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미학』은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상상력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이끈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가 남긴 마지막 글이다. 원제는 La flamme d'une chandelle로, 번역하자면 '초의 불꽃' 정도가 될까. 어쨌든 제목에 미학이 들어가지 않는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문예출판사 번역본  제목 『촛불의 미학』이라는 이름이 널리 퍼져 있어 부득이하게 촛불의 미학으로 번역했다고 언급된다.


바슐라르가 과학철학자의 길을 걷다가 인간의 객관적 정신을 탐구하기 위해 시의 상상력이라는 영역에 처음 발을 들인 책이 『불의 정신분석』이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4원소설에 기반한 상상력 연구자로서 바슐라르가 불로 자신의 상상력 연구를 불지핀 끝에 마지막에 도달한 곳이 촛불과 램프로 밝힌 어두운 방에 도달한 것 같아 흥미롭다.


본서는 역자후기를 제외하면 약 150페이지 가량의 분량에 불과하며, 서론, 본론 5장과 에필로그, 모두 합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서론 첫 페이지 첫 문단에서, 바슐라르는 왜 불꽃에 관한 책을 썼는가, 그 목적을 말한다.

단순한 몽상을 담은 이 작은 책에서 우리는 그 어떠한 지식도 과도하게 담아내지도 않고, 어떤 통일된 연구 방법에 구애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사람의 몽상가가 고독한 촛불을 관조하면서 어떤 새로운 몽상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말하고자 한다. 몽상을 불러일으키는 세상의 사물들 가운데 불꽃은 가장 훌륭한 이미지 작동체(opérateurs d‘images)의 하나이다. 불꽃은 우리가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불꽃 앞에서 꿈을 꾸자마자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불꽃은 지극히 다양한 명상 영역에서 은유와 이미지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 P. 9

나름대로 바꿔 말해보자면 어두운 방에서 촛불을 바라보는 한 몽상가에게 촛불이 어떤 몽상을 가져오는가를 밝히는 것, 바로 그것이 본서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바슐라르는 본서에서 각각의 장들을 통해 여태까지 몽상가들이 촛불을 통해 어떤 몽상을 하였고, 촛불로부터 어떤 시적 이미지를 구하였는지 밝힌다. 


마지막 5장에서는 스위치로 전등불을 키고 끄는 모습을 두고 램프를 키는 것 만큼 다양한 순간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촛불도, 램프도, 전등도 밀려난 시대, LED조명이 대세인 이 시대에 더 이상 어두운 방안에서 촛불을 키고 조용히 몽상에 빠지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바슐라르의 글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촛불의 몽상을 느끼고 만족해야 하는 시대다.   


사실 원래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뭐가 되든 글을 쓰고자 했다. 분량이 짧기에 나름의 해석이나 평가까지는 힘들다하더라도 최소한 요약은 어떻게든 가능하지 싶었으나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이 책은 요약하기도 힘들다. 요약은 곧 글이라는 덩어리에서 뼈대를 남기고 살을 발라내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은 문장 하나하나가 시적이고 압축적이며 난해하기까지 해서 함부로 요약할 수가 없다. 결국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대신 이 책이 어떤 책인가,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에 관해 글보다는 한 장의 그림으로 더 잘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렘브란트의 작품 〈명상 중인 철학자〉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본서에서 바슐라르가 조르쥬 상드의 《콩쉬넬로》의 주석을 인용할 때, 해당 주석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그림 속에 촛불은 없지만, 어두운 방안에서 명상에 빠진 철학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책을 쓰고 있었을 바슐라르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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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많다. 그런데 책에 대한 글, 즉 서평은 그만큼 많지 않다.
서평을 쓰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서평을 가르치는 기관이나 전문교재는 많지 않다.
많고 적음 사이에 큰 괴리가 있는 셈이다. - P4

‘쓰기‘란 삼형제 중의 막내와 같다. 쓰기는 결코 ‘혼자‘서, 혹은 ‘먼저‘ 태어나지 않는다. 모든 쓰기는 콘텐츠라는 이름의 큰 형, 콘텐츠 이해라는 둘째 형 다음에 태어난다. 그러므로 쓰기를 위해서는 읽고, 이해하기를 동반해야 한다. 이 삼형제를 한꺼번에 다루기 가장 좋은 영역이 바로 ‘서평‘이다. ‘읽고 이해하고 쓴다‘는 3단계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쓰기의 절대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서평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그것은 공부와 글쓰기의 접점이다. - P6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학교의 아카데믹한 성격을 많이 지우고, 서평을 쓰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쉬운 책을 만드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 P7

