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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 배우는 근대 이야기 - 제중원에서 탑골공원까지
신연호, 백명식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월
평점 :
텔레비전에서 ‘제중원’이란 드라마를 아주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제중원에서 탑골공원까지’란 이름의 책을 발견했다. 그리곤 출판사들 참 발 빠르네...하고 관심이 갔더랬다.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은 갑신정변때 민영익이 미국인 선교사 알란에 응급 수술로 목숨을 구하는 일로 고종과 명성 황후와 인연이 닿았고 이후 고종은 홍영식의 집을 병원으로 쓰게 하여 광혜원이라 이름이 지어졌다가 제중원이라고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의 알렌이란 이름도 실존 인물이었구나. 이런 무식이 탄로 나는군.^^
첫 부분을 한창 방영중인 제중원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구성되었고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중간에 실린 정보페이지와 사진이 역사적 상식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부지런한 학부모라면 아이들의 현장학습을 위해 찾아다녔을 곳-옛 러시아 공사관, 중명전, 경교장 등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와 대면했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을 피해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러시아 공사관에 숨어든 고종이야기도 씁쓸하지만 고종이 황제에 오르기 전에 쌓은 제단인 환구단을 허문 일본은 조선 철도 호텔(현 조선 호텔)을 지음으로서 우리의 정신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한다. 물론 더 많은 사건들이 많지만 호텔을 지은 의미가 먹고 자고 싸는 곳이란 것을 염두에 두었기에 화가 난다. 이런 사실은 이곳 환구단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던 꼭 들었음직한 내용이기에 책에서 복습의 기회가 될 거고 그때 들었더라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알찬 정보를 많이 담고 있으니.
우리의 근대 문화재, 그중 건축물을 살펴보면 서울역사와 같이 일본인들에 의해 지어진 것이 많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철도를 놓아 군인이나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는데 일조를 하였을 뿐 아니라 철도 사업에 혈안이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의 만주까지 지배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공사로 인해 우리 농민들의 고통이 극심했는데 강제 노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부선과 경의선이 지나는 곳에 온전하게 남은 땅이 없고, 열 집에 아홉 집은 비었다.’는 기사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인의 눈물로 건설된 철도가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건설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일본이 도쿄역 다음으로 큰 경성역을 지은 것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이민 온 사람들과 군대가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넓고 크게 지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우리가 한국을 이렇게 발전시켰거든~~’하고 주장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흑 -.-;;
이 외에도 옛 서울시청 청사나 동양 척식 건물, 제주의 일제 군사 시설로 파괴된 우리의 해안절벽과 인공 동굴은 쳐다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저릿하지 않은가.
하지만 근대 역사와 관련하여 3.1운동의 싹을 틔운 탑골공원의 팔각정, 숭동 교회, 이상화 고택, 교육으로 일제에 항거하려 했던 오산 학교를 비롯한 조양 회관, 옛 서북 학회 회관 등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의 숨결이 고이 담긴 건축물이기도 하다.
간만에 마음에 쏙 드는 역사책을 만나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