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오늘의 젊은 작가 39
김홍 지음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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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김홍 |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39

한국 장편소설 / 232 p.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북클럽’을 통해 김홍 장편소설 「엉엉」을 만났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온라인 북토크로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는 북클럽.

오호~ 작가와의 만남이라고?!😍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그리고 함께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증 반, 설렘 반! 두근두근. 낯선 설렘이 주는 느낌이 싫지 않다.

그럼 온라인 북토크는 언제하고 어떻게 참여 가능한지부터 책리뷰까지 빠르게 알아보자. 그런데 책 제목 「엉엉」은 울 때의 그 엉엉?! 


“어디 가려고?”

“응”

“어디 가려고.”

“모르겠어.”

p.22

어느 여름날, 악몽에 잠을 설치던 ‘나’는 자신으로부터 뭔가 떨어져 나갔다는 걸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본체’라는 것을 직감한다. 

본체라고?! 무슨 본체?! 영혼 같은 건가?! 

그런데 그 본체가 주섬주섬 짐을 챙기더니 떠난다??? 어디로 가는지도,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긴 채.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나'는 자신도 모르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세상도 함께 울어주듯 비가 내린다.

네? 왜요? '나'와 '본체'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원래 하나였던 존재가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둘이라니. 참신한 설정에 호기심이 생긴다.




5년 후, 본체로부터 걸려온 전화. 그렇게 다시 '나'는 본체와 재회하고, 그 본체를 통해 본체를 잃어버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느 날 코트 안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을 하는 도중 실수로 자기 본체를 꺼내 날려버렸다는 리처드 펭귄,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순간 본체가 빠져나간 지수 씨, 예고 없이 눈앞에 사막이 펼쳐지며 쓰러지던 정현 씨 등 본체를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나’는 예상치 못한 일에 휩싸이는데... 

'나'와 그들은 본체를 되찾게 되는 걸까? 그가 울면 왜 세상도 함께 우는 걸까?

본체들은 본체의 삶을 '나'는 본체를 잃어버린 채 나대로의 삶을 살아가던 세계. 이유 없이 울던 '나’에게 당신이 울지 않을 수 있어서라는 말을 건네던 장면이 유독 오래도록 기억에 남던 이야기.

예상할 수 없는 김홍 작가의 엉뚱함과 기발함이 여기저기 숨어 있던 「엉엉」. 술술 읽힐수록 궁금증도 함께 커져갔던 이야기. 

그래서 더 온라인 북토크가 기다려지고 작가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





ps.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난 언제 울어봤더라?! 생각하게 되었고, 문득 최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왜 울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느 순간 화자인 '나'처럼 그냥 눈물이 나와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픈 몸으로 인해 하려고 했던 일들이 틀어져 속상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유 없이 그냥 울었던 거 같다.

그런데, 난 언제부터 울지 않았더라?! 

연년생으로 동생을 둔 나는 불안했는지, 어릴 적 엄마가 엉덩이만 들려고해도 울었을 정도로 동네에서 울보로 통했던 나였다는데.... 그래서인가?! 다음의 글들이 더 와닿았다. 어쩌면 나도 더 많은 나를 만들고 있었을지도...

이게 다 뭐야?

우리는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어. 더 많은 우리들을.

p.60

제가 지금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지 않아요. 다른 무엇보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우는거라서 울고 계신 거예요.

p.160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어려워진다. 나 자신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하는 건지 남들이 원하기를 원해서 원하는 척하는 건지 확신하기 힘들고, 내가 원하는 바를 들은 상대방이 무언가를 요구받은 것처럼 느낄까 봐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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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커밋 패티슨 지음, 윤신영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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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맨

커밋 패티슨 | 윤신영 옮김 | 김영사

과학(진화론·고고학·인류학) / 700 p.

