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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김호경 지음, 전철홍.김한민 각본 / 21세기북스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명량-대박흥행의 이유를 관객에게 알리지 마라.
별 2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명량>이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아바타>의 흥행 1위 자리를 넘어서더니,
가볍게 1,500만을 넘고
아직도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젠, <명량>이 과연 2,000만을 넘어설 것인가에 대해
대중의 이목은 집중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분의 일이 봤다는 것만으로도
<명량>은 분명 대중이 원하는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의 품질보다는
왠지 시대를 잘 만난 운이 좋은 영화임을 부정할 수도 없다.
<명량>의 대박흥행의 1등 공신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국가적 비극 <세월호>다.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소위 리더라는 승무원들은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먼저 도망친 것과 비해,
<이순신 장군>은 그 보다 혹독한 상황인
12척으로 330척의 왜적을 상대로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백성을 구한다는 에피소드는,
현재 절대적 리더 부재 시대에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던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속설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게다가, 해군의 해체는
지금 해경의 해체와 맞물려 있고,
배경 역시 <세월호>와 같은 바다로
일치감은 최고조로 높아졌다가 할 수 있겠다.
그 뿐인가?
자위대, 위안부 문제로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에,
국민적 보복심리도 단단히 작용한 것이다.
영화에서나마, 일본의 야만적 행위를 짓밟고 싶은
대리만족을 톡톡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로 대한민국은 멈춰있고,
리더의 부재로 인한 지리하고 답답한 작금의 현실에
대중은 강력한 영웅을 갈구하게 되는 건 당연지사인데,
마침, 우리의 영원한 영웅 <이순신 장군>이
로보트 태권V처럼 나타난 것이다.
<천행은 백성에게서 나온다>는
<이순신 장군>의 대사처럼
국민주권 욕망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시대에 부응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의 적절한 영화로는
<추창민>감독의 <광해> 또한
대선의 분위기를 타고 흥행에 성공한 좋은 예인 것이다.
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존경의 아이콘 <이순신>은
높은 시청률과 <김명민>을
일약 스타덤으로 올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나,
<김진규>의 <난중일기>,
베스트 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이순신>위인전이 보여주듯이,
안정되고 보증된 에피소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 금상첨화로,
거대 배급사의 힘으로
예전에 없었던 수많은 상영관을 차지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결정하는 것에 비추어본다면,
명량의 대박 흥행에 거대기업의 힘이 보태졌음은 확실하다.
게다가, 군중심리와 베스트 셀러 증후군,
즉, 남이 보면 나도 봐야 하는 식의
영리하고, 거대한 마케팅 역시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대기업만의 특권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케팅과 운도 영화산업의 한 부분이고,
대중을 모으는 힘 역시,
영화의 질이 웬만큼 받쳐주지 않으면 안돼는 일이지만,
흥행의 이유가
영화보다는 마케팅에 있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렇다면, 영화적으로는 어떤가?
영화는 배우의 연기든, 스토리든, CG든 연출력이든,
한가지만 건질 수 있다면
분명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일 게다.
사실, 이렇다 할 반전이 없는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 놓았고,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캐릭터 분석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초등학교 때 읽는 위인전이나,
군사독재 시절 억지로 봤던 계몽영화의 스토리이다.
특히, 전쟁이 무서워 도망치는 부하를
<이순신 장군>이 참수하는 장면은
군국주의적인 모습을 합리화시키는 불편한 장면이었다.
음악에서도 관객을 몰아 붙이는 듯한
완급 없는 음악으로 내내 긴장하게 하고
심지어 시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멋있고 강하게만 보이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이는 연출력에서도 허점으로 작용하는데,
김 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에서 보여주었던,
사람 중심의 디테일한 페이소스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멋진 영화>를 만들겠다는 강박관념으로
영화의 흐름을 종종 놓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배우들 역시,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치열함은
<최민식><조진웅><류승룡> 모두
풍요롭게 살이 오른 얼굴에서 사라져 버렸고,
과도한 고증으로 카리스마 눈빛을 감춘 의상마저도
그 들을 성의 없는 배우로 전락시키고 만 것이다.
오히려 분량도 적고, 대사도 없는
<이정현><고경표>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돋보일 정도다.
또 180억의 CG는
도대체 어디에 쏟아 부었는지 모를 정도로 허술해서,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았던
<심형래> 감독의 <디워>하고만 비교해봐도
누구든 함량미달의 CG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한국 영화계 경사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분명 대중이 원하는 영화를 제작했음 에는 동의한다.
또 <진중권님>의 <졸작>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흥행 1위 영화로는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많아
떳떳한 걸작이나 수작도 아닌 것이다.
다만, 흥행 대박으로 속편이 나올 조짐이 보인다니,
제작진 이하 감독은
자만한 자축의 12병의 샴페인을 터뜨려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반성을 담은 12잔의 소주도 마셔주길 바란다.
시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영화만으로도 훌륭한 이순신을 만들어
대박 흥행이 떳떳한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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