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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ROOM. 우리말로 하면 방이 되겠네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방을 좋아하는 민족이 없는 것 같아요.
비디오방, 노래방, 안방, 아기방 등등 그 외에도 수많은 방들이 있죠.
이처럼 방은 정해진 공간이지만 용도 따라서 그 의미가 참 다른 것 같아요.
여기에 나오는 룸도 각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소녀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지만, 아이에게는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안락할 수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한 것 같지만 그것이 모성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소설의 이야기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졌다는 것이 좀 충격적이네요.
2008년의 오스트리아.
어떻게 자신의 친딸을 감금하고 또 성폭행을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운명의 장난인지 아이까지 태어나다니 정말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우리나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동 성폭행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이슈가 된 적이 있잖아요.
그래서 성폭행범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했지만 그것을 끊고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참 걱정이네요.
물론 범죄는 누구에게나 큰 피해를 주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성장해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동안 어쩌면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독자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사건들에 있어서는 피해자보다는 범죄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잔혹한 범죄행위가 주로 묘사되는 것에 반해서 정말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을 잘 담아낸 것 같아요.
그녀가 룸에서 느꼈던 공포감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문득 스톡홀롬 증후군이 생각나네요.
인질이 범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심리현상을 말하는 데, 이것도 실제 사건에 유래가 되었잖아요.
1973년 스웨덴 스톡홀롬.
은행강도가 직원을 인질로 삼았는데 점점 시간이 흘러가면서 범인들에게 동화되어 오히려 범인을 도와주었다고 하는데 극한 상황에서 어쩌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불안과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범인들에게 복종하거나 오히려 상황을 반대로 생각해서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없애려고 했을지도 모르죠.
소녀는 결국 아이와 함께 룸에서 탈출하게 되는데 오히려 아이에게는 세상이 더 낯설고 두려운 곳인지도 모르죠.
사실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룸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소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공감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