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ensemble is possible - cyrus
<수학의 중력>
4점 ★★★★ A-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삶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어떤 욕망을 충족하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한다. 우리는 노력한 끝에 욕망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또 새로운 욕망이 나타난다. 욕망을 폭식하는 인간은 자기 자신마저 먹어 치운다.에릭 와이너(Eric Weiner)는 기차 타고 철학 여행(The Socrates Express)을 한 작가다.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잊기 위해 음악을 듣는 쇼펜하우어를 만난다. 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힘들면 예술을 즐기...

10점
미시시피 강에서 은하수까지 – 허클베리 핀과 우리 - 마힐
<허클베리 핀의 모험 (모노 에디션)>
책제목: 허클베리핀의 모험 지은이: 마크 트웨인/ 윤교찬 옮김글제목: 미시시피 강에서 은하수까지 – 허클베리 핀과 우리‘사람들은 고전을 칭송하지만 정작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미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말 중에서.‘모든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에서 나왔다. 그전에는아무 것도 없었고, 그 후에도 아무 것도 없었다.’ 헤밍웨이(1899~1961)의말중에서 어린시절, 텔레비전 앞에 앉아 “허클베리 핀~ 우리의 친구~” 하며 따라 부르던 기억이 있다. 톰 소여와 허클, 빨간 머리 앤,미래 소년 코난...

나는 아빠가 한 말에서 내가 원하던 방법을 찿을 수 있었다.
맞아, 묘책을 강구해 아무도 날 찾지 못하게 해야지 생각했다. - P53


8점
한 마디로, ‘과거의 제왕‘ - 젤소민아
<오래된 빛>
전에 존 밴빌의 '바다'를 읽고 빠졌다.그의 바다에 풍덩. 그의 문장은 길다. 정신 잘 차리고 읽어야 한다. 호흡도 길고, 사유도 길다. 그런데도 그의 소설은 시를 닮았다.시처럼 짧거나 운율이 있어서가 아니다. 시처럼, 그의 소설은 '보여준다'.조금 과장해서, 보여주지 않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그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이런 단순한 문장이 그에게로 가면 이렇게 된다.그가 의자에서 앞으로 몸을 너무 기울이는 바람에 나는 그의 안경 렌즈에 반사된, 이중으로 반사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어떻게 하면 이렇게 쓸까.보기에는...

8점
죽은 사람이 바라는 것 - 희선
<적산가옥의 유령>
사람이 죽고 저세상에 가지 못하는 건 억울하게 죽어서일 때가 많겠지.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잘못한 사람이 세상에 없을 때는 죽은 사람한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죽은 사람이 산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산 사람이 죽은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아니 아주 없지는 않나. 죽은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기. 죽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산 사람이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어렵지만 소설에서는 할 수 있겠다. 이 소설 제목 《적산가옥의 유령》에서 적산가옥이라는 말 잘 몰랐던 것 같다. 적산가옥은 적이 산 집이란다. 난...

10점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장편소설 퓰리처상 신형철 은유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도서 - 구름모모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신형철 해제와 은유,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도서라 펼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2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소설이기도 하다. 9.11 추모식에서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소설 토니 블레이어가 낭독한 책이라 더욱 궁금함에 펼친 소설이다. 그 기대감은 놀라움으로 충족되었고 작가가 집필한 이유, 9.11 추모식에서 낭독한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던 명작으로 기억된다.​​시편 90편 5절 너는 밤에 찾아오는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과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 P198


10점
글 러브, 글로 고통 사랑하기 - 나비종
<단 한 번의 삶>
나의 글은 매번 나를 향한다. 타인을 언급할 때조차 그를 거울삼아 나의 흔적을 찾는다. 리뷰를 써도 글의 정체성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읽고 쓰느냐 그냥 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떤 책을 읽어도 도착지는 내가 되어버린다. 언제부터였을까. 글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200쪽도 되지 않는 한 권의 책에서 답을 발견한다.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은 세 사람의 삶을 덤덤하게 써 내려간 산문이다. '이 세상으로 나를 초대하고 먼저 다른 세계로 떠난 두 분'과 두 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가의 삶이 담긴다. 본문은 시작도 하지 않...

