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모든 색

리사 아이사토 글·그림 |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시·에세이 / p.200

제목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삶의 모든 색」은 매 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처음 책의 실물을 보고 제법 큰 책의 크기와 두께에 놀랐다. 그리고 책을 펼친 순간 페이지 한가득 채워져 있던 아름다운 그림과 시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들이 내 마음에 쿵 하고 마침표를 찍었다.😍 정말 모든 것이 고스란히 마음속으로 들어와 따스함을 남기며,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 또한 지나왔던 '아이의 삶'과 '소년의 삶'을 보며 '맞아, 그땐 그랬었지.'라며 순진무구하고 조금은 무모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같이 웃고, 그리워도 한다. 그리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자기의 삶'과 '부모의 삶'을 보며 극한 공감을 하기도 때로는 격려와 위로를 받기도 했으며, 앞으로 다가올 '어른의 삶'과 '기나긴 삶'을 보며 나의 삶을 그려본다.

나는 지금 어떤 순간, 어떤 색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나의 인생에서 어느 한순간도 지나칠 수 없듯 그림 에세이 「삶의 모든 색」 또한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내용, 그림, 구성 모두가 좋았다.



지난 어린 날, 자유를 즐기며 지냈던 그 시절에, 어떻게 놀았는지 그 여름이 얼마나 더 푸르렀는지 크리스마스는 얼마나 더없이 신비로웠는지 기억하냐고 묻던 ‘아이의 삶’, 정말 그때 가졌던 호기심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엄마가 ‘누구야~ 저녁 먹어라!’ 부를 때까지 이곳저곳을 탐험하기 바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던 무적의 ‘아이의 삶’.

당신이 그 시절에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삶'을 지나 들어선 ‘소년의 삶’, 이제는 천방지축 뛰어놀지 않는다. 이성에 눈을 떠 옷과 향수를 고르기도 하고 학교에 가기 싫어 몸부림도 치기도 하며 가끔은 힘껏 반항하고도 싶어진다. 아이도 아니고 완전한 어른도 아닌 그 사이의 세상에서 방황하는 그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당신의 날개로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찾고 있으나 이 길이 내 길인지, 내가 찾고 있는 것이 이게 맞는 건지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자기의 삶'.



그러다 발견한 사랑하는 단 한 사람, 정말 그 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 행복감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른 장면으로 보여주는데 정말 엄지 척이었던 장면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그리고 큰 감동을 받았던 장면이었다. 이 부분은 직접 책으로 보고 그 감동을 느껴보셨으면 해서 따로 담지 않았다.

한 마디의 말과 함께 더해진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점점 커져가던 그 감동을 직접 느껴보시길🙏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며 시작되는 '부모의 삶', 정말 둥이들 키우던 때가 절로 떠오르며 극한 공감을 했던 부분이다. 첫 부모가 되었으니 모르는 것은 투성이에 잠투정이 시작되었을 땐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던 시절, 정말 누가 좀 가르쳐 주었으면 하고 외쳤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낮에도 밤에도 오락가락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뒤돌아서면 엉망인 집안에 또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가끔은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행복감과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속삭였을 때이기도 하다.💕




그러다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의 나이를 그리고 지금의 나의 모습을... 그리고 축하하는 행사보다는 죽음을 애도하는 연락이 많아질수록 '아,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하는 '어른의 삶'.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멀겠지만 정말 그림 속 어르신처럼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인데 몸이 말을 안 들을 때 절실히 더 느껴지는 나이, 아이들이 떠나가고 가정을 이루고 그럼 나에게도 손주들이 생기겠지? 그리고 남는 게 시간이 될 정도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말을 안 들어 속상해지기도 할 거 같다. 그리고 경험할 상실과 외로움이 함께할 '기나긴 삶'




태어났을 때부터 노년이 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내 삶에서 함께 했던 행복, 기쁨, 사랑, 슬픔,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과 삶을 저자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울림 가득한 글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정말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그리고 이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저자의 마지막 말에 온전히 빠져들며 반하는 시간이었다.

