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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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에게 들려주듯 이야기하는 보모. 눈보라가 치는 날 자신의 또래 아이가 오라고 손짓한다는 아가씨와 들려오는 전 주인의 오르간 연주 소리가 이야기를 읽는 동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정말 고딕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으스스한 초자연적인 분위기 속 드러나던 진실에 신체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학대를 받으며 추운 겨울 폭풍우 속에서 죽어가야 했을 딸과 손녀가 이제라도 밝혀져서 다행이다. 어릴 때 한 짓은 세월이 지나고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결말도 마음에 든다. 이제 그들이 조금은 편해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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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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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인문 에세이 / p.512

아직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하셨나요?

p.9

그냥 신도 아니고, 그냥 하느님도 아니고, 당신의 신. 마치 오로지 나만의 신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에릭 와이너 저자에게 묻던 간호사. 그러게 나는 나만의 신을 만났을까?

어릴 적 성가대도 하고 여름 성경 학교에 참여할 정도로 열심히 다녔던 교회.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 전학 가게 된 고등학교도 미션스쿨이었고 대학교도 미션 스쿨이었으며, 사회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도 기독교인 사람이 많았다. 무엇보다 시댁까지 기독교라면 말 다한거 아닌가?! 그럼에도 나는 현재 무교이다. (적다보니 이게 더 신기한 상황😅)

하지만 정말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책 제목 처럼 간절함이 생길때면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며 신을 찾게 된다. 꼭 어딘가에 나만의 신이 있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찾는다. 저자 또한 응급실에 만난 간호사의 질문에 의문을 갖게 되고 직접 경험을 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자신이 경험해볼 종교를 선택하기 위해 알아봤는데, 까짓것 신이 있어봤자 몇이나 되겠는가 했는데 알고보니 9,900가지. ㅋㅋㅋㅋ




50장짜리 묶음의 종교들의 목록에서 사이비 종교와 패러디 종교, 환각제를 사용하는 종교 등을 지우고 여덞 개의 종교를 추려 냈고, 저자는 이슬람 수피즘, 불교, 카톨릭 프란체스코회, 라엘교, 도교, 위카, 샤머니즘, 유대교 카발라를 차례대로 체험하며 자신만의 신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불교도처럼 명상도 해보고 수피도교처럼 뱅글뱅글 돌아도 보고 그리스도교인처럼 기도도 하며 각 종교가 담고 있는 뜻을 직접 체험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상담하기도 하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알아 가기도 했으며, 침묵이 주는 힘을 깨닫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신을 찾는다.




종교는 틀렸지만 모두가 자신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자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자신이 붙들고 매달리는 게 무엇인지, 내가 계속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 말한다. '만약 우리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모든 것, 그러니까 직장, 집, 돈, 평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몽땅 잃어버린 다면,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릴까, 아니면 계속 살아갈까? 그럴 때 무엇이 우리를 지탱해줄까? (p.197)'

떄론 모든 걸 내려놓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도 한다. 마이클 조던이 3점 슛을 머리로 계속 그려다보다가 어느 날 휙하고 슛에 성공하는 것처럼 거짓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척 하다보면 어느 날 정말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고 하니, 나도 내 안을 들여다 볼까? '너 자신을 등불로 삼아라'는 부처가 남긴 말처럼.

그렇게 저자가 경험하는 종교를 나도 만나며 어느덧 나 또한 내 마음을 들여다 본 시간이 되었다. 바쁘게 살아가며 자신을 돌보지 않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도 모른채 살다가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며 앞으로 한발짝 내딪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모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생각과 함께 치유되는 명상을 한 기분이다. 그리고 저자가 찾은 신을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그렇게 내안에 신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당신만의 신을 만났는가?!^^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인상 깊은 글귀

에릭 와이너 인문 에세이

▶ 사람들은 물건이 공허함을 메워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물건을 더 많이 원하게 될 뿐이에요. 바다 전체를 공허함이라는 구멍 속에 밀어 넣어도 그 구멍은 여전히 텅 비어 있을 겁니다. p.228

▶ 우리가 수많은 소리를 놓치는 것은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향해서. 그렇게 수다를 떨어대는 우리 마음이 소리를 상쇄하는 소리를 꾸준히 만들어 낸다. 그러니 다른 소리들은 그 앞에서 맥을 못 춘다. p.492

▶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사람들, 그리고 우리 뒤에 올 사람들로 만들어진 긴 사슬의 일부다. 죽음의 필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난다.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도.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p.493

▶ 우리가 종교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우리를 택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종의 수동적인 행동이다. 우리는 기도, 명상, 독서 등 우리가 할 일을 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 말처럼, 기다리는 것이 가장 힘들다.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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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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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하

마리 파블렌코 지음 | 곽성혜 옮김 | 동녘

청소년 소설 / p.200

왜 지금 세상에는 동물이 없을까? 랑시엔은 옛날 사람들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오염시켜 죽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고. 사막이 야금야금 늘어 가다가 세상을 뒤덮어 버렸다고.