비슷한 질문을 던져보자. ‘요리란 무엇인가‘를 알면 요리가 달라지나? 달라진다. 요리에 대한 철학이 달라지면 요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요리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면 요리를 대하는 자세가 정확해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평이란 무엇‘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해야 한다. 당신은 세상에 없던 서평 장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미 있는 서평 장르의 멋진 텍스트를 생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있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 응당 물어야 하고 살펴야 한다. - P30

그러니 어떤 비평문을 쓰더라도 대상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중요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36

가장 기초적인 감상의 독서란,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보통의 독서를 의미한다. 독서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또한 빈번한 독서는 ‘감상‘을 위한 독서이다. 이를테면 읽고 싶어 책을 읽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것도 바로 이 단계의 독서이고,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독서도 바로 이 단계의 독서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형태의 독서가 바로 이 단계의 독서이기도 하다. 감상의 독서란 날것 그대로의 원초 독서이다. - P42

감상의 독서, 비판의 독서는 분명 다르지만, 우리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감상의 독서를 저변에 깔고 나서 그 위에 비판의 독서를 얹어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책을 읽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유롭게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서평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분석하면서 또 한 번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한 번‘ 읽는다고 표현했지만 두 번이 되어도 좋고 세 번이 되면 더 좋다. - P44

눈치챘겠지만 서평러는 반드시 책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마치 자아분열처럼 가만히 있는 책에게 내가 질문을 던져놓고 또 내가 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해보는 건데, 이 과정이 있어야 나만의 서평이 잘 나온다. - P52

서평러의 멋진 질문도 도구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서평러가 책을 분석하려고 덤빌 때 상비할 무기는 ‘왜?‘와 ‘어떻게?‘이다. 얘네 둘은 같이 붙어 다니는 게 좋다. 큰 녀석 ‘왜‘가 나오면 꼭 둘째 ‘어떻게‘로 연결이 되도록 해야 말할 거리도 많아지고 분석도 풍성해진다. 그러니 ‘왜‘는 오른손, ‘어떻게‘는 왼손에 쥐고 책에게 막 던져보자. - P53

다음 단계란 ‘왜‘와 ‘어떻게‘를 활용해서 생각을 보다 논리적인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두 번의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정신과 감수성을 열어놓고 읽는 한 번의 독서, 그런 후에 보다 차갑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읽는 또 한 번의 독서. 이 두 독서의 결합이 위에서 말한 ‘따뜻한 감수성과 차가운 지성‘의 결합이다. 그리고 이 두 독서의 결합이 더 위에서 말한 ‘1단계 독서와 2단계 독서까지 가야 한다‘는 충고와 같은 말이다. 이 길이 쉽겠는가. 설명도 어려운데 쓰기란 도통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도전할 만하다. - P55

우리는 평생을 걸쳐 교과서 시대보다 더 넓고 자유롭게 배울 필요가 있는데, 검색창과 인터넷에만 빠져들면 지나치게 떠다닐 위험이 있다. 투자의 안전자산이 금인 것처럼 책은 공부의 최대 안전자산이다. 그래서 일평생 사람은 공부해야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책 읽기의 세계에 빠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책 읽기가 ‘암기‘라는 전통적인 공부 방식과 ‘검색‘이라는 현대적인 공부 방식을 중도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비판과 창의와 교양과 지성에 접근할 수 있는, 제3의 공부 방식이기 때문이다. - P66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영화의 장면과 대사가 내 삶의 의미라든가 오늘 오후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큰 영향이 아니라면, 적어도 나에게 전혀 다른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 대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회, 나와 다른 세계와 생각을 접하게 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 기회는 남의 블로그만 가지고는 얻을 가능성조차 없다. - P68

영향력이니, 영혼에의 스며듦이니 이런 소리를 하지 않아도 ‘책은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배우게 된다. 책에는 사람들의 의견, 생각, 숨소리, 웃음소리, 고통, 신음, 비판, 미움, 용서, 사랑, 분노, 잘못, 후회, 질책 등이 담겨 있으므로, 우리는 이것들을 책으로써 학습하게 된다. 읽으면서 더 많은 암기의 대상을 만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숙고의 문제들, 더 많은 알아야 했으나 숨겨져 있던 진실들, 생각하는 방식과 생각해야 할 방식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 P69

