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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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다. 부대로, 영창으로, 군인으로, 아들로. 저마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가혹행위를 한 자들은 처벌받겠지만, 그뿐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잠들지 못할 테고, 그중 누군가는 탈영을 하겠지. 돌아간다. 변한 것은 없을지 모른다. p.145-146
요즘 군대가 어떤 군대인데 구타가 남아 있을까, 생각했다. 군사정권도 아닌데 누가 그런 미개한 짓을 하랴. 그리고 자대 배치를 받은 날.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발어지는 구타를 '감상'했다. 목격이 아닌 감상이었던 이유는, 뭐랄까, 누군가가 때리고 누군가는 맞는 그 모습이, 나무가 바람에 흩날리고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풍경처럼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사회였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했을 텐데 이곳은 군대였고 심지어 헌병대였다. p.262

다들 이야기한다. 요즘 군대는 예전 같지 않다고. 자기가 입대했던 군대보다 나아진 거 아니냐고. 휴대폰도 사용 가능하고 기간도 줄고 그건 군대도 아니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곤 하는 사람들. 정말 나아졌을까?

비슷한 또래들을 모아놓고 일사불란한 조직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관리하기 편하기 위해 서열이 확실해야 하는 곳. 상급자의 지시가 절대적인 조직. 비논리가 무시되는 그곳이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

저자는 탈영병을 쫓는 군탈체포조였기 때문에 탈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겁이 많고 마음이 여린 자신이었기에 누군가 심하게 때렸으면 탈영을 했을지도 모른다며....

누구는 열심히 쫓아 탈영범을 체포해오면 뭐 하나. 내무실로 돌아와보면 후임병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선임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자기 앞의 생보다 왜 난 이 이야기가 더 맘이 아픈지 모르겠다. 엉엉엉 울고 싶네 정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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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3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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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공격해오면 미트리다테스는 정신이 없을 겁니다. 자기가 어디 있는지, 뭘 해야 좋을지 모르고 허둥대겠죠. 그자는 별 볼일 없는 왕 아닙니까, 친애하는 마니우스 아퀼리우스! 병사보다도 황금이 더 많지요!
p.25

술라는 로마를 통치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아예 간과했고 그것을 눈치챈 스카우루스의 후임 루키우스 발레리우스 플라쿠스가 술라에게 이를 상기시키려 했지만 어정쩡한 시도로 그치고 만다. 순간 술라가 뭘 놓친 거지?! 설마! 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와의 내전이 끝난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이제 아시아 속주 차례인가?!

그런데 어딜 가나 자기 이익 챙기기 바쁜 사람들이 꼭 있다. 저 거만으로 인해 큰코다치지 않으려나?! 미트리다테스 왕을 얕보면 안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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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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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낀 이야기

알렉산드르 뿌쉬낀 |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3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쓴 사람이 「벨낀 이야기」를 쓴 저자 알렉산드르 뿌쉬낀이란다. 와!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나는구나 싶으면서 책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 시인으로 인정받았던 저자는 1830년 8월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볼지노 영지를 방문했다가 모스끄바에 유행하는 콜레라로 귀경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다. 예기치 못한 석 달 동안의 전원생활을 하며 쓰인 이야기가 「벨낀 이야기」로 원제는 '고(故)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이야기'이다.

열린책들 NOON 시리즈에 속하는 「벨낀 이야기」에는 이 책을 펴내는 '발행인의 말'과 함께 가상의 작가 벨낀이 집필했다는 다섯 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벨낀이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이지만 아마도 벨낀이 저자이지 않았을까? 읽기 전부터 135페이지라는 얇은 분량에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읽고 난 후에도 놀랍다.

단편의 매력을 새삼 또 느끼게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벨낀 이야기」에서 만나보았던 퇴역군인이 벨낀에게 들려준 회고담 '마지막 한 발', 어느 여성이 들려준 귀족 아가씨와 가난한 장교의 사랑 이야기 '눈보라', 자신이 장사 지냈던 죽은 이들이 찾아왔던 '장의사', 역참지기 노인의 예쁜 딸을 한 장교가 납치하다시피 데리고 도망간 '역참지기',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지주 집안 자식들의 사랑 이야기 '귀족 아가씨 - 시골처녀'.

