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오락 삼아 마거릿이 감옥을 한 번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란다. 그러면서도 감옥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기 원하는 그들이다.

마차를 타고 첼시에서 3킬로미터를 가면 있는 감옥은 사실 1천5백 명의 남자와 여자가 갇혀 생기 없이 살아가고 있을 뿐, 그들이 생각하는 몸서리칠만한 이야기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평범함에 사로잡힌 마거릿, 동생의 초상화를 그리는 곳에 따라가는 대신 감옥의 여자들을 보러 밀뱅크로 간다.

감옥을 방문할 생각을 한 그녀가 나조차도 신기했다. 감옥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마거릿의 눈을 통해 보는 그곳의 생활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여자 죄수들은 남자 죄수들을 보면 안 되는 그곳의 식사시간을 보았는데 다음엔 또 어떤 생활의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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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p.146


이미 정해져 있는 삶, 그리고 그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너무나 담담하게 풀어놓아 더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정말 불치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현재에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그들에게도 영혼이 있고 감정이있는데.... 그래서 헤일셤에서 그렇게 그들을 보호해왔다고 이야기하는 선생님조차 괴리감이 느껴졌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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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대해 엄격하게 교육을 하는 이곳, 셜록 홈즈 전집 같은 몇몇 고전 작품들이 도서관에 비치되지 않은 이유는 주인공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리고 담배 피우는 사진이 실린 잡지나 책의 페이지가 찢겨 나가고 없는 경우도 있다.

흡연에 대한 후시를 하고 있던 루시 선생님에게 마지가 선생님에게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예스! 그 대답에 충격받은 아이들...

너희는…… 좀 특별한 조재들이다.
따라서 각자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내 경우보다 훨씬 중요하단다.
P.125

아.. 현기증 날 거 같아. 이 학생들의 존재가 어떤 존재이며 이들이 머물며 배우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저자님, 언제 알려주시는 거예요?! 네??

캐시가 네버 렛 미 고 노래를 들으며 베개를 끌어안고 두 눈을 꼭 감은 체 춤을 추는 모습을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지켜보던 마담은 왜 울고 있었던 것일까? 분명 그들이 자신에게 닿으면 안 될 거처럼 행동했던 그녀가 왜??? 궁금증이 쌓여만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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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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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Ι 김남주 옮김 Ι 민음사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p.146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앞날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그 앞날에 대해 세상과 단절된 채 무의식적으로 계속 교육을 받게 된다면 자신의 생명을 잃게 되는 기증도 당연한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너무 당연해서 의문조차 가지지 않고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다를 게 하나 없다. 단지 기증과 간병사, 그리고 클론과 근원자 등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단어가 그들의 생활 속에 숨 쉬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을 뿐...

기증을 시작할 때가 되면 정말이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생각하는 그 기증이 맞나 싶었을 정도로 너무 담담해서 그래서 더 먹먹하고 가슴 아팠던 이야기였다.




「나를 보내지 마」는 총 3부로 진행된다. 1부에선 현재 간병사로 살아가고 있는 캐시가 유년기를 보냈던 헤일셤의 생활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2부에선 헤일셤을 떠나 잠시 머무르는 코티지에서의 생활이, 3부에선 간병사나 기증자로서의 삶이 그려진다. 외부와는 차단된 기숙학교에서 그림도 그리고 수업도 받으며 어느 10대와 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캐시, 루스, 토미 그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편의 성장 소설을 보는 듯하다.

수업을 통해 은연중 아이들에게 기증에 대해 심으면서 아이들의 앞날에 대한 기본 사항을 아이들 머릿속에 교묘한 방법으로 집어넣는다. 들었으되 듣지 못한 상태가 된 그들은 오직 장기 이식을 위한 존재로 키워지며, 중년이 되기 전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태어난 그들이었기에 자신이 원하는 일도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할 수 없는 이미 정해진 삶을 살아간다.