책 선물하기에 좋을 「삶의 모든 색」, 정말 추천드려요.😍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ps. 책과 함께 온 2022년 달력! 아니 달력이 이렇게 이뻐도 되는 거냐며!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여기에 걸어보고 저기에 걸어보고 난리 이런 난리도 없다. ㅋㅋㅋㅋㅋ 지금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니 어서 달려가십쇼!!




단지 아쉬운 건 매달 한 장씩 뜯어야 한다는 거!!😭 이거 어찌 버려요?! 절대 못 버린다며, 스프링 제본을 해서 두고두고 그림 감상해야겠어요!😆





당신의 삶은 지금 어떤 순간, 어떤 색인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새소녀

벨마 월리스 | 김남주 옮김 | 이봄

영미소설 / p.248

책 표지에 적힌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라는 문구에 아이가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나는 아이에게 먼저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아이가 중간까지 읽었을 때, 인친님의 리뷰를 통해 잔인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스톱을 외쳐야 했다. 그런 나를 보며 아이는 묻는다. "엄마, 다구가 주인공이에요? 아니면 새소녀가 주인공이에요?"

그땐 책을 읽기 전이었기에 웃으며 '아직 안 읽어봤으니 모르지.'라며 넘겼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조차도 정확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나조차도 책을 읽는 내내 '왜 제목이 '새소녀'일까?'라는 의문을 했었고,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의문과 함께 오히려 '다구'가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성장소설에 속하는 '새소녀'. 그들이 꿈을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치러야 했던 것들이 너무 가혹했기에, '차라리 수긍하면서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게 할 만큼 잔혹해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였다.




서로 다른 그위친적 무리에 좀 특이한 아이 두 명, 아니 두 반항아가 있다.

사냥이나 씨름,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보다 사방을 돌아다니며 안 가본 곳을 탐사하는 것을 좋아하고, 언젠가 어르신들이 들려준 '해의 땅'을 찾아갈 꿈을 가지고 있는 잘생긴 소년 '다구'와 요리를 하고 아이를 돌보며 바느질을 하는 것보다 사냥을 하고 무기를 만들어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는, 새들이 내는 소리를 완벽하게 흉내 낸다고 해 '새소녀'라 불리는 소녀 '주툰바'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두 아이는 수천 년 동안 평원에서 살아온 그위친족 그들만의 엄격한 규칙 속에서 부족의 생존을 위해 개인은 여자든 남자든 해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사냥을 하지 않고 안 가본 곳을 탐사하기 바쁜 다구를 보고 자신들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로 간주한 그들은 부모에게 비판을 쏟아낸다. "저애는 당신 아들이니 당신 책임이오.". 사냥술이 뛰어난 새소녀가 사냥을 해 고기를 가져다주며 부족의 청년들 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도 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혼인을 강요받는다.

복종하지 않는 자는 처벌을 받거나 무리에서 추방될 수도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연대 의식이 필요한 곳으로 그 무엇보다 규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이곳에서 그들이 해야했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온전히 개인에게 주어진다.




사냥을 나왔다 적인 치콰이들에게 성인 남자 무리가 도륙되어 의도치 않게 주어진 삶을 살게 된 '다구'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무리로부터 도망쳐 나왔다 적의 손아귀에 붙잡혀 그보다 훨씬 더 잔인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새소녀'. 이 두 명의 삶이 상반되게 진행됨에 따라 더 가혹하게 다가왔던 새소녀의 삶.