러시아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술, 귀족들의 사랑과 결혼, 장의사와 역참지기의 삶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던 다섯 편의 이야기 중 결투가 정당화되었던 러시아 사회에서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총알 한방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이는 이야기인 '마지막 한 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투를 피하면 수치가 되었던 그 시절 소설 속 주인공은 살아남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자신의 아내를 짝사랑하던 프랑스 망명 귀족과의 결투를 벌이다 치명상을 입고 37세의 나이에 운명한다. 저자 또한 '마지막 한 발'을 집필할 당시엔 자신의 이러한 운명을 몰랐을 것이다. 정말 삶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거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눈보라', 부유한 신붓감으로 손꼽히던 마리야와 가난한 소위보의 사랑 이야기. 야반도주를 계획했으나 무섭게 바람이 몰아치며 일어났던 눈보라도 달라졌던 운명의 이야기. 야반도주를 도왔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입을 다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아니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게 가능한가?!했던 반전의 결과로 처음엔 눈보라의 장난이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운명의 장난이 아닐까로 바꾸게 만들었다.




여러 슬픔과 사랑 그리고 풍자가 담겨 무거운듯하면서도 무겁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힘듦 또한 순간적인 것으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훗날 그 또한 소중하게 될 거라고... 그리고 기쁨의 날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열린책들 35주년 세계문학 중단편 NOON SET가 아니었다면 한참 후에야 만났을지도 모를 저자, 중단편이 주는 부담 없음이 수많은 저자의 만남으로 이끌며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 러시아 국민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저자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뿌쉬낀이 남겼다는 수많은 서정시와 서사시, 소설, 드라마도 만나보고 싶다. 특히 장편소설에선 또 어떤 느낌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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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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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연고 없는 곳에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리울 것이다.
지나온 모든 과거가 그리워지는
밤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p.41

근데 체포해가서 보고를 하는데 어디에 있었는지 어떻게 잡았는지 그 과정을 물을뿐 탈영병이 왜 탈영했는지 묻는 부분이 없다. 왜??

그저 일이 알려지면 큰일이 될까 봐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곳.

산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과정인 거야. p.42


장기군탈자들을 연말까지 잡아오지 않으면 둘 다 죽이고 탈영할 거라고 협박조로 말하며 지시를 내리는 상사라니. 타사단 디피 애들한테 뺏기면 또 그길로 너네가 탈영하라며 그저 디피의 검거율만 빠지며 결과만 쫓기 바쁘다. 정말 이곳이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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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게요, 오래가게 - 기꺼이 단골이 되고 싶은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 이야기
서진영 지음, 루시드로잉 그림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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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게요, 오래가게

서진영 글 | 루시드로잉 그림 | 아르테

여행 에세이 / p.288

누가 1등이다, 어디가 최고다,

여기가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집이다 하는 평을 내리기보다 좀 더 다양한 맛, 다양한 음식이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69

「또 올게요, 오래가게」에는 동네 한쪽에 세월을 짐작할 수 없는 오래된 가게 24곳 가게를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진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 일본어인 노포가 아닌 오래된 가게가 더욱 오래가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지어진 오래가게, 30년 넘게 또는 2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매력적인 가게의 모습부터 그 가게 주인이 들려주는 역사를 들으며 그 시절의 추억 그리고 향수를 떠올렸다.

나 또한 어릴 때 주구장창 다니던 책 대여점이 있었다. 거의 매일 눈도장을 찍으러 다녔던 터라 긴 연휴가 있을 때마다 사장 언니가 빌려본 것 중에서 보고 싶은 거 다 가져다 읽고 오라며 수십 권을 한 번에 빌려줄 정도였다. 나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있던 그곳은 어른이 되어 갔을 땐 이미 다른 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그곳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단골집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은 그저 새로 생기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가게를 여행하듯 하나하나 체험해나가고 있다. 괜찮으면 여러 번 더 가보긴 하지만 그 가게에 그 가게 주인과 소통하며 지내지 않는다. 우리 동네조차 어떤 가게가 있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 곳인지 모른 채 지내기 바쁘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만의 가게를 잊어버리고 지내기 시작한 게...

