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사람들
캐서린 벨턴 지음,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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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우리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네 의지를 우리에게 강요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며(……) 우리는 승리하는 국민입니다!

p.538~539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시작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완독한 책이라 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푸틴의 사람들>로 본 푸틴의 힘과 권력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수록 최근에 읽은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책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다시 한번 자본주의의 검은 그림자를 마주한 느낌마저 든다.

레닌그라드의 뒷골목에서 출발 꼭대기까지 올라간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 그는 어떻게 제2대, 4대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것도 76%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으며 2018년 재선에 성공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2036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마련해둔 그로, 사실상 평생 러시아 통치를 할 수 있게 허락된 셈이다.

어디에서 그의 힘과 권력이 오는지 그 해답을 엿볼 수 있었던 요즘 읽을만한 책으로 추천하는 <푸틴의 사람들>이다.


 

그 모두가 푸틴의 돈입니다. 그는 권력을 잡았을 때만 해도, 자기는 고용된 관리인에 불과하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그는 러시아 전체의 지배 주주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주식을 한 주 건네주었을 뿐인데, 나중에는 그가 장악하게 된 거죠. 이 나라야말로 비공개 주식회사인 셈입니다. …… 푸틴은 곧 차르, 모든 땅을 가진 황제인 겁니다.

p.566

<푸틴의 사람들>은 블라미디르 푸틴이 KGB 요원으로 시작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현재까지 일어난 주요 사건을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담은 책이다.

국가 안보위원회의 대외 정보 장교였던 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서 크렘린의 행정실장이 되고, 7개월도 되지 않아 대통령 다음 세 번째로 강력한 지위 크렘린의 지역 담당 행정 제1부실장이 되었으며, 다시 3개월 만에 KGB 후신인 FSB 수장으로 임명되어 러시아 전체를 관망하기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에 단단히 홀린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 더 재미있던 부분은 푸틴이 옐친의 후계자로 지목되어가는 과정이다.

푸틴이 자신의 경력까지 희생할 태세로 솝차크에게 보인 충성심으로 인해 그 또한 솝차크의 열렬한 민주주의 선언으로부터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을 거라 믿었던 유마셰프(옐친의 사위)는 민주주의자로서의 푸틴의 자격을 항상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푸틴이 자신의 견해를 정확히 공식화하며 항상 명성하게 일해왔기에 뒷공론으로 그의 두드러진 실력을 낮춰보고 있는 거라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푸가체프 또한 다른 사람이 그의 이중성에 대한 충고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자기 사람으로 보았고, 그가 민주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일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푸틴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수락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가?!

그만큼 자신을 매력적이게 하면서도 대화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포섭의 달인이었던 푸틴은 그 누구든지 매료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떤 과제든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으리라.

그렇게 옐친 대통령의 신임 총리가 되고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러시아 대통령에 선출된 그다.


공산주의 이념만 던지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

그리고 재산을 모조리 빼앗길까 공산주의로의 회귀를 두려워했던 재벌.

언론과 사업을 장악하고, 정치분야를 정리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지사 선거며 대도시의 시장 선거를 폐지한 크렘린이 모든 권력의 고삐를 장학하기에 이르고, 결국 국민이 정치 과정으로부터 소외됨을 의미하는 상황에서도 크렘린이 자신들의 삶으로 침입하지 않는 한 정치와 경제이 의사 결정을 독점하도록 내버려 두는데 만족한 러시아 국민들.

가스프롬의 중개 업체들로 이루어진 그물망의 검은 돈 작전으로 서방을 점점 타락시켜가며 러시아의 영향력을 늘리고 러시아의 이미지를 높여간 얼굴 없는 관료에 불과했던 전직 KGB 간부가 러시아 대통령이 된 푸틴의 행보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법원 시스템도, 의회도, 선거도 크렘린의 심기를 거스른 사람은 언제든지 또 누구든지 조작되거나 꾸며 낸 혐의에 따라 교도소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기 사람을 권좌에 앉히고 언론을 장악하고 만사가 돈에 달려있는 KGB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고 있으니 현재 우리나라를 돌아보게 된다. 뭔가 비슷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가?ㅠㅠ 과연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 이어 또 생각해 보게 했던 <푸틴의 사람들>.

