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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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필립 휘블 지음 |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때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광활한 우주에 살고 있으며 서로의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기회를 엿보고 있는 혼란의 시기였다. 어느 구석진 마을에 긴 검은 머리를 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싸움의 기술을 배우며 건장한 청년으로 키워진다. 그러다 드디어 양국이 전쟁을 선포하고 어벤저스급 인물들이 웅장하게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전쟁이 일어나려는 찰나! 중요한 인물이 청년을 보게 되고 "그 아이는!!" 외침과 함께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아 정말 그래서 그 아이 아빠가 누군데? 응?! 다시 자면 그 아이의 출생의 비밀을 알 수 있을까?!' 정말 그 아이의 출생의 비밀이 너무 궁금했던 꿈이었다.

나는 꿈을 꾸지 않은 날보다 꿈꾸는 날이 더 많다. 그것도 컬러로 현재 나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과 장소가 등장해 이게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리얼하게 꾼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한다. 때론 부정적인 꿈을 꿀 때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 해몽을 찾아보기도 하고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을 할 때도 있다.

왜 꿈을 꾸는 것일까?! 정말 나의 무의식이, 내가 걱정하는 어떤 일이 꿈으로 현상화되는 것일까?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4장 꿈꾸다, 수면이 보여주는 착란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꿈속에서 꿈인 걸 아는 걸 자각몽 혹은 루시드 드림이라고 하는 이 현상을 통해 제어도 가능하고 운이 좋으면 꿈에서 자아성찰도 가능하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세계이다.

철학이라는 안경을 끼고 보면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것들도 더욱 날카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듯이 최고의 탐험 여행은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여행이다.

p.7

우리가 평소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꿈, 죽음, 자유, 언어 등의 주제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확장시켜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탐구하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학문인 철학, 이성이 있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철학자인 셈이고, 평소 어렵게 생각했던 철학이 알고 보니 우리 삶 속에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정말 평소 어렵게 생각했던 '철학'을 조금 더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하얀 토끼에게 초대를 받아 원더랜드를 갔던 것처럼 하얀 토끼를 따라 가다보면 느낌, 언어, 믿음, 꿈, 행동, 지식, 행복, 생각, 감각, 인생 등 10가지 이상 한 나라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빈칸이 있는 문장을 만들어내고 또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ㄹ는 단ㅇ에서 ㅁ음이 몇ㄱ빠ㅈ도 문장을 이ㅎ할 수 있다. 문자의 서순사 뀌바어 어있어도 이말다. 와 정말 어떻게 다 읽히고 이해가 되는 거지?! 참으로 신비한 언어, 이 언어는 선천적인 것일까?

침을 뱉은 물을 마실 수 있을까? 분명 우리 몸에 있던 침이었는데 왜 그 침이 밖으로 분출되고 나면 혐오를 느끼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그렇다면 수면과 꿈은 무슨 관계일까? 정말 꿈은 무의식 정신세계가 나타나는 것일까? 아니면 숨겨진 소원이나 욕망과 관련된 것일까? 렘수면 단계에서 우리는 전형적인 꿈을 꾼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근육이 마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감정은 선천적인 것일까? 신의 존재 증명부터 우리에게 들리는 신의 말씀, 영혼 천국 그리고 환생 등 믿는 신에 대한 이야기, 정말 신은 존재할까? 컴퓨터도 생각을 할까? '신체'라고 말할 때 우리는 과연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걸까? 감각하는 몸? 아니면 물리적 신체?

"왜?"라는 질문이 던지는 힘은 제법 큰듯하다. 나오는 질문마다 같이 의문을 표하게 되고 궁금해져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론과 예시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어느덧 흥미롭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론 나에게 그리고 현재 사회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얀 토끼를 따라가며 만나는 장마다 하나씩은 꼭 얻어 가게 되는 묘한 책으로 조금은 철학이라는 분야에 한 발짝 가까워진 느낌이다. 10년 연속 최고의 스테디셀러답다! 정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현대 철학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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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 토토는 동화가 좋아 4
그웨나엘 다비드 지음, 시몽 바이이 그림, 권지현 옮김 / 토토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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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

그웨나엘 다비드 글 | 시몽 바이이 그림 | 권지현 옮김 | 토토북

생물들은 이미 멸종되었거나 머지않아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에 빠져 있었다.

인간이 독차지한 드넓은 땅을 제외하고, 나머지 생물에게 남겨진 땅이 황폐해지자 식물이 몰락했다.

