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1~2 세트 - 전2권 - 박해영 대본집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박해영 지음 / 세계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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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박해영 | 세계사

드라마 작품집 / p.808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 생겼다. 바로 인생책이 뭐냐는 질문. 그럴 때면 나는 나의 인생책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이미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건, 답을 한 것과 같지 않을까? 

그런데 저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인생책을 여러 번 보고 또 보고 한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아무리 재미있게 본 것도 다시 보는 걸 즐기지 않는 나는 그들이 신기했다. 도대체 인생책이 뭐길래?! 언젠가는 나도 인생책을 만나면 그렇게 될까?!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라 말하던 '나의 아저씨'를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때다 싶어 손을 들었더랬다. 

안그래도 피곤한 일상, 내가 드라마까지 머리 아픈 내용을 보며 우울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밝은 이야기 위주로 보던 나였기에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었던 '나의 아저씨'를 그렇게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왜 다들 '인생 드라마', '인생 드라마'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파고들던 「나의 아저씨」. 모든 인물이 종이 밖으로 나와 현실 세상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현실보다도 더 현실 같아 마음을 울렸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정말 이런 거 아닐까?

뭐든 '이만하면 됐다' 생각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잊은 채 살아가던 박동훈과 그저 온몸으로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야 했던 지안.

지안이 박동훈을 통해 변해갈수록 "아무도 박동훈 건들지 마! 다 죽여버리기 전에! 망가뜨려도 내가 망가뜨리고, 살려도 내가 살릴 거야."라는 말이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그 말이 의미하는 무게가 점점 나를 잠식했고 동훈이 등장할 땐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말이 자동 재생되게 만든 이야기.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던 그 과정들이 좋았고, 특히 서로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며 끝난 결말이 가장 좋았던, 삶의 무게에 숨이 턱 막힐 상황들 속에서도 살아갈 희망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정말 서서히 그들에게 스며들며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아 좋았던 시간. 마지막 결말엔 엄마 미소 지으며 다행이라고, 이젠 행복하길 바라게 만들었던 「나의 아저씨」. 많은 이들이 왜 '인생 드라마'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시간으로 이젠 그들을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다. 

혹, 나처럼 무거 울까 봐 망설였던 분이 계신다면 「나의 아저씨」를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에게 스며들며 위로받았던 나처럼,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 왔었나 보다. 다 죽어가는 거 살려놓은 게 너야.

…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 나의 아저씨 16회 -




상훈 : 얘(동훈)가 왜 불쌍해?

기훈 : 난 이상하게 옛날부터 작은형이 젤루 불쌍하더라.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 쪽으로 확 기울어 사는 인간. 젤루 불쌍해. - 에피소드 1화 -

김 대리 : 뭐가 불쌍해요? 그런 싸가지가?

동훈 : …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 에피소드 4 -

동훈 :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 에피소드 10 -

동훈 :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억지로 산다.

겸덕 : 불쌍하다. 니 마음. 나 같으면 한 번은 날려주겠네. - 에피소드 11 -

동훈 :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윤 상무 : 여기 회사야!

동훈 : 회사는 기계들이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 에피소드 13 -

지안 : 아저씨 소리 … 다 좋았어요. 아저씨 말… 생각… 발소리… 다…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거 같앴어요…. - 에피소드 15 -

봉애 :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 갚아야 돼. 행복하게 살아. 그게 갚는 거야. - 에피소드 16 -

동훈 :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 네. … 네. - 에피소드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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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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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구 흙의 장벽

마리즈 콩데 |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프랑스 소설 / p.900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찾아오는 변화 속에서 우린 어떤 자세로 대처하며 살아가야 할까?!

새로운 세상이 찾아오는 격동기에 휘말리게 된 트라오레 가문의 수장 두지카의 네 아들이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서면서 겪어야 했던 고난과 시련이 처절하게 묘사되며 현실적으로 그려지던 이야기.

그들이 겪어가던 그 과정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노예제도, 여성차별과 인종 차별 그리고 토착 종교와 이슬람교와의 싸움 등 수많은 갈등과 서구 국가로부터 파괴되고 착취당하던 과정들이 내가 겪지 않았음에도 내가 겪은 듯한 아픔이 전해져 오며 현재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서아프리카의 나라 말리의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밤바라족이 세운 세구 왕국.