10점
잃어버린 존재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글쓰기 - 초란공
<야만의 해변에서>
잃어버린 존재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글쓰기- 《야만의 해변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김희순 옮김 [까치] (2025) “나는 머나먼 것들을 끊임없이 동경하고 갈망하는 사람이다. 나는 금단의 바다를 항해하고 야만인의 해안에 상륙하는 것을 좋아한다.”- 허먼 멜빌, 《모비 딕》,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2022, 42p 19세기 중반에 출판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은 인류의 ‘대항해’시대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서 출현했다. 이 이야기는 경계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

8점
미래형 고딕의 출현? - Falstaff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 《퀴르발 남작의 성》 이후 어째 최제훈의 다른 책을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은 도서관 서가를 서성거리다가 눈에 띄어 고른 책이 아니다. 잔뜩 술에 취해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에 오줌 마려워 깨기 바로 직전, 아마 비몽사몽 중이었던 거 같은데, 허연 수염이 배꼽 밑에까지 내려온 할배가 퀴르발 남작이라고 아느냐고, 혹시 기억하느냐고 물어보더니 펑 소리와 함께 흰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거 아니었느냐는 말이지. 안 믿기지? 맞다. 구라다. 그냥 갑자기 퀴르발 남작이 떠올라서 그래, ...

8점
어버이날에 나는 - 꼼쥐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마음이 심란하고 복잡할 때는 뭔가 집중하여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 혹은 하나의 문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생각할 거리가 필요한 셈이다. 용맹정진을 하는 스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삼매에 빠져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생각을 단순화하고 잡생각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하나의 주제나 문장에 몰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달아나려는 생각을 붙잡기 위해 스님에게는 화두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평소 맘에 담았던 어느 철학자의 경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철학자의 저서 한 권을 통째로 이해한다는 건 나와 ...

10점
과학 고전 읽기 - chkim4199
<과학의 첫 문장>
솔로몬 왕 앞에 나와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며 두 여인이 다퉜다. 솔로몬은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게 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살아 있는 이 아기를 반으로 잘라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고 반쪽은 이 여자에게 주어라." <구약성서 열왕기상 3:25>한 여인은 왕의 명령대로 아기를 반으로 자르자고 한 반면, 다른 여인은 왕의 명령에 소스라치게 놀라 아기를 죽이지 말고 살아있는 아기를 저 여인에게 주라고 솔로몬에게 간청했다. 솔로몬 왕은 지혜로 누가 아기의 엄마인지를 가려냈다. 아르키메데스는 부정직한 금세공인이 ...

8점
김기태 소설 읽기 - bookholic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김기태 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으로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단다.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더구나. 소설이라는것이 초반부에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데, 단편 소설집은 그런 소설마다 상황파악을 자주 하는 수고로움이있어서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란다. 장편 소설은 책 한 권당 한번의 수고로움이 있으면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책에 실린...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P204


8점
디저트로 만나는 일제 강점기의 일상 - 바스티안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경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마음을 끈다. 우리에게 아픈 역사인 일제 강점기를 흥밋거리로 소비하지 않을까 스스로 경계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일상생활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어두운 시기에도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살았다는 것이 신기해서이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처럼 지금 사용하는 현대식 문물을 그때도 사용했고, 맛집을 찾고 디저트도 즐겼다는 것이. 어두운 시기에 빛을 찾기 위해 싸우면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갔다. 작가는 전작 『경성 맛집 산책』에서 일제 강점기 당시 경성에 있었던 열 곳의 맛집을 다루었...

8점
평생 같이 할 동료는 자정작용 - umiearth
<정신병을 팝니다>
<정신병을 팝니다>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판다’라는 행위에는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시스템 속에서 정신병을 팔아서 이익을 보는 걸까요? 생각해 보면 요즘처럼 교양 심리학 도서가 활발하게 출간되는 시대는 없습니다. 특히, 뇌 과학과 연관을 짓는 도서가 많습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에 따라 마음 상태가 바뀐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책에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할 수 있는 약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현 시대는 마음의 문제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중입니다. 그...

10점
삶의 모든 순간들을 만나는 이야기들 - 바람돌이
<겨울 여행>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49쪽 자신의 책에 대해 책 속에 이렇게 딱 소개하는 글을 넣을 수가 있나? 책 속 저 문장이 말하듯 자우메 카브레가 만들어 낸 14개의 이야기들도 그들이 처한 운명의 일부분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삶의 다른 공간, 다른 사람, 다른 시간에서 이야기는 되풀이되고 변주된다. 내가 음악을 잘 알았다면 음악의 변주와 함께 이 이야기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음악을 모른다고 해...

