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과 소년 ㅣ 미네르바의 올빼미 1
윤정모 지음, 김종도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주말에 캐온 칡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날씨도 흐려 거실에 두었더니, 아들 왈
“이게칡이야?” 하고 물어왔다. 그렇다는 말과 더불어 옛날에는 먹을 게 없으면 껍질을 벗겨 빨아먹기도 했다고 얘기 했더니, 그건 책에서나 나오는 얘기라며 믿질 않는다.
아니 정말로 못 믿는 거야? 놀라웠다. 어떻게?? 보릿고개 없어진 게 얼마나 된다고, 하긴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얼마나 실감할까.
그러다가 이 책 <전쟁과 소년>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번뜩 스치는 생각하나가 꼬리를 문다. 설마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것, 한국전쟁마저 허구로 아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알려줘야 하나, 결국은 책인데 전쟁을 소재로 한 책을 주구장창 읽게 할까...
전쟁이 일어나면 이념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이들이 전쟁고아가 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엄마의 출산으로 인해 피난을 가지 못한 필동이와 임신 중인 엄마와 남쪽으로 내려오다 엄마의 죽음을 맞게 된 담선. 이 두 아이는 드라마틱하게도 아버지가 서로 적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필동이 아버진 국군, 담선이 아버진 인민군. 그러나 담선과 필동은 어른들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과는 상관없이 오누이처럼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담선이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필동은 나중에라도 적군 대장인 담선이 아버지의 무덤의 위치를 알려줘야 할 비밀을 가지고 담선일 지켜주고 돌봐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과연 전쟁은 누굴 위해, 어떤 이득을 얻든, 어떤 명목으로도 자행되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은 일어나고 아이들은 전쟁이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가벼이 생각한다. 게임 속 전쟁에서 비참함이나 눈물 등이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 전쟁에서는 생명을 잃는 일이며 고유한 문화유산의 파괴는 당연하다. 전쟁의 실상을 이 책 한 권으로 알 수야 없겠지만 이 점을 깨우치기 위해 쓴 작가의 말 중에 나는 미군의 폭격기가 우리나라 지형에 어두웠던 파괴자라는 말에 토를 달고 싶다. 이제야 서서히 밝혀지는 역사는 결코 그들이 지형에 어두웠기 때문에 파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그들은 지형을 아주 잘 알았더라도 파괴하는 일을 서슴치 않았을 것이며 우리 민간인을 죽였을 거라는 것을 짚어주고 싶다. 비록 본문의 내용이 아닌 ‘작가의 말’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뜻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어 선택에 좀 더 신중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