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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음과 모음이라는 문학상의 첫번째 수상작이라서 그런지 왠지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표지에서부터 오른팔과 왼팔에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다든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얼굴에 이상한 화장, 고양이가 왠지 조금은 음산하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내용 또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기 때문에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예전에는 정신과라고 하면 기피의 대상이고 음침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감기가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자연스럽게 출입을 할 수 있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약간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오즈의 닥터에서는 정신과 의사인 닥터 팽과의 상담을 통해서 나의 심리를 분석하고 파악해나가는데 과연 어떤 것이 실재고 어떤 것이 허구인지 그 경계가 무너지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보니 기억을 주입할 수도 있고 없애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되면 굳이 휴가를 시간을 내서 가지 않아도 기억만으로 휴가를 다녀오고 기억하기 싫은 기억들은 언제든지 지워버릴 수 있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소중한 추억같은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것 같네요.
누구나 환상 속의 세계를 꿈꾸면서 살아가는 데 어떻게 보면 지금의 현실이 또 다른 환상 속 세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네요.
어떻게 보면 좀 정신분열증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을 보면서 실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네요.
허구가 실재가 되고 실재가 허구가 되는 세계.
그런 말도 안되는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처음 느껴던 당혹함과 낯설음이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버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책 속에 있는 건지 구별도 모호해지네요.
사실 이런 종류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게 쉽지 않고 그 내용이 일관성을 가지고 흘러가가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독자들에게 흥미를 잃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네요.
하지만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독자가 허구와 실재의 혼동 속에 빠져 버릴 것 같다는 위험성은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왠지 중독성이 느껴지는 책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