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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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저자라는 사실에 이미 설득당합니다. 지금 현재에서도 마주하게 될 허세가득한 결혼. 저자의 붓끝에서 피어날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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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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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의 성모

페르난도 바예호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세계문학·중남미소설 / p.212

아이들과 떠들며 걷다 보면 어느새 보이던 푸른 바다, 여기저기 숨을 곳도 많고 다방구를 할 수 있던 벽도 전봇대도 도망갈 곳도 많았던 그곳. 때론 시끄럽다고 다른 곳 가서 놀라는 어른들의 외침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항상 추억이 가득했던 내 고향 부산.

오랫동안 떠나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한 번, 결혼하고 한 번 총 두 번뿐이었지만 갈 때마다 예전의 그 모습들이 사라져가고 변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린 추억까지 사라져버린 듯한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빛바랜 추억 한 조각 한 조각 꺼내며 그날들을 추억할 수 있는 건 예전의 모습에 현재의 모습이 덧입혀졌지만 변화지 않은 모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옛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돌아간 그곳이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져 무너져가고 있다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조차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히는데, 그곳이 고국이라면 그 참담한 심정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각자 자신의 별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넌 몇 개의 별빛을 껐을까?

네가 가는 속도로 너는 하늘을 죽일 거야."

p.102

오랫동안 떠나 있었지만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고국 콜롬비아. 풍등을 따라 망가져버린 도로를 달리던 '나'는 엉망이 되어버린 차 안이 마치 콜롬비아가 자신들을 엉망으로 만든 것처럼 느끼며 평화롭던 어린 시절과 너무나도 달라진 도시 풍경에 놀란다. 그리고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청부 살인자인 동시에 매춘을 하며 살아가던 청년 알렉시스와 여러 곳을 다니며 달라진 모습들을 분노와 함께 토해낸다.

세력을 확장하는 콜롬비아 최대 마약 조직 카르텔과 정부의 마찰 그리고 그에 따른 청부 살인자의 수요 증가. 그 일을 하는 이들은 어른 남자가 아닌 십 대 아이이거나 아주 젊은 청년이었고 대부분이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 출신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몸에 세 개의 '스카폴라'를 지니고 다녔다. 일을 맡게 해 달라고, 총알이 목표물을 빗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돈을 받게 해달라고 성모에게 비는 의미로 하나는 목에, 다른 하나는 팔뚝에,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발목.

하지만 청부 살인자를 양성했던 사회는 동시에 그들을 파멸로 몰고 가기도 했다.




'나'의 한 마디에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던 알렉시스. 그리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청부 살인자로 인해 고정된 일자리가 없어진 십 대 소년들의 무차별적인 살인, 납치, 강탈 등.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부르고,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오던 사회.

삶의 가치를 깨달으며 희망을 가지고 커 나가야 할 그들이 길을 잃은 채 살아가며 살인을 하고 매주 성당으로 찾아가 위안과 보호를 간절히 기도하는 그 모순이 정제되지 않은 저자의 분노와 비판이 만나 마음 아프게 그려지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마저 죽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던 그의 마지막 말이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던 이야기였다.

그럼 잘 가,

차에 치이길,

혹은 기차에 두 동강 나길. p.180

피를 토하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강렬한 그의 마음이 그가 말하고자 하던 이야기 속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고, 그 어지러움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 소화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고통과 좌절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범죄가 많은 나라'가 돼버린 메데인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 모습 사이사이 현재의 모습도 겹쳐 보여 마음 아픈 시간이기도 했던 「청부 살인자의 성모」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청부 살인자의 성모 인상 깊은 글귀

■ 검사 선생, 나는 콜롬비아의 기억이며 양심이네. 내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 내가 이곳에서 죽으면, 그건 콜롬비아의 죽음이 될 것이고, 나라는 통제력을 상실하고 엉망진창이 될 거야. 당신이 검찰 총장인지 그냥 검사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 거리를 다닌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해. 그리고 새 헌법이 당신에게 부여한 권력으로 나를 지켜주게. p.30

■ 콜롬비아가 난파하고 파멸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우리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 이제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p.51

■ "하느님이 네게 왜 그 눈을 주셨겠어? 눈은 보라고, 심장은 멋짐과 아름다움을 느낄 때 고동치라고 주신 거야." 그래서 겉모습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p. 95

