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밸런타인데이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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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에 작가님이 만드신 노래까지 들으며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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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가우디 프로젝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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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에서 인체로.

쓰쿠다제작소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p.101

화제의 드라마 원작 소설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 '변두리 로켓'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지라 '설마 이번 편도 재미있겠어?!'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읽었던 책, 막힘없이 술술 읽히더니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이번 책도 재미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두 권의 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져 간다.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꿈을 이루어 냈던 변두리 중소기업 쓰쿠다제작소가 이번엔 로켓 기술로 생명을 구하는 인공 심장판막 '가우디'를 개발하기 위해 뛰어든다. 각 권마다 주제가 달라 내용이 이어지지 않으니 어떤 편부터 보아도 이해가 가능하다.



대형 제조사 니혼클라인이 어디에 쓰는 부품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시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쓰쿠다제작소에 의뢰를 한다. 살짝 기분은 나쁘지만 니혼클라인과 거래를 틀 수 있는 기회였기에 스쿠다와 직원들은 적자가 날 위험도 감수하면서 개발에 들어가지만 앞뒤 다른 대기업의 횡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설상가상 기존 로켓용 밸브 계약을 앞둔 상태에서 경쟁입찰로 돌리겠다는 일방적인 통보까지 받게 된다. 거기에 경쟁업체인 사야마 제작소를 이끄는 나사(NASA) 출신의 사장 시나가 사사건건 나타나 앞길을 막는다. 그리고 쓰쿠다제작소의 기술자를 빼돌려 설계도를 빼돌리기까지 하는데, 어째 스쿠다제작소에 바람 잘 날 없다.

어차피 저희는 불면 날아가는 중소기업이니까요.

p.20

마노를 만나 그 밸브가 코어하트라는 이름의 새로운 인공심장에 사용되는 부품인 걸 알게 된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 최경량으로 환자의 부담이 대폭 경감되는 획기적인 인공심장이다. 하지만 쓰쿠다제작소에서 시제품은 싼값에 하고 생산은 사야마 제작소에 맡겨 좀 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꼼수를 부리는 니혼클라인, 결국 쓰쿠다제작소는 타의로 손을 떼게 되고 마노의 제안으로 인공 심장판막을 개발하는 '가우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인공심장을 개발하던 기후네 교수는 일류 심장외과의사 이치무라라는 제자의 아이디어를 훔쳤던 전적이 있었던 사람으로 수요가 더 되는 인공 심장판막 개발 소식을 듣고선 이치무라 제자를 찾아가 인공판막을 공동 개발로 하자고 권한다.

사람 생명과 연관된 부품을 개발하면서도 이윤을 더 남기려고 했던 기업의 갑질과 횡포, 다른 사람 아이디어를 빼앗아 공을 가로채는 사람, 의료계에서의 파벌 싸움 그리고 실험 결과를 조작해 어떻게 해서든 실적을 세우려고 했던 경쟁업체 등 이 수많은 역경 속에서 쓰쿠다제작가 당당히 성공했으면 하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완독했다. 아마도 현실이었으면 코어하트의 의료사고도, 경쟁업체의 비리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막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심장판막 '가우디'를 쓰쿠다제작소가 당당하게 개발해 심장병에 걸려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했을 땐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드라마 원작 소설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ㅣ이케이도 준ㅣ인플루엔셜

시리즈 도서인 만큼 전 편에서 본 인물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반가움과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지 보는 재미와 각 권마다 주제를 가지고 있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쓰쿠다제작소라는 설정 때문인지 강자가 등장하고 그 강자의 악행으로 행운이 오는 방식이 전작과 비슷한 감이 있어 아쉬웠다. 물론 쓰쿠다제작소의 실력이 대기업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는 건 알지만 선택되었던 업체가 비리로 인해 망하고 그 자리를 쓰쿠다제작소가 얻게 된 점에서 아쉽다고 할까, 실력으로 품질 결과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승리하는 건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말 힘든 걸까? 하청업체는 사람 취급도 안 한다는 문구에 그저 씁쓸하다.

인상 깊은 구절

드라마 원작 소설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ㅣ이케이도 준ㅣ인플루엔셜

지위와 입장에 따라 시각도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그게 바로 조직이다. 지위란 시야이며 시점의 높이다.

p.37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 조직에 뼈를 묻을 수 있을까. 아니, 이 조직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p.69



부정적인 사고에 빠지기는 정말 쉬워. 반면 긍정적인 사고를 품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지. 힘들 때야말로 인간의 진가가 나오는 거야.

p.122



"로켓에서 이번에는 인체라."

