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p.48

하인 전용 홀의 난롯가에 둘러앉아 이 주제를 두고 몇 시간씩 토론을 하는 집사들, 그럴 때마다 위대한 집사가 '누구인가'를 두고 논쟁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디 가나 세상사는 같다는 생각이...

"네이버스란 사람, 역시 최고야."라고 이야기하며 다들 수긍하고 탄복하고 그의 성공담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던 무수한 고용인들이 또 다른 인물을 칭송하기 바쁘다.

누구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정말 쉬운 거 같다. 그리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빠르게...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위안을 얻는 것일까??

그런데, 호텔에 도착한 스티븐슨이 어쩌다 위대한 집사의 이야기로 빠졌더라?! 다시 되돌아가 읽었다. ㅎㅎㅎ 중간에 쉴 때 만난 노인의 충동질에 올라갔던 곳을 생각하며 그곳이 정말 위대한 곳이라고 이야기하다가 '위대한' 집사로 이어진 걸 확인했다. 와~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혹 했던! 그런데 이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집중해서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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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휴가를 떠나 집이 비어있긴 달링턴 저택이 세워진 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집안일을 책임지고 있는 집사 스티븐슨은 여행을 떠나는 첫날 낯선 풍경이 나오자 정말로 달링턴 홀을 남겨두고 떠나왔구나를 실감한다.
▶ 나도 낯선 풍경을 보며 여행 왔구나를 느껴보고 싶다. 백신이 나와 올해 말쯤 되면 괜찮아지겠지 했던 상황들이 변이로 인해 다 무산되게 생겼으니..ㅠㅠ

그러다 중간에 차에서 내려 잠깐 다리를 좀 펴기로 하는데 그때 한 노인이 그를 부르더니 튼튼한 다리와 튼튼한 폐만 있으면 올라가기 너무 좋은 곳이라며 영국 땅 통틀어 더 나은 경치가 없다고 계속 충동질을 한다.
▶ 설마 저 충동질에 올라가는 거 아니지?! 했는데.. 올라간다. ㅋㅋㅋ 그래도 올라가서 좋았다니, 그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니 읽는 나로서도 좋다. 정말 가벼운 미풍을 얼굴에 받으며 함께 서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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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사주팔자 1~2 - 전2권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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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

서자영 | 고즈넉이엔티

운명이란 한자를 풀이해보자면

내 명을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이거든.

어느 정도 정해진 명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의 의지라는 뜻이야.

p.173

사주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재미로 혹은 간절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새해가 시작될 때면 그해의 운세가 어떻게 될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할 때 연인과의 궁합도 보며 출산 시 조금 더 좋은 날을 받아 낳기도 하고, 혹여나 이름이 사주와 맞지 않다면 개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사주, 이 ‘사주’가 사극 궁중 로맨스를 만나 어떻게 이야기를 풀고 나갈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네 사주가 드세고 안 드세고는 차후의 문제야. 네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제일 중요하지.

p.173

남자 주인공 운.

패자의 나라에서 청나라의 인질로 잡혀 온 금창, 성군이 될 사주였던 아이가 예정일 보다 이틀 먼저 태어남에 따라 연산군처럼 될 사주팔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급기야 태어난 날짜를 바꾸어 기록하자는 국환의 말에 따르고 추후 왕이 되어서도 아들 운에 대한 모든 것을 명리학을 공부한 영의정 국환의 조언대로 진행한다.

여자 주인공 해명.

대대로 중전을 배출한 덕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난 딸 해명이지만 극악하고 잔인하며 지나치게 영리해서 딱 사내 잡아먹기 좋은 계집이라는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다. 여인이란, 순종과 겸양을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양반 사대부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건 정말 줘도 안 가질 최악의 여자인 것이다.

정말 이 모든 게 사주 때문인지 사주에 자신이 앞으로 어찌 살아갈지 다 나와있는지 답을 구하기 위해 유명한 사주쟁이 헌복을 찾아 나선 해명과 자신의 사주로 괴로워하며 출궁해 나온 운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남장 여장을 한 해명은 자신의 삶을 알기 위해 헌복을 사부로 모시고 명리학을 공부하게 되고, 자신에게 한마디도 안 지는 그녀에게 묘하게 말리는 운은 말려 함께 생활하게 된다.

당차게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여주라 좋다. 이런 그녀를 통해 성장하고 배워가는 운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나는 다만 그 아이가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 뿐이네."