‘전제를 ‘이해 이후‘로 옮기자. 우리는 지금 ‘쓰기의 전략‘을 말하고 있다. 이해를 어느 정도 해결했고, 요약을 완성한 다음의 문제는 주체적 관점의 유무이다. 사실, 요약이 생략될 수도 있다. 그래도 서평은 서평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분석이 생략되면 서평은 서평이 아니라 소개글, 정보전달글에 머무르고 만다. 분석과 판단 없는 서평은 서평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서평러가 최종적으로, 가장 중대하게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 바로 이부분이다. - P116

분석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분석의 시작이자 절반은 ‘선택‘이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힘든데, 무슨 선택이냐고? 아니다. 서평러의 선택은 어렵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접어놓는 페이지, 긋는 밑줄, 이것이 바로 당신의 중요하고도 중요한 ‘선택‘ 그 자체다. 다시 말해서 페이지 잘 접고, 포스트잇 붙여놓고, 연필로 밑줄 그어놓는 행위 (꼭 자기 책인 경우에만 그으시오. 대출도서는 밑줄금지) 이것만 잘해도 분석은 이미 절반 이상 한 셈이다. - P120

‘왜‘라는 무기는 텍스트의 핵심을 파도록 도와준다. ‘왜‘를 통해 수확한 내용은 서평의 방향과 주제를 결정해준다. 내가 느낀 감정이나 느낌을 논리적으로 풀도록 유도해준다. 저자가 왜 이렇게 말했지? 이 단어는 무슨 뜻이지? 왜 여기서 이런 예시를 들었지? 저자 말이 왜 이해가 안 되지? 저자 말이 왜 충격적이지? 저자 말에 왜 쉽게 동의가 되지? 저자 말에 왜 괜히 찔리지? 이런 ‘왜‘들은 책의 심층으로 들어가게 하는 곡괭이이다.
그럼 ‘어떻게‘는 어떤 역할을 할까. ‘어떻게‘를 묻는다는 것은 ‘방법론‘을 묻는 것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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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음을 먹었어도 서평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의 반드시 넘어야할 난관인 ‘자기검열‘ 때문이다. 처음 글을 쓰기로 했다면, 거대한 ‘자기검열‘의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가?", "왜 이거 밖에 못 쓰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비난하면 어떡하지?"등등. - P91

사실 서평쓰기에 딱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이라는 것은 없다.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하고, 무슨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것 따위의 정해진 룰이나 답은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쓰던, 서평이 가진 목적에 충실히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서평은 책의 내용을 잘 전달하면서 서평가의 해석이 담긴 글로써 독자가 책을 구입함에 있어서 유용한정보를 담으면 된다. - P100

서평을 위한 쓰기 ‘표현노트’를 만들어 좋은 서술어 문장을 함께 정리해 놓고 수시로 들춰보면서 서평쓰기에서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P109

반복해서 말하지만, 좋은 서평은 서평자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서평이라 할 수 있다. 독창적인 해석이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서평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현실에 적용하여
사유하고 그 결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나아갈 방향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우리의 삶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닌, 책을 통해 지금 현재를 사유하게 하는 서평이 좋은 서평으로서의 자격에 부합한다. - P113

