾아서’가 ‘역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권이 고대에서 조선 후기까지를 다룬 데 반해, 2권은 조선말 대원군의 등장과 강화도 조약으로부터 시작한다. 대체로 우리 민족의 수난기와 암흑기, 투쟁의 시기를 관통한다. 기억에 남는 몇몇 사례를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일본이 궁지에 몰리자 왕실은 친러 정권을 수립하여 일본에 맞서려고 하였다.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친청, 친러 정책을 유연하게 구사하였던 명성 황후가 이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었다. (P.48)

 

이 책에서는 명성 황후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동명의 뮤지컬도 나올 정도로 여장부, 여성 영웅으로 승격화하는 경향의 연장선상이겠지만 과연 명성 황후의 역할이 조선의 멸망에서 무관할까 의구심이 크다.

 

정변이 성공한 것은 그들이 내세운 반공, 친미, 경제 재건이 군부의 뜻을 잘 반영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민주당의 잘못된 정치 운영과 경제 정책의 실패에 따른 민중들의 실망도 한몫하였다. (P.213)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도 의외로 긍정적이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민중들의 실망이 쿠데타에 대한 저항을 하지 않게 했다는 의미인지? 소수이지만 강력한 무력으로 정권을 쟁취할 때 힘없는 민초의 저항은 한계가 있음은 훗날 ‘서울의 봄’에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윤봉길 의거를 다룰 때 던진 게 도시락 폭탄이 아님은 역사적으로 명확히 밝혀졌는데, 이 책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 윤봉길 의사가 투척한 것은 물통 폭탄이다. 좀 더 정확한 검수가 필요하다.

 

일제 강점기의 소작 쟁의와 노동 쟁의는 생존권 투쟁이자 사회주의 운동의 맹아라는 점도 과거에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확실히 요즘 한국사는 노동운동과 노조 활동에 대한 비중이 훨씬 늘어났다. 이 책에서도 전태일 분신 사건의 의미를 크게 두고 있다. 이번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부를 하면서 여성 독립운동가와 이 점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초를 세운 게 이승만이라는 주장이다. 남북 분단이 80년에 이른 현재의 대한민국을 놓고 보면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1945년에서 1948년 이르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때도 단독 정부 수립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남북한이 각자의 정부를 세운다면 훗날 이들이 쉽게 통일에 합의할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그런 면에서 정치꾼이 되길 거부하고 끝내 민족의 독립지사로 남은 백범 김구를 떠올린다.

 

한민당과 이승만 쪽에서는 김구가 북한에 이용만 당하였다고 비판하면서 단독 정부 수립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민족의 분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김구의 신념은 투철하였고, 그 신념은 민족의 장래에 대한 긴 안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구는 분단이 더 큰 민족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P.175)

 

이 책의 마지막 대목은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진전되는 남북 관계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전망으로 부풀어 있다. 이후 전개되는 정치 상황과 남북 관계의 단절을 당시에 어찌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최신 개정판에서 이후 대목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고대사도 마찬가지지만 근현대사는 독자 본인과 부모, 친척 등과도 얽혀있는 사안일 수도 있어 민감한 반응과 편향적 시각을 갖기 쉬운 영역이다. 그만큼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한 역사적 분석과 평가, 그리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는 참으로 예민한 문제다. 역사서를 쓰는 그 누구도 편향성에서 자유롭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이 나올 당시의 국정교과서든 아니면 요즘의 검정교과서든 어느 한 책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시각의 역사서를 경험해야 역사에 대한 종합적, 다면적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이 이 책의 기획 의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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