기증을 할 때가 오면 마치 기증 로봇이 된 것처럼 자신이 죽기 전까지 계속 기증을 한다. 첫 번째 기증이 끝나고 건강해지면 두 번째 기증을, 그리고 또 건강해지면 세 번째 기증을... 기증이 기술적으로 끝이 나더라도 의식은 남아 그들이 스위치를 끌 때까지 기증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지는 그들.




마치 왔다가 가 버리는 유행과도 같군요.

우리에겐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인데 말이에요.

p.454

조금이나마 자신의 수명을 늘려보고자 찾아온 캐시와 토미에게 오히려 이전 클론들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살 수 있게 해준 자신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던 에밀리 선생님, 진심이신가요?? 온전히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만든 존재이면서 그 존재를 꺼려 하고 숨기고 그들을 오직 인간 이하의 열등한 존재라 생각하며 외면하는 모습을 보일때면 인간의 민낯을 보는 듯했다.

'인간 복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화려한 미사여구 하나 없이 그저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 일상을 통해 그들 또한 감정과 이성 그리고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생명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거 같았다. 그리고 가즈오 이시구로 저자 특유의 담백한 문체가 독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들며 노래 제목 'Never let me go'에서 가져온 이 책 제목이 '제발 나를 보내지 말아달라'는 처절한 외침으로 들려왔다.

불치병이라고 생각했던 병들이 기증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과연 이 방법을 알기 전 과거로 다시 돌아가려고 할까? 과연 나는? 당신의 선택은? 미래에 정말 이런 일이, 아니 지금도 어디선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만 있는거 같아 무섭다.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 과연 끝이 존재하긴 하는 건지 「나를 보내지 마」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인간복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가즈오 이시구로 리커버, 나를 보내지 마



인상 깊은 글귀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리커버 Ι 민음사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어떻게 그가 크리시의 느낌을 알 수 있었겠느냐고? 그녀가 원한 게 어떤 거였을지 말이야. 수술대 위에서 삶에 매달렸던 사람은 그가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가 그 느낌을 알 수 있겠어?

p.386

"결국 그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잖아, 안 그래?"

p.388

여깁니다, 보세요! 이 작품 좀 보시라고요! 이런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인간 이하의 열등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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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 국가는 정당한가
홍일립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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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홍일립 Ι 다산북스 Ι 사무사책방시리즈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p.79~80

어릴 적, 특히 학생 시절 조회시간에 수없이 듣고 외쳤던 '국기에 대한 맹세'이다. 「국가의 딜레마」를 읽기 전에는 이 문구가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적 없다.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게 되는 경우도 손꼽을 정도이니 이 문구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바뀌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의 전성기 때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종교의식 같은 것으로 오후 다섯 시만 되면 어디서든 어김없이 울려 펴졌다고 한다. 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국가에 충성을 다하라고 강요하는가? 도대체 국가가 무엇이길래?

국가론에 대해 정말 쉽고 깊이 있게 다룬 「국가의 딜레마」, 읽는 족족 왜 이해가 되냐며 신기해하면서 다 읽었다. 정치사회 도서 분야와는 친숙하지 않아 거의 그쪽으로는 읽은 책이 전무할 정도인 나조차도 재미있게 이해가 되니, 신기한 나머지 이 저자 완전 능력자라며 저자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최초의 국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p.45

「국가의 딜레마」 2장의 첫 문장을 보는 순간 '정말 '최초의 국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느 나라인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겨 바로 옆에 있던 아이들에게 물었다. "선사시대 알죠?! 그때부터 네 땅 내 땅 하면서 싸우고 하다가 나라가 만들어진 거 아니겠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 네 땅 내 땅이라니 땅따먹기도 아니고 표현이 귀엽다며 웃어넘겼는데... 아니, 이게 답이랑 근접하다고?!