p.145

수백수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사는 숲을 모르고 물이 폭포에서 콸콸 쏟아져 골짜기 아래에 모여 호수가 되는 것도 모르며 미물과 동물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땅속에도, 하늘에도, 땅바닥에도 있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가져다준 벌레들 덕분에 열매가 맺히고, 곡식이 자라고 나무가 자랐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인간들이 다 오염시켜 모두 사라져 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희귀해진 나무를 찾아 사냥을 떠나고 사막에서 사투를 벌이며 나무를 찾아 생활한다. 나무 사냥으로 찾은 목재를 남자들이 대도시에 내다 팔아 물이며 식량, 산소통, 약품 그리고 천이랑 실로 가지고 돌아온다. 그것으로 다 같이 여러 달을 버틴다. 만약 나무를 하나도 베어 오지 못하면 기근에 시달리다 생명을 잃어야 한다. 그런데 여러 세대를 거쳐 여자들의 출산을 도왔던 랑시엔이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나무만이 이 메마른 땅에 다시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러한 예전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미쳤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멸시한다. 아마 내가 태어난 곳이 사막화로 된 지역이었다면 나 또한 그 말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전 세계 육지 면적의 약 40%가 사막화가 진행되었다는 사실보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로 우리나라가 황사에 의한 피해가 늘고 나서야 체감하는 것처럼, 사마아 또한 자신이 경험하기 전에는 랑시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는 사냥꾼이 되고 싶다. 우리 부족 최초의 여자 사냥꾼.

나는 모든 여자들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p.46

그저 사냥을 한다는 게 뭔지, 자유가 뭔지, 무한한 사막에서 나누는 동지애가 뭔지 아빠가 경험한 것을 경험하고 싶었던 열두 살 소녀 사마아는 부족 최초의 여자 사냥꾼이 되길 꿈꾸며 사냥꾼 뒤를 몰래 따라갔다가 낙오된다. 그런데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굶주린 야수를 마주하게 되고, 도망을 가다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렇게 폭풍우에 배가 난파되어 홀로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처럼 우연히 죽은 나무가 아닌 서있는 나무를 만나게 된 사마아. 그녀의 유일한 식량이었던 단백질 바의 개수가 줄어들수록 그녀의 생존 확률도 낮아져 갔지만, 나무와 미물에 대해 그리고 동물에 대해 하루하루 몸소 체험하며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나무가 땅을 바꾸고 물을 끌고 오며, 동물이 그 그늘 아래에 살고 나무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어떤 동물은 쉬기도 몸을 숨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무가 있어 세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부족에 의해 구출됨과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은 파괴된다.

나이아가 피를 흘린다. 나이아가 죽어 가고 있어, 내게 안식처를 줬던 나이아, 내가 돌봐 준 아기들의 엄마 나이아, 내게 자기 껍질을 내준 것도, 커다란 품으로 나를 보듬어 준 것도 나이아인데, 살아남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깊은 구렁 바닥에서 혼자 싸워 온 것도 나이아인데. 지금 죽어 가고 있다, 내 부족 사람들 손에.

p.185




어린 나이의 사마아가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야기를 통해 모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세상을, 그리고 그녀가 지키려고 했던 나무를 잃어 버러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씨앗이 나무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고 이야기하던 그 한마디에 울컥하기까지 했던 이야기였다.

사하라에도 한때 호수들이 있었다. 그러니 언젠가 다시 생길지도 모른다. - 테오도르 모노 <낙타 여행> -

사람들은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가 항상 잃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나 또한 새삼 어디를 보아도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나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집안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식물을, 언제 틀어도 나오는 물을 잃어버린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왔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단체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주인이 될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자연이 주는 벅차오름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만약 내가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그래서 땅을 만들고, 하늘을 만들고, 우리가 살아갈 곳을 창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나이아가, 샘과 트위다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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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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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편이 수록된 '석류의 씨'에서 제일 처음 만난 '편지'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묘사력에 빠져들며 순식간에 읽었다.

미국 화가인 빈센트 디어링 씨의 딸 줄리엣을 2년째 가르치고 있는 리지. 그녀가 디어링가에 가는 길에 느끼는 행복감에 절로 나도 미소 지으며 읽다, 디어링 씨와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전개에 놀라기도 했고, 마지막 진실이 드러났을 땐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진실이 드러났을 때 그녀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마음 아프기도 했던 이야기.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때로는 진실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유지되는 삶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과연 이대로 모른 척 살아갈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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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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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없음에도 죄를 지은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 유약한 사람들은 자신이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상상하며 스스로 유죄임을 믿기도 하고,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은 용서를 약속받고 자신의 덧씌워진 상상의 혐의를 실제로 저질렀다고 자백까지 하게 만들던 그 시대의 마녀 사냥. 거기엔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 몰아간 것도 있지만 자신의 복수가 더해져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도 있다.

기독교를 절대화 하며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적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믿어왔던 관계였던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버림받았다는 것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면 살 수 있다는 설득에 자백도 했지만 참수당해야했던 호타와 끝까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마녀가 아니라 말했던 루이스의 마지막이 마음 아팠던 이야기. 그 사람들이 참회하면 뭐하나?! 그런다고 루이스가 다시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녀를 데리러 왔던 그 역시 희망에 찬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데..... 정말 누가 마녀와 마법사였던 것일까?! 그리고 대부분의 공격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다.

울컥함에 정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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