8점
멜라닌 - 하승민 - Breeze
<멜라닌>
#멜라닌 #하승민 #한겨레출판 파란 피부를 가진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을 비교하고, 피부색과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시선, 그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7페이지) 차별과 편견이 드러나는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에서도 파란 피부는 다른 사람들 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더군다나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므로 소설의 주인공은 이 모든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어있다고 봐야 한다. 열세 살의 재일...

10점
[마이리뷰]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거리의화가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시사인을 몇 년 이상 구독하면서 매주 꼬박꼬박 읽지는 못하지만 관심 가는 코너들이 있다.저자도 시사인의 한 코너를 맡아 연재를 해왔던 칼럼들을 모아 이 책을 펴냈는데 나도 그 애독자 중 하나였다.매주 시사인을 정독하지는 못해도 그 코너만큼은 꼭 읽고 넘어갔으니 말이다.이 책은 역사에 대한 관습과 통념에서 벗어나서 다르게 생각해보자 제안한다.예를 들면 제국주의 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에 대한 전후 인식과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일본은 자신을 전범국가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그래도 사과라도 하고 반성이라도 하...

10점
[마이리뷰] 우리는 같은 곳에서 - 곰돌이
<우리는 같은 곳에서>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외로움이 묻어나는 첫 문장이었다.(P. 11) 그 기억의 편린들은 좀처럼 휘발되지 않을 것 같고, 어느덧 나의 일부분으로 스며든 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왜 어떤 순간들은 불청객처럼 찾아와 남은 생을 고스란히 들여도 소거할 수 없는 얼룩을 남기고 떠나버리는 것일까. 어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찰나의 순간에서 느낀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낸 문장들을 발견하면, 금세 내 삶에서 축적된 감정들과 맞닿아 보며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8편의 단편으로 엮인 이 책은 보통의 연애와 만남 그리고 일...

8점
여름은 가도 또 여름이 온다. - 잠자냥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여름이 오고 있다. 이 여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랑이 피었다가 질까. 그 여름 한때에 그칠 사랑도 있겠고, 여러 번의 여름을 함께 보내는 사랑도 있으리라. 다른 모든 계절에 피었다 지는 사랑도 있겠지만 어쩐지 여름에 더 많은 사랑이 피어날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릴리 킹의 단편 모음집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을 읽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은 ‘겨울’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여름을 떠올리는 것일까.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의 속성이 사랑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뜨겁지만 결국 어느 지점에는 서...

8점
‘미술‘은 발명품이자 시대정신의 산물 - yamoo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인 물음으로 시작해 보자. 다음 그림은 미술작품인가? 이 물음에 의아함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걸 문제시한다고? 당연히 예술품이지. 역사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그림인데!' 맞다. 위 그림은 서구방이 그린 고려시대(1323년 작)의 불화인 양류관음도. 지금 이게 미술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교양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다. 고려시대의 걸출한 불화(佛畫)로, 고려시대 불화는 대부분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 정도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미술품이다. 헌데 이 작품은 원래 ‘미술’이 아...

10점
장엄한 시작, 고전 중의 고전, 그럼에도 현재적인, 이야기의 원형 - mazinga
<오뒷세이아>
지금부터 <오뒷세이아>를 읽겠다, 라는 자발적 의지와 계획으로 시작한 여정이 아니다. 함께 읽기로 폈던 <일리아스>는 ‘함께’였음에도 중도에 멈추었고, 바라만 보아도 부담스러운 벽돌이 책상 한편에 놓인지 3년이 되어갔다. 시립 도서관의 공지문은 그때 올라왔다. 매년 봄이면 한 번씩 강의를 오시는 이권우 교수님의 올해 강좌는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 깊게 읽기”였다. 4차시 8시간 강독에 참여하며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 계속 읽는 중이다. 교수님은 3회독 후에 다른 판본으로 읽기를 권하셨고, 그래서...