꼬물거리는 어린 것을 볼 때마다 어른들의 욕심에 이 작은 생명을 고생시킨 것 같아 금창은 그저 미안하기만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소박하고 애틋한 애비의 마음이었다.

p.37~38

해명의 부모는 자신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그 사주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믿으며 해명을 키운 반면 운의 부모는 생일을 바꾸고 안 좋은 사주라는 것에 끌려 다리며 운의 본 모습이 아닌 운의 사주에 모든 것을 맞추어 키운다. 사주를 대하는 운의 부모와 해명의 부모의 양육 자세는 극명하게 갈린다.

타고난 것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보단 생긴 그대로 살게 해주는 게 자연의 섭리를 옳게 따라는 것이라고, 자신들이 제대로 잘 키우면 될 거라고 말하던 해명 아버지, 최고로 멋졌다.




사주팔자에는 해명과 운 이외의 커플이 더 등장하는데, 사주가 아주 좋다 하여 운의 빈궁 예정자로 들어온 영의정 국환의 딸 수진과 운의 이복형제 강이다. 그 둘의 이야기를 보며 ‘설마’라는 생각이 ‘역시나’로 바뀌었을 땐 안타까우면서도 아쉬웠다. 사주가 뭐길래...

로맨스 소설이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사주와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본인이 어떤 사주인가보다는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그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라고 이야기해 주는 이야기라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명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놓았던 작가의 말을 보며 나 또한 나의 사주와 그리고 앞으로의 삶과 운명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드라마 계약을 끝낸 「사주팔자」, 찰떡같은 배우를 만나 이야기 속 '사주'를 잘 풀어내 제2의 해품달이 되길 바라며, 외전이 없어 아쉬웠던 마음은 웹툰으로 달래 보면서 영상으로 만날 「사주팔자」를 기다려본다.

사극 궁합 로맨스 소설, 「사주팔자」인상 깊은 구절

본디 사주는 혼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속에서 어떻게 사느랴를 이야기하는 학문이 옵니다. 따라서 사주는 누구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p.30~31

사주는 그렇겠지요. 그래요, 사주대로 된다면 그리되겠지요. 하지만 사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마음 아니겠습니까

p.70

사회적 규범이나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소. 그보다 내게, 아니 여동생에게 주어진 태초의 흐름대로 살게 하고 싶소.

p.147

내가 잘 산다면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될 것이고, 못 산다면 사회의 해악이 되겠지요. 그건 내 행동에 달린 거지, 내 씨앗의 문제가 아니오. 인간이 어리석어 속된 잣대로 삶을 재단하는 것이 문제지, 자연의 넓은 시선으로 보면 우린 다 똑같은 미물일 뿐이오.

2권 p.200

오행은 다섯 개, 십신은 열 개인데 사주는 팔자라, 태생부터 인간이란 무언가는 하나 부족할 수밖에 없고, 치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즉 인간은 애초에 미완의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2권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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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때문에 우리들은 삶에 달라붙어야 한다. 그 죽음으로 해서 잃어질 삶이라면, 아니 결정적으로 잃어지게 되어 있는 게 삶이라면 우리들은 한사코 그 삶에 마음을 붙여야 하고 사랑을 붙여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죽음 때문에 오히려 우리들은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p.63~64

일반적으로 '죽음'을 떠올리면 지금 현재 삶의 다음을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죽음은 삶 다음에 올 그 죽음, 미래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네거리 한복판에서 우리의 행방을 결정해야 하듯 삶의 한복판에서, 삶 속에 보이지 않게 간직되어 있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단다.

또 이리 말씀하시니, 내 삶의 한복판에서 맞이할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자 하나, 와닿지 않는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은 있으나 왜 아주 먼 이야기같이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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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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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스미스

세라 워터스 장편소설 | 열린책들

수전, 수전 스미스, 수키 토드리, 속이기 쉬운 아이,

내 인생을 가져가고 자유를 가져다줄 아이.