■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고, 가난은 더 심한 가난을 만들어. 그리고 더 심한 가난이 있는 곳에 더 많은 살인자가 있고, 더 많은 살인자가 있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이 죽어. 이것이 메데인의 법인데, 앞으로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될 거야. 그러니 잘 적어놓도록 해." p.125

■ 여기에는 죄 없는 사람이 없어. 모두가 죄 많은 사람이야. 무지와 가난, 이런 걸 이해하려고 해야 하지만…… 그런데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모든 게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고, 합리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우리는 범죄에 영합하게 되는 거야. 그럼 인권은? 인권은 무슨 인권, 그런 건 생각해 볼 가치도 없어! 그건 영합이며 방탕이고 방종이야. 자, 그럼 잘 생각해 보자고. 만일 여기 아래에 죄지은 사람들이 없다면, 그게 뭐지? 그건 범죄가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게 아닐까? 범죄가 스스로 저질러지지 않고, 여기 아래에는 죄지은 사람이 없다면, 죄 있는 장본인은 저 위에 계신 분이야. 이런 범죄자들에게 자유 의지를 주신 무책임한 분이셔. p.150



+ 지인 선물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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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식물집사 - 늘 긴가민가한 식물 생활자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대릴 쳉 지음, 강경이 옮김 / 휴(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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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식물집사

대릴 챙 | 강경이 옮김 | 휴

취미·원예 / p.280

이상하게도 우리 집에만 오면 죽어 나가는 식물.😥 행운목마저 떠나보낸 적도 있었으니 말 다 한 거 아닌가?!🤦‍♀️ 그래도 식물로부터 얻는 힐링이 좋아 꾸준히 도전하고 도전한 결과 지금은 그때보다 곧잘 키워낸다. 하지만 여전히 웃자라고, 노랗게 변하거나 가끔은 죽어나가는 식물들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식물을 구입하기 전 꼭 물어보게 된다.

“이 중 잘 죽지 않고, 키우기 쉬운 식물이 어떤 게 있을까요?”🥺

그리고 매번 '이번엔 정말 잘 키워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식물이 받아야 하는 조도량과 물주는 주기 등등 하나라도 더 도움 될까 하여 꼼꼼하게 물어보고 집으로 데려온다. 그럼에도 또 죽거나 위로만 자라는 아이들. 도대체 왜?!😨




당신은 식물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만큼의 빛을 줄 수 있는가?

흙의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법과 적절하게 물 주는 법을 알고 있는가?

p.12

저자는 말한다. 반려 식물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자연적인 과정이고 식물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대부분 그 ‘문제’들은 식물이 아닌 나의 문제로 반려 식물에게 갖는 기대를 바꾸고 자연의 경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 지내며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단다.

그리고 식물에도 저마다 다른 생애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으로 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건지, 그저 파릇파릇 예쁘게만 자랄 모습만을 바라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처럼 「퇴근하고 식물집사」에는 식물을 돌보는 마음가짐과 식물이 원하는 빛과 물을 주는 법, 흙을 고르는 법,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비교하고 조정하는 법 등 가드닝의 기초부터 시작해 저자가 직접 돌보고 있는 반려 식물들의 관찰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즉, 나처럼 식물을 좋아하지만 키우는 건 어려워하며 긴가민가 하는 식물 생활자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책인 것이다.




저자의 관찰 일기에는 각 식물마다 설명과 함께 생존을 위한 돌봄 전략, 성장을 위한 돌봄 전략, 주관적 수명, 번식 방법 등이 담겨있는데 사진과 함께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그리고 내가 키우고 있는 마리모 모스볼, 스파티필룸, 산세베리아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식물보다 더 자세히 읽으면서 지금 나의 식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참고하고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을 체크해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식물에 관한 전문적인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구입처 사장님께 물어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해나갔던 거 같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오히려 더 갈팡질팡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식물과 함께 하는 삶에 있어 돌봄의 의미를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언젠가 나도 '그린썸Greenthumb(식물을 키우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 불리는 날이 오길 꿈꿔본다.😌






ps. 식물집사력 간단 테스트를 해보자! 당당하게 외친 yes의 개수는?! 혹 외치지 못했다면 「퇴근하고 식물집사」와 함께하길.🤣

ps2. 조도계로 빛 측정하기 설명 부분 책 54페이지에 '내 식물은 무엇을 보는가' 체크리스트를 이용하면 집에 있는 반려 식물들이 어느 정도 빛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36페이지에 그 체크리스트가 아닌 일러스트 그림이 있다?! 체크리스트는 어디에?🙄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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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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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 이원복 옮김 | 소담출판사

프랑스 소설 / p.552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극장 감독들의 미신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니다. …… 그렇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과 뼈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였다. 비록 그가 진짜 유령, 완전히 귀신의 형체를 띠고 있었지만…….

p.11

과연 「오페라의 유령」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미 뮤지컬로 유명한 이야기.