인연이 대를 잇는 거다.

p.59




책을 받아본 순간 '이 책 너무 감성적이다!'를 외치게 했던 「또 올게요, 오래가게」는 그 가게의 세월이 쌓인 듯 겹겹이 쌓은 펜 터치로 그려진 일러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차례부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따뜻함이 느껴지며 앞으로 만날 24곳의 가게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래 그 자리에서 이어온 시간 속 다양한 오래가게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왜 여기서 살고 있느냐 생각하면, 지킴이여.

고인돌 지킴이, 느티나무 지킴이, 약방 지킴이, 고향 지킴이.

세상에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단 말이지.

p.270

진주비빔밥의 나물 가짓수나 색깔을 정해놓지 않고 제철에 나는 좋은 것을 쓴다는 백 년 가게 천황식당을 통해 진주비빔밥의 유래도 알게 되고 분명 간판이 분식인데 떡볶이도 순대도 김밥도 없는 찹쌀떡과 도넛 딱 두 가지가 다인 덩실분식을 통해 '분식'의 진정한 의미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 알려진 부산 동래에 있는 만수무강의 만수탕을 보며 어릴 적 다녔던 공중목욕탕을 떠올리기도 했고,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이디오피아에서 온 군인들을 문화를 알리는 장소가 된 로스터리 전문점 이디오피아집의 이야기를 보며 그 시절 아픔도 느낄 수 있었으며 아마존닷컴 원예 부문 수공구 카테고리 TOP 10에 올라 화제가 된 호미 영주대장간을 보며 괜스레 내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저마다 가지고 있던 그들만의 역사를 일러스트와 함께 제대로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가게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울림 또한 전해져 온다. 또한 맛있는 식당을 넘어 멋있는 식당으로, 단순히 오래되어서 유명한 식당이 아니라 '오래 이어올 만하다'고 인정받는 식당으로 저마다 목표를 가지고 운영해가는 가게들을 나도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세월에 따라 변해가고 사라져 가는 수많은 가게가 있겠지만 '또 올게요, 오래가게'라고 외칠 수 있는 가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그들의 역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어떤 가게들이 있나, 어떤 얼굴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나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그런 시간을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애틋한 기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p.284

ps. 책에 주소가 나와있으니 여행을 가봐도 좋을 거 같다.

또 올게요, 오래가게 인상 깊은 글귀

지역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이웃을 통해 장만하는 선순환이 우리네 사는 모습을 더 풍요롭게 할 거라 믿는다. 코앞의 이문을 쫓지 않는 이유다. p.23

장사가 안되어도 별 수 없다. 맛이 변해서는 안 되니까. 그러니 배운 대로 아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할 뿐이다. p.55

SNS 인증 사진을 찍는 곳으로 소비되기보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나누었던 이야기, 그날의 분위기가 오래도록 추억으로 되새겨지길 바란다. p.73

돌이켜보면 참 용감했다. 지식이나 기술이랄 것도 없이 일하면서 깨친 게 많았다. 그게 또 당연한 시절이었다. p.136

종이를 거래하는 일이지만 모든 것의 핵심은 사람이었다. p.155

누구든 몸을 깨끗이 씻어 마음까지 깨끗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p.163

무엇을 팔든 장사는 이문을 남겨야 하는 일이지만 돈만 벌려고 해서는 결코 오래 할 수 없다. 계속 찾아야 한다. 손님들 가려운 곳을 찾고, 내 일하는 제미도 찾고. p.181

씨앗은 도처에 있다. 싹을 틔울 우리의 마음 밭이 휑할 뿐.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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