수술실에서 나오자 자이젠이 물었다. "어디까지 모험을 계속하실 겁니까, 쓰쿠다 씨?"

"어디까지려나요."

쓰쿠다도 웃으며 답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니까요. 꿈이 없는 일은 그냥 돈벌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재미없어요. 안 그렇습니까?"

p.404

회사는 작지만 꿈은 크다. 그런 게 인생 아니겠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인생은 그리 나쁘지 않다. 내가 바로 그렇다.

p.406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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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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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범죄와 미스터리 이야기를 엮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서 코난 도일,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작가의 작품부터 다른 곳에 실린 적이 별로 없거나, 어쩌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 수전 무디, 노벨 페이지 등의 작가의 작품이 다양하게 실려있다. 으스스한 이야기부터 가슴 따뜻하고, 웃기고 곤혹스러운 이야기들까지 크게 폭력적이지도 않고 선혈이 낭자하지도 않는 크리스마스 날 가족이 모여 서로 큰소리로 읽을만한 이야기들이다.

목차를 펼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셜록 홈즈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최근 셜록 홈즈를 읽고 나서인지 너무 반가웠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제일 먼저 읽기 시작했다. 단편이 엮인 책이기에 읽고 싶은 걸 먼저 읽는 게 가능한 좋은 점!!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보았냐가 아니라

얼마나 분명히 보았느냐란다.

p.300

제시카와 아만다 그리고 그의 부모는 아주 호화로운 원양 여객선 같은 에델바이스 호텔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곳에 나타난 셜록 홈즈와 왓슨,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이 호텔에 와야만 했던 한 여자의 등장 모든 것이 미스터리하다. 알고 보니 작년 겨울에 맥커보이 씨가 객실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본 유일한 목격자가 제시카였다. 제시카에게 '은 지팡이'로 칭해지던 홈즈와 '네모 곰'으로 불리던 왓슨의 외모 묘사에서 내가 아는 그들이 맞나?! 했더니 여전히 사건 해결을 하는 모습과 과정들이 그들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제시카가 전달해 주는 이야기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홈즈! 역시 엄지 척이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셜록홈즈의 패러디물 피터 토드의 <헐록 숌즈의 크리스마스 사건>, 셜록 홈즈는 '헐록 숌즈'로 왓슨 박사는 '좟슨 박사'로 불린다. 사건의 결과를 보면 좟슨이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좟슨의 시선이 아닌 숌즈의 시선에서 본 좟슨의 이야기였기에 새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정통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 묶여 있던 단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수전 무디의 <피와 살보다 더> 마지막 반전에서 소름이 싸악오면서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이 '피와 살보다 더'인지 알 수 있었다.

할머니의 손에서 커가던 그는 항상 부모에 대해 물어봤으나 들을 수 없었다. 추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아있는 사진과 그나마 몇 개 말해주었던 이야기를 단서 삼아 사진 속의 저택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어머니 그리고 그녀로부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후 사정을 듣게 되는데 그 진실이 가히 충격적이다. 와~ 이렇게 짧은 이야기에서 이런 이야기를 지은 작가가 누구냐며 다시 한번 앞으로 돌아가 작가의 이름을 확인했다. '수전 무디', 그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고 싶을 정도로 임팩트가 정말 강했다.

우스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서는 도널드 E.웨스트레이크의 <털이범과 머시기>가 기억에 남는다. 크리스마스 날 털이범 잭이 산타로 분장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발명가 주정뱅이의 도움 요청으로 그의 집까지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발명을 하고 나서 컴퓨터에 기록을 해두는데 그 컴퓨터를 도둑맞아 머시기로 불리는 저 기계가 도저히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모르겠다고 잭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서로 묻고 답하기를 여러 번 하다 결국 답을 못 찾고 돌아가려던 잭에게 빌딩 강도 경보장치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컴퓨터를 도둑맞는 일이 없었을 거라고 말하던 주정뱅이가 드디어 머시기의 역할을 깨닫게 된다. 바로 수천 가지의 작은 단서로 강도를 알아내 그들이 일을 저지르기 전 경찰에 전화를 하는 기계라고 자랑스럽게 잭에게 이야기하는데, 어쩌나 잭이 그의 집에 오자마자 그 몰래 물건을 하나 이미 훔쳤고 서로 묻고 답하기를 열심히 할 때 머시기가 혼자서 열심히 작동을 했다지?ㅋㅋㅋㅋ