여러 부족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획득한 전쟁 포로들을 시장에 팔거나 밭을 경작하는 인력으로 돌렸던 곳. 그리고 그 전쟁이 세구의 지배력과 영광의 원동력이 되던 곳. 그곳에서 귀족 가문 이자 세력가였던 트라오레 가문 수장 두지카의 네 아들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가문의 장자였으나 가문의 수호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이슬람 신도가 된 티에코로 그리고 그런 그를 동행하라는 임무를 받고서 길을 나서야 했던 첩의 아들 시가. 하루의 외출이 불행으로 되돌아오며 노예사냥꾼에게 잡혀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했던 나바, 되돌아온 티에코로와의 불화로 가출하며 용병의 삶을 살게 된 첩의 아들 말로발리. 그리고 그들의 곁을 혹은 스쳐 지나간 많은 여인들.



그들에게 불행이 닥칠 때면 어떤 신에게 희생제의가 소홀했던 건지 생각하며 신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기도하고 제물을 바치는 모습과 자기가 믿는 종교 이외의 종교는 배척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영지에서도 종종 보아왔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포로가 그들이 될 수 있음을, 군주뿐만 아니라 모두가 노예제도에서 이익을 보는 그 과정들이 잔인하고 모순적인 삶의 아이러니함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더 삶이란 지상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덧없는 지나감이고 그 의미조차 인지 못하는 시련의 연속이라던 책 속의 글귀가 마음속에 들어왔고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두 권의 만만치 않은 분량에 걱정이 되어 '제발 재미있기'를 기도하게 만들었던 「세구 흙의 장벽」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재미있다가 나오게 한 책이었고 그건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초반 많은 인물들의 등장과 조금은 긴 호흡으로 힘이 들긴 했지만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저자를 알아가는 재미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그러니 두 권이라 미리 나처럼 겁먹지 마시길 바란다. 우선 시작만 한다면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세구 흙의 장벽', 인상 깊은 글귀

■ 채찍질을 당하는 남자들. 선원들에게 강간당하는 여자들. 뱃전 너머로 던져버리는 병자들과 죽어가는 사람들. 고통의 신음 소리. 항거와 고뇌의 외침. 1권 p.196

■ 신의 이름이 인간들을 갈라놓으니 참 이상하지! 사랑과 권능이신 신이! 그의 사랑에서 인간이 창조되었지, 그 어떤 것이든 권능에서 그리된 건 아닌데……. 1권 p.272

■개종이라고! 아버지들이 믿던 신들과 그 신들이 관통하는 문명 전체와 아버지들이 일궈냈던 문화 전체를 부인하는 것, 그건 말로발리가 보기에는 용서받을 길이 없는 범죄였다. 절대로, 고문을 당한다 해도, 그런 죄악은 저지르지 않으리라. 2권 p.16

■ 말로발리 무리는 신들에 필적하는 즐거움을 위해 강간하고 훔치고 불을 지르며 이전 순간의 행복과 평온을 절망으로 바꿔놓았다. 2권 p.21

■ 보편적인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신을 숭배할 권리가 있으며, 인간에게서 삶의 주춧돌인 그의 신앙을 빼앗는 행위는 그를 죽음에 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왜 알라가 파로나 펨바보다 더 가치가 나가겠는가? 누가 그렇게 결정했는가? 2권 p.459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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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경제사 수업 - ‘보이지 않는 손’에서 ‘후생경제학’까지 13가지 대표 이론으로 배우는
조너선 콘린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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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경제사 수업

조너선 콘린 |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경제경영 / p.412

요즘 물가가 심상치 않다. 매일 같이 금리 인상, 증시 하락, 유류세 인하 등의 소식이 들려오더니, 결국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까?!

코로나1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장기화, 암호 화폐의 등장 등 복잡하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 경제. 나와 다른 세계의 일이라 생각하며 멀게 느껴졌던 상황들이 어느 순간 훅 나의 세계로 들어와 일상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젠 경제 지식 없이는 투표도 투자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경제생활을 지배하는 힘과 그것들의 역학관계를 알지 못한 채로 어떻게 우리와 우리 가족들이 살아갈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겠는가? 평범한 직장인이든, 대학생이든, 사업가이든, 전업주부이든 책임감 있는 시민이자 소비자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가 속해 있는 경제의 기초를 알아야만 한다.’ p.5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라는 의문과 걱정에 읽기 시작한 「나의 첫 경제사 수업」.

