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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우리 미술 블로그 -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교과서에 숨어 있는 우리미술 이야기
송미숙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론을 배우지 않을 때까지 미술은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편이나 이게 중학교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이론을 배우면서 부터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전락하게 된다. 연유야 어쨌든 마찬가지로 이런 미술장르의 책, 그것도 서양미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미술에 대한 책이 인기 있을리없다. 하지만 이렇게 ‘청소년을 위한’ 이란 문구에서 어렵지 않게 풀었을 거라는 나름의 짐작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컴퓨터 사용이과 더불어 ‘블로그’ 는 아주 친숙해서 제목부터가 호감이 가는 책이었다.
요즘 출판사들이 블로그에 주목하여 앞 다투어 책을 내고 있음이 실감된다.
그러나 이 책이 정말 블로그에 올려진 글로 만들어 진 책이란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편집상 블로그의 형식의 메뉴를 차용하여 category나 recent comment를 통하여 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게 하여 책 속으로 블로그를 들여왔다고나 할까?
삼국시대 고분 벽화부터 현대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그림과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살짝살짝 역사를 끼워 맞출 수 있어서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힐 듯하다. 그래서 앞부분을 읽다보면 약간은 역사책 느낌이 들기도 한다. 벽화로 시작되는 사신도니 무용도니 하는 것들이 역사책에 반드시 실려 있는 중요한 내용이므로.
이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조맹부(원나라 화가)의 ‘낙화추색‘이란 작품엔 낙관이 아주 많이 찍혀있으며 이와 더불어 제발(제사와 발문)의 흔적이 굉장하다. 그림을 높이 평가한 감상자들이 앞 다투어 제발과 낙관을 남겨 놓은 뛰어난 작품이란 평가를 읽은 순간 우리의 세한도가 생각났다. 추사의 세한도 역시 발문의 길이가 10미터가 넘어서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친다. 또한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된 것(권화)은 감상평을 나누고 감상자의 서명 남기기를 즐겼기 때문에 그림을 가로로 길게 만들게 된 것이라 한다. 세한도는 뒤쪽에 김정희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할 때에도 나온다. 안 나올 수가 없겠지^^
조선시대의 미술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이는 영.정조 시대가 학문과 예술의 부흥기였기 때문일게다. 다루는 인물도 많고 할 얘기도 많은게.ㅎㅎ
조선 미술의 특징을 몇 가지 꼽을 수 있는데 초상화가 발달했다는 것, 그 이유를 유교로 보고 있는데 충.효를 중시했던 당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초상화와 위패를 사당에 모셔 놓았는데 이때 사진 대용으로 초상화가 그 역할을 한 것이란다. 그중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한 해석이 책마다 명확치 않은데-얼마 전 딸이 <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를 보면서 책이 이상하다고 물어왔다. 원래 상반신을 그리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 자기가 다른 책에서 읽은 바로는 그렸는데 오래되어 스케치 된 부분이 안 보일뿐이라고 의아해 했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의문을 완벽히 해소된다. 유탄에 의해 그려진 밑그림은 점착력이 약해 쉽게 지워지며 1995년에 발견된 ‘조선사료집진속’ 자화상의 옛 사진에는 도포를 입은 상반신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사진이 실렸다. 이 그림이 귀를 미처 그리지 못한 미완성인 것은 맞으나 애초에 상반신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강렬한 눈빛의 윤두서 자화상은 많은 책에서 소개되고 있기에 95년 이전에 발행된 책이라면 상관없지만 이후에 발행된 책이라면 고쳐져야 마땅한 부분이다.
또 제 눈을 찔러 애꾸가 된 화가 최북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더구나 그는 호생관-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화가-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거만한 양반의 태도에 화가 나 못 그리겠다며 일절 타협하지 않고 직선적인 그는 제 눈을 찌르는 행동을 한다. 그가 그림을 잘 그렸음은 물론이다.
현대 미술가 중에서는 자신을 눈을 찌르진 않았지만 실명하였지만 크게 이름을 날린 박수근도 있기는 하다. 그림 그리는 화가가 눈을 다친다는 것은 대단히 치명적일 텐데 말이다.
근.현대 미술가들은 오지호나 변관식과 같은 인물을 제외하면 아주 익숙한 편이다.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등.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맘에 드는데 오자[55쪽 괄호 속 한자는 맞게 표기 되었으나 낙관은 낙성관지(落成款識)의 준말인데 낙관성지로 나와 있다]가 있었다는 것, 그림에 대한 설명에 앞서 그림부터 보여주면 좋은데 그림은 뒷장을 넘겨야 하는 것은 정말 번거로웠다.
내용이 맘에 들어 더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