차를 잠깐 타고 버릴 계획에 탄 차에 아이가 있어 의도치 않게 유괴범이 되어 일어나게 되는 사건 메레디스 니콜슨의 <이중 산타클로스>, 삼엄한 경비 속에서 한시도 인형에서 눈을 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악당 코머스에게 도둑맞는 이야기 엘러리 퀸의 <왕사제 인형 도난 사건> 등 끝이 없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 그저 단순 절도 사건이 대부분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선혈이 낭자하고 쫓고 쫓기며 서로를 끊임없이 죽이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아닌 정말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앉아 편히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음.. 몇 개 이야기는 아이들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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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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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장편소설 다섯 권 중 마지막으로 읽은 <깊이에의 강요>, 분량이 총 83쪽으로 아주 얇은 책이다. ‘얇으니깐 후다닥 읽고 서평 남겨야지~’했던 가벼운 마음은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왜 그랬지?!’ 반성 모드로 바뀌면서, ‘역시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가답다.’라는 말을 되뇌게 만들었다. 이 얇은 책에 3개의 단편과 하나의 에세이로 정말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하나하나의 이야기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젊은 여인이 초대 전시회에서 어느 평론가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첫눈에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지만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 비극으로 끝이 나는 첫 번째 이야기 <깊이에의 강요>

다른 사람의 말과 평과에 자신감을 잃고 자괴감에 빠지면서 그림에 손도 되지 못했던 그녀가 점점 망가져가다 방송탑 아래로 뛰어내려 죽는 일련의 과정이 그녀의 죽음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그림에서 깊이에의 강요를 느낄 수 있다며 전도양양했고 미모도 뛰어났던 화가가 상황을 이겨 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을 바꾼 평론가와 서로 대비되면서 씁쓸함만이 남는다.



퀸을 희생시키고 비숍을 G7에 두다니!

……

자신들은 원하면서도 결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그런 체스를 실제로 그가 두고 있지 않은가.

p.26

체스의 고수 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젊은 도전자 그리고 그들의 체스 경기를 지켜보는 구경꾼들, 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두 번째 이야기 <승부>.

전혀 자신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망설임 없이 자살하듯 모험적으로 체스를 두는 젊은 도전자의 모습을 보며 평소 자신들이 원하면서도 결코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모습이었다며 구경꾼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급기야 이 젊은 도전자가 최고의 체스꾼 장을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 젊은 도전자는 자신이 졌다는 표시로 킹을 쓰러뜨리는 아주 무례하고 상스러운 행동으로 경기를 끝내고 구경꾼들에게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인사도 없이 유유히 사라진다.

분명 이긴 것은 장이었지만 승리를 하기 위해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낮추면서까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풋내기 앞에서 무릎을 끊으면서 얻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승리였다며 장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체스를 영영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차근차근 정석대로 사회의 규칙을 따르며 삶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자신의 것을 지키려 전전긍긍했던 사람과 인습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며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자, 그리고 장처럼 이룬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젊은 도전자처럼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배짱도 없었던 구경꾼들, 정말 하나의 삶의 축소판을 보는듯했다. 나는 체스 고수인 장일까? 아니면 젊은 도전자 일까? 그것도 아니면 구경꾼일까?



보석 세공업자 뮈사르는 자신의 화단을 갈아엎다가 발견한 조개로 인해 세계와 인간이 점점 조개화 되어가고 있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대가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세 번째 이야기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유연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몸이 화석처럼 굳어가고 무감각해져 육체와 영혼이 메말라가면서 죽음에 이른다는 과정을 조개화시켜 이야기한다. 점점 감정이 메말라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돌조개와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변화를 모르고 있다. 비인간화되기를 거부하면서 온몸이 마비되어 가는 순간에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뮈사르는 마비되어가는 손으로 유언을 남긴다.

