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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수학자 - 캔버스에 숨겨진 수학의 묘수를 풀다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광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2월
평점 :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읽은 「미술관에 간 수학자」,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며 ‘수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머리 아픔이 아닌 생각보다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던 수학을 발견하는 재미를 가져다준 책이다. 이제는 왜 수학을 배워야 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예시를 들면서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성적과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수학을 한 번쯤은 틀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 속에 녹아있는 수학을 찾아보는 재미를 함께 느껴볼 수 있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산술과 기하를 모르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
「미술관에 간 수학자」 팜필루스(고대 마케도니아 화가)

이광연 저자가 르네상스시대를 이끈 인물 중 가장 선구적이었던 사람으로 꼽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그는 인문학자이자 시인이었고 고전학자이자 미술이론가였으며 건축가이자 수학자였다고 한다. 다방면에 뛰어났던 알베르티는 기하학을 모르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항상 말하며 화가들이 기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르네상스시대에서 기하학은 수학을 의미한다. 수학의 여러 원리를 통해 그림의 구도에 조회와 균형을 깨트리지 않는 방법을 제시했고, 그로 인해 점점 화가들은 수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며 작품에 서서히 수학을 활용해 나간다.
미술에 수학이 투영된 가장 커다란 사건은 마사초의 원근법의 발견으로 회화의 2차 원성을 극복하였고, 화가이자 수학자이기도 했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원근법을 통해 '소실점'의 존재를 밝혀냈으며 미술을 예술적으로 완성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황금비를 통해 뒤러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았다.
놀랄 만큼 황금비에 가깝다는 <모나리자>, 브뢰헬이 그린 <바벨탑>의 밑각 황금 삼각형과의 일치, 점과 선, 면에 천착해 사물의 본질을 그렸던 현대화가 몬드리안의 작품 등 거장들의 작품 속에서 수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수학적 사고와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알고 있지 않던 작품들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유발한다. ‘당신의 시선을 의심하라! 착시현상’, ‘거의 모든 과일은 왜 둥근 모양일까?’, '악성코드 ‘트로이 목마’의 침투를 막는 일방향함수',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수 4', '거미가 방사형 구조를 고수하는 이유', '‘스타벅스’라는 이름'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수학자 이광연 교수의 눈으로 보는 미술과 신화, 음악 그리고 수학이 한데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수 4', 글을 읽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흔히 숫자 4는 재수가 없는 숫자로 느껴 간혹 엘리베이터에 숫자 4를 다른 방식으로 표시하기도 할 정도인데 수학에서는 가장 완벽한 숫자라고 하니 '왜?'라는 의문이 생겨 더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이다.
수학적으로 '4'를 나타내는 '테트라드(Tetrad)는 '완결'을 의미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사계절이고 우주를 이루는 물, 불, 흙, 공기도 네 개의 원소이며, 산술, 기하, 음악, 천문학적의 네 가지 분야는 '수학적 과학'이라며 진리의 기초를 이룬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4'를 정의의 원천으로 생각했으며 공간에서 점 네 개만으로 최초의 삼차원 입체인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죽음의 숫자 '4'로 인식되었던 숫자가 새롭게 다가온다.

한 잔의 커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신화 속 세이렌을 거쳐 인어공주와 사이렌 이야기로 그리고 이어 옥타브로 또 그 옥타브는 피타고라스의 콤마로 이어진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가계도를 보고 ‘거듭제곱의 원리’를 떠올리는 저자,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수학적 방법과 해석을 설명해 주는데 역시 수학자의 시선이라며 감탄을! 때론 복잡한 수학공식이 나와 눈이 어지러워 지려고 하면 귀신같이 독자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공식 이야기를 잘 끊어놓아 그 부분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정도였으니!!
언제부턴가 수학은 성적과 진학을 위한 수단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수학을 공부하는 아이조차 나에게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이 부분들이 현재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긴 하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리고 기본 연산만 하면 되지 않냐고 오히려 반문해온다. ‘왜’ 수학을 이렇게까지 깊게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나 또한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공부를 했으니 매번 얼버무리며 이야기는 끝이 났다.
「미술관에 간 수학자」를 읽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에 수학이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묻는 답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수학이라는 과목을 배워나가기 전에 실생활에서 어떤 부분에 수학이 적용되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지 수학에 관한 역사를 조금이나마 배우고 수학이라는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성적과 진학을 위한 수단이 아닌 수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조금은 더 재미있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수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포자라는 단어가 생기지 않는 그날이 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