8점
우리 모두는 평화를 원한다 - 레삭매냐
<카차토를 쫓아서>
드디어 5년 만에 팀 오브라이언의 <카차토를 쫓아서>를 다 읽었다. 사실 5년 전에 읽기 시작하면서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나 싶었다. 그러다가 흥미를 잃고 책을 놓아 버린 모양이다. 나흘 전에 다시 집어서 읽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줄라이, 줄라이>를 완독한 기세로 금방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읽다만 기억의 힘이라고나 할까. 소설 <카차토를 쫓아서>는 1968년 베트남전에 파병된 미군 중에 탈영해서 파리로 가겠다고 나선 카차토를 추격하는 일군의 무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8점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 자목련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노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고리타분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지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일은 없다고 여겼다. 그들에게 듣고 배우는 삶의 지혜가 나를 키웠다는 걸 잊고 있었다. 노인의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려 한 적이 없었기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나는 늙고 있고 다가올 노년의 삶은 당연한 일인데. 클레어 폴리의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은 그래서 더욱 인상 깊고 특별하게 남은 소설이다. 세상에나,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이라니 어떤 클럽일까. 가입 조건이 까다...

8점
물의 행성 - 닷슈
<블루 머신>
우리는 뭍에서 자라고 죽어 좀처럼 자각하기 어렵지만 지구는 사실상 물의 행성이다. 지구의 물의 양은 절묘해서 행성 겉껍질의 70%정도만을 덮고 나머지 높은 부분은 육지로 남았다. 이로 인해 육상에서 다양한 생물이 진화했고 인간도 생겨날 수 있었다. 책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 즉 바다에 대한 책이다. 바다는 생성과정에서 육지의 암석에서 대량의 미네랄을 가져가서 염도가 높고, 위도에 따라 흡수하는 태양에너지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바다는 지역마다 품고 있는 에너지와 염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같은 지역이다 하더라...

8점
악마와 함께 춤을_ 감정은 내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의 일부다 - 투콤마
<악마와 함께 춤을>
부정적인 감정은 내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다!감정의 본질과 맥락을 이해하고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는 책! 색색의 꽃들로 가득한 멋진 정원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 정원수는 매일 성실하게, 정성을 다한다. 그럼에도 집요할 정도로 날마다 나타나 정원을 망치는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잡초다. 잡초는 뽑고 또 뽑아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조금만 방심하면 오히려 더 무성하게 자라나있다. 게다가 다른 식물에 해를 가하기 때문에 정원수에게 있어 잡초는 자신을 괴롭히는 골칫거리 같은 존재다. 『악마와...

8점
생명은 빈 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 공간은 다른 사람만이 채울 수 있다 - scott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영상 플랫폼 유튜브에는 다양하면서 잡다한 영상들이 올라 오는데 조회수가 높은 순위에 꼽히는 영상들은 유명인사들과 연예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찍어 올리는 영상들이다.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우들은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 속의 모습이 아닌 냉장고 안에서 음식을 꺼내 직접 요리해 먹거나 지인들을 초대해서 수다를 떠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모습이나 작품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했던 개인적인 취미나 재주를 보여 주기도 한다.유튜브 플랫폼이 존재 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배우들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각 방송사...

8점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 sceptic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요란한 소수의 작가보다 고요한 다수의 작가에 주목하는 독자들이 많다. 존 윌리엄스와 헷갈릴만큼 줄리언 반스의 목소리는 반옥타브 낮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들린다. 우연히 소설과 미술책 몇 권을 읽다가 제목에 ‘우연’이 들어 있어 손이 갔다. 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보다 같은 제목의 황인숙 시집을 먼저 읽은 것처럼 닐이 시간을 거슬러 엘리자베스 핀치를 추억하며 그의 삶을 추적하자 문두스가 파라두를 따라 가는 여정이 먼저 떠올랐다. 어차피 소설이 누군가의 삶, 어느 순간의 진실, 어떤 공간에 비밀을 밝히는 것이라면 인간과 시...

8점
우리나라 유일 여성 빙하학자의 빙하학 이야기 - 벤투의스케치북
<빙하 곁에 머물기>
빙하학(glaciology)은 1960년대에 시작된 젊은 학문이다. 빙하 곁에 머물기의 저자 신진화 박사는 빙하(glacier) 코어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는 빙하학자다. 저자는 빙하는 기후 유언장(遺言狀) 같다고 말한다. 빙하는 눈이 내리는 당시의 기후와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빙하학(glaciology)에서 눈(snow)은 떨어진 이후 변하지 않은 물질을 말한다. 펀(firn)은 눈과 얼음의 중간 단계(눈도 얼음도 아닌 단계)의 물질을 이르는 말이다. 사하라 사막의 먼지, 화산 폭발로 분출한 화산재가 ...

