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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마음 내키는 대로 걷기.
어떻게 보면 아주 쉬운 일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것이 다 정해진 스케쥴대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특히나 말이죠.
항상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꿈꾸지만 항상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주위 환경 탓만일까요? 아님 스스로의 족쇄 때문일까요?
따뜻한 햇살을 느끼면서 정열의 라틴 아메리카로 훌쩍 떠나보고 싶기도 하고, 뼈 속 같이 추울 것 같은 남극이나 알래스카로 훌쩍 떠나보고 싶기도 한데 무엇이 그리 발목을 잡는지 모르겠어요.
과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감정조차 메말라가는 현대 도시인의 삶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세상에 수많은 영화와 음악들이 있지만 때로는 너무나 많기에 무감각해져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잊지 못할 감동을 받은 영화나 음악이 무엇이 있었을까요?
그 당시에는 온갖 생각들이 많이 나지만 돌아서면 금세 잊혀져버리기 마련인데, 다이어리 한 편에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지나간 추억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싶네요.
한 사람을 알기까지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등을 통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태훈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읽어가면서 그에 대한 신비가 한꺼풀씩 벗겨지는 것 같아요.
한 남자의 일상 속에서 어느 순간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네요.
어쩌면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하지만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
그저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들이 어느순간 나에게 다가와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는 것 같아요.
겨울철 메마른 땅에 봄비가 촉촉히 내려서 만물이 생동하는 것처럼 메마른 감정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서 마음내키는 대로 걸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