……

넌 나를 삼켜 버리려고 브라이어에 온 거야.

p.368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시대 3부작 중 처음 읽었던 「끌림」의 반전은 이 책에 비하면 반전 측에도 못 들어갈 정도로 「핑거스미스」의 반전은 강력했다. 그 강력했던 반전이 무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2/3 지점인 1부에서 나왔다는 사실과 아직 많이 남아있는 장수(총 p.832)를 보며 도대체 나머지를 어떻게 끌고 나가려고 이러시나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 몰입이 되어 주위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 빠져들 때가 있다. 이 소설 「핑거스미스」가 그러했다. 애들이 옆에서 떠들든 말든 신랑이 옆에서 핸드폰으로 소리 내어 영상을 보든 말든 정말 빠져 읽었다. 그래서인지 뭔가 잘 읽었다는 기분이 유독 오래 남는 책이다.




「핑거스미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로, 소설의 제목인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이자 주인공인 수의 직업이기도 하다. 수는 런던 뒷골목 도둑들의 손에서 자란 아이였지만 석스비부인의 보호 아래 다른 아이와는 조금은 틀리게 자랄 수 있었다.

어느 날, 1년 만에 나타난 젠틀먼이 수에게 책에 미친 노인 크리스토퍼 릴리를 삼촌을 둔 질녀 모드 릴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모드가 결혼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재산이 있으니 수가 모드의 하녀가 되어 자신과 잘 되게 도움을 준다면 돈을 주겠다고 권유를 하고, 평소 석스비부인으로부터 한몫 잡아야 한다고 들어왔던 수였기에 그 음모에 동참하기로 한다. 과연 수와 젠틀먼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상황이 어렵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가 있지.

수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야.......

p.26

▶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말이 의미하는 게 어떤 건지 알겠다.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야 했던 배신감과 충격이란...




우리는 자매처럼 함께 잤다.

정말로 자매 같았다.

나는 언제나 언니나 동생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젠틀먼이 돌아왔다.

p.134

모드의 삼촌은 세상과 단절한 채 그녀를 키우면서, 항상 장갑을 끼게 했고 일정한 시간 동안 자신에게 책을 읽게 했다. 그것도 아주 음탕한 말들이 가득한 책을 구두점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기호도 빼먹지 말고 읽으라고 요구한다. 너무 훈련을 잘 받아 맑은 음정으로 책을 읽으니 음탕한 말들조차 달콤하게 들릴 정도였고 때론 사람을 초대해 그 앞에서도 읽게 만들었다. 장갑에 뭐가 하나 묻으면 불안 증세를 보이고 모든 것을 삼촌 것이라고 말하는 모드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자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에게 하녀 수는 남다른 존재로 다가왔다. 공포에 떠는 자신을 달래며 안아준 사람도 수가 처음이었고 우연히 찾은 카드로 놀이도 했으며 수로부터 춤도 배운다.

모드의 운명을 연극 속 등장인물의 운명처럼 느꼈던 수는 모드의 세계가 너무나 기묘하고 조용해서 정상적인 세상이 엄청나게 거친 곳으로 느껴졌고, 모드의 고립된 세계에선 평범한 세계가 너무나 동떨어진 곳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고립된 장소에 너무나 오랫동안 같이 있음으로써 둘은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난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아.

부자가 되고 싶다고 바란 적 한 번도 없어.

내가 원하는 건 그저.......

p.808

동일한 사건을 1부에서 수의 시점으로, 2부에선 모드의 시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3부에서 다시 수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1부에서 아주 크게 반전을 날려주셨던 저자, 그리고 2부 막바지에 새로운 사실이 또 밝혀지며 3부로 이어지는데, 정말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정말 세라 워터스 저자의 반전 실력은!(엄지 척)

런던 뒷골목, 정신병원, 외설물을 읽히던 삼촌 등 음모와 사랑 그리고 배신이 함께 했던 흡사 거대한 쇼와 같았던 이야기엔 예기치 못한 급변과 반전으로 가득했다. 저자가 독자를 속이려고 작정하고 속임수를 여기저기 숨겨 놓은 덫에 독자는 하염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듯하다.

정말 빠져 읽었던 소설이었으나 어느 것 하나 풀기 힘들다. 혹여나 이 책을 읽기 전인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약간의 스포라도 알게 되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될 거 같아 어디까지 풀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모든 게 다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거 같아서.. 그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접 읽으시며 그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에....^^(검색하면 다 나오기도 하겠지만 ㅎㅎㅎ)

혹여나 퀴어 소설이라 망설여진다면 그 부분이 아주 적다고,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그 부분을 살짝 건너뛰어도 충분히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그만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화려했던 역사 스릴러 소설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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