하지만 뮤지컬이나 영화 등 어느 것 하나 챙겨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저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이 흉측한 외모를 가면 뒤에 가린 채 크리스틴을 배에 태워 자신이 사는 곳으로 데려가면서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장면을 포함해 유명한 몇 장면만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라는 책의 첫 문장을 만났을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고 그 충격은 시작부터 나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에서 「웃는 남자」를 떠올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매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불멸의 사랑 이야기 속 유령 에릭의 아픔이 느껴졌던 이야기였다.



_

퇴직하는 두 감독을 기리는 고별 파티가 있던 날, 전과 다른 실력으로 노래하며 새로운 마르그리크의 등장을 알린 크리스틴 다에의 무대. 그리고 그 무대 아래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된 무대 장치자 조제프 뷔케. 거기에 생전 그가 목격했다는 유령과 같은 모습을 한 참가자와 그녀의 어릴 적 친구 라울 자작의 등장까지.

도대체 이 오페라 극장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쑥 들어간 두 눈과 창백한 해골 같은 얼굴, 기괴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참석자들처럼 자연스럽게 앉아 있던 그가 정말로 오페라의 유령이었을까?!

감독의 계약 규정서에 붉은 잉크로 적혀있던 규정을 어기거나 유령이 지정한 박스석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면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사건까지 일어나니, 그는 정말 유령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기묘했고 궁금했으며, 두려움에 떨면서도 당장 떠나자는 라울의 말에 망설이던 크리스틴의 태도에 답답하기도 했던 이야기였고 마지막에서야 그녀가 왜 그토록 망설였는지를, 그녀만이 온전히 그를 알아보며 그의 아픔을 위로해 주었음을 알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_

국립 음악 아카데미의 기록 보관소에서 유령 사건이 한때 가장 신비롭고 환상적인 사건과 기막히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저자 가스통 르루.

그렇게 몽샤르맹 감독의 회고록과 크리스틴 다에의 납치, 라울 자작의 실종 및 그의 형 필리프 백작의 죽음을 둘러싼 신비하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이 만나 탄생하게 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과 다르게 팬텀이 주인공이 아닌 라울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던 이야기.

유령 에릭이 원하는 것은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조차 그에게 제일 먼저 선물해 준 것이 가면이었으니... 흉측한 외모로 인해 외면받아야 했던 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천사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천재 음악가이면서 비상한 발명가이자 건축가였던 그가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서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살게 된 그 과정이 마음을 울린다.

보통 사람과 다른 모습이라 하여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웃음거리로 전락되어야 했던 그. 우린 언제쯤이면 외면보다 내면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올까?!😥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가진 뮤지컬을 보았거나 볼 예정이시라면 원작 소설로도 꼭 만나보시길 권한다. 확실히 더 뜻깊은 의미로 다가오게 될 비극적이면서 매혹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원작 소설, 인상 깊은 글귀

■ 자, 보라고. 네가 보고 싶었던 얼굴이잖아! 어서 봐! 너의 영혼이 진저리를 낼 때까지 이 저주받은 추악한 얼굴을 실컷 보라고! 이 에릭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봐! 이제 너는 목소리의 얼굴을 알게 되었어. 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고 싶었겠지? 하긴 원래 그렇게 호기심이 많지! p.280

■ 아니에요. 그는 유령이 아니에요. 말하자면 하늘과 땅에 속하는 사람이에요. 그뿐이에요. p.294

■ 만약 그가 그곳에 없다면 이 벽이나 마루 밑 혹은 천장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물쇠에도 눈이 있고, 저 들보에도 귀가 있습니다. p.380

■ 오, 크리스틴! 당신은 울고 있구려.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나를 사랑 해 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양처럼 온순해질 거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할 거야. p.452