인류 조상이 어떻게 유인원으로부터 분리되었고, 직립보행을 어떻게 하게 되었으며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등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인류 기원에 대한 궁금증.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p.11

1967년 사리치와 윌슨에 의해 인류가 아프리카 유인원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한다. 하지만 인류가 그렇게나 침팬지나 고릴라와 가깝다면 왜 더 유인원과 비슷한 인류 조상종 화석이 발견되지 않을까라는 회의론도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이때 유인원스러운 특징을 가진 인류 조상 중 가장 오래된 최초의 화석 인류 '루시'가 나타난다.(심봤다아!) 

뒤이어 존핸슨이 침팬지가 가설상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모든 유인원에 전해져 내려온 해부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능 유인원이라 말하면서 인류와 침팬지, 고릴라 사이의 유전적 관련성이 문제로 떠오게 되었고 이 문제는 일부 연구를 통해 인류가 침팬지와 특히 더 가깝다는 단서를 드러낸다.

이 사실에 많은 학자들이 더 오래된 인류 조상이 있다면 그들은 침팬지와 더욱 닮았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하지만 최초의 인류 루시보다 100만 년 더 앞선 존재는 인간도 침팬지도 아니었다. 오 마이 갓!!! 넌 누구냐?!


이 장대한 드라마는 나무 아래 똑바로 서 있는, 이족보행을 하는 본원적인 존재에서 시작된다. 아르디는 특유의 걸음걸이로, 인류 가계도 전체와 관련된 격렬한 논쟁 속으로 들어갔다.

p.257


 

아르디의 발과 골반의 인류스러운 특징을 보고는 더욱 확신이 섰다. "두세 개의 독립된 데이터 소스가 있다는 점에서 확신이 갑니다. 침팬지와 갈라진, 인류 계통이에요."

p.517

그 존재는 바로 땅을 의미하는 아파르어 '아르디Ardi'와 유인원 혹은 원숭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피테코스pithekos'에서 유래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라는 이름을 가진 인류 계통에서 가장 오래된 440만 년 전 고인류 여인이다. ’아르디‘라고도 불리는 이 이름은 지상 유인원이자 인류 계통의 뿌리에 위치하는 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홍보 덕분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루시'에 반해, 처음보다 학계에서 많이 받아들여졌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는 존재로 대중에게 거의 알려진 게 없는 '아르디'이기도 하다. 또한 학자들에게 해답보다는 질문을, 기존 가설을 확인시키기보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기한 불편한 존재가 된 아르디였다.

「화석맨」을 통해 인류의 기원에 대한 특징을 볼 때마다 나 또한 혼란스러워진다. 분명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데 현생 유인원과는 다른 그 특징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이 궁금증에 그 시대 화석이 더 많이 발견되길, 팀 화이트를 열심히 응원했다. (발견해라. 발견했나?! 발견하길🙏)



 

박물관이 뭐요? 화석은 뭐고?

이 보물들은 인류 모두의 것입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인이며 전 세계를 위해 이 화석들을 전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화석들이 파괴되게 놔둔다면, 역사가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겁니다.

p.121

기자 출신의 작가 커밋 패티슨이 쓴 과학도서 「화석맨」은 지구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화석을 잘 발굴하는 인물 팀 화이트가 주가 되어 진행되는 한 편의 소설 같아 두꺼운 분량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캘리포니아대학 인류학과 교수이자 오래된 인류 조상종 '아르디'를 발굴하고 이름을 붙인 화이트였지만, 자신만의 고집으로 많은 적들 또한 만들었던 인물. 그래서 그와 그 이외의 많은 고인류학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소재를 발굴, 연구하고 학계에 받아들여지던 그 과정이 치열했던 만큼 덩달아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화석맨」의 주요 배경이 되던 천년 가까이 잠들어 시대마다 층층이 다른 역사를 갖고 있던 나라 에티오피아와 같은 동아프리카 지구대에 위치한 나라의 내전과 부족들로 인해 전쟁터가 되기도 했던 화석 발굴지로 가던 그 여정에선, 목표하는 지역을 가기 위한 매일매일의 흥정의 연속이 되었던,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줘야 했던 「낙원」이란 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들이 끊임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보이던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열정이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하고 그 사실에 인류의 역사가 다시 수정되어 나아가던 이야기. 