어떤 사람이 "이 땅은 내 것이다."라며 공동의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자 순진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단다. 그로 인해 특권을 가지게 된 그 사람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권위를 누렸고 그 특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세력을 만들어 나간다. 더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해 시작된 전쟁과 범죄 그리고 살인, 영토 확장을 추구하며 인적·물적 자원의 약탈을 일삼던 수많은 국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소수의 무리에 의해 장악되어온 역사적 사실을 루소의 '최초의 사기꾼'을 등장시키며 재미나게 풀어놓아 더 쉽게 이해가 되었다.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은

국가에 묶여 있는 사람이다.

p.155

책을 읽다 보면 루소가 제시한 최초 국가, 헤겔의 국가 찬미, 국가보다는 개인이 우선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시민 불복종을 주장한 소로,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국가가 약탈과 정복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스푸너의 강도 국가론 등 다양한 국가론에 대해 만날 수 있다. 각자가 주장하던 국가론을 보며 지금 현재의 국가는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변화해 왔을지 떠올리며 읽는데 어떻게 그 당시와 바뀐 게 많이 없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국가는 항상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조직화된 폭력을 동원해서 개인의 자유를 통제한다. 그리고 국가는 필요할 때마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한다. 개인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가 어느새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국민이 된 거 같다.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만한 사람을 찾아 뽑아 놓은 사람들은 자신과 정파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쁘고, 국가적 정책 과제를 심의하는 데서 이성적 숙의와 진지한 토론은 뒷전이다. 공공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대표자'의 자리에 직업적인 정치꾼 무리가 들어서 '국민을 위한 헌신'이나 '책임의 윤리'를 실천하는 데 앞장서기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 자신이 시민의 대리인이지 주인이 아니라는 걸 잊고서 살아가는 거 같다.




선거일이 왔을 때 간혹 뽑을 사람이 없다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럴 때 다 나쁜 놈이지만 그중 덜 나쁜 놈으로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냐는 대답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란 국민의 이사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자들이 국민의 대표임을 자임하고 행정, 입법, 사법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를 말한다고 한다.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면 권력의 남용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물론 정치적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책임의 윤리를 실천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 가장 위대한 자유 투사라 해도 압제자로 변한다는 바쿠닌리의 말이 더 와닿는 건 왜일까?



한 국가 아래 모여 사는 국민이란

나이고 너이고 우리이다.

p.284

국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실재한다고 국가의 형체를 통째로 담은 하나의 명문화된 문서 '헌법'으로 증명한다. 법위의 법, 법중에 가장 기본 법인 헌법! 국가 운영의 기본이고 국민과 국가와의 기본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헌법!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8차례를 걸친 헌법 개정이지만 권력자와 정치집단, 그리고 일부 법률 전문가에 애해 주도된 엘리트 개헌이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1968년에서 2002년 사이에 태어난 국민은 현행 헌법에 동의한 적 없다. 이 헌법 아래 살아가고 우리. 국가가 무엇이고 시민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헌법에 대한 공부 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에 대해서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며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사는 공동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딜레마, 인상 깊은 글귀

국가를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인간의 시도가 결국 국가를 지상의 지옥으로 만든다(독일 낭만주의 시인 횔덜린의 경고)

p.124

희생은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통치자들은 야만적인 권력욕을 뒤로 숨긴 채 조국이고 민족이라고 외쳐댄다. '국민 모두가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거나 '국가를 위한 희생이야말로 최대의 영광이다'라는 미치광이식 선동으로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참혹한 전장의 불구덩이로 내몬다.

p.135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닌"이상 '각자의 방식대로 숨 쉬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가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p.187

따라서 그들에게 정치란 '허구의 세계'와 같다. 그들의 정치권 권리라고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선거철에 그저 투표하는 일밖에는 없다. 정치는 그 판에 뛰어든 소수자의 몫이 되었고, 정치라는 일은 그들에게 평생의 직업으로 굳어져 버렸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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