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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책을 읽다보면 늘 이런 유혹에 시달릴 때가 있다. '책의 내용 전부를 모조리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물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렇긴 하지만 독서라는 활동도 시간과 정신력을 투자해가며 읽는 능동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책을 읽고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올해 4월부터 북플을 시작한 이래 많은 책을 읽었고, 책을 읽을 때마다 머리 속에 집어 넣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잊고 마는 단어, 문장, 문단, 그리고 저자의 견해가 너무 많아서 아쉬웠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책을 읽는 독서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독서의 기술'이라는 책을 전해 들은 게 계기였다. 곧 바로 이 책이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반 도렌이 지은 'How to Read a Book'의 번역본임을 알게 되었고, 국내에는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교사 없는 독서법으로 개정), '논리적 독서법'과 같은 번역본이 있음을 확인했다. 일단은 학교 도서관에 '독서의 기술'과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이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서 범우사에서 나온 '독서의 기술'은 일부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완역본이라 할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책의 구성은 크게 4부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독서의 의의가 무엇인가 설명하면서 나머지 파트에서 무엇을 소개할지 설명하는 장이다. 저자들은 독서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자연히 독서의 수준 1단계와 2단계를 설명하고, 이어서 능동적인 독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제2부, 분석하며 읽기로 넘어간다. 독서의 제1단계는 흔히 초등학교 과정을 거치며 배우는 평범한 읽기이고, 제2단계는 책을 훑어보는 단계다. 1, 2단계는 책을 왠만큼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도달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나 조차도 몰랐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기 전 2단계는 실천하고 있었을 정도니까.
제2부 분석하며 읽기는 독서의 제3수준으로, 크게 4가지 질문을 던져가며 '능동적으로 읽는' 단계에 해당한다.
-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때 그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 의의는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상의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분석하며 읽을 때 저자들은 우선 책을 분류하고, 이어서 책의 전체 구성을 살펴보면서 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저자가 중요한 핵심 키워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면서,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라고 말한다. 덧붙여 이 과정에서 저자를 비판하려는 목적에서 읽어서는 안 되며 저자의 의견을 완전히 파악한 이후 그에 알맞게 공정한 비판을 하라는 첨언도 덧붙인다. 제2부 분석하며 읽기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분석하며 읽어야 하는지 여러 원칙을 제시한다.
제3부에서는 보다 실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제2부에서 제시한 분석하며 읽기 방식을 세부적인 장르별로 어떻게 적용해야할 것인가가 제시된다. 저자들은 크게 실용서적, 문학작품-소설, 시, 희곡, 이어서 역사/과학/수학/철학으로 나누고 마지막에는 사회과학 서적이 차지한다. 각각의 분야별로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읽는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소설, 시, 희곡 같은 문학은 감상이 더 중요하고, 역사는 소설과 과학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사회과학은 다양한 분야가 뒤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신간이 나오기 때문에 한 주제를 두고 여러 권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저자들은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4부, 통합적 읽기로 넘어간다.
독서의 수준 제3단계인 분석하며 읽기가 한 저서에 관한 면밀하고 능동적인 읽기이자, 독자가 저자를 따라가는 복종하며 읽기라면, 독서의 수준 제4단계인 통합적인 읽기는 독자가 주체가 되는 읽기다. 분석하며 읽기에서는 독자가 저자가 사용하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지만 통합적인 읽기에서는 독자가 용어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 여러 권의 책들에서 필요한 문단을 읽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서의 제2단계인 살펴보기가 적극 동원된다. 여러 권의 책을 최대한 빠르게 훑어보면서 읽어야할 책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통합적인 읽기에 관한 설명이 끝난 후, 저자들은 좋은 책은 우리보다 한 수위이며, 다시 읽더라도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책이 독자의 정신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록에서는 저자들이 추천하는 서양의 명저들과 책에서 배운 독서의 제2단계, 제3단계, 제4단계를 어떻게 적용할지 알아보는 시험문제가 담겨있다. 서양의 명저로 무엇을 읽을지 고민 중인 독자에게 부록이 꽤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이 책은 '실용서적'이다.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독서에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책을 몇 번 읽었지만 아직 독서를 할 때 질문을 던지는 능동적인 읽기, 독서의 제3수준이라 할 분석하며 읽기를 완전히 실천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쉽게 이루어질 일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독서를 하면서 차차 고쳐나가야할 지점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독서의 제3단계인 분석하며 읽기의 수준에 이르고, 나중에 독서의 제4단계인 통합적인 읽기 까지에 이른다면 정신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독서를 시작할 때든, 이미 독서를 하고 있든 간에 한번 쯤 이 책을 접하여 스스로의 독서법이나 독서와 관련된 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최소 한 번 이상은 읽을 가치가 있다.
번역과 관련해서는 크게 이상한 문장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인물명을 표기할 때 영어식으로 표기한 점은 의아한 지점이다.(ex: 호메로스->호머). 덧붙여 베르길리우스는 본문에는 버질이라 표기되어 있다가 부록에서는 베르질리우스로 표기되어 있다. 인물 명칭 표기 문제니 읽는데 크게 문제는 없지만 조금 거슬리는 지점이다.
이 책은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 P13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어 보는 것‘ 이 중요하다! 이는 문장에 있는 명제를 이해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정한 문장에서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별다른 내용 없이 순서만 약간 바꾸어 이야기한다면 저자의 의도를 바르게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완전히 다른 단어로 같은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 물론 저자의 생각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사용한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떤 ‘사고나 지식‘ 이 아니라 그저 ‘말‘만 습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저자가 한 말은 알지만 저자의 생각은 알지 못하는 것, 저자는 지식을 전달했는데 독자는 말만 받아들인 셈이다. - P133
좋은 책은 열심히 읽으면 그 대가가 있다. 가장 좋은 책이 가장 좋은 것을 줄 것이다. 책으로부터 받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어렵고 좋은 책을 붙잡고 씨름한 대가로 책을 읽는 기술을 향상시켜 준다. 둘째, 좋은 책은 이 세상과 독자 자신에 대해 가르쳐 준다. 이것이 훨씬 중요한 대가일 것이다. 인생을 배우는 것, 즉 더 지혜로워진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만 제공해 주는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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