푸틴과 그의 사람들의 힘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권력을 잡아 약탈해 나가는지 알 수 있는 도서로, 요즘 읽을만한 책으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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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 우째쓰유?! 3 - 부부일상공감툰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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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 더 있네요?!

👩🧑 네??

👩‍⚕️ 쌍둥이입니다.

👩🧑 네에???


아니, 쌍둥이라뇨?!😱 가족력도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저 저희 부부는 그 당시 어리둥절했었다죠.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쌍둥이를 임신하고 어느덧 출산을 하며 시작된 육아의 세계는 정말....🤦‍♀️(할말하앓)


특히 잠투정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네버엔딩 둥이들 재우기가 가장 힘들었는데요. 혼자 둥이들을 봐야 했기에 잠투정이 시작되면서 한 명은 아기 띠로 뒤에, 한 명은 앞으로 안아 재우며 같이 울기도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둘이 기어다니고 앉고 서고 점차 본인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수월해져 가는 육아로 기쁨도 두 배였답니다. 물론 하루에 수시로 미친 듯이 싸우는 둘을 말린다고 힘들었지만요. ㅋㅋ


​그래서 연애에서 결혼하는 과정을 담은 1권과 신혼부부의 일상을 담은 2권에 이어 쌍둥이 육아로 돌아온 <부부일상공감툰 오늘하루 우째쓰유?!>가 더 반가웠고, 공감하며 읽었는데요. 정말 절로 맞아 맞아! 소리가 나오는 웹툰단행본 책이랍니다.



​📚___

부부일상공감툰 오늘하루 우째쓰유 3권에는 ENFP형 남편 '우째'와 ISTJ형 아내 '쓰유'가 쌍둥이 '바닐라'와 '라떼'를 키우며 생긴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신혼부부의 소소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각 에피소드마다 짧게 진행되어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욱시무스 저자의 일상이 담긴 만큼 리얼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에 더해진 웃음 포인트가 제대로 빵 터지게 합니다.


​어느덧 술만 마시면 정치 얘기에 빠져버린 나이가 된 저자는 모임에서 서로의 빠를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가만히 있는 그에게 어디 빠냐고 물어보자 '난 아빠다'라고 대답하며 본격적인 육아 세계가 시작됩니다. ㅋㅋㅋㅋ


쳇바퀴 돌듯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고, 트림 시키고, 눕히고 재우고 무한 반복되는 육아 세계란 저자의 말에 극한 공감을 하다가 '끝판왕' 에피소드에서 빵 터졌는데요.


​정말 고단한 삶 속에서 대학입시, 군 생활, 취업대란, 꼰대 상사를 차례대로 물리치며 더 이상의 미션과 고난이 없겠지 했는데...


​세상에 육아라는 끝판왕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먹이고 트름 시키고 적당히 운동시켜주면서 재우면 끝날 줄 알았던 육아가...

아이의 등에 센서가 달린 거 마냥 누이기만 하면 눈을 번쩍 뜨며 다시!!를 외치는 '육아의 고수' 에피소드는 정말!!!!!!!!!!(그저 웃지요. ㅎㅎㅎㅎ)




✍___​

이처럼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빵빵 터트려주는 육아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편에 적혀있던 작가의 에세이로 마음을 울리기도 하는데요. 삶의 매 순간 우리가 선택하는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종착역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고, 환승할 때를 놓치기도 하며 힘들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는데요. 저자는 지금 잘못된 곳에 내가 있더라도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아타면 된다고 이야기해요.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으니, 최대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옳소옳소!!)


​육아에 지치신 분 혹은 신혼부부 또는 재미있으면서도 일상 공감을 일으키고 인생 이야기까지 담은 웹툰단행본을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부일상공감툰 오늘하루 우째쓰유를 추천합니다.^^


​육아하시는 분들 모두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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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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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게 좋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p.91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글이 가득한 신간 에세이 책을 만났다.


​김달님 저자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들은 이야기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난 후 찾아온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들을 통해 나 또한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그들을 통해 마음 따뜻해짐과 응원을 받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조금씩 만남보다 이별의 순간이 더 다가오는 나이여서였을까?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계속 코끝이 찡해져 온 이야기, 정말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였다.