후에 다구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않았던가? 그러는 동안 새소녀는 자신의 영혼이 갈가리 찢히면서도 울지 않으며 강해지려고 노력해 무리로 돌아갔을 때 어떠했나? "난 원하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부르더군요." (p.212) 여인이이었기에 당해야했던 그 치욕이...ㅜㅜ

저자가 오래전 어머니로부터 들은 두 개의 전설을 기본으로 집필했다는 '새소녀', 깊이 뿌리내린 관습에서 벗어난, 자신들의 때를 누리기엔 너무 일찍 태어난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가 너무 잘 드러난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의 성장보다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음에 그에 따른 성장이었기에 유독 마음 아프게 기억된다.

ps.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헤쳐나가는 것임은 맞으나, 그러기엔 시련이 너무 상상을 초월했던..... 그 시대였기에 그런 거겠지. ㅠㅠ



+ 북클럽 문학동네 가제본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된 주간적인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달 3 (일러스트 특별판) - 선물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3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달 3권

박영주 글 | 김다혜 그림 | 아띠봄

청소년 소설 / p.468

내가 바보인 걸까.

나는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 집이 없어도,

차가 없어도 아무렴 좋은데.

설사 언젠가 변하고야 말 것이라 해도,

그래도 좋은데.

p.40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때론 서로의 마음이 통했어도 그 사랑을 유지하기는 또 왜 이렇게 힘든지.(어휴) 그렇다고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시작하지 않느냐,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하며 지낸다.

아마 빅처럼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데 왜 불행해질 게 뻔한 길을 가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그런 걸 대체 왜 계속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링고의 말처럼 사랑이란 게 내가 하얀 벽면에 한껏 상상해 그린 예쁜 그림과 같을 순 없는 거니까. 결국 어떻게 끝이나든 사랑 그 자체로 소중한 게 사랑 아닐까?



.

노아를 사랑하지만 모나를 위해 자신의 마음은 감추고 노아를 거절했던 마레와 노아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봐주지 않는 노아를 보며 힘들어하던 모나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서로가 다치지 않길 바라던 로나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아파하는 그들을 보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성숙하길 바라게 되는 이 마음, 욕심이려나?!

그런데 이 와중에 좋은 말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마음을 울리는 글에 위로를 받으며 마음속에 새겨 넣기 바쁘다.




“강하다는 건 말이야. 아프지 않다는 게 아닌 것 같아.

아무리 아파도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보듬는 것,

자신도 아프지만 상대의 아픔까지 기꺼이 감당할 용기를 내는 것.

그게 강한 거야.”

p.160~161

모나가 노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초록 노래를 찾아 떠나는 과정 속에서 초록 여왕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그리고 초록 노래를 전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숨어 지내야 했던 할머니 철새의 죽음을 보며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로나의 도움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끝까지 글쓰기를 완성해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눈물을 글썽이던 곰곰이를 통해선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빨리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깐 앞으로는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과정에 충실하라고! 그리고 조바심 내지 말고 지금처럼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곰곰이처럼 될 거라고 응원한다.



김춘추 시인의 '꽃'이 생각나게 했던 초이와 스몰의 사랑 이야기, 핀의 모습을 통해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마주 본 적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린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더 많은 부분을 당당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성장하던 모습 등 사랑, 우정, 성장, 모험이 녹아져 있던 이야기.

이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겐 응원과 위로를 그리고 이 시기를 지난 이들에겐 순수하게 열정적이었던 청춘의 그날을,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갔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고양이달이었다.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상대의 마음이든 자신의 마음이든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일 만큼

노아도 아리도 나도 어른이 아니니까.

p.427



고독이 버거웠던 꼬마는 ‘엄마, 아빠’를 목이 쉴 때까지 소리쳐 부르곤 했다. 그러나 끝내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계. 그 세계로 돌아가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내가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내가 어떻게 견뎌서 여기까지 왔는데.... 노아는 바닥에 쓰러져 목 놓아 울었다. p.144

어떤 사람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건 그랬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다 부질없어지고 말았다. 그때 그랬구나, 헤아리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p.171

들리지가 않더라, 너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제야 네가 입만 움직일 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 그것도 모르고 안 들린다고 소리쳐서 미안해. 네가 들키기 싫어서 그런 줄도 모르고 끝까지 쫓아가서 미안해.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내 귀에 안 들린다고 다 흘려버려서 미안해. p.256~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 한정아 옮김 | 북로드

추리소설 / p.424

인생이란 무엇인가?

