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외전 아르테 오리지널 5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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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으로 돌아온 잠중록!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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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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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31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p.101

수없이 많이 들어 아는 책 제목 중 하나인 「노인과 바다」이지만 정작 내용은 자세히 기억 못 하는 소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저 노인이 아주 큰 물고기를 잡으며 사투를 벌이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어렴풋이 기억할 뿐, 노인에게도 산티아고라는 이름이 있었고 노인이 잡은 물고기는 말린(Marlin, 청새치)이었으며 노인에게 제자와 같은 존재 소년이 있었단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 저자가 실제로 쿠바의 수도 아바나 근처에서 청새치를 낚시하며 구상했던 이야기로 저자가 12년 동안 쓴 시가 산문으로 옮겨진 것이다. 늙은 어부가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다 뼈만 남은 잔해를 끌고 돌아오는, 어쩌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단순하면서도 짧은 이 이야기의 어떠한 점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그렇게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게 만든 것일까?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며 보인 노인의 바다와 물고기에 임하던 자세가 그리고 생생하게 묘사되는 노인이 처한 현실과 상황이 짧은 독백으로 이루어진 구성과 대조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더 처절하게 다가왔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돛은 여기저기 밀가루 부대로 기운 것이었는데,

그렇게 접어 놓으니 영원한 패배의 깃발처럼 보였다.

p. 8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혼자 낚시를 하는 노인 그리고 그의 밑에서 어부로서 수련을 하던 소년 마누엘. 노인은 84일째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40일 동안 함께 했던 소년은 부모에 의해 다른 배를 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어부 대 어부로 이야기하며 서로를 챙기는 둘.

운이 다한 노인을 그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으려 할 때 소년만이 그의 편이 되어 매일같이 그를 돌보아준다. 노인 또한 거대한 물고기를 마주한 순간순간, 그 소년에 대한 부재를 계속 이야기하며 소년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 애가 있었더라면 물고기를 잡은 이 순간을 함께했을 것이고 쥐가 난 왼손을 풀어줬을 것이며 코일을 물로 미리 적셔 놓았을 거라고...

물고기와의 사투가 길어질수록 소년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인의 마음에 나 또한 소녀의 부재를 함께 아쉬워하게 만든다.

그 애가 여기 있었더라면, 그 애가 여기 있었더라면. 81

소년이 배에 타지 않기 시작할 때부터 큰소리로 혼잣말을 시작한 노인은 낚시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물고기, 새 그리고 본인에게도 말을 건다. 바다에서 완전히 혼자이면서 완전히 혼자가 아닌 노인, 그가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던 둥이들은 노인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힘든 과정을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나름의 결론을 낸다.(흠.. 그런가?! 정말 어떤 의미가?!)

85일째 되던 날, 먼바다로 나간 노인은 아주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된다. 3일 동안 계속되는 사투로 혹여나 노인이 물고기를 놓치면 어쩌나(그럴 일이 일어날 리 없음에도) 초조했고, 배 안에 실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물고기로 인해 배에 묶어갈 땐 앞으로의 일이 예상이 되며 불안했다.

역시나 그 불안은 물고기가 흘린 피에 몰려든 상어떼의 공격으로 일어난다. 상어로부터 물고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지만 그저 노인의 처절한 몸부림에 불과했고, 결국 물고기의 몸이 상어에게 뜯겨나가는 것을 봐야 했던 노인은 마치 자신이 공격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 또한 그런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함께 공격을 당한 느낌을 받았다.(어떡해ㅠㅠ)




거대한 물고기를 잡으며 힘이 부칠 땐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견딜 수 있는지 보여줄 거라며 죽을 때까지 싸울 거라고 의지를 불태우던 노인. 물고기와의 사투가 길어지며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자신과 물고기가 안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놈을 죽여야 한다는 자신의 결단을 유지하던 노인. 상어에 의해 사라져가던 물고기의 몸을 보며 너를 잡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던 노인.