​📚___

김달님 신작 에세이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는 1부 마음이 자라는 방향과 2부 사랑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에 짧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렇게 저자의 글쓰기 수업과 정구부를 맡게 된 친구분의 에피소드를 통해 기억하고 알려주고 싶은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들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만나기도 하고, 택시를 타고 가며 만난 기사분을 통해 100만 인구 중 두 번이나 우연히 만나는 일에 대한 일을 상상해 보기도, 글을 쓰느라 끙끙대는 시간을 보내는 저자님이 함께 글을 쓰는 동료와 농담으로 한 '"뭐 그리 대단한 걸 쓰겠다고 이러고 있나!"라는 말에 극한 공감을 하는 등


​저자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는 이야기, 그 사람이 머문 자리에 대한 이야기, '배우고 싶은 만큼 배우고, 원하는 곳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___

그중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려는 저자에게 친구분과 친구 아이가 한 말과 소중한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저자의 질문에 남자 친구분이 답한 말이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다.


🏷 ​악보도 볼 줄 모르는 내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까?

당연히 처음엔 못하겠지. 그런데 생각해 봐.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몇 년 후에도 너는 아무것도 못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마흔에는 원하는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미래의 네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p.94


🏷 너는 피아노를 배울 때 어렵지 않았어?

처음엔 저도 어려워서 많이 틀렸어요.

틀리면 부끄럽지 않았어?

부끄럽지 않았어요.

왜?

왜냐하면 저는 배우는 중이니까요. 원래 배울 때는요, 어려운 거예요. p.97


🏷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겠지. 그래도 마지막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이 말을 들려줄 것 같아.

무슨 말?

어디선가 우리 또 만나자는 말. p.132


✍___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할 때 '지금 너무 늦지 않았나?!'라는 고민보다는 배움을 통해 능숙해진 미래의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처음 살아가는 삶이니 틀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배워 나가고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면 마지막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지도 생각해 봐야겠지? 이렇게 나도 조금씩 자라가고 있는 거겠지. ꈍ◡ꈍ


​지친 마음을 달래줄 책을 찾는 분들께 좋을 따뜻한 에세이 책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로, 마지막은 저자님의 말로 대신하며 마무리해 본다.



🏷 다들 지금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하던 거'하며 살아가기를. '거기 가면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시시하지만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느슨하고 애틋하게. 그들을 우정하는 마음으로. p.213


우리 오래오래 책 읽으며 살아가요!! 항상 그 자리에 가면 있길~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 "할아버지. 그럼 저는 어떤 계절 같아요?"

"너는 가을이다."

"제가 왜 가을 같나요?"

"너는 조용하면서도…… 꼭 끌어안고 있으니까."

"무엇을요?"

"살아 있는 것들을."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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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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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는 거야?

👩 보면 몰라? 방금 내가 네 여름 먹었잖아.

🧑 뭐?

👩 네 가슴에서 자꾸만 널 괴롭히는 그 못되고 뜨거운 여름을 내가 콱 먹었다고. 이제 안 뜨거울 거야. 괴롭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을 거야. 두고 봐. 내가 그랬잖아. 지켜 주겠다고. 네 여름을 한 입 먹은 거, 그것부터 시작이야.

p.186

저자 이꽃님의 첫 번째 연애 소설이자 자신이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아이가 먼저 읽고 이어 내가 읽고 그리고 또 아이가 읽고 있는 청소년 문학 소설.

재미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이꽃님 저자가 제대로 읽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유찬과 지오 사이의 심쿵 포인트를 아주 제대로 살리시는데 와~ 내가 다 떨렸다. ㅋㅋㅋ 잠자고 있던 연애 세포가 살아난다.

여기에 청소년 문학답게 치유와 성장까지 더해지니, 웃었다가 울었다가 설레었다가 이런 난리 이런 난리도 없다. 하.. 그저 좋다. 역시 먼저 읽은 녀석이 재미있다고 한 이유가 있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사심 가득 담아 추천 먼저 날린다.


그깟 마음 좀 들린다고 다 아는 것처럼 굴지 마. 마음? 네가 들린다는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어. 하루는 조금 괜찮았다가,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미칠 것처럼 화가 나 죽겠다고.

p.57

어느 날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그건 축복일까? 불행의 시작일까?

예전엔 타인의 속마음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모르고 지나쳐 갈 일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들리는 마음 소리로 인해 날카로운 상처가 쌓이고 쌓여 너덜 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타인의 속마음이 들리는 아이가 있다.

이꽃님 청소년 문학 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의 주인공 유찬으로, 부모를 빼앗아간 5년 전 화재 사건이 있었던 날부터 타인의 마음 소리를 듣게 된 아이다.

