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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결혼식
한지수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제목부터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일상이나 관념 등을 깨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 어느 누가 자정에 결혼식을 하겠어요?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일상적인 것들이 어느 날 일상적이지 않을 때, 세상을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느끼게 되는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있을까요?
지금도 세상은 정말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거짓들과,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진실이 공존하고 있잖아요.
한 신예작가에 의해서 탄생된 낯설고 새로우면서도 독특한 일곱 편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자정의 결혼식이라는 사실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무슨 호러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니까요.
여류작가라서 그런지 몰라도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지는 것 같고 특히나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내면의 묘사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7편의 단편들이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것은 뭘까요?
자정의 결혼식은 한 여행사 여직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여성이 여성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묘한 질투심이나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인지도 모르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여성에게 더 성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여요.
오히려 남자친구가 여성적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조금은 우리사회에서 당혹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굳이 동성애는 아닌 것 같고 양성애적인 측면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생물이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자가생식이나 양성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게 어쩌면 생존에 당연히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인 차이말고도 정신적으로 성을 구분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천사와 미모사의 이야기에서는 미모사가 누군가의 손길이 닿으면 잎을 닫아버리는 것처럼 이국의 삶 속에서 아내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정신적인 출혈이라니 과연 그럴 수 있는 걸까?
특히나 배꼽의 기원에서는 사람이 아닌 자궁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설마..
사실 여성에게 있어 성적 정체성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 유방이나 자궁인데 만약에 그것이 암에 의해서 상실되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한 장기가 아닌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는 과연 우리들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려 본 적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