10점
˝전부 네 탓이야!˝ - Heath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장 샤를르 부슈(Jean-Charles Bouchoux)의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악성 나르시시스트들(제목에서는 악성 나르시시스트라고 나오지만 본문에서는 주로 악성 자기애자로 번역된다) 그 피해자들의 모순된 관계를 드러내는 책이다.책은 인트로, 본문 11장, 부록 2장, 그리고 역자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서처럼 어떤 논지를 펼치는 책이라기 보다는 악성 자기애자와 그에 당하는 희생자의 관계 구조를 드러내고 그러한 관계 구조가 어디서 생겨나...

10점
그들은 거울을 사용한다 - 애거서 크리스티 - 필리아
<마술살인>
이 제법 오래된 추리소설은 그 시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착각, 소위 라캉의 말을 빌면 “진실은 허구의 구조를 갖는다.”라는, 허구는 실재와 접속하여 우리를 기만한다는 영원한 진실을 상기케 하는 작품이다. 국역(國譯)된 소설의 제목이 ‘마술 살인’인 것은 아마도 추리문학이 지니는 구체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원제목 ‘They do it with mirrors'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거울을 사용한다‘는 문장만으로 소설 속 사건의 실마리로 바로 직결할 수 있는 정신분석학에 해박한 독자들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

10점
너의 유토피아 - 꼬마요정
<너의 유토피아>
유토피아는 '없는 장소'란 뜻이지만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제주도의 이어도, 불교의 극락, 기독교의 에덴, 북유럽 신화의 발할라, 중국의 무릉도원, 아더왕 신화의 아발론 뭐 이런 곳들이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겠다. 깨닫거나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는 결국 '없는 세계'라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겠다.하지만 깨닫거나 신에게 선택 받아야 갈 수 있는 세계라서 없다기보다는 모두가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없는 세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유토피...

8점
죽음은 모든 생물에게 공평하다 <그리고 죽음> - 새파랑
<그리고 죽음>
N25052"<행복한 죽음>을 그렇게 쉽사리 강탈당히는 결과를 자초한 것은 너무 무책임했다. 고통과 노년의 유동적인 세계에 도달할 때까지 기를 쓰고 나아갔어야 했다. 꿋꿋하게 참고 견뎌서, 침대에서의 편안한 죽음이라는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고 애썼어야 했다."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어떻게 살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것인가도 중요하다. 당장 내일 무슨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죽음의 순간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죽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이 다가왔을때 마음을 준비할 시간, 정리할 시간, 작별의 시간이 주...

6점
경계를 걷는 이들의 외로움 - 구단씨
<밤의 사람들>
병원 몇 번 다녀왔더니 한 달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진료받고 예약하고, 다시 진료받고 예약하고.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니 그냥 하루 중 일부 시간을 병원에 쓰는 것뿐인데, 뭔가 마감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감 치고 나니 다시 또 마감을 치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주일의 반복 같은 느낌 말이다. 병원 가는 날과 다음에 병원 가는 날, 그 사이의 시간이 오롯이 편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불안을 내려놓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서울로 돌아오는 새벽에 굵은 빗...

10점
[레이먼드 윌리엄스] 의미의 생산 혹은 구성 - 단발머리
<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주의와 문학>
『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을 읽었다. ​'문화'에 대한 여러 정의 중, 근대적 사고와 실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에서 시작해, 언어, 문학, 이데올로기, 헤게모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어디까지나 저자 박만준씨가 이해한 '윌리엄스 론'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읽는다. ​노동자계급 출신의 윌리엄스는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수련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교수의 자리에 올라서도 한결같이 실천적 지식인으로 살았다. 당시 영국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소비주의가 확산되는 분위기였는데, 윌리엄스는 자신의 지식과 그를 바탕...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따르면 언어는 물질적이며, 사회적 관계로서 표현되는 물질적 생산의 인간적 양식은 처음부터 언어라는 실천적 의식을 필연적 요소로 내포하고 있다. 세계와 세계를 이야기하는 언어를 분리하거나 실재와 의식을 분리해 버리면 언어의 물질성은 단지 물리적인 것으로 파악될 뿐 결코 물질적인 행위로 파악될 수 없다. - P16


8점
혼란한 역사 속에서 이어진 사랑 - kinye91
<사랑의 역사>
벅찬 마음,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심장이 터질 듯하므로. 그럴 때는 온몸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다.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자식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레오 거스키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이름을 쓰는 아이를 만났을 때. 그 아이가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따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렇다. 그 아이는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앨마가 아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앨마다. 사랑하는 사람. 평생을 사랑했던 사람. 오직 한 사람인 사랑. 그런 사랑을 죽음을 앞두고 만나다.앨마는 앨마가 아니지만 앨마다. 그...