■ 이제는 피곤해. 피곤해 죽겠어! 내 집안에 숲을 가지고 있는 것도, 고문실을 갖추어 놓고 있는 것도 이제는 싫증 났어! 사기꾼처럼 ‘이중 바닥 상자’같은 지하에 사는 것도 이제는 싫증 났어!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이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통 창문과 문이 달린 조용한 집에서 정숙한 여자와 함께 살고 싶어! …… 다른 사람들처럼 한 여자,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일요일마다 산책을 즐기고, 또 일주일 내내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게 해 주고 싶어.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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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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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SF소설·프랑스소설 / p.376

가끔은 생각해 본다.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진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과연 인간이 지구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잃음과 동시에 그 의미와 소중함을 깨달아 갈수록 더 자주 생각하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 세상 모든 것이 인간의 것이라고 행동해왔던 것은 아니었나?!

인간들이 시작한 전쟁으로 인해 행정과 국가 시스템이 멈추고 도시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지하 서식지에 살던 쥐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여러 가지 감염병을 사람들에게 옮겨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들고 황폐해진 세계.

어느덧 사람들과 동물들이 쥐들과 맞서게 된 「고양이」에서 출발했던 이야기는 「문명」을 거쳐 「행성」에 이르고, 이젠 과거 세상을 호령하던 인간은 고층 빌딩에 숨어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핵폭탄으로 이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강조되는데, 정말 이제는 그 착각에서 깨어나야 하지 않을까?



쥐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뉴욕에 도착한 고양이 바스테드의 일행들이었으나 떠나왔던 곳보다 더 많은 쥐들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땐 정말 '아, 여기서 끝이구나' 하는 절망감이 나를 덮쳐왔다.(이 몰입감 어쩔 ㅋㅋ)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고층 빌딩 꼭대기에 숨어 살고 있던 인간들을 발견하고 구사일생으로 쥐들로부터 살아남는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어가던 동료들 그리고 구출되던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그의 추락. 순간 내 눈을 의심했고 뒤이어 오던 그때의 상실감과 충격이란!😥 최후의 결전에서 그를 이렇게... 작가님 이러시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슬퍼하던 바스테드의 묘사는 왠지 조금 야속해 보인다. 아직 인간의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면 과민반응인 것일까?

그뿐만 아니라 이 힘든 시기에 힘을 모아 쥐들을 물리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인간들은 차별을 또 조장한다. 출신과 종교뿐 아니라 문화정 성향에 따라 나뉘고 정치를 하며 방법을 찾는다. 정말 징하다.

동물들의 대표 자격을 요구하던 바스테드의 의견을 무시하며 핵폭탄을 쏘려는 인간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게 될까?




베르나르 베르나르 「고양이」부터 주인공이었던 바스테드는 「문명」과 「행성」에서도 주인공으로, 모든 이야기가 그의 시선에 따라 묘사되는데, 거기에서 오는 색다름이 있다. 그리고 세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앞의 중요한 부분들이 「행성」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독립적으로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다.

그래도 시리즈는 앞의 이야기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한 권 한 권 끝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도 커짐을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된다면 「고양이」부터 읽어보시길 권한다.

극에 달했으나 아직 어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끝난 「행성」 1권이었던 만큼 어떤 해결책을 2권에서 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무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던 인간의 모습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떠오르게 했던 이야기였다.

ps. 「행성」의 또 다른 재미, 책 속의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머리가 없는 닭이 18개월 산 이야기, 고양이로 오르간을 연주하던 인간, 현재까지 세포 변화를 일으켜 회춘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로 알려진 '작은보호탑해파리' 등 이번에도 신기하고 믿기지 않은 이야기가 가득했고,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이야긴 결국 검색도 하면서 실제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다음 2권에선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 인간들은 사태의 책임자를 지목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한쪽에서 듣도 보도 못한 장군을 신뢰해 중책을 맡긴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하자 다른 쪽에서 장군의 무능력이 근본 원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 장병의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자 흑인들이 분개한다. p.206

▶ 대립은 날이 갈수록 격화된다. 흑인 대 백인, 원주민 대 카우보이, 기독교 대 가톨릭, 아랍계 대 유대계, 군인 대 민간인, 부자 대 빈자, 젊은 대 노인. 심지어는 동물들도 사이가 나빠져 고양이와 개가 툭하면 싸움질을 벌인다. 부족들이 점점 배타적으로 변하고 있다.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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