그것도 ‘보이지 않는 손’에서 ‘후생경제학’까지 13가지 대표 이론으로 배우는 ‘첫’ 경제사 수업이라니!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기면서 안그래도 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던 독서력으로 확장을 외치던 때라 첫 경제사 책으로 딱이라며 파이팅을 외치며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계사를 바꾼 13인의 경제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교육 경험 그리고 교류했던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대표적인 업적을 만나며 알게 모르게 수업 시간에 배웠거나 뉴스를 통해 들어 낯설지 않은 ‘인구론’, ‘자유론’, ‘경기순환론’ 등의 개념부터 생소한 ‘리카도 효과’, ‘세테리스 파리부스’, ‘휴리스틱’ 등의 필수 경제 개념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펜을 구입하는 사람이 펜의 품질만 생각하며 자신의 임금과 상품을 교환할 뿐 펜을 생산한 노동자들의 노동이나 펜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노동시간이 투입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상품의 소외와 생산 행위 안에서 발생하는 소외에 주목한 카를 마르크스.

진정한 자선 활동이란 빈곤을 줄이는 것보다 개개인이 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빈곤의 가장 위험한 측면 중 하나를 빈곤이 각각의 개인에게 내재된 귀중한 잠재력을 무시하거나 낭비하게 만든다는 점을 국가의 입장에서 큰 소실이라 말한 앨프리드 마셜.

항상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강조했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의 교육방침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소수의 이익보다는 나라 전체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는 점 또한.



딱딱한 풀이가 아닌 13명의 인물 이야기를 통해 그 개념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그 시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이 개념들이 오늘날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등 자연스럽게 풀어 놓은 점이 좋았다.

소설만 읽다 오랜만에 읽은 경제 이론에 낯설고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어서 당황도 했지만 확실히 필수 경제 개념을 알고 간다면 복잡한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어려운 경제이지만 언젠가는 하나, 둘 읽은 책으로 소설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지금보다 친해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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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 읽는 것만으로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김재원 지음 / 빅피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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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김재원 | 빅피시

한국사 / p.380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과거를 되풀이한다는 의미로 잘못된 과거를 잊거나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정규 과정에서도 배우고, 수능 과목으로도 채택되었으며 취준생에게도 중요한 과목으로도 자리를 잡은 역사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인 만큼 알고자 하는 욕구 또한 높다.

하지만 현실에서 역사란, 연도와 사건을 달달 외우게 만드는 ‘암기 과목’으로 나와는 너무나도 먼 그대이다. 다른 나라 역사도 아니고 우리나라 역사인데 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저자이면서 120만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 역사 선생님인 저자는 그 이유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지 못해서라 말하며 단편적인 사실관계의 나열이 아닌, 오늘의 나와 맞닿은 이야기 역사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부여는 교과서에서 한반도에 등장한 삼국의 역사 주변 어딘가에 머물렀던 존재, 가축의 이름을 붙인 귀족 세력이 있었고 ‘영고’라는 제천 행사를 치뤘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남쪽으로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심지어 ‘난 부여에서 온 사람이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고구려인과 백제인들이 ‘부여에서 왔음’을 권력의 상징으로 활용하면서 서로 ‘내 뿌리는 부여’라고 외치게 된 걸까? 한국사의 거대한 물줄기 옆 실개천 정도로 취급되던 부여인데?!



이처럼 고려가 조선이 건국된 게 부동산 때문이고 한국인의 유별난 교육열은 일제시대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색다른 접근으로 ‘왜?’라는 의문을 던져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이야기.

삼천 궁녀 이야기로 유명한 의자왕에 대한 오해 여부, 해괴하고 흥미로운 ‘돗자리 임금님’ 별명을 가지고 왕이 된 왕무, 어쩌다 미친 군주라는 오명을 입게 되었는지 당시 동아시아의 정세를 살피며 알아본 공민왕의 개혁 등 수많은 인과 관계를 풀어가며 그저 ‘과거’로 머물며 배운 한국사를 그날 깨끗이 비워내는 것이 아닌 큰 흐름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만들던 이야기였다.