모두가 기대하던 조상과 실제로 나타난 조상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고, 현존하는 어떤 범주에도 정확히 속하지 않으며, 상상했던 것과도 달라 여전히 미스터리한 존재로 남은 인류의 기원이 궁금하다면 「화석맨」을 읽어보시길 권해본다.^^

조금은 인류의 기원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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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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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권성민 | 한겨레출판

자기계발 / 280 p.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 있는 방송처럼.

p.61

평소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우리 집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몇 개 챙겨보곤 한다. 열심히 달려왔으니 쉬어가는 타임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즐겁게 웃고 웃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책 표지에 적힌 ‘어느 예능PD의 생존기’라는 말에 혹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존기’라는 단어보다 ‘예능’이란 단어에 꽂혔던 거다. 그리고 거기에 플러스 ‘PD’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

그래서 가볍게 펼쳤다. 한 편의 예능을 보듯 그렇게. 그런데 중간중간 훅 들어오는 글이 있다. 그리고 툭툭 던지는 웃음 요소와 위로까지. 

‘아! 이 책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계발책이었지.’ 뒤늦게 깨닫고서 다시 음미한다.

권성민 작가는 2012년 MBC PD로 입사해 8년을 일했고, 2020년 카카오로 이직해 현재까지 예능PD로 일하고 있다. 그가 10년 동안 일하며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직면하는 마음」에는 PD라는 직업과 시스템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풀어 나간다. 

즉, 작가의 말을 빌려 ‘자신의 눈으로 돌아본 권성민 예능PD의 작업 수기’를 담은 자기계발책인 것이다.

4장으로 구성된 「직면하는 마음」에서 그가 말하는 예능이란 장르는 여집합으로, ‘확실히 드라마이거나 확실히 시사교양인 것들을 빼고 난 뒤에 남은 애매한 것들이 모여 복닥거리는 곳. 정해진 모양이 없는 만큼 자유롭고, 좋은 뜻으로 제멋대로’라고 말한다.

복닥거리는 곳. 자유롭고. 제멋대로. 왠지 모르게 엉뚱하고도 재미있다는 느낌이 드는 정의만큼 책에 적힌 글 또한 그러했다. 

여러 상황에 놓여있는 요즘 내가 자주 했던 질문 '내가 이 일은 왜 하고 있지?'를, 작가의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은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는 글로 만났을 때의 놀라움처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난 글에서 내 상황을 대입하게 만들고 돌아보게 하며 생각하게 만들었고.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작가가 툭 무심히 던져 놓은 유머 폭탄에 큭큭 터지게도 만들었다. 자신이 새 프로그램이나 책을 내면 한동안 자기 전에 네이버에 검색을 해본다고 한다. 그것도 큰따옴표 안에 넣어서. 안그러면 <톡이나 할까?> 프로그램은 자꾸 이상한 옷을 입은 여성분들이 외로울 때 자신에게 카톡을 보내라는 엉뚱한 게시물이 나오고, 「살아갑니다」 첫 책 제목은 감성적인 일기만 자꾸 나온다고 ㅋㅋㅋㅋ 이 에피소드 말고도 건강검진과 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해석 등 곳곳에 숨은 재미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거기에 또,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란 결국 ‘지금 내가 미래의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할 것이다. 너 그때 이런 거 걱정했지. 괜찮더라. 지나보니 별거 아니더라. 너 지금 많이 불안하지.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글로 나를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다. 꼭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서. 엉엉. 작가님 이거 반칙이에요!!

보통 영어로 제작자란 의미의 프로듀서로 풀이되는 'PD'. 다른 많은 나라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시스템 없는 시스템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PD 그 자체로 시스템이 되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해 나가던 생존기 속에서 자기개발기도 볼 수 있었고, 콘텐츠 제작자로 일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작가님의 운동 마인드에 자극까지 받은(아자!).