모든 상황 속에서 자신은 어부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던 노인이었다. 만약 내가 그처럼 힘든 상황에 놓였다면 난 과연 끝까지 그 물고기를 잡고 있었을 수 있을까?! 함께 책을 읽은 아이들 또한 자신과 노인의 다른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며 노력해서 이루고자 하는 포기하지 않는 삶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적은 독후감 제목 '포기하지 않는 산티아고 할아버지 - 하율', '힘든 일을 하는 과정의 차이 - 하랑'을 보며 이렇게 저마다의 나름의 교훈을 얻어 가는구나 싶다.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희망이 없다는 건 죄악이야. 어쩌면 물고기를 죽이는 건 죄악일지도 모르지. 생계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더라도 그건 죄악일 수 있어. 그렇다면 모든 게 죄악이야. 죄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세상에는 돈 받고 그런 죄악을 저지르는 자들도 있어. 그런 자들이나 죄악에 대해 생각하라고 해. 물고기가 물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넌 어부로 태어났을 뿐이야.

p.103

노인과 바다, 인상 깊은 글귀

▶두 손아, 확실히 잡아당겨라. 양다리야, 굳건히 버텨라. 머리야, 나를 위해 버텨 주어라. 나를 위해 견뎌 줘. 넌 가버리는 법이 없잖아. 이번에는 저놈을 당겨서 물 위로 올릴 거야. p.90

▶물고기야, 넌 나를 죽이고 있어.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넌 그럴 권리가 있어. 난 너처럼 크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고상한 놈을 평생 본 적이 없어. 형제여, 어서 와서 나를 죽여라. 나는 누가 누구를 죽이든 신경 쓰지 않겠다. p.91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모든 것을 죽이고 있다고. 낚시는 나를 살리지만 그만큼 나를 죽이기도 해. 하지만 소년은 나를 살리지. p.104

▶이게 꿈이었더라면. 차라리 저 고기를 잡지 말았더라면. 물고기야, 정말 미안하다.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어. 물고기야, 난 그렇게 멀리 나가지 말았어야 했어.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말이야.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p.108

▶그들과 싸울 거야. 나는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p.114

▶그는 자신이 이제 회복 불능일 정도로 패배했다는 것을 알았다. p.117

▶"이제 우리 같이 고기잡이를 나가요."

"아니야. 나는 운이 없는 사람이야. 더 이상 운이 없어."

"운이 뭐 그리 중요해요?" 소년이 말했다. "제가 운을 불러오면 되잖아요."

"모든 것을 준비해 둘게요. 할아버지는 손을 잘 치료해 두세요."

"난 손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 밤중에 바다에서 이상한 것을 뱉었는데 내 가슴의 뭔가가 깨어진 느낌이야."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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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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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 | 윤진 옮김 | 민음사

세계문학 / p.394

자신의 인생을 받친 대가로 받은 건

그저 바람 그리고 물뿐이었다.

프랑스 현대 문학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자의 책을 만났다. 삶의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한 '뒤라스적 글쓰기'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라니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원어 낭독으로 먼저 만났던 책이었기에 더없이 반가웠고, 책을 읽는 동안 감미로운 프랑스어가 들려오는 듯했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도 예전에 읽은 '배움의 발견'이 계속 생각났다. 독실한 모르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타라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아버지 아래 공교육을 받지 못한 채 16년을 살다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박사가 되기까지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그 책이. 분명 다른 이야기임에도 태평양을 막는 제방 속 그들이 보여주던 광기와 폭력이 비슷해 보였던 걸까?

책을 다 읽고 보니 책 제목이 정말 내용 그 자체구나 싶다. 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쉬잔이 아닌 그녀의 어머니였을지도... 책이 출간이 되고 나서 책 내용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격노한 어머니, 그리고 결국 결별한 둘.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이다.



당신들은 내 인생의 십오 년, 젊음의 십오 년을 바쳐 모은 돈을 받고 나서 무엇을 줬나요? 소금과 물뿐인 사막이었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들에게 건넸죠. 마치 내 몸을 제물로 바치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바쳐진 내 몸에서 내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미래가 꽃 피어나길 기원했습니다. 당신들이 받은 건 그런 돈이었습니다. 그 봉투 안에 내가 모은 돈 전부가, 나의 모든 희망과 살아갈 이유가, 십오 년 동안의 인내가, 나의 젊음이 송두리째 담겨 있었단 말입니다.

p.294

한때 교사였던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쉬잔과 조제프를 건사하며 15년 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식민지 토지국에 토지 불하 신청을 해 땅을 받는다. 하지만 그 땅은 매해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로 인해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하지였다. 자신의 젊음이 태평양의 파도 속에 던져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어떻게 해서든 무엇이든 경작해 보려 했던 어머니는 결국 대출을 받아 제방을 세우려고 했고, 그 계획에 평야의 농부 수백 명이 온 힘을 쏟아부으며 광적인 희망을 가지고서 함께 제방을 쌓아 올린다. 하지만 그 제방 또한 단 하룻밤 사이에 태평양 파도의 가차 없는 공격으로 무너져 내린다.

