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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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의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에세이 / p.634

누군가로부터 꾸준히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도 보내는 이의 추천 도서와 함께 말이다. 아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받는 이었다면 매번 그 편지가 기다려질 거 같다.

그래서 얀 마텔 저자가 신중하게 고른 책을 동봉해 자국 캐나다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낸 101통의 편지를 읽는 내내 그 수상이 부러웠고 수상의 보좌관으로부터 일곱 통의 형식적인 답장이긴 했으나 답장을 받은 날엔 꼭 내가 답장을 받은 거 마냥 기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소통하길 원했던 수상으로부터 단 한마디의 답도 듣지 못했음에도 왜 101통의 문학 편지를 보낸 것일까?



캐나다가 50년 동안 일궈온 다양한 문화 예술이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정리되는 그 순간, 다음 의제에만 열중하고 있던 수장을 본 저자는 그에게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혼자 빈둥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라는 기능적인 문제보다 ‘이것은 왜 이렇고, 저것은 왜 저럴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

그렇게 문학 작품이 주는 고요함을 전하고자 책을 편지와 함께 전달하기 시작한 저자였고, 그의 주옥같은 말에 포스트잇 붙이기 바쁘게 마치 수상이 나인 듯한 착각에 빠져 그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하나의 편지가 길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 읽기 쉽고 수상에게 책을 보내며 쓴 추천 이유를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목록을 보고 먼저 보고 싶은 편지를 봐도 좋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저자가 제일 처음 수상에게 권한 책이 나도 읽었던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었다는 사실!! 아니 여기서 보니 더 반갑고 괜스레 인정(?) 받은 듯한 막 뿌듯함이 밀려온다. ㅋㅋ 

이처럼 기존 읽었던 책을 만났을 땐 반가움과 함께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읽지 못한 책은 그 책대로 앞으로 읽을 책 목록에 추가가 되던 시간이었다.

정말 저자가 생각하는 문화 예술의 중요함과 고요한 사색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내 마음까지 함께 울렁이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래서 앞으로 만날 문학 작품들이 더 많이 기다려진다. 

■ 시시한 작품부터 훌륭한 고전까지 어떤 책이든 우리에게 다른 삶을 살게 해주며, 다른 이의 지혜와 어리석음을 가르쳐줍니다. 어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지식을 얻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어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 현실이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얻어 넓혀지지 않은 삶, 오직 자기 자신의 한정된 삶만을 사는 사람만큼 애처롭고 위험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p.116



ps. 일방적인 러브레터 같았던 편지 속에서 자신만의 외로운 북클럽이라던 자자가 우리의 북클럽이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라며 자축하기 위한 시집을 보내기도 하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 읽었다면 다른 이에게 빌려줄 수 있냐고 묻기까지 하는데 넘 귀여우심 ㅋㅋㅋ 

🔖____

■ 우리는 일하고 또 일해야 하고,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가끔씩 숨을 헐떡이며 혼잣말로 “아이쿠, 삶이 정신없이 달리고 있군”이라며 투덜대지만 진실은 정반대이다. 삶은 조용한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는 건 우리뿐이다. p.22

■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이런 부지불식간이 자기점검에서 때때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인정하게 됩니다. p.41


■ 노숙자든 부자든 누구에게나 잠자리 옆에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밤이면 책이 빛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내려놓기 시작하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 잠들기 전에 책을 집어 들고 잠시 몇 쪽이라도 읽는 그 순간이,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곳에 있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입니다. …… 결국 선택의 문제이지요. p.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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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느린 걸음
김병훈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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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느린 걸음

김병훈 | 진선북스

포토 에세이 / p.264

언제부터였을까?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이길 바라기 시작한 날이. 그리고 24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 

아마도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지금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며 그때도 더 많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을 것이란 것을. 그리고 이건 시간이 아닌 내 마음속의 여유로움의 부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내려놓는 방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아니, 어쩌면 '에라잇 모르겠다'라는 마음이 한 스푼 더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마음인 듯 저런 마음인 듯 어떠하리! 가끔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내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작은 노력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공간 속으로, 사람들 사이로 그리고 사물과 틈 사이로 들어가 추억과 기억, 시간을 온전히 기록'한 저자의 「가끔은, 느린 걸음」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겨 본 시간이었다.





「가끔은, 느린 걸음」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놓치며 지나가는 우리의 삶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과 함께 짧은 시와 같은 글이 더해진 포토 에세이이다.