10점
천년의 화가 김홍도 (이충렬/메디치) - 성근대나무
<천년의 화가 김홍도>
어지간한 우리나라 사람치고 단원 김홍도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설사 이름은 헷갈리더라도 그의 풍속화 몇 점을 보여주면 대번에 어디선가 봤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유명한 조선 후기의 화가이지만 정작 그의 삶과 그림 세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이 책은 전문 전기 작가에 의한 본격적인 김홍도 전기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도에 출간되었는데, 이 점은 꽤 중요하다. 김홍도는 당대 최고의 화가임에도 중인 신분이기에 그의 삶의 전모는 역사 속에 숨어 있다. 도화서 화원이기에 공적인 활동 내용, 어진화사로 제수받은 몇 가지...

10점
이토록 친밀하고도 풍요로운 단어의 세계 - 페넬로페
<단어가 품은 세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나를 형성하고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무수히 많다. 부질없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육체, 우주, 철학, 도덕, 세계, 자본주의, 사람…아무리 생각해도 내 결론은 언어이다.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며 이해하고, 그것으로 나를 표현한다. 언어의 기본인 ‘단어’가 나라는 존재를 나타내는 출발인 것이다. 강원도 정선으로 방언 답사를 갔을 때, 어떤 어르신이 상추를 부루라고 하는 것을 듣고 시작된 황선엽 저자의 ‘단어 탐구’는 지평선이 보이지 않아 넘실대는 바다처럼 보이는 거대한 ...

10점
정말 재밌는 역사책이다 - 망고
<1493>
저자 찰스 만은 자신의 텃밭에 토마토 씨앗을 심으며 토마토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면서 이 방대한 책을 시작한다. 원래는 아메리카에만 살고 있던 토마토가 유럽으로 건너가서 아시아를 거쳐 다시 미국에 있는 자신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토마토의 여정을 생각하면서 콜럼버스 대전환이라는 역사의 중요한 지점을 탐구하게 된다. 얼마 전에 나도 대추방울토마토 모종 2그루를 사와서 심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토마토는 막연하게 유럽 지중해 지역에서 많이 먹으니까 그쪽에서 온 작물이려니 하고 그냥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토마토는 콜럼버스가 아...

10점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 테일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 미식과 음식의 철학은 도시의 식탁 위에서 이루어지는 담론이다. 생산자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생산자들을 만나러 농어촌에 가면 더러 밥상을 받게 되는데, 제일 먼저 듣는 인사가 "좋은 건 다 팔아치우고 우리는 이렇게 소박하게 먹어요. 미안해요"다. 도시의 미식을 떠받치는 생산자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도시인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낮은 단계의 미식을 누리고 산다. 6" 약 10년 전 '뜨거운 한입' 초판 출간 이후 개정판이 나오며 바뀐 제목이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라고 한다. 전보다 더 과격해...

10점
장인들의 전쟁 : 새왕의 방패 - 이마무라 쇼고 - 키치
<새왕의 방패>
일본을 여행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일본의 성(城)을 관심 있게 본 적은 없었다. 유명해서 또는 일행 중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가더라도 속으로는 관람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그랬던 내가, 앞으로는 일본에 갈 때마다 그 도시의 유명한 성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 있다. 2022년 나오키상 수상작 이마무라 쇼고의 <새왕의 방패>다.소설의 배경은 일본 전국 시대. 오다 (노부나가) 군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교스케는 우연히 당대의 새왕(塞王)으로 불리는 도비타야 겐사...

10점
부활(復活)이란? - 그레이스
<부활 2>
1880년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을 읽고 “문학사 전체를 통해 이보다 더 훌륭한 작품은 없다고 봐요. 서사도 물론 좋지만, 나는 이게 교육적인 책이라 생각해요. 도스토옙스키 씨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줘요”라고 지인에게 편지를 썼다. 1899년 출판된 『부활』에서 재판과 유형지의 모습은 도스토옙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는 “서로를 배제하는 통찰자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의 영혼과 육체라는 관념을 상호일체감 속에서 풍요롭게 호흡하고 있었다”(『러시아의 문학과 혁명』71-73p)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