이 땅을 사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모든 즐거움을 희생했던 어머니, 그녀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던 이 땅을 태평양의 물이 평야를 마음껏 적시도록 내버려 두기까지의 고통이 그녀를 병들게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녀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지 않은가?! 그녀가 쉬잔과 조제프에게 가한 폭력과 폭언이 이로 인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망상에 사로잡힌 어머니를 사랑했기에 떠날 수 없었던 쉬잔과 조제프였고, 조제프는 유일하게 쉬잔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되었으며 어느 날 부유하지만 외모는 아니었던 조 씨의 등장은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유일한 희망이 된다.



무너진 제방처럼, 죽어 버린 말처럼

저 남자 역시 불운일 뿐이다.

아무도 아니고, 그저 불운이었다.

p.75

쉬잔에게 반해 구애를 하는 조 씨에게 결혼하기 전까지는 쉬잔과 자지 못한다며 결혼을 강요하는 어머니와 조제프. 조 씨는 투명한 존재였고, 짜릿한 돈의 약속을 엿보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얼굴일 뿐이었다. p.104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면 어김없이 조 씨가 문을 두드린다. 문 좀 열어봐요, 쉬잔. 열어 봐요. p.106

쉬잔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조 씨이지만 내 눈에는 그저 욕망으로만 보인다. 조 씨 그대로의 자신에게 쉬잔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돈이 가진 능력을 이용했고 축음기를 선물함으로써 늘 문을 두드리는 그였고 그녀도 그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줬다. 점점 애타는 마음에 측음기보다 몇 배나 비싼 다이아몬드까지 주는 그의 마음이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이아몬드를 쉬잔이 받은 것을 보고 숨겨놓던 어머니는 보석처럼 역겨운 건 없다며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고 말하더니 쉬잔을 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광경을 조제프는 지켜만 본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폭력이 행사될 때면 헉! 한다. 그리고 의문만이 가득해진다. '왜?' 조 씨와 자지 않았다고 해도 어머니가 계속 때리자 결국 쉬잔이 조 씨와 잤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네가 그런 아이가 아닌 걸 안다면서 또 때린다. 왜?

쉬잔이 조 씨와 결혼만 한다면 조 씨에게서 돈을 구해 제방을 다시 쌓고 방갈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자동차도 바꾸고 조제프의 이도 치료해 줄 생각이었던 어머니, 이 모든 계획이 지체되는 건 쉬잔의 책임이라 생각하는 어머니. 다이아몬드가 어머니의 내면에 억압된 감정을 건드리며 그 감정에 못 이겨 쉬잔에게 달려들었다는 설명이 있었음에도, 제방의 전후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이해는 되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 그려졌다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이야기. 조 씨로부터 측음기와 다이아몬드를 받으면서도 오빠가 누릴 즐거움을 떠올리던 쉬잔은 친오빠 이상의 감정을 가진듯하다. 후에 카르멘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떠나고 싶어 했던 그녀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청춘기에 사랑과 절망을 동시에 경험한 저자 뒤라스의 분신들이라고 할 수 있는 「태평양을 막는 제방」와 「연인」 , 이제는 일흔에 쓴 「연인」을 읽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려나?

태평양을 막는 제방, 인상 깊은 글귀

사실 아이들은 죽어야 했다. 평야는 좁았고, 여전히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바다는 앞으로도 긴 세월 동안 물러나지 않을 터였다. 바닷물이 어디까지 올라오든 아이들은 악착같이 태어났다. 그래서 아이들이 죽어야 했다. p.120

다이아몬드는 다른 세상에 속했다. 다이아몬드는 과거와 미래를 매개하는 물건이었다. 미래를 열고 과거를 봉인하는 열쇠였다. p.129

어머니는 방조 제방과 은행과 자신의 병과 방갈로 지붕과 피아노 교습과 토지국을, 자신의 늙음과 고단함을,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p.139

안락한 생활이 주는 놀라운 여유를 드러내는 전체적인 움직임 속에서 몸짓 하나하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에 반해 쉬잔은 우스꽝스러웠고, 눈에 띄었다. p.191

어머니의 불행은, 결국, 뿌리칠 수 없는 마법 같은 거야.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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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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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호러·스릴러 소설 / p.668

여기는 우리의 보금자리야.

우리 아이들의 보금자리, 우리의 집이야.

