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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아니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집이 있으면서 왜 그들은 트렁크에서 잘 수 밖에 없는 걸까요?
그저 독특한 취미일 뿐인지, 아니면 무슨 마음의 상처가 있는 것인지...
사실 트렁커라는 말이 진짜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하지만 조만간 신조어로 등록될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트렁커가 되면 말이죠.
아참 트렁커가 된다는 것. 트렁크에서 잔다는 것이 그리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따뜻한 온열 매트도 준비해야될 것 같고, 잠오는 책을 읽을 조명도 필요하고, 아참 트렁크를 안에서 열 수 있어야 하고, 괜히 지문인식 같은 걸 달면 안되겠죠.
온두처럼 비오는 날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죠.
그리고 주위에 학생들이 있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역시나 온두에게 조언을 부탁해야겠죠.
이처럼 트렁커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이런저런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동호회에 가입하는 거겠죠.
바로 슬트모. 이름하여 슬리핑 트렁커들의 모임.
하지만 문제는 기존 회원의 추천이 없으면 가입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름도 일년동안이나 가입신청을 했지만 승인을 못받고 있죠.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편안하게 집에서 자지 못하고 트렁크에서 자야만 하는건지 그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해지네요.
사실 온두도 그렇고 름도 그렇고 둘 다 궁금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은 매일 밤마다 치킨차차차라는 게임을 통해서 그들의 추억과 아픈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놓게 되죠.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에게서 혼자 살아남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온두.
아버지의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린 름.
이들은 모두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죠.
어쩌면 우리들도 모두 마음 속에 상처 하나씩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처럼 밤이면 그들은 트렁크의 어둠 속에 몸을 누이지만 낮이 되면 온두는 유모차를 팔아요.
아마도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달리는 유모차나, 꿈꾸는 유모차나, 날으는 유모차나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유모차는 유모차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면, 또 누가 맨 처음 만들게 되었을까요?
이런 궁금증도 아마 책을 보면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잔잔한 펼쳐지네요.
그들은 과연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