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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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영미소설 / 556 p.

수많은 반려 친구들 중에서 그것도 문어와 소통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거라 상상해 본 적이 있던가?!

하얀 종이 위에 쓰인 토바와 캐머런 이야기와 달리 중간중간 회색 종이 위에 쓰인 문어 마셀러스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후엔 마셀러스를 만날 회색 페이지를 기다리며 속도를 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감금 1,299일째란 글자가 자유 1일째로 바뀌었을 때의 울컥+뭉클+감동 모두가 함께하던 복잡 미묘해진 이 감정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런 이들을 관찰하며 유일하게 토바와 캐머런의 비밀을 알아챈 문어 마셀러스가 전해주던 따뜻한 마음과 우정이 매력적인 이야기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였다.




 

오늘 밤은 모험심을 자제 중이신가?

p.150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거대태평양문어 마셀러스만의 특별한 시간이 시작된다. 자신을 가둔 인간을 비웃듯 유유히 수조를 탈출해 자신이 원하는 식단으로 만찬을 즐기기도 하고,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간 물건들을 주워 수조 모래 속에 넣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관리자들은 지난달 보다 늘어난 마셀러스의 몸무게에 그저 어리둥절하다. ㅋㅋ

그러던 어느 날, 아쿠아리움 야간 청소부 70대 토바가 전깃줄에 감겨 죽을 위기에 놓일 뻔한 마셀러스를 구해주며 그의 일탈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 둘만의 특별한 우정이 싹트고, 후에 일을 하다 다친 토바 대신 아르바이트생 캐머런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대체로 나는 구멍을 좋아한다. 내 수조 위에 있는 구멍이 내게 자유를 준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에 생긴 구멍은 싫다. 심장이 세 개인 나와 달리 그녀의 심정은 하나뿐이다. 토바의 심장. 그 구멍이 메워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p.368

5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에서 거대태평양문어 마셀러스의 이야기가 담긴 회색 페이지는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인물보다도 많은 것을 알려준다.

특히 인간에 염증이 나있던 마셀러스가 토바의 상실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건 모험을 하며 최선을 다하던 모습은 나를 무한 감동의 바다에 빠지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복잡 미묘한 감정에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토바와 마셀러스의 이야기에서 캐머런의 존재가 더해지며 탐정처럼 문어가 하나하나 던져주던 메시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도구도 사용할 줄 알고 퍼즐도 풀 수 있으며, 수조 유리에 남긴 지문만으로도 누가 자신의 수조를 만졌는지도, 바닷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이 감옥 바깥의 조류가 언제 썰물로 바뀌는지도 아는 영리한 문어 마셀러스.

그녀에게 바다가 깊숙이 간직한 스니커즈 밑창과 끈 단추 복제 열쇠를 모두 챙겨 전해줄 거라던 문어.

토바와 캐머런의 미완성 상태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내며 두 사람에게 알려 주려 했던 친구 마셀러스가 많이 그리워질 거 같다. 후속편 없나요?😭 이 아쉬움 '나의 문어 선생님'으로 달래야겠다.

그들의 특별한 우정이 궁금하시다면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2022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셀비 반 펠트 장편소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인상 깊은 글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추천

■ 최악의 의사소통능력, 그것이 인간이란 종의 특징인 듯하다. 다른 종이라고 훨씬 나은 건 아니지만, 청어조차 자신이 속한 무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며 그에 따라 헤엄쳐 나간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에게 속 시원하게 말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수백만 개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걸까? p.80

■ 양심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드는 거 아니겠어요? p.284

■ 제가 지금 뭘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패가 거지 같은 게 제 탓은 아니잖아요.

그래, 어떤 패를 쥐느냐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다만 어떻게 게임을 할 건지는 네가 만들어갈 수 있어.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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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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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강석희 | 창비


청소년 소설 / 260 p.

주말에 아이가 먼저 본방 사수하면서 함께 보기 시작했던 「모범택시 2」가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끝이 났다.

매회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는 강렬했을 뿐만 아니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응징으로 속 시원한 결말을 보여주던 드라마.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시청했을지도 모를 이야기.

그런데 왜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그러하지 못한 걸까?