이곳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자기들한테는 없어?

p.302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은 책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 깜찍한 사이즈에 그리고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표지에 한 번, 생각보다 두꺼운 책 두께에 또 한번 “와~”를 외치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북클럽 활동, 그런데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호러북클럽이라니! 그들이 어떻게 뱀파이어를 처단해 나갈지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전개 방향과 평소 알고 있던 뱀파이어가 피를 먹고 뱀파이어화를 시키는 방법이 파격적이다. 결국 결말이 너무 궁금해 책을 펼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읽게 만들다니! 참으로 묘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올드 빌리지로 이사했다. 어딘가 널찍한 곳, 조용한 곳,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었다. 단순한 이웃 이상의 것, 집을 보면 그 거주자가 추구하는 특정한 가치들을 알 수 있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다. 바깥세상의 혼돈과 끝없는 변화로부터 보호받는 어딘가. 아이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부모의 감독 없이 뛰어놀다 저녁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어딘가.

p.44

현재 정말 이러한 곳이 있을까? 나 때는 그나마 안전했던 동네가 지금은 찾기 힘들어진 것처럼 퍼트리샤가 이사 온 그 누구도 현관문을 잠그고 살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동네였던 올드 빌리지가 제임스의 등장으로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다.

새러리 부인을 병간호하기 위해 왔다는 조카 제임스, 그는 준수한 외모와 재력 그리고 지성으로 사람들의 경계를 너무나 쉽게 허문다. 그리고 그들의 남편과는 사업적으로 이어지며 부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그런데 그런 그를 볼 때마다 호이트 피컨스라고 부르며 자신한테 사진이 있다고 너를 안다고 외치는 치매를 앓고 있는 퍼트리샤의 시어머니 미스 메리 씨!

그런 그녀가 결국 쥐 떼들의 습격으로 죽고 그녀를 돌보던 그린 부인은 다쳤으며 식스마일에서는 아이들이 죽거나 실종되어간다. 하지만 식스마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뉴스나 신문 어디에도 실리지 않아 올드 빌리지에 사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제임스가 있음을 알게 된 퍼트리샤는 자신의 북클럽 회원에게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들이 무엇인가를 해보기도 전에 남편들에 의해 가로막히며 오히려 발이 묶인다.

그리고 남자들은 오히려 전업주부가 그런 거라도 안 하면 온종일 뭘 할 거냐고 아이가 자기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는 당신이 가르쳐야 했던 거 아니었냐고 제임스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 물으며 자신의 욕구만 채우기 바쁘다. 부모는 없었다. 오직 정말 어머니만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처단해야 할 존재인 뱀파이어 제임스가 가끔 옳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퍼트리샤의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야기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여러 인생을 살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인생밖에 못 살지. 남들이 시키는 걸 하고 남들이 읽으라는 걸 읽는 게 행복하다면 너를 말리지는 않을게. 그저 딱하게 느껴질 뿐이야.

p.118

온 세상 돈을 다 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 봐도 그러네요. 자녀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지 못하는데 일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p.405






그저 결혼하기 전 간호사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게 되기를 갈망했던 퍼트리샤였고, 때로 약간의 위험이 간절했던 마음이 북클럽으로 발걸음 하게 했을 뿐이다. 아이 둘에 시어머니까지 모두 입히고 먹이고 집을 치우며 강아지 약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에서 책을 읽기란 쉽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 일과 가족들로부터 벗어나는 쉼이 되는 시간이었다.

남이 정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책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미스터리 잔혹 소설을 읽으며 서로 교감하고 우정을 쌓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지던 다섯 주부가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특히 퍼트리샤의 고군분투기가 눈물겹다.

왜 난 이 책이 유쾌함만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문고 사이트에서 호러소설로 분류되어 있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통해 인종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처우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정말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묵직함을 받게 되면서 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ps. 마지막 독서 토론을 위한 가이드의 질문이 있어 좋았다.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인상 깊은 글귀

언젠가 그녀도 앤 새비지나 미스 메리의 나이가 될 터였다. 코리와 블루도 카터의 형제들처럼 굴며 그녀를 이리저리 떠넘기게 될까, 원치 않는 과일 케이크처럼? p.95

나는 좋은 사람이야, 좋은 아내고, 그리고 좋은 엄마야. 그리고 맞아, 나는 집을 청소해. 그게 내 일이니까. 그게 이 세상 속 내 위치니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니까. 나는 지금에 만족해. 행복해지고 싶어서 내가…… 낸시 드루라도 되는 양 망상할 필요 없어. 내가 하는 일과 나라는 사람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거든. p.352~353

+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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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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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돈의 흐름을 보면서 세계사까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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