책 제목의 ‘짧은’이란 단어에 혹해서 읽기 시작한 책. 확실히 사건 나열이 아닌 소설형식으로 진행되어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역사를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의외로 아는 사건들이 제법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읽었다. ㅋㅋ 그리고 이젠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그 조각들이 조금은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젠 학교에서도 자세한 년도까지 외우는 문제를 맞추기 위한 벼락치기 암기 과목이 아닌 이렇게 큰 흐름으로 지금의 문제를 과거로부터 찾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금은 더 즐겁고 배움이 가득한 한국사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언제쯤이면 무작정 암기하는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등수로 줄 세우기 바쁜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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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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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트래비스 엘버러 |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교양 인문학 / p.232

혹 옷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빠른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패스트푸드를 먹듯 옷도 쉽게 사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그에 따라 옷을 만들기 위한 면이 더 많이 필요해져 작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목화 또한 더 많이 키우게 된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으로 목화 재배를 하기 위해 강제로 아랄해로 들어오던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 세계적인 면화 생산국이 된 우즈베키스탄.

하지만 그 결과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해였고, 가자미와 메기, 염수 잉어가 가득해 소비에트연방 전역에서 소비하는 물고기의 6분의 1이 잡혔던 아랄해는 죽은 바다로 변해갔고 결국 메마른 소금 사막이 되어버렸다.

아랄해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처럼 인간이 고의로 개입해서 혹은 기후 변화로 이미 사라졌거나, 현재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를 특별히 제작한 지도와 선별한 사진과 함께 담은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일종의 지명 사전인 이 책에는

한동안 강성했던 많은 곳이 사라지고 멸망했다 오늘날 유적지로 발견되며 실존했던 곳임이 드러났던 하라파와 모헨조다로, 히타이트제국 등과 같은 묻혀버린 대도시를 담은 1부 고대 도시.

거대한 해일로 순식간에 파도에 잠겼다 2001년 발견된 ‘헬리케’, 인공 저수지에 잠겨 있기에 오늘날 살아있는 동양의 아틀란티스라는 별명이 붙은 사자의 도시 ‘스청’ 등 이제 더 이상 찾아가지 못하는 섬과 도시, 마을을 담은 2부 잊힌 땅.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며 사라질 위험에 처한 ‘사해’,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침식되고 있는 ‘홀더니스 해안’ 등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작용으로 사라져가는 장소 3부 사그라지는 곳.

인구의 물 수요를 맞추려고 물길을 돌리거나 기후 변화 탓에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과 격렬해지는 폭풍에 위협받고 있는 리오그란데강, 스카라브레 유적, 베네치아 등 사라져가는 장소를 담은 4부 위협받는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출간일이 늦어져 계획했던 것보다 늦게 받아보게 된 책으로, 책을 받아보는 순간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얼마나 칭찬했는지 모른다. 정말 정성이 가득 담긴 책으로 감탄하며 눈에 담았다.

큰 판형으로 현재의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의 모습도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지도와 선별한 사진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잃어버린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여행. 그 시간이 좋으면서도 지도에 없는 곳을 여행하는 안타까움에 울컥하기도 했던 여행이었다.

자신이 살아오던 장소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저수지에 잠겨있기에 오늘날 살아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장소에 마음 아팠던 시간.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혹은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사라지고 사라져가고 사라져갈 많은 곳. 다음은 어디가 될까? 앞으로 소중한 것들을 어떻게 지키고 보존해나갈지 그리고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2020년 영국 에드워드스탠포드 '올해의 여행책' 수상작,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다뉴브강은 기억과 역사를 품고 있다. 다만 이 강이 건강한 미래까지 품을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p.142

■ 빙하가 더 후퇴한다면 유콘의 지형에 하천 쟁탈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더불어 인간과 동물, 새, 물고기, 풀과 나무 등 유콘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도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닥칠 것이다. p.152

■ 겨울이 과거보다 더 따뜻해져서 요즘 로키산맥에는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눈이 내리더라도 따뜻한 봄 날씨가 점점 더 일찍 찾아오며 눈과 얼음이 더 빨리 녹는다.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글레이셔국립공원의 빙하는 2030년까지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고로 위안을 주는 풍경”으로 꼽혔던 경치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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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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