퇴고의 1단계에서는 한 문단 안에서 사용된 명사와 형용사, 접속사 등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접속사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매끄러운 글이 된다. 맞춤법과 오탈자의 여부도 확인한다. 2단계에서는 범위를 넓혀 문단에서 사용된 문장들을 살펴본다. 문장에서 주술호응이 맞는지, 비문은 없는지, 문장과 문장의 연결은 자연스러운지를 체크한다. 3단계에서는 한 문단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한 문단에는 하나의 주장과 그에 관한 근거만 담아야 한다. 한 문단에 여러 개의생각과 주장이 담기면 뒤죽박죽 알 수 없는 글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글의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서 글쓴이의 주장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 P126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행위는 고도의 지성을 발휘해야하는 작업이다. 책의 내용을 독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다듬어 글로써 표현하는 일은 모든 지성이 거쳐야하는 과정인 것이다. 읽지 않고 쓰지 않는 지성은 있을 수 없다. 지성인이라 하면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서평쓰기는 바로 이 지성을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 P133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성을 갈고 닦아야 하는가. 위의 글에서 사회학자 이진경이 언명했듯이, 바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이다. 인간은 자유롭기 위해서 지성의 작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노정에 놓여있다.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 중 하나가 자유라고 할 때, 우리는 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 이 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고 이해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모르면, 이 세계를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고, 알지 못하면 두려움에 갇히게 된다.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은 그 대상을 잘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온다. 그래서 두려움에 갇힌 사람은 결코 자유를 얻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쓰기는 인간이 자유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최고 지성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P134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들춰보는 과정이다. 우리의 내면은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감정과 경험, 관념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살아오면서 쌓인 이 복잡한 내면은 얽히고설켜있는 실타래와 같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모르는 무수히 많은 내가 수시로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고, 좌절과 고통에 빠지게 한다. 책은 이런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 군상의 집약체인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을 알게 해줄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책인 것이다. 책 속 인물의 생각과 행동,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도리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요, 나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현미경이다. - P137

그렇다면 자신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을 아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면 어떻게 될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지, 무엇에 삶의 기준을 삼고 열정을 쏟아야하는지를 모르면 타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면서 살게 된다.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평가하며 따라가는데 급급한 삶이 된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자신을 더 잘 알게 해주는 수단이 바로 글쓰기이다. 우리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된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일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있으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 P138

우리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보다 진실에 가 닿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도 글을 쓰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와 희망 다짐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이다. 이렇게 글쓰기는 자아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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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는 독서는 ‘휘발되는 독서‘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면 그것은 정신에 지문을 남기고 이윽고 내 삶의 재산이 됩니다. 물론 쓰기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날아갑니다. 그러나 읽기만 했을 때보다는 더 오래, 깊이 남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7

오늘 글을 쓰면 어제보다 아주 조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제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작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면 어제보다 조금 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내가 될 수 있고, 아주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조금 더 현명해지고, 아주 조금 더 자신을 성찰하며, 아주 미미하게 삶에 대한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 정도라면 할 만하지 않습니까?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되니까요.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아예 나가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 책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전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독서의 궁극‘에 이르는 ‘서평 쓰기‘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P9

"읽은 책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은 독서라는 행위 전반을 되짚어보게 한다.
범박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읽은 책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 P13

‘읽은 책에 대해서, 그 내용을 설명하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첫 번째 목표이다.

독서의 3단계
1. 인지-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
2. 사고-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
3. 표현-도출된 사고의 결과물을 언어화하는 과정 - P14

독서의 전 과정 중에서 서평쓰기는 독서의 3단계 즉, 생각을 정리하고 그 결과물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단계에 속한다. 3단계에 어려움 없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가 막힘없이 순조로워야 한다. 가장 마지막 단계이니만큼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독서의 단계(읽기-생각하기-표현하기)의 각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서평쓰기 전반에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할 것이다. 자, 이제부터 차분히 독서의 단계마다 해야 할 훈련들을 하나씩 학습하고 밟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P15

비평도 서평과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을 평가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서 서평과 다른 점은 비평은 이 시대와 역사에 비추어 그 책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더 폭넓게 평가해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씌어졌으며,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무엇이고, 나아가 어떤 메시지 혹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글이 비평이다. 더불어 비평이란 "대상의 일차원적 정보만을 끌어 모아 그 가치를 언어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행동을 촉구하거나, 사회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사고가 싹트도록 호소하는 목적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쓰는법』, 유유) - P21

좋은 서평이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되고, 책을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흥미로운 요소만 부각해서도 안되며, 독자가 서평을 읽고 책의 내용을 오독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런 서평은 의도를 했건, 안했건 간에 결국 독자와 책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 P25

책을 읽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독서는 인간과 세상을 넓게 보고 이해하면서 결국에는 깊은 성찰과 통찰에 이르게 하는 정신적 성장의 여정인 것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앎과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그것에서 나만의 생각을 벼리고 가다듬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독서의 궁극이다.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서평쓰기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닿을 수 있는 궁극의 지점은 서평쓰기로 가능해진다. ‘쓰기‘라는 행위는 독서 행위 전반, 인간이 지식과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실력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훈련이다. - P26