걸으며 보이던 나무를 보며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부딪치거나 상처 내지 않고 서로를 풍성하게 만들어간 가지처럼 우리의 세상살이도 그러길 바라기도 하고, 봄과 여름 사이 짙은 풀 냄새와 습한 공기의 향기로움에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며, 바람이 부는 너른 들판 가운데에서 대기의 온도와 기압이 만들어 내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어느 나라의 속담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저자의 느린 걸음을 따라 걷다 어느새 나 또한 나만의 느린 걸음으로 추억 여행을 하기도 했다. 

특히 동네 친구들과 함께 따라다녔던 방구차와 아주 크고 멋져 보였던 엿을 받아볼 거라고 여러 번 시도했던 뽑기를 만났을 땐 유독 더 반가웠다. 

'잠상과 기억' 편 낯선 여행에서의 사진 촬영의 이야기에선 기억하기 위해 남기는 여행의 기록들이 퇴색되어 불완전하기에 더욱 애정 어리다는 말에 과거에 기록하기 위해 남겼던 수많은 나의 사진이 스쳐 지나갔고 멈쳐버린 나의 기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지?! 

그리고 '바닷가의 연인' 흰둥이와 검둥이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기까지 한다.





저자가 느리게 걸으며 담은 일상의 순간들의 흑백 사진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시와 같은 짧은 글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가 담은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이 다시 나에게 기록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다음 저자의 말이 뜻깊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어제와 지금, 순간순간이 쌓이고 쌓여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당신의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


정말 나의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 내일이 기다려지긴 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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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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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 이상현 옮김 | 사이언스북스

과학 / p.672

들이 지상에 내려온다고 생각하던 시절, 사람들은 신과 관련된 환시를 보았고, 악령이 우리 곁에 산다고 생각하던 시절엔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를, 요정이 받아들여지던 시절엔 요정을, 심령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엔 정령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은 그 빈자리를 지구 밖 새로운 것, 외계인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을 땐 접종자의 정신을 조작하기 위한 특수 물질이 들어있다 믿으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이 하늘에서 새로운 석유 매장 지점을 발견하겠다는 사기극에 넘어가 수백만 달러를 날린 적도 있었으며, 아시아 코뿔소의 뿔을 갈아서 먹으면 발기 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아시아 코뿔소는 거의 멸종 상태에 몰리기까지 했다. 

왜 사람들은 과학이 아닌 미신이나 유사 과학을 믿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근거도 없는 이 주장들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걸까? 왜?!

그 이유를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 저자의 생전 마지막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심령 수술, 마녀재판, 악마 숭배,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 UFO 등장 등 다양한 종류의 미신이나 유사 과학의 기원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유사 과학을 바탕으로 해부된 원인을 저자가 분석, 진단하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본질과 정신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한다.

암흑시대라 불렸던 서구 중세 고대의 악령부터 시작해 그 악령이 마녀로 그리고 외계인으로 변해가던 그 과정에서 함께 알게 된 인류 역사와 사회, 문화가 흥미롭다. 그리고 그중 마녀재판이 곧 돈 문제였다는 사실과 마녀로 고발된 사람들의 고백을 들었던 예수회 신부 프리드리히 수페이 폰 라겐펠트의 고발서 「검사들을 향한 경고」 발췌본이 강렬하게 다가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통해 처음 만나본 시간으로, 그가 과학에 보내는 조금 어렵지만 애정 가득한 연서를 본 듯한 기분이다.

사람들이 과학이 아닌 유사 과학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통해 그들이 소망하고 갈망했던 것을 볼 수 있었고, 이 모든 헛소리 같은 이야기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 시민들의 마음과 삶을 보여 주는 기대하지 않던 창 역할이라는 말에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던 이야기였다. 

또한 과학 시간에 막무가내로 암기하며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실험만 해왔던 저자의 일화와 ‘무기력하고 호기심 없고 무비판적이며 상상력이 고갈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서 현재 과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과학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근본 가치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음 세기에도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학자 뿐만 아니라 우리들 또한 과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인상 깊은 글귀

 과학은 양날의 칼과 같다. 과학의 무시무시한 힘은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특히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전 지구적 관점과 미래 세대의 관점을 가지고, 민족주의와 쇼비니즘에 휘둘리는 것을 피하라고 권하는 것 등이 바로 우리가 새롭게 젊어져야 할 책임이다. 사소한 실수가 아주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p.33