그 뒤를 다시 곤충, 새, 양서류, 연체동물, 물고기들이 따랐다.

p.7

사라지는 식물들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예측하고, 이를 막기 위해 씨를 보관하는 씨앗은행, '씨드뱅크'를 아는가?! 최근 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씨드뱅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2곳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씨앗을 꺼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직원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정말 그런 날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50년을 기준으로 삼으며 지금부터라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한다. 「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 책에서는 2030년에 지구가 무너지기 시작한 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들은 회의를 통해 어떤 방법을 찾았을까?! 그 희망을 엿보고 싶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으며 그로 인해 북쪽에 살던 동물들은 터전을 잃어간다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예측할 수 없는 날씨로 인해 멀지 않은 이야기라는 걸 체감하고 있는 중이었기에 더 궁금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가 2030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다. 세계 동물 정상 회의는 수많은 동물 중 대표들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회의이다. 수많은 곤충과 동물 언어를 할 줄 아는 키드가 학교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고, 그 당시 본인이 느꼈던 생생한 감정과 기사에는 쓰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형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키드가 부푼 마음을 가지고 도착한 회의장은 생각지도 못하게 난장판이었다. 회의라고 해서 정말 나란히 잘 앉아있는 동물을 떠올린 나도 그 상황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비서새'라 불리는 뱀잡이수리 사무총장의 안내에 따라 각 대표들에게 10분씩의 발언이 주어졌고 수조에 있던 쇠돌고래의 첫 번째 연사가 시작된다.

쇠돌고래는 고래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바다에 떠다니는 그물로 인해 고래들이 해수면 밖으로 나가지 못해 익사하고 잠수함의 소음 때문에 귀에 상처를 입는다고 연사를 했고, 나선 톱상어는 제발 지르러미를 자르지 말아 달라고 외친다. 보노보는 서식지 파괴, 학살, 식용, 실험, 서커스 자전거 강제 공연 등의 내용을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여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는 동물들로 인해 정신없던 회의장! 그런데 고양이와 쥐가 함께 친구처럼 같이 있는 모습을 키드가 목격을 하게 되고 급 회의장에 폭발이 일어난다. 아니 이게 무슨 일?! 열띤 토론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고 읽었다 폭발로 인해 급 탈출 이야기로 변신해버린 「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 그들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을까? 그리고 폭발은 왜 일어났으며 회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폭발 때문에 회의장에 갇혀

함께 지내고, 함께 행동했다.

우리는 서로 누가 더 엉망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태로

같은 공간을 공유했다.

빛이 없어도, 비가 와도, 불이 나도 함께였다.

우리가 모든 것을 나누며

나흘 동안 지하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은

지상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니 이제 입을 다물자.

그리고 행동에 나서자.

p.174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고 동물을 지배하는 존재도 아니라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미래 환경 동화 「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 중간중간 그려진 그림과 함께 큼직한 글자로 쓰여있어 읽기도 쉽다. 그 어떠한 열띤 토론보다, 정말 백 마디 말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이야기였다.

그래, 지구가 이대로 가면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분리수거를 잘하며 아껴 써야 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제발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지 말자! 나 하나가 모이고 모여 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 하나쯤은 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겠지... 이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지구를 살리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걸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꼬마야.

p.105

항문 조이세요, 여러분! 이래서는 안 돼요.

p.139

갇히고서 할 일이 제일 많아진 쇠똥구리가 제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동물들에게 똥 산에 깔려보라고 반격하며 이야기하는데, 너무 웃겼다. ㅋㅋㅋ 항문을 조이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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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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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 민음사

사람이 과거의 가능성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겁니다.

지금 가진 것도 그 못지않게 좋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감사해야 하는 거죠.

p.364

자신의 젊음도 사랑도 뒤로 한 채 오직 자신이 모시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영국의 저명한 저택, 국제회의 장소로도 유명했던 ‘달링턴 홀’에서 평생 집사로 살아온 스티븐스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주인으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그 집에서 일을 하는 그의 시점에서 보는 일상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초반에는 집사의 위대함과 품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던 그가 책의 제목 ‘남아 있는 나날’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저자는 그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해답을 얻고 싶어 더 집중해서 읽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그 집과 함께 남았군요.

일괄 거래에 낀 한 품목으로서.

p.369

달링턴 가문이 200년 넘게 소유해왔던 저택을 미국에 살던 패러데이 어르신이 인수를 하게 되고, 전 주인을 모셔 온 직원들의 높은 명성을 들었던 어르신이었기에 그들이 계속 남아주길 원한다. 그렇게 해서 남게 된 집사 스티븐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이 다섯 주 정도 미국에 돌아가 지내기로 했으니 그 기간 동안 집에만 머물지 말고 휴가를 떠라라는 권유를 한다. 집을 비우고 어딘가를 가본 적이 없는 스티븐스였기에 처음엔 휴가를 마다하다 추후 달링턴 홀에서 같이 일했던 켄텐 양의 편지를 받고 생각을 바꾼다.

켄턴양 그녀의 편지 어디에도 복귀 의사를 뚜렷이 밝힌 대목이 없었음에도 달링턴 홀 시절의 깊은 향수가 듬뿍듬뿍 밴 여러 구절들의 전반적인 뉘앙스로 그녀가 틀림없이 복직을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 그는 그녀를 직접 만나 의사를 확인하고자 생애 첫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아니, 이건 무슨 자신감?!)