쓰기는 곧 생각하기이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글은 생각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을 만드는 훈련이다. 쓰면서 생각이 만들어지고, 쓰면서 그 생각을 발전시키고, 쓰다보면 새로운 생각이 창출된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생각의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면서 생각을 전환시키고, 그것을 가다듬으면서 사고를 더 넓고 깊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금이 순간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이 글로 표현됨을 느낀다. 쓰기는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생각의 타래들을 끄집어내어 일목요연하게 정돈하여 새로운 결과물로 생산하는 창조적 행위이다. 잊지 말자. 쓰기가 곧 생각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 P27

말과 글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방식이다. 인간은 말하고 글을 쓰면서 보이지 않고 닿지 않는 마음속의 내면과 심연을 실체로써 형상화할 수 있다. 이것을 언어화라고 한다. 형상이 없는 감정과 생각을 끄집어내어 언어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은 모든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라는 언어와 친숙해져야 하고, 이런 감각을 언어감각이라고 한다. - P37

요약하기는 책의 요점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쓰는 최고의 글쓰기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기는 읽었는데 요약하기가 잘 안 된다면 그 책을 충실하게 읽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약하기는 책의 내용을 잘 읽고 파악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요약 할 수 있어야 마침내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기를 하면 책의 전체 내용을 더 잘 파악하고 책에서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기 훈련을 하면 읽은 책에 대해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고, 책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약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핵심을 담은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해서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 그 표시한 부분을 연결해서 요약하기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평의 목적 중에 하나가 책의 내용을 독자에게 소개시키고 전달하는데 있기 때문에 요약하기는 서평쓰기의 필수적인 항목이다. - P48

서평은 크게 위의 4가지 범주의 내용으로 채워진다. 서평에는 먼저 ①책이 어떤 책인지 말해주는 전체적인 소개가 필요하고, ② 책의 내용도 설명해야하며, 또 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또 ③ 그 책에 대한 서평가의 견해와 생각이 담긴 해석이 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④ 해당 책을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서평가의 글이 담겨야 한다. 인터넷에는 그저 책의 요약정리에 머무는 서평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P66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73

서평가가 책을 읽고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서평가의 대답을 합쳐 ‘해석‘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편의 서평은 한 편의 창조물이다. 책이라는 소재에서 서평가 나름의 사유를 이끌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서평가는 이러한 해석의 작업을 함으로써 해당 책이 다시 태어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잘 담긴 서평이 훌륭한 서평의 요건에 부합한다.
눈치가 빠른 분은 알아챘겠지만, 바로 이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생각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은 대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좀 더 근본적인 사유의 행위인 것이다. - P74

니체는 "모든 해석은 창조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을 반복해서 읽고, 밑줄을 긋고, 느낌과 생각을 달고, 질문을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해석’을 잘 하기 위한 것이다. 해석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현실을 경험하고 인식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에서 어떤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삶의 방향을 잃고 허무에 빠지고 만다. 삶에 ‘의미‘가 있어야만 인간은 살 수 있다. - P78

서평쓰기는 이러한 해석력을 키우는 최고의 훈련과정이다. 책을 읽고 그것이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는지를 우리의 삶과 연결해서 그 의미를 밝혀내는 글이 서평이기 때문이다. - P79

해석이란 보이지 않는 혹은 숨겨져 있는 실체를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해석이란 커튼 뒤에 가려져있던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커튼을 걷어버리는 행위이다. 해석자가 커튼을 쳐버리면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른다는 무지의 세계에서 앎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 P82

‘해석’이란 책의 주장에 덧붙여서 자신의 주장을 하나 더 얹는 행위이다. 저자의 주장을 ‘한 번 더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책의 내용과 다르게, 서평가 나름의 언어로 추가해서 쓰는 글로, 그 의미는 통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이다. 말하자면, ‘다르게 설명하기‘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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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핵심은 ‘평‘입니다. 이는 평가評價, 곧 값을 매기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비교입니다. 비교란 다른 것과 견주어 가치를 매기는 거지요. 평가는 선택 그리고 옹호 혹은 배제입니다. 이렇게 견주고 매기려면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평가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맥락화‘입니다. 서평은 다루는 책의 맥락화에 다름 아닙니다. 내부 정합성을 논하는 것도 물론 평가의 하나입니다. 논리와 구조의 정합성은 기본 항목입니다. 그러나 저는 외부 맥락화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것을 값을 매기는 평가, 삶과 죽음이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구별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P99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더 중요한 것은 통시적 맥락화이겠지요. 역사적 맥락을 가리킵니다. 해당 도서가 자리한 학문 혹은 지식 체계의 역사 속에서, 또한 지성사 속에서 본다면, 새롭게 드러나는 의미가 있기 마련입니다. - P107