예능PD의 직업이 궁금하신 분이나 자신에게 다시 확신을 불 지퍼 달려나가길 원하는 분에게 권해본다. 권성민 예능PD 만의 필력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직면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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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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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SF 장편소설 / 432 p.

내가 배운 단 한 가지는

세상엔 운 좋은 사람과 운 나쁜 사람이 있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조차

그 이유를 말해주지 못한다는 거야.

p.118

정말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걸까? 아이들과 즐겨보던 런닝맨에서조차 이광수는 예능 신이 도와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 순간 선택한 결과가 어이없을 정도로 그를 똥손이라 말했고, 콘스턴트처럼 저 위 누군가가 좋아한다는 듯 송지효가 선택하는 결과들은 그녀를 금손이라 칭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인 걸까?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운명이었다면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평생 동안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행운이 이어지며 지구상 최고의 갑부가 된 콘스턴트가 그 행운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그저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 봐!”를 외치는 모습에, ‘그래! 어쩌면 정말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분명 그랬는데....

와~ 이 「타이탄의 세이렌」은 뭐지?! '지금까지 이런 장편소설은 없었다!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인가, 추리 소설인가?!'를 외치게 만든다. 정말 1959년에 출간된 소설이 맞는가?! 작가님의 독창적인 상상력에 매 순간 놀라는 건 기본이요, 거기에 추리소설인가 할 정도의 반전에 반전도 있었으니, 묘하다 이 소설!



 

콘스턴트 씨, 분명히 말하는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우주가 거칠고도 거친 공간이라고 말해줘도 고마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

p.33

아무 노력 없이 이어지던 행운으로 최고의 갑부가 된 콘스턴트는 어느 날 비어트리스 럼포드로부터 초대를 받게 된다. 그것도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남편이 물질화가 이루어지는 날에 저택으로 오라는 초대를. 


그리고 개인 우주선을 타고 화성과 이틀거리에 있으며 지도상에는 없는 크로노-신클래스틱 인펀디뷸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오십구일에 한 번씩 그의 개 카작과 자신이 물질화되는 럼포드로부터 예언을 듣게 된다.


자신은 한 번도 타이탄이라는 곳에 아니 지구 대기권 밖으로조차 한 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는데, 자신이 화성, 수성 그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다음 다시 타이탄으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란다. 거기에 자신의 아내 비어트리스와 화성에서 결혼 아니, 정확히 말해 교배될 예정이고 둘 사이에서 크로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4차원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 여러 장소만이 아니라 여러 시간에 걸쳐 널리 흩어져 있게 됨으로써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럼포드의 예언이 맞는 것일까? 정말???



나는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p.299

그의 예언에 맞서듯 콘스턴트는 그 나름대로, 비어트리스는 그녀 나름대로 대처를 한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럼포드의 예언처럼 하나둘 이루어져 가는데... 그 과정이 '와~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이 놀라움은 커트 보니것 작가가 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하게 만들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처음엔 저 위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나 보다며 행운을 신의 손길인 양 받아들이기만 했던 콘스턴트 그도 계속되는 시련에 기억과 재산과 가족을 잃어가며 결국 자신은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이라 말한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하지만 정말 우리는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일까?! 


열심히 살아가다가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때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또 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아가길 반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우연도 우리가 선택한 우연이고 결국은 그 우연히 모여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게 되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렇게 모든 우연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운명과 삶의 무의미함 그리고 그 삶에 대한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커트 보니것 작가만의 블랙코미디와 풍자로 만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과 동시에 색다른 SF 장편소설을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께 권한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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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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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한은형 | 작가정신

한국소설 / 312p.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여기 이러고 있었지만.

인생에 있어 나쁜 일만은 없다고 생각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나가 나쁘면, 하나는 좋다.

세상은 그렇게 시소처럼

양쪽으로 기울게 만들어져 있다고.

p.11

정말 사람 인생,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불안한 만큼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게 아닐까?! 때론 나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걸 보상하듯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당장 5분 후의 일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의도치 않는 재미와 행복을 얻는 삶. 이런 게 사는 거겠지?!