■ 과학자들은 직관적으로 당연하다고 해서 그냥 믿지 않는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은 한때 당연했다.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는 것은 한때 당연했다. 사혈 치료가 질병 대부분을 낫게 한다는 것은 한때 당연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노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 역시 한때는 당연했다. 우주에는 중심이 있고 그 위대한 자리에 지구가 있다는 것 역시 한때는 당연했다. p.70

■ 헛소리와 사기와 속임수, 경솔한 생각과 바람이 사실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것은 마술 공연장과 모호한 조언을 읊는 점쟁이의 상담실에서만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정치, 사회, 종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한 나라에 국한된 일만도 아니다.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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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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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제인 오스틴 | 송은주 옮김 | 윌북

고전·영미소설 / p.380

오늘날,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있으면 사귀는 사람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독신주의라고 하면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지 등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 그리고 때론 그들을 가리켜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닌 ‘못’하는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도 이러한데 과거엔 오죽했을까? 더욱이 경제적 사회 활동에서 배제된 여성에게 있어 결혼이라는 제도는 더했으리라. 

그래서 그 시대에 ‘설득’당하며 살아가야 했던 많은 이들 사이에서 자신이 설득당한 과거에 대해 반성하며 ‘결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던 여인 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설득당하지 않길 응원했다.


뭐라고! 삶의 위안을 전부 다 버리라고! 여행, 런던, 하인들, 말, 만찬! 온통 다 줄이고 절제하라는 말뿐이군. 신사의 체면도 차리지 말고 살라니! 안 되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고 말겠어.

p.22



쯧쯧, 절로 혀를 차게 만들던 앤의 아버지 월터 엘리엇 경과 그녀의 언니 엘리자베스. 절제하고 아끼며 살아갈 바에는 저택을 세놓아서라도 재산을 지키겠다는 부녀! 외모나 지위에서 비롯된 허영심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던 그들 답다고 해야 하나?!

결국 몸이 아프다며 자신의 곁에 머물러 달라는 여동생 메리의 곁에 앤만 남고, 아버지와 언니는 켈린치 홀을 떠나고, 저택의 세입자로 웬트워스 대령의 누나 내외 크로프트 제독 부부가 들어온다.

그렇게 8년 전 헤어졌던 연인 앤과 웬트워스 대령이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것도 해군으로 돈도 없고 신분도 고귀하지 않아 앤의 아버지의 반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친구이자 대모인 러셀 부인의 설득에 넘어가 이별을 택했던 앤을 비웃듯 크게 성공해서 돌아온 그이다.

이 둘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둘이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채 진도를 나갔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어지지 않는다던데라는 불안감도 함께 했다. 

그래서 웬트워스 대령이 다른 여인들과 친하게 지내며 신붓감을 찾을 땐 불안했고 그 과정을 침착하게 보며 웬트워스 대령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앤을 볼 때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거기에 다음 상속자 엘리엇 경이 앤에게 접근까지 해오니 이들의 마지막이 점점 더 궁금해져 갔다.

나름의 반전도 있었고, 마지막 웬트워스 대령의 편지에선 울컥한 감동도 있었으며 그 시대적 상황에 ‘설득’당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신중하게 헤쳐나가며 믿음을 주던 앤의 마지막 선택 또한 좋았던 이야기였다.

19세기 초 영국 상류층 여성들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테마로 그려진, 제인 오스틴의 완벽한 소설이라 불리는 「설득」. 

그 시절의 결혼과 인생을 들여다보며 과연 나는 오늘날 ‘설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설득’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ps. 넷플릭스에서 ‘설득’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리뷰가 아주 처참하다. 그런데 또 처참하니 왜 그런지 보고 싶어지는 이 청개구리 심보. 🤣




제인 오스틴 '설득', 인상 깊은 글귀

■ 우리의 행동들이 늘 그렇듯이, 남들이 겪지 않는 일을 나만 겪는다고 믿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지. p.21

■ 우리는 결코 당신들이 우리를 잊는 것만큼 빨리 잊지 않아요. 어쩌면 그건 우리의 장점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르지요.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답니다. 우리는 집에서 조용히 갇혀서 살지요. 우리의 감정들이 우리를 괴롭혀요. 남자들은 억지로라도 일을 해야 하지요. 항상 해야 할 일이 있고, 소일거리가 있고, 이런저런 할 일이 있어서 곧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끊임없는 일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감정은 곧 희미해지고 말아요. p.348