여행 6일 동안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를 통해 그가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그리고 본인에 이르기까지 대대로 집사라는 직업을 가지고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달링턴 경에게 받쳐왔던 그는 여행 내내 위대한 집사가 무엇인지 집사의 품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일화까지 들먹이며 정말 이 사람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사실 나는 달링턴 경께 모든 걸 바쳤습니다.

내가 드려야 했던 최고의 것을 그분께 드렸지요.

그리고 나니 이제 나란 사람은

줄 것도 별로 남지 않았구나 싶답니다.

p.370

자신의 앞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모시는 주인이 보증까지 할 정도로 믿음을 받아왔던 그는 자신이 봉사해 온 세월을 돌아보며 위대한 신사에게 자신의 재능을 받쳤다고 말한다. 긴 세월 동안 그분을 모시면서 자신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고 그곳에서 저명한 인사들로부터 움직여지는 이 나라의 사안들을 처리하는 모습들을 보며 내심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신사를 통해 인류에 봉사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위대한’ 집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티븐스 당신은 정말 진품이라고. 진정한 영국의 노집사. 이 집에 삼십 년을 넘게 있으면서 영국의 진정한 귀족을 모셔 왔다고 했소.

p.195

그래서였을까? 그가 이렇게 위대한 집사와 품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한 이유가?

위대한 집사와 품위라는 단어는 어쩌면 그의 인생을 대변하던 단어였을지 모르겠다. 친부의 임종을 지키는 일도 포기했고 동료 켄턴 양에 대한 감정도 뒤로 한 채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모셔왔던 주인을 통해 자신도 세상의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인이 히틀러에게 이용당하고 매국노로 지탄을 받다 폐인이 되어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스티븐스였기에 자신이 잘못 살지 않았음을 이리도 절박하게 이야기하고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자신이 잘못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때가 되면 쉬어야 하는 법이오.

그래요, 우리 둘 다 피 끓는 청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앞을 보고 전진해야 하는 거요.

p.372

「남아 있는 나날」은 역사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사이의 전간기를 배경으로 스티븐스의 시점으로 보는 당대 영국의 시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역사는 그저 하나의 소재로만 보였다. 자신의 젊은 날을, 사랑을 모두 뒤로 한 채 살아가야 했던 한 인물이 너무 안타까워 그만이 눈에 들어왔다. 집사로서의 품위는 가졌지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갖지 못한 그가.

그리고 그를 통해 독자에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스티븐스처럼 황혼 녘 때쯤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았을 때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애태우지 말고 지금 현재를 즐기며 살라고 그리고 지금 가진 것도 더없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남아 있는 나날, 당신은 어떤 삶으로 채워왔고 앞으로 어떤 삶으로 채워나가고 싶은가?

내가 가진 가즈오 이시구로 저자의 책 4권 중 제일 마지막에 읽은 「남아 있는 나날」, 마지막에 읽기를 너무 잘했다며 셀프 칭찬을 하며 다음 말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p.372





ps. 마지막까지 새 주인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 가기 위해 자신의 부족한 농담 실력을 키울 거라고 다짐하던 그, 정말 뼛속까지 집사이다. 그래도 그에게 이 농담이 상호 소통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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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은 그 집과 함께 남았군요. 일괄 거래에 낀 한 품목으로서.
p.369

끊임없이 나오던 위대한 집사와 품위라는 단어는 그의 인생을 대변하던 단어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든다. 그가 여행하며 뒤돌아 보던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저자가 이 주인공 스티븐스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책이 끝나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내가 만약 그였다면 그와 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남아 있는 나날을 생각해 본다. 가즈오 이시구로 저자의 4편의 책을 만나서 더없이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고, 그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내용을 담고 나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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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집사들의 위대함은 자신의 전문역할 속에서 살되 최선을 다해 사는 능력 때문이다. 그들은 제아무리 놀랍고 무섭고 성가신 외부 사건들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점잖은 신사가 정장을 갖춰 입듯 자신의 프로 정신을 입고 다니며, 악한들이나 환경이 대중의 시선 앞에서 그 옷을 찢어발기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p.71

스티븐슨의 친부 또한 집사였다. 위대한 집사들만 가입을 하던 멤버십에서 꼽았던 '품위'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의 일화로 풀어낸다. 술에 취해 마을을 둘러보고 싶다는 손님을 모시고 길을 나선 아버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놀리고 나쁜 말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던 그가 자신이 모시는 가문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의 대처라든지 자신의 아들을 죽게 만들었던 장성을 자신의 증오심을 드러내지 않고 무사히 일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집사라는 칭찬과 함께 보기 드문 거금을 팁까지 받았다는 일화를 보며 그의 직업정신에 대해 정말 뼛속까지 집사가 아니었나 싶다. 과연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그와 같이 대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어쩌나 이 이야기가 영국 나라로 가나?! 진정한 의미의 집사가 존재하는 곳은 영국밖에 없으며 격한 순간에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 위대한 집사를 떠올릴 때 거의 당연히 영군인이 떠오르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집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나였기에 사실이 그러한 건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조금은 좀 그렇네라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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