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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ㅣ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노생거 수도원
제인 오스틴 | 시공사
어떤 걸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엉뚱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 전개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노생거 수도원」이었다.
핑크 핑크 한 색에 금박으로 멋을 낸 러블리한 표지와 달리 제목에선 한 인물의 인생을 진지하게 그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첫 장 인물 소개부터 풍자와 아이러니로 가득한 여자 주인공 소개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걸 또 저자가 즐기는 거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한다. 이 소설 독특하다.
볼품없이 비쩍 마른 몸매에 창백하고 칙칙한 피부, 뻣뻣한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여자아이로서는 지나치게 굵은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는 캐서린 몰랜드. 인물이 별로였기도 했고 주의가 산만했으며 멍청하기까지 한 그녀를 누구도 여자 주인공이 될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놓고 여자 주인공을 풍자한다.
그녀를 가리키는 모든 게 하나같이 소설 속 여주인공과는 반대였기에 ‘캐서린의 앞날이 험난하겠구나!’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마음을 안 건지 젊은 아가씨가 여자 주인공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이웃 40가구가 심통을 부려도 반드시!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독자를 안심(?) 시킨다.(ㅋㅋㅋ) 그것도 부족했나?! 열다섯 살부터 인물이 좋아지며 ‘제법 예쁜 편’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고, 거기에 여자 주인공에 어울리는 소양을 쌓기 시작한다며 독자의 마음에 마침표 찍는 저자이다.
왠지 저자에게 밀당을 당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초반엔 톡톡 튀는 매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면, 중반부부터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후반부로 달리게 만들었다. ‘설마’라는 그 마음 때문에 결말을 보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할 거 같아 결국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자신을 이뻐하는 앨런 부인의 초대로 바스에 가게 된 캐서린. 그곳 사교장에서 남자 주인공 틸니 씨를 만나게 되고 베스트 프렌즈라 할 수 있는 이사벨라도 만나게 되며 친구 오빠 존 소프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성장해나가는 캐서린, 끝내 사랑도 이룬다.
「노생거 수도원」 초반에 앨런 부인이 이 작품에 불행을 어떻게 초래하는지 선전포고하듯 예고편을 날려준 저자 덕분에 앨런 부인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을 해야만 했다. 혹시 이 장면이?!(두구 두구 두구) 언제 커다란 폭탄이 기습적으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허영심 가득하고 무뢰한이었던 존 소프의 행동들로 하여금 뒷목을 여러 번 잡게 만들었다. 특히 틸니 양에게 캐서린 대신 약속을 취소하러 갔던 대목에선 테이블 엎을 뻔!(너 잠깐 나좀볼까?!) 우정이라는 이름하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던 이사벨라 소프는 또 어떠했는가?! 이 와중에 틸니 씨가 캐서린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 또한 기존 소설과 다르게 그려진다.
「노생거 수도원」은 저자 사후에 출간된 소설이긴 하지만 '수전'이라는 책 제목으로 제일 먼저 계약이 되었던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바로 출판이 되지 못했고 시간이 흐른 사후에 제목을 변경, 출간이 되어 마지막 소설이 된 것이다. 책 마지막에 적힌 이 정보를 접하고서는 '아~ 그래서!'라는 말이 절로 나오며 수긍이 갔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읽어보시면 아시리라!(ㅎㅎㅎ)

춤과 결혼 모두, 남자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 여자는 오직 거절할 권리만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약속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기뻐요. 이제부터 《우돌포》를 좋아하는 걸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로 전에는 젊은 남자들이 소설을 굉장히 경멸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것 참 놀라운 일이네요. 만약 남자들이 정말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놀랄 만한 일인데요. 남자들도 거의 여자들만큼 소설책을 많이 읽으니까요.
저자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기존 읽은 책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풀어가던 「노생거 수도원」였기에 제인 오스틴의 다른 책들도 이러한 방식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다른 책이 점점 더 궁금해져 갔다. 결혼과 남녀 관계, 기존 소설의 관습 등 여러 문제들을 제인 오스틴만의 위트와 신랄한 풍자로 녹여놓았던 독창적인 소설이었다. 그리고 막 작가의 길을 들어서는 그녀의 참신함과 패기가 참 좋았다. 빠른 시일 내에 그녀의 다른 책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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