 

『꼬리와 파도』 속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죄지은 사람처럼 자신을 원망하는 쪽을 택하며 자책하던 아이들과 폭력을 당한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나선 친구와 교사가 오히려 서로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미안해하던 상황들에 마음이 쓰리다.

무엇보다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할 제대로 된 어른이 보이지 않는 점에 더.

그래서 한때 축구 선수를 꿈꾸었던 선생 무경의 존재가 더없이 든든했고, 운동부 사제 관계 속 폭력과 연인의 데이트 폭력, 학교폭력 등 다양한 관계 속 폭력을 마주한 청소년들이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던 성장이 더없이 값지게 다가왔다.


우리가 지켜 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줄게.

p.257

악마를 잡아야 하는 공권력이 오히려 그들과 결탁했을 때 도심 한복판에 어떤 괴물이 나오는지 보여주며 사이다를 날리던 모범택시와 같은 결말은 현실에서 마주하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꼬리와 파도』가 보여주던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 불러온 변화에 희망을 본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꼬리는 정말 파도가 되어 세상에 맞서는 파도의 물결이 될 수 있다는 응원을!^^

그리고 더 이상 아이들이 부담을 지우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등 축제 학생 전시장에 이상한 게 있다 방송국과 신문사에 전하며 판을 키우던 선생 최아라의 마음처럼, 나 또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지 않다.

그저 그녀들처럼 내가 아는 범위에서 어른답게, 책임을 져 줄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고, 귀 기울일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어른이 많아지길 바란다.

고개 들어. 죄지은 사람처럼 왜 그래.

……

네가 나쁜 학생이어서도 아니고 우스운 사람이어서도 아니야.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야. 재수 없는 일은 갑자기, 아무에게나 일어나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나쁜 건, 나쁜 재수를 몰고 온 그 새끼라고.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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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걸 크러시 - '남성' 말고 '여성'으로 보는 조선 시대의 문학과 역사
임치균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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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걸 크러시』

임치균, 강문종, 임현아, 이후남 | 민음사


조선사·여성사 / 340 p.

여러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많이 무너진듯하면서도 여자라면... 남자라면... 각자 바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거 같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는 말해 뭐 하겠는가?!

그런데 『조선의 걸 크러시』를 통해 이것 또한 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닫는다.

조선 시대에 여성이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나가기도 하고, 검객이 되어 복수를 하기도 하며, 예의 없는 남편은 거부할 뿐만 아니라 세 번에 걸쳐 골탕을 먹이기까지 한다. 거기에 동성혼과 남자 사람 친구라니?!

와~ 이건 정말 제대로 걸 크러시다! '꺄아 언니 멋져요!'가 절로 나왔던 이야기! 기대하셔도 좋으리라!^^


『조선의 걸 크러시』는 한국학 연구자들이 실제 역사와 고전소설에서 발굴해 정리한 40가지 이야기로,

남편과의 성관계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간절히 이혼하길 원했던 여성과 이혼을 끝까지 거부했던 사대부 여성 '신태영'

여성끼리 혼인해 살아가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던 여성 '영혜빙'과 여성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남성의 모습으로 살아간 '방관주'

애국하는데 남녀 구별 없고 안사람도 의병운동을 할 수 있다 외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참여하고 의병가사집으로 메시지도 전달했던 '윤희순'

자신을 탈출시켜주면 죽음으로 은혜를 갚겠다 말하며 김응서가 왜장을 죽일 수 있도록 도와줬던 '계월향'

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드러내며 스왜그 가득했던 '호연재'

기생에서 시작했으나 제주의 거상으로 성장하면서 정조가 초계문신들에게 만덕의 전(傳)을 지으라 했을 정도로 조선이 열광했던 여성 '김만덕' 등

'억압적인 세계와 충돌하고 파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며 주체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조선의 센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은 유교적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억압하던 사회였다. 여성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심지어 여성 자신들도 그 억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억압이 억압인지를 스스로 인식하지 않았다. 사실은 인식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p.39


 

 

