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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세트 - 전2권
백동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영화 중에서 실미도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하네요.
너무 영화같은 이야기에 실화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실화라는 것이 참 마음 아프게 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사실 태어나지도 않았고 책에서 그저 외우기만 했던 1.21 김신조 사건.
그리고 알지도 못했던 71년 8월의 실미도 사건.
북한과의 관계가 햇빛정책으로 인해서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연평해전을 통해서 팽팽한 긴장 속에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요?
그 당시에는 얼마나 더 숨막히는 긴장이었을지, 정말이지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극단의 대치 속에서 대통령을 노린 특수부대원의 침투는 그야말로 온 나라를 뒤흔들 수 있는 큰 사건이었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가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 모르겠어요.
똑같이 31명의 부대원으로 창설된 일명 실미도 684부대.
북한으로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의 땅으로 들어가는 것이었기에 어쩌면 이 땅에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사형수나 무기수 등을 포섭해서 그들에게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삶을 보장해 준다는 말로 동기를 부여했을 것 같아요.
영화 실미도가 개봉한 이래 테마파크처럼 한 번 들렸다 왔는데 육지에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이런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만 너무나 한가롭게 파도가 치고 노을이 내리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더라구요.
사실 극비로 취급되었던 내용이기에 우리가 보는 이야기가 모두 다 진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도 있겠죠.
하지만 왜 그들은 목적도 없이 기나긴 기다림 끝에 결국 제거될 수 밖에 없었으며, 또 왜 그들은 굳이 청와대로 가려고 했을까요?
과연 그들이 우리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말들이 무엇이었을까요?
동족끼리 총을 겨누어야 하는 남북 분단이라는 아픈 현실 속에서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그들의 이야기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 대략적인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책에서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그들 한 명, 한 명의 외침이 들리는 것처럼 말이죠.
실미도, 그 날의 진실을 이야기 해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