그런데 지오의 옆에만 서면 고요가 찾아온다. 그것도 지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속마음도 모두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그렇게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지오로 인해 그녀가 말할 때면 표정, 몸짓, 억양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하던 유찬이었고, 점차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이 아이가 멀어져서 다시 듣기 싫은 소리들이 쏟아지는 것이, 그렇게 다시 소음 속에 혼자가 되는 순간이 두렵다.

"멀어지지 마." p.64

나도 아파 죽겠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멍투성이인데 아무도 보질 못해. 아프다고,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아무도 못 들어. 그러니까…… 내 걱정 좀 해 줘. p.104


너무나 당연했을 평범한 일상을 지오로 인해 다시 찾아가는 유찬과 유도도 전학도 오직 자신을 홀로 키워온 엄마를 위했던 지오가 서로에게 있어 치유의 존재가 되고 힘이 되어주며 성장해 나가던 과정이 때론 설렘으로, 때론 울컥함으로, 때론 감동으로 다가왔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이다.

오 년 전 사건의 진실을 정면으로 보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던 유찬을, 부정해왔던 아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유찬을 위해 거침없이 다가가던 지오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이꽃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에 대해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 속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 값진 시간이었다.

청소년 문학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여름을 한입 베어 물었더니>를 펼쳐보시라 권한다. 정말 후회 없는 알찬 독서 시간이 되리라고 믿는다.^^

놀라운 건 이런 거다. 내 온 마음을 다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는 거. 그리고 나는 그걸 절대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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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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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 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지 않을까?


문학은 그 노력의 하나의 방법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이번 사회적 약자라는 테마의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린 『공존하는 소설』이 더 뜻깊을지 모른다.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는 "여성,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 노동자, 탈북민, 외국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도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음을 『공존하는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___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p.29



​청소년 도서 『공존하는 소설』에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만날 수 있는 8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두 아이의 부모이자 부모를 둔 자식이라서 그런가?! 유독 여덟 편의 이야기 중 숨이 멎을 듯 아프게 다가왔던 두 이야기와 남일 같지 않았던 한 이야기가 있었다.


​교실 한가운데에서 대변을 보던 주승이가 바지뿐만 아니라 윗옷까지 벗으려고 할 때 이상함을 감지하고 확인한 유아 교사 '나'가 발견한 아동 학대의 흔적에선 숨이 멎는듯했다. 친엄마의 학대에 이어 할아버지의 학대까지 받아야 했던 주승이가 온몸으로 네가 필요해를 외치는 듯해서 더 기억에 남는 '밤은 내가 가질게'였고.


​말하기 힘들면 이마라도 포개라고 했던 해주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 이마를 해주의 이마에 포개고 숨을 고르던 43개월 민지의 모습이 강하게 남았던 '빙하는 우유맛'은 정상적인 아이가 되길 바라는 엄마가 계획한 여러 학습들에 지친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더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바로 옆으로 요양병원이 들어선다는 말에 반대하고 나서던 경화가 자신의 엄마가 치매 증상을 보이자 요양병원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바꾸며 보이던 부끄러움에선 특수학교가 마을에 들어서길 반대하는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며 앞으로의 노인 복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백은학원엽합회 회장 경화'.


​이 외에도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지방러'인 '나'와 동생의 이야기 '에트르'


​카톨릭 수사가 된 종은에게 고등학교 때 친구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미주의 이야기로 동성애와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고백'


​아내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남편 또한 집 밖에선 경제적 약자로 그려지며, 아내가 죽은 뒤 홀로 남편이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외모로 종종 남자로 오해받는 '수진'의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성과 여성에 관한 '공원에서'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를 통해 불법 체류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들여다보는 '중국어 수업'을 만날 수 있다.




📚___

​사회적 약자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P.269


어느 것 하나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닌, 주위에서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공존하는 소설』이다.


우리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만들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살펴보고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도서는 청소년 테마 소설에 속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봐야 할 소설이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조금은 작은 존재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모두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 피는 더럽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고 사고나 불운이 옮겨 가는 것도 아니다. 저는 그냥 조금 다쳤을 뿐입니다. 아픈 사람이라고요.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고요! 경화는 억울하고 서러웠다. 그리고 그 마음이 염치없이 부끄러웠다.P.218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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