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도둑 우리문고 21
제리 스피넬리 지음, 김선희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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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달 전,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란 영