책을 읽다 자신이 쓴 메모를 발견하고 나서야 자신이 읽었던 책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넌지시 독서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묻는 마지막 이야기 <문학의 건망증>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책을 한 번 더 읽는단 말인가? 모든 것이 무(無)로 와해되어 버린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인가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죽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나는 아름다운 작은 책자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얻어맞은 사람처럼, 실컷 두드려 맞은 사람처럼 슬그머니 서가로 돌아가, 저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런 책이 있다는 것조차 잊힌 해 꽂혀 있는 수없이 많은 다른 책들 사이에 내려놓는다.

p.72

읽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책이 분명 있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책 읽기를 그만둘 것인가?! 오히려 이 무서운 건망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으로 지금 당장 눈에 뜨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몸으로 느낄 순 없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독서 체험의 깨달음이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큰 파장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다섯 권의 책을 다 읽었다. 아직 읽지 못한 '승부, 사랑, 로시니'도 구비해 읽을 예정이다. 작가에 대해 1도 모른 채 그저 이쁜 표지에 끌려 신청해 읽게 된 책이었지만 정말 작가의 필력에 푹 빠져 재미있게 읽었던 시리즈 장편소설이었다. 같은 것을 봤음에도 그곳에서 다른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독창적이고 특이한 소재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알게 되어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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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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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의 저자는 러시아인으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이다. 현재 노르웨이에 거주하며 오슬로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가졌음에도 매번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취조 아닌 취조를 당한다는 그는 자신이 왜 탈로脫露(탈러시아)와 탈남脫南을 택했는지, 그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미아'로 살아가는 사람이 된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미아가 된 모든 사람들의 문제를 크게 5장으로 분류해 이야기한다. 그중 와닿았던 주제 위주로 정리해본다.

한국, 급級의 사회

한국 사회에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 당연시되어있는 '열공', 열심히 공부해야 '인물'이 된다는 생각에 단순히 '재미있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다. '열공'밑에 단선적 신분 상승 열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높으신 분'과 '아랫사람'으로 양분된 서열적 사회에서 '알아줄 만한' 신분을 획득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 되는듯한 분위기이다.

초등학생들이 서로의 '아파트 평수'부터 확인하며 친구가 되고 '등수'로 아이들을 줄 세우며 그 '순'으로 각자의 학벌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직장의 '급'으로까지 이어져 간다.

반면 저자가 살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공부'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 또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경비 업체에 취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조차 별다른 안타까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저자이다. 만인이 공부만 해야 하는 의무도 없고 노동을 존중해 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평생 공부와 관계없는 '일'을 해도 그게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국을 오늘날처럼 부자 나라로 만든 것은 '교수님'들의 그 잘난 '영어 논문'이 아니라 조립 라인에서 나사를 돌리는 노동자들의 손이었습니다. 그런데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고학력 인력이 존중받는 가운데,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저주처럼 들리는 이 괴이한 '학력 우대 사회'에서는 부모들이 굳이 원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까지 마지막 돈을 투자해서 공부를 시키고 유학을 보냅니다.

p.58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열공을 하며 커왔던 대부분의 세대들이 본인을 워킹푸어라고 생각을 한다. 학자금으로 시작된 대출이 직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직장을 다니거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들에겐 타인과 인연을 맺으며 장시간 연애할 에너지와 사색은 사치로 다가온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찾아볼 여유 없이 노동에 시달리며 청년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되어가는 것이다.

"노르웨이에 서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서열밖에 없습니다.'

p.142

대부분의 본사가 서울 아니면 수도권에 있다. 그 거래처의 거래처들도, 그곳을 다니는 샐러리맨들이 이용하게 되는 서비스 업체들도, 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와 학원 등 자연스럽게 서울로 모이게 된다. 권력, 즉 사회적 '힘'이 모여 있는 것이다. 그들의 힘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또 이어지고 스카이 학벌을 바탕으로 재벌, 정부 조직, 학계로 이어지니 일률적 직선에 따라 서로 경쟁하며 '출세의 가도'를 이어간다.

'수도권 명문대 편향'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술 행사는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진행하고 대중 강의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균형적으로' 진행하여 어떻게든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차별 해소가 되어 권력의 분산과 함께 사회의 상당 부분이 평준화되어야 한다. 어느 대학을, 어느 직장을 나오든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며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가난, 사색의 증발, 불안과 가난, 고독의 무게를 감당하며 미아 아닌 미아로 떠도는 지금의 시대를 들여다본 「미아로 산다는 것」, '우리 중에 누가 학벌이 더 좋고 실력이 더 있느냐' 같은 비교 의식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귀가할 수 있는 '집'을 공감과 연대, 협력을 통해서 지어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를 만들어 가자. 변화는 외부가 아닌 각자의 동심으로부터, 안으로부터 온다. 당신이 짓고 싶은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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