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이사 온지 이제 11개월 지났다.
일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전라도쪽과 서울쪽에 사시는 시댁 식구들은 한분도 못와봤고..
5일 차이 나는 시부모님의 생일을 맞아 (두분이 사이 좋게 생일이셔서 생일 잔치는 한번만 하면 된다.ㅎㅎ)
큰며느리 노릇을 하겠다고 우리집으로 초대를 했다.
사실 차비도 안들고 생일상 차리면 생일선물비도 안내기때문에 오히려 돈은 적게 드는 셈이다.
화창한 대구 날씨와는 달리 눈이 온다고 서울쪽에선 시누이 세가족이 ktx를 타고 왔는데..
한가족당 왕복20만원의 차비가 들었다니 초대하고도 미안하다.
차를 가져오면 10만원 정도 들텐데...우리아이들은 차비 아깝다고 상경할때도 자가용으로 가서
아직도 고속전철을 못 타봤는데..ㅎㅎ
전주사는 시동생이 정읍으로 가서 부모님 모시고 다시 전주 와서 둘째 임신한 동서와 조카 태우고 왔고..
전주 작은아버님 부부도 멀리까지 와주셨다. 정말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야 하는데..ㅠ.ㅠ
알라딘에서 보여지는 내모습이 아무리 실체가 아니라고 해도 안 믿을테지만...
난 엄청 게을러서 청소도 겨우겨우하고 산다.
대구로 이사 온지 일년만에 대청소를 제대로 하게 되었다.
분기별로 허리가 아픈 남편은 날잡아서 딱 아파 버리고.ㅠ.ㅠ 청소도 못 도와주었다.
베란다 치우고..냉장고 청소하고..버릴거 버리는데만 이틀 걸렸다.
마트에서 장 봐오고 금요일밤에 연근 조림 하나 해두고 드디어 디데이인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라면 끓여서 찬밥 말아 먹고..아이들과 대청소하고 나니 10시가 넘었다.
친정어머니가 주신 비장의 묵가루로 도토리묵을 쑤기 시작..
친정에서 20여년간 도토리 모아서 묵가루를 만들어 묵을 쑤어 드시는데..
내가 쑤어 보기는 처음이다. 엄마가 묵을 쑤셔도 쳐다도 안보다가 처음으로 하려니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팔팔 끓여서 30분간을 약한불에서 저어주며 끓이란다.
남편에게 저어주라고 시키고 야채 다듬기 시작..
밑반찬이라도 조금 만들어 놓아야 상에 올릴 반찬 가짓수가 늘어 날것 아닌가?
콩나물무침, 브로콜리 데치고..새송이 버섯볶음,미역줄기 볶음,애호박 나물,코다리찜등의 반찬을 하는데
막내 시누이 가족이 1시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일찍 출발했다고..
착한 시누이는 아는 친구가 하는 가게에서 포항 구룡포 과메기를 사왔다고 손질을 한다.
20여마리라는데 양도 엄청 나다.
반찬하면서 일단 술상을 차려서 두부부가 앉아 술한잔과 과메기를 먹었다.
그러면서 불고기도 재우고, 해물탕도 준비하고..부침개도 한접시 부치고..나 혼자 바쁘다.
나도 무대책인게...전날 반찬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데 뭐 믿고 놀았는지..
사실 감기가 오래 가서 아프기도 했도..금요일 아침엔 아이들과 영화도 보았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나도 참 대단하지..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시누이가 준비한 과메기가 히트쳐서 술 좋아하는 시댁 식구들은
도착하는 즉시 과메기 상에 술한잔을 차리니 손 갈게 없다.ㅎㅎ
착한신 우리 시어머니는 결혼 10년의 경험상 이렇게 자식들 집에서 생신상을 차린다고 해도
떡과 홍어무침 한박스는 항상 준비 해 오시는 분이라서 이번에도 분명히 가져 오실거라 믿었다.
역시 홍어무침이 큰통으로 하나 가득이다.
한다리 건너라고 우리 식구 끼리면 편한데...작은아버님 부부도 오신다니 걱정스럽다.
그래도 부추잡채와 꽃빵에 만든 묵으로 도토리묵 무침까지 차린 상다리는 부러질뻔 했고..
다들 잘 먹었다고 하셨다.
고추잡채만 하다가 너무 손이 가서 돼지고기에 부추와 버섯만 볶아서 굴소스 넣어 무치고..
꽃빵 쪄서 냈는데 히트쳤다.ㅎㅎ
마트에서 산 굴을 한접시씩 내니 손 많이 안가고 단순하면서도 푸짐한 상차리기의 목표 완성..
저녁 먹고는 아껴두었던 양주를 따기로 해서 준비한 양주안주.
베이컨 팽이버섯 말이를 내 놓았더니 분위기가 환상적이다.
반으로 자른 베이컨 위에 깻잎 잘라 깔고 팽이버섯에 빨노초 파프리카 넣고 돌돌 말아서
이쑤시게로 고정 하고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살살 익혀주고 소금과 후추 조금 쳐주고..
허니머스터드소스랑 내놓았더니 눈으로 보아도 즐거운 안주 탄생..

사진을 안찍어서...이미지로 찾아 보니 요것과 가장 비슷해서 퍼온 것..
동서랑 막내시누이랑 준비된 재료로 베이컨 말면서 수다도 떨고..재미있었다.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 했는데 맛도 괜찮았다.
치즈와 호두,땅콩,쥐포등의 마른 안주와 과일 안주로 술을 마시니 취하지도 않는다.
저녁 먹고 술 마시고 알딸딸 한데...
작은어머님이 찜질방 가자고 하셔서 작은아버님,작은어머님. 시어머님,막내시누이와 나..
다섯이서 찜질방을 갔다. 나머지 20명의 가족들은 우리집 여기저기서 포개서 자고..
찜질방에서 자다가 씻고 집에 오니 7시..
큰시누이 가족은 아침시간 표를 사두어서 벌써 가셨고..(교회 가셔야 한다고.ㅠ.ㅠ)
미역국 끓여서 아침 먹고..11시정도에 모두 출발..
시댁이 대구인 막내시누이는 부모님과 운전해야 하는 시동생 가족들 데리고
사돈어른들과 점심 약속을 했다고 가고..
아침부터 씻고 와서 피곤했던 나는 내리 6시간을 자버렸다.
일어나니 저녁이고 배가 고파서 혼났다는....
집들이가 아니라 생신상 차리기였는데..
이래저래 봉투를 주고 가셔서...챙겨 보니 소득도 쏠쏠하다..
이러다 만약에 올해 2월에 안양으로 이사 가게 되면 집들이 한게 미안해 질듯..ㅎㅎ
차린게 적어도 다들 수고했다고 잘 놀다 간다고 해주셔서 기뻤다.
이래저래 부담은 있었던 행사가 끝나니 큰짐을 덜은것 같다.
한달전에 수술한 셋째 시누이 가족이 못와서 조금 섭섭했지만..
가족이 많으니 힘은 들어도 복작복작 사람 사는 재미가 있는듯하다.
시어른들이 시골분들이라서 손수 차려주는 상 받기를 좋아하신다.
남편도 좋아라 하니 어깨에 힘들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꾀가 나서 다음부턴 음식점에 나가서 먹자고 하지않겠나?
집 청소며 나온 그릇들 수납할 일이며 내일까지는 다시 콩쥐 모드로 돌아가야겠다.
덕분에 마련한 반찬이 많아서 밥만하면 상 차려 먹기가 행복하니 이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