조선이라는 나라에 여자로 태어나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혼인해서는 남편을, 늙어서는 아들을 따르며 억압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그녀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자신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나아가던 모습에 절로 감탄과 함께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중죄임에도 조선을 지배한 '효' 이념으로 용서하고 나아가 높이 평가하던 결과는 놀라우면서도 오늘날의 '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조선의 걸 크러시』를 통해 조선 문학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 출간된 책이 있다. 서양 고전은 많이 읽히고 알려진 거에 반해 동양 고전은 접하지도 못했던 나였기에, 아니 어쩌면 관심이 적어서 일지도.. 또 반성을.... 😭

어떤 분야에서든 성으로 나누며 한계 혹은 편견을 두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최근 연달아 억압받아 온 여성들의 삶이 담긴 책을 본 나는 힐링(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선의 걸 크러시』의 '조선'이란 단어에서 더 억압된 삶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멈칫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크러시'란 단어가 주던 사이다의 기대감이 더 컸고,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다!

첫 이야기부터 엄지척하게 했던 이야기였고 펼치길 잘 했다며 나를 셀프 칭찬하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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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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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일본 장편소설 / 380 p.

12살 초등생 학대 살해...

출근한 아침, 업무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띄운 인터넷 창 첫 페이지에 떠 있던 신문기사 제목에 헉했다.

아이는 사망하기 전 16시간 동안 옷으로 눈이 가려지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인 채 있었고, 새엄마는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홈캠으로 감시했다고 한다. 

건강한 웃음으로 웃고 있던 아이의 모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말라가고 초점을 잃어가던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편의점에서나 주위에서나 아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신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 아프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내일의 식탁』에서도 비슷한 또래 '유'의 학대 사망 사건이라니... 

현실 같던 이야기에 단숨에 읽었던 『내일의 식탁』. 

이름과 나이가 같은 아이를 키우는 세 가정이 교차하며 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고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무책임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던 폭력에 대해서도.

"엄청 어려운 일이네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죠.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아이를 지키는 것도 똑같습니다.

포기한 순간, 아이는 죽어요."

p.337




 

『내일의 식탁』은 '유'라는 아동이 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유'라는 똑같은 이름과 성별,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세 가정이 교차 등장하며 누구의 '유'였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세 가정 중에서 가장 경제적 능력이 있던, 남편의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시어머니와 같은 부지 안에 독립적인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전업주부 이시바시 아스미의 우등생으로 그려지던 '유'였을까?

아니면 사진작가 프리랜서로 일하던 남편의 일이 줄어들면서 작가의 일을 재기해가던 이시바시 루미코의 사고뭉치 형제로 그려지던 '유'였을까?

그도 아니면 바람피워 놓고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며 떠난 남편으로 인해 투잡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싱글맘 이시바시 가나의 다정한 효자 '유'였을까?

이 궁금증은 이야기 말미에 등장하는 엄마에게 살해됐다는 '유'의 보도기사에 더 커져갔다. 그리고 이 세 가정 모두 이 사건으로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며 각자의 삶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데...




에이, 누군가를 시험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잖아? 엄마도 나를 시험하고 있잖아. …… 엄마도 그러잖아. 이렇게 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이런 말까지 하면 아웃이다, 할머니한테 미움받지 않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런 걸 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잖아. 다들 어느 정도 계산해서 인간관계를 만드는 거 아냐? 사람은 누구나 페르소나가 있는 거니까.

p.200~201

우등생이었던 '유'의 반전에 다른 두 '유'도 반전을 보일까 봐, 또 다른 조마조마함을 가지고서 읽어내려갔던 『내일의 식탁』이었다. 

'유'의 반전에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운 거냐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엄마 책임으로 몰아가던 남편과 매일 같이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싸우고, 어지르며 끊임없이 잔소리하게 만들었던 '유'와 일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놀게 된 남편이 보이던 모습엔... 정말... 할많하앓🤦‍♀️ 

아이 덕분에 웃고 행복하고 힘을 내기도 하지만 아이로 인해 한계에 다다를 때도 있다. 그렇게 천사와 악마의 바통터치 타임이 수시로 찾아오니,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순탄하지 않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유독 더 그러하지 않았던가?! 아이는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존재가 아닌 지켜주고 사랑으로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자. 