'서핑'이라는 소재로 만난 실시간 재생되던 우리의 현실 이야기를 통해 내가 나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했던 이야기. 그것도 길지 않은 짧은 호흡으로, 툭툭 던지듯 무시함 말투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매혹적인 필력으로. 그러다 따옴표가 생략된 인물들의 대화에 녹아들다 못해 '분홍 코끼리'의 일원인듯한 착각에 빠져들며 그들을 따라 외치게 만든 이야기.

그래, 이게 사는 거지.


결정적인 순간 같은 건 인생에 별로 없다고 생각해왔다. 따지고 보면 매 순간이 결정적이고, 순간순간의 결정이 나를 이끌어온 거라고.

p.18

하와이에서 태어난 '나'는 생각지도 않은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것도 죽음을 선택했다는 큰이모로부터. 

큰이모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 형제자매가 모두 없어서 형제자매의 자녀인 그녀가 상속 대상이 되었고, 양양 하조대 근처의 동해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게 지어진 아파트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였으면 좋아했을 이 유산을 그저 인생이 좀 덜 복잡하기를 원하던 그녀였기에 그다지 기쁘지 않아 한다. 하지만 유산 대리인이 올해 전에는 와야 한다는 말에 7일간의 휴가를 내고 양양으로 가야했던 그녀이다.

그렇게 연말을 양양 아파트에서 보내게 되었고, 크리스마스 날에는 아파트 상가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서핑 강습을 하며 가족들이 서퍼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꾸린다는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게 되면서 서핑 강습을 받게 된 그녀. 그저 해변 아파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알아보겠다며 와이키키에 발을 들였다가 어느새 본래의 목적은 잊고 서핑에 집중을 하게 된 그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한 겨울 바다에서 넘실대는 파도 서핑 위에서 연말연시를 보내게 될 줄을!! 정말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다.



무슨 의지일까요?

놀겠다는 의지. 파도와 놀겠다는 의지. 힘들어도 힘껏 놀아보겠다는 의지. 파도를 타겠다는 의지…… 뭐 이런 게 아닐까요?

p.145

「서핑하는 정신」을 읽다 보니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해 나가는 과정들이 우리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서퍼들 사이에서는 파도를 타는 것만을 서핑이라고 말하지 않고, '파도를 타기 전, 타는 중, 그리고 타고 나서의 변화된 삶 모두를 서핑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잔잔한 파도여도 타기 쉽지 않은 서핑. 그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패들, 패들, 패들... 팔이 저려올 정도로 저을 뿐이다. 그래, 어디 인생 또한 쉬운 게 있던가?!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듯 깨지고 좌절해도 결국은 나 자신에게 지지 않는 법을 배워나가며 내가 나로 살기 위한 도전을 해나가길. 

그리고 함께 서핑 강습을 배우며 돌고래, 해파리, 상어, 미역, 우뭇가사리라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잊고 있었던 사람의 온기와 위로 또한 전하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자신의 하루를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애쓰던 그녀처럼, 나 자신의 하루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게 만든 이야기였다. 

번아웃이 왔거나 매일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 색다른 소설로 힐링을 하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본다.

그치. 자기가 자기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위로야. 너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할 거다. 살자, 살자, 살아야겠다.

p.224

비치 코밍을 하고 있으니 내가 카밍되는 것 같지 않아요? 막 안정되면서 고요해지네.

그러게요, 코밍하니까 카밍해지는 것 같네요.

그치. 해변 정화하면서 마음도 씻고. 허벅지 근육도 키우고, 산책도 하고. 좋구나. 이게 사는 거지.

이게 사는 거지.

우뭇가사리가 말했다.

이게 사는 거지.

돌고래가 말했다.

p.229~230


 

ps. 마지막에 실린 서핑 용어와 작가 인터뷰 구성이 색달랐고 이를 통해 조금 더 깊게 「서핑하는 정신」을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

+ 작정단9기 참여자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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