서평은 이렇게 객관적인 만큼이나 주관적으로 읽고 쓰는 겁니다.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게 문헌을 읽고, 단어를 가져오고, 논지를 새겨 읽으면 됩니다. - P113

결국 일독을 권유하는 서평과 재독을 독려하는 비평의 차이가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은 셈입니다. - P114

목차는 독서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서평에서 평가의 시작점입니다. 따라서 서평을 작성하려면 목차부터 정밀하게 읽어야 합니다. 목차에 대한 점검 과정에서 책의 핵심이 어느 정도는 포착되어야 합니다. 정상적인 경우에, 목차가 곧 책의 조감도이자 설계도이기 때문입니다. 목차가 틀어지면, 책 자체가 틀어집니다. 서평에서 목차와 이를 통해 드러나는 구성을 재구성해 그 목차가 담긴 책의 이해를 새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 P129

따라서 책이 어렵고 현란할 때, 독자는 자신의 능력을 반성하는 만큼이나 저자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저자는 해당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가? 얼마나 넓게 혹은 깊게 공부했는가? 둘째, 저자는 책에서 그 주제를 얼마나 명료하게 설명하는가?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는가? 저자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가? 이렇게 따져 본 내용이 그대로 서평이 되는 것입니다. - P130

따라서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나쁜 책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하여 질이 좋거나 수준 높은 책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난해한 문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문체와 내용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합니다. 또한 문체와 독자 자신의 관계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 책의 난해함을 과감하게 비판하되, 자기 자신의 미숙도 냉정하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번역서일 때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문장이 난해할 경우에 주된 원인이 저자인지, 역자인지 아니면 독자 자신인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 P134

서평가로서 책 속의 정보를 대할 때에는 언제나 그 정보의 본질, 배경, 맥락, 함의 등이 얼마나 잘 소개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책에 대해 서평을 쓰려 한다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확실하지 않거나 의혹이 생긴다면 관련된 자료를 대조해 가며 읽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장된 인식을 가지고 서평을 써야 잠재 독자가 그 책을 읽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 P136

다른 서평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문학 서평은 어느 정도 문학 치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본 메커니즘은 동일시입니다. 자신의 실존 차원에서 소설을 겹쳐 읽고, 이렇게 자신의 삶에 비추어 서평을 쓰면 잠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서평을 쓰는 과정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회복시킵니다. 서평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직면하고, 동시에 일부 잠재 독자에게도 강력한 설득력을 행사하게 되지요. - P144

이러한 측면은 어떤 의미에서 서평과 독후감이 전혀 다른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독후감이 자신의 감상을 일방적으로 표현한 글이라면 서평은 이러한 감상이 타인에게 어떻게 수용될지를 고려하여 전달하는 것이지요. - P144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느 정도 책에 대한 생각의 줄기가 잡혀 있어야 합니다. 주요한 논지를 끌어내고, 지금 여기에 자리를 매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서평을 쓰는 토대가 됩니다. 서평의 흐름은 스스로 확정한 이해의 틀 위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요약은 책에 대한 내 생각의 근간입니다. 만일 책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서평은 쓸 수 없습니다. 혹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책임을 책과 저자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쓰기전에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지요. - P148

여기에서 벤야민이 제시하는 현상은 일종의 혁명에 대한 전조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독자의 작가화 현상은 위계가 존재하는 계급 사회의 해체에 기여하는 한 과정인 셈이지요. 제 방식으로 풀어 이야기하자면, 이는 건강한 공론장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다름 아닌 서평을 통해 온전히 실현됩니다. 서평의 증가는 곧 건강한 공론장의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우리가 좀 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데 보탬이 되겠지요.
서평 쓰기는 단순한 개인적 도락을 넘어서서 강력한 정치적 행위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좋은 책을 읽고, 멋진 서평을 쓰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는 교양 혁명의 첫걸음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성원으로서, 국가를 이루는 시민의 일원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필수적인 선택입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세요.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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