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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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표시가 없는, 평평한 사물이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 행복은 일종의 부재일 뿐인 지도 모른다. 권태의 부재, 신뢰의 부재. 126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게 된 도미니크와 뤽. 남자친구가 알게 돼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떠난 밀월여행. 이미 끝을 내다보고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 뤽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도미니크에게 정말 행복함으로, 사랑으로 다가왔을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애정 어리게 본 프랑수아즈가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 둘의 사랑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프랑수아즈가 받을 상처와 그로 인해 괴로워할 도미니크의 이중적인 그 모습이 그려질 뿐.

행복함과 숨 막힘 사이에서 오는 불명확한 중압감으로 흔들리는 도미니크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이야기의 후반부를 향해 달려나간다. 과연 도미니크는 이 경험으로 어떤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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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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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섬기는 유일한 우상, 유일한 신은 시간이다. 오직 시간만이 나에게 심오한 기쁨과 고통을 줄 수 있다. p.42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사는 반 밀렘 남매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지만, 중간중간 프랑수아즈 사강 저자의 이야기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글을 쓰며 어떤 심정이었고, 팬들이 전하는 말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리고 현재 사회에 대한 비판까지 만날 수 있었던 이야기. 그 속에서 남매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희극처럼 다가왔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 밀렘 남매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냥 챙겨주고 싶고, 마음이 가며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에 속하는 건가?! 하지만 이들 또한 시간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인데, 여유가 있어도 너무 있다. 나만 이들의 노후가 걱정이 되는건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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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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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 류재화 옮김 | 1984BOOKS

에세이 / p.144

어느 날, 그들이 거기 와 있다. 어느 날, 몇 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왜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늘 그렇게 느닷없이, 난입하듯 온다. 그렇다고 소란스러운 것도 아니다. 기물을 파손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기막힐 정도로 신중하게 벽을 통과해 온다.

그들이라니? 그들은 ‘페르소나주’들이다. 그렇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다. p.9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속 비중을 적게 차지하는 단역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까지 성격도 직업도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평소 나에게 그들은 그저 소설 속 인물일 뿐이었고, 드라마나 영화로 탄생했을 때 그나마 조금 가까워진 느낌을 받아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 ‘페르소나주’, 정말 살아있는 그들을 눈앞에서 만나는 경험을, 그것도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책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등장인물을 만나는 경험을 말이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이 탄생하는 과정은 또 왜 이렇게 멋진가?! 정말 한 편의 시와 같은 묘사력으로 펼쳐지니 빠져들지 아니할 수 없다. 144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이 주는 가벼웠던 마음은 줄어드는 페이지 수에 그저 아쉬움이 커져감에 따라 아껴 아껴 읽었던 책 「페르소나주」였다.




‘주인’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비로소 일어나 움직이고 다른 인물들과 합류하며 온전히 ‘주인’의 손에서 탄생하는 그들.

종이색 피부를 선사받고 잉크에 젖는 생을 살아가니, 단어들은 살이 되고 동사들은 피가 된다. 더더더군다나, 우리도 모르지만, 그 역시도 자세히는 모르는 이야기를 선사받는다. p.16

그리고 단어로 만들어진 살엔 격정적이거나 비극적인 운명이 더해지고 각자 가지고 있는 피부가 틀리듯 독특한 개성을 구현하며 단어들에 혈색을 더해나간다. 그리고 끝으로 정신을 깃들게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 모든 과정들이 꼭 신이 인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한 자 한 자 음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이름과 역할을 요구하기도 하고 작가가 정한 설정을 거부한다는 부분과 단어를 지배할 힘을 잃은 작가에 대해 한 사람은 여전히 사랑을 하는 반면 한 사람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떠난 ‘사랑의 종말’로 표현된 점이 흥미롭다. 정말 글쓰기의 은홍이 멀어지고 나면 그동안 오랫동안 교제하던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동안 함께했고, 안았고, 꼬옥 끌어안기까지 했던 몸을 떠나고 나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 떠난 걸까? 변화를 좋아해서? 미발표작만을 좋아해서? 아니면 우리의 상상이나 우리의 문체에 질려서? p.110




소설을 구성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등장인물이 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구현하는 등장인물과 맺는 관계를 이야기하며 글을 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옳게 읽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는지도 되묻는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할수록 이 시대의 반 고흐로 불리는 실비 제르맹 저자가 탄생시킨 등장인물로 쓰인 소설은 어떠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느 소설에서든 만나게 될 등장인물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거 같다. 이제 하염없이 읽히기를 기다리는 등장인물들을 만나러 가보자.^^

등장인물들은, 혼란스러운 우리 정신의 문지방 앞에서 조용히 문을 두드리며 만인의 목소리를 전하러 온 전령사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전혀 다르게 읽히기 위해 하염없이 <침묵 속에서 울고> 있기 때문이다.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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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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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고 싶다. 사랑 때문에 가슴 저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고 싶다. 같은 앨범을 열 번이나 되풀이해서 듣고, 아침에 눈을 떠 익숙했던 자연의 축복을 한껏 들이마시고 싶다. "처음에는 물맛을 빼앗아가더니 이제는 유혹의 맛을 빼앗아 가버렸지." p.10

뭔지 알 것만 같아서, 첫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써 내려간 에세이 형식부터 빠져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십 년 전 인물들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소설 속 이야기가 진행된다.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있어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불행히도 삶의 쾌락을 꽤 많이 맛보았다는 저자에게 절대적인 것이란 뒷걸음질과 나약함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온 힘을 다해 일시적이기를 바란 나약함. 하지만 두 인물에게선 그러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가지만 어떠한 불안과 나약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더 궁금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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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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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연애를 하던 중 다른 이에게 한눈에 반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러했다면 지금 만남을 이어오던 연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든다.

도미니크의 첫 애인 베르트랑, 그리고 그의 삼촌 여행가 뤽.

베르트랑과 뤽을 만나러 가는 길, 어쩌면 도미니크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어느 정도의 예상은 했었다. 그렇지만 설마 뤽에게 아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 아내와도 친숙을 쌓으며 좋은 유대감을 형성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던 전개다. 무엇보다 아내의 이름이 프랑수아즈다.

도미니크에게 저자를 봤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가?! 이 둘의, 아니 이 넷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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