누군가가 어릴 때 죽는다면,

그 사람은 완전한 인생을 살다 간 걸까,

아니면 절반만 살다 간 걸까,

그것도 아니면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걸까?

p.399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른까지 ‘실종자를 찾습니다.’ 속의 모습들이 계속 떠오르게 했던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과거에도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때부터 멈춘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그저 어디선가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할 것이다.

엄마와 자신을 때리는 술주정뱅이 아빠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를 위할 줄 알았던 바하두르, 학교를 빠지고 다림질 일이나 도우라고 목소리 높이던 아버지 밑에서 다림질사가 아닌 유명한 댄서가 되고 싶었던 옴비르, 달리기 선수로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루누 등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실종된 아이들이 통계 수치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마음이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사라지고 나서 나오던 그 아이만의 이야기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얘, 본 적 있어요?” 파리가 바하두르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묻는다. “여기 왔었어요? 얘 친구는요?”

“이런 일은 경찰이 해야지, 왜 너희가 하냐.” 남자가 말한다.

“가난하다고 경찰이 신경을 안 써주니까요.” 내가 말한다. p.132

처음엔 주정뱅이 라루의 집 아들 바하두르였다. 어른들이 말하길 바하두르는 술만 마시면 아내와 자식을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한 거라고 말한다. 경찰 또한 아이 스스로 가출한 거라며 계속 이렇게 귀찮게 굴면 이 마을을 불도저로 다 밀어버릴 거라고 오히려 협박을 하며 뇌물을 챙겨간다.

하지만 바하두르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실종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 나서는 건 경찰도 어른도 아닌 바하두르의 반 친구 아홉 살 자이와 그의 친구 파이 그리고 파이즈였다.

평소 ‘경찰 순찰대’와 ‘범죄의 도시’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던 자이는 실종 골든타임 48시간을 떠올리며 친구들과 연속으로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동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탐문도 하고 그들의 동기를 추측하며 보라선 전철을 타고 도시의 기차역에 가서 찾아보기도 했으며 나름 용의자도 추리해 보면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이건 놀이가 아니라며 위험하니 어른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그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어른들은 다 어디에 있나?




무슨 권리?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선거 일주일 전에 만 우리를 기억하잖아. 그리고 사기꾼 같은 촌장을 어떻게 믿어? 이젠 여기 살지도 않는데. p.75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게 구는 경찰들과 자신들보다 약하고 종교가 다른 이웃을 범인으로 몰아가며 배척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기심, 그리고 드러나던 사건의 실체.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 그곳에서도 인도 대도시 주변 슬럼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실종 사건은 그제서야 세상에 알려진다. 그제서야...



아홉 살 어린이 자이의 시선에 따라 진행되던 이야기였던 만큼 사건을 인지하고 탐문하며 단서를 찾는 그 과정들이 조금은 허술해 보여 긴박감이 넘치지는 않았다. 범죄에 집중되기보단 실종자와 그 가족들의 심정을 잘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였고, 자이의 성장 이야기로 다가왔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 악행으로 인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만약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 된다면... 과정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큰 타격이 오는 이 사건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더 외면을 받고 있는 이 상황들이 마음 아프다.

자이처럼 나 또한 기도를 해본다. 그들을 잃지 않길, 잃어버린 그들이 어디에든 존재하며 무사하길,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길....

나는 기도한다.

신이시여, 제가 유괴되거나 살해당하거나

정령에게 붙잡혀 가지 않게 해주세요.

p.232

ps. 도시 어딘가에서 소녀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위험해지는 순간에 교차로의 여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여왕의 정령이 나타나 소녀를 괴롭히던 남자를 ‘참교육’ 시켜준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아이들이 말하던 정령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의 부자들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왔는지 궁금해요. 지금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