더 이상은 학대로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그리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또한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으니🙏

ps. 세 가정의 이야기가 교차 등장할 때마다 각자 의미하는 책, 양말, 축구공 아이콘으로 시작해 주는 센스!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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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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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글·그림 | 한겨레출판


이른 아침부터 타고 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서더니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버스를 탑승하려는 사람이 자신의 자전거를 버스 앞에 설치 중이다.(와~)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선 유모차가 버스를 타려고 하자, 마주 보고 있던 좌석에 앉은 사람이 당연하게 일어나 의자를 접고 유모차 설치를 도와준다.​


무엇보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핸드폰을 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검색을 하고 있는 우릴 보고 자동차가 멈춘다. 하지만 검색을 한다고 계속 서있기만 하자 차가 빵! 거린다. 어서 건너라고.


버스 운행이 지체되는 것에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던 상황. 사람이 건너지 않는 한 지나가지 않던 차들. 길지 않은 캐나다 여행 중 경험했던 일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이들이 묻는다. 왜 사람이 서 있어도 차가 멈추지 않냐고. 


장애아를 키우는 이모 또한 말한다. 미국에선 장애인을 우선순위로 대해주는 제도가 잘 되어있어 장애아 키우기 좋은 나라라고.


그럼 우리나라는?​


『은혜씨 덕분입니다』를 읽을수록 점점 더 물음표가 커져 나가던 시간이었다.



📚___

왠지 사회 속에서 격리되어 있는 듯한 장애인들…. 이들이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건 먼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문제아'가 내 품에 왔다. 내 품에서 아이는 자꾸 자랐다. 이젠 그 '문제아'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소중한 은혜야, 네가 있어 정말 고맙구나. p.60


『은혜씨 덕분입니다』는 싱글맘이자 23년 차 만화가인 저자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만화로 담은 그림 에세이 책이다.


저자가 은혜를 키우며 경험했던 순간순간의 일상이 짧게는 10컷, 길게는 18컷의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내가 아이를 키우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아이들의 발달에 못 미치면 불안해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어서 빨리 걸었으면 하다가도 여기저기 물건으로 집을 엉망으로 만들 땐 힘들어하기도 했던 그때를. 


아이를 키우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와 힘들다가도 아이 덕분에 웃고, 행복해하던 그 시기를.


저자의 육아 성장 일기를 보며 함께 울컥했다가, 함께 빵 터져 웃었다가, 함께 불끈한다!!! 


​그리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 정은혜의 열두 살 무렵까지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___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은 괴로움이 아니라 치유의 시작이라구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또 다른 기적일 수 있다. 엄마들은 좀 더 단단해져야 한다. p.42


정말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 한 아이가 이 사회에 잘 적응해나가고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뿐만 아니라 이 사회 또한 힘써야 한다. 


통합반으로 교육을 해나가며 서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나, 조금은 더 그들이 일상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큰맘 먹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그리고 육아를 했거나 육아 중이시거나 육아에 지친 분들 혹은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저자의 유쾌함이 가득한 『은혜씨 덕분입니다』가 궁금하신 분들께 권한다. 


정말 울컥하고 추억여행하다가도 저자님의 마지막 한 방에 빵 터졌던 이야기였다.^^




■ 내가 한 달에 버는 돈은 100만원 남짓한데, 거의 은혜 교육비로 써버리고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째서 국가는 나의 짐을 덜어주지 않는 걸까? 나의 불행에 대해선 어찌 이리도 무심한지. 아~ 가난도 싫고 돈도 싫고 나라도 싫다! 모두 싫다! p.46


■ 난 이 작은 여자가 자기 자신이 여자라는 게 좋고 따뜻한 능력을 소유하며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기쁜 성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당한 것에 맞부딪혀 싸울 줄 아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난 나 자신도 그렇게 단련하고, 아이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다. p.108


■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꿈을 포기한 엄마의 초점 잃은 눈빛이 아이에게 과연 삶의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나라도 정신 차리자. p.129



____

#장차현실 #한겨레출판

📍사진·그림 에세이 / 200 p.


하니서포터즈 5기 책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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