■ 나에게 너무 늦었다고, 그런 소중한 감정들은 영영 사라져버렸다고 말하지만 말아주십시오. 당신이 8년 반 전 내 마음을 거의 무너뜨렸을 때보다 훨씬 더 당신의 것이 된 마음으로, 다시 저를 당신께 바칩니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빨리 잊는다고, 남자의 사랑은 일찍 숨을 거둔다고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 말고는 누구도 사랑한 적 없습니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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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명순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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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강명순 옮김 | 윌북

고전·독일소설 / p.236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를 흔히 자석 같은 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로가 아닌 한 사람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배가 자석산 가까이 다가가면 배에 있는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끌어당겨 결국 배의 못이 몽땅 빨려 들어가 배에 탄 사람들이 무너지는 판자 더미 사이에서 깔려 비참하게 죽듯, 자신이 부서지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것이 어디 자신의 마음대로 되던가?! 특히 짝사랑이 말이다.

첫눈에 반한 로테에게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끌림을 느낀 베르테르가 꼭 자석산에 끌려들어 가던 배와 같아 보였던 이야기였다.

변호사로서 상속 사건을 처리하러 내려간 시골에서 법관의 딸 로테에게 첫눈에 빠지게 된 베르테르.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으니 이 얼마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서 베르테르는 그녀를 자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럴듯한 핑계를 찾아내 그녀의 곁에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어디를 가든 로테의 모습이 나타나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으며, 눈을 감으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장악해버리던 그녀였다. 

틀리면 빰을 한 대씩 맞는 게임을 하던 중 로테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더 세게 때린 것 같다며 내심 기분 좋아하던 그.(순간 내 두 눈을 의심)

그녀를 못 만날 땐 그녀와 가까이에 갔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하인 하나를 보내고 그 하인이 돌아오길 눈 빠지게 기다렸으며 그 하인이 보였을 땐 로테의 시선이 닿은 하인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느끼며 행복해하던 그.

하지만 점점 자석산에 끌려가던 배는 자신이 부서지는 지도 모르고 계속 끌려간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불리는 괴테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간 당시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베르테르를 모방하는 자살 신드롬까지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난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심경을 담아 쓴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던 이야기에서 그의 감정선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그의 감정엔 온전히 공감하긴 어려웠다. 첫눈에 반해본 적도 그렇다고 짝사랑을 해본 적도 없어서인가?!


사랑하는 이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 손을 내밀어 붙잡을 수 없는 심정과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염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태양을 봤을 때의 비참함을 느꼈을 그가 안타까웠지만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자신 중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면 자신이 그 한 사람이 되겠다며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하던 그의 말엔 화가 났다. 왜 ‘희생’이라 말하는가?!


그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냉정하게 내치지 못한 그녀에게도 잘못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부서질 정도로 사랑한 그녀의 앞날의 행복을 빌어줬어야 했다. 그의 마지막 선택으로 그녀에게 큰 죄책감과 지옥과 같을 앞날을 선물해 줄 것이 아니라.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마음이던가?! 그래, 그래서 어려운 거겠지. 인간의 감정이 무엇인지 답을 찾으려 애쓰던 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독서 모임의 책으로 정해지면 어떨까 생각하게 만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고, 그의 마음에 온전히 공감하며 그를 위해줄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뮤지컬 원작 고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인상 깊은 글귀

■ 빌헬름, 솔직히 말할게. 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여자, 내가 원하는 여자가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왈츠를 추게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맹세했어. 설사 그것 때문에 내가 파멸에 이른다 해도. p.42

■ 누군가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싹트는 작은 기쁨마저 빼앗아가려는 자는 좀 당해봐야 합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폭군이 부리는 변덕스러운 심술 때문에 놓쳐 버린 한순간의 행복은 이 세상 그 어떤 선물이나 호의로도 절대 보상받을 수 없으니까요. p.60

■ 빌헬름, 만약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우리 마음이 어떨까! 아마 불빛이 꺼진 환등기 같지 않을까? p.70

■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되는 이유는 뭘까? p.93

■ 너의 빈자리로 인한 상실감이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아, 인간이 이토록 덧없는 존재라니! 자신이 확고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믿는 곳에서조차, 자신의 현존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긴 유일한 곳에서조차,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과 영혼 속에서조차 인간이란 존재는 소멸되고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라니! 그것도 순식간에! p.156

■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기만하고 일부러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어요. 왜 그걸 못 느끼는 건가요? 왜 하필이면 나를, 베르테르? 왜 하필이면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된 나를? 대체 왜? 두려워요. 나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의 마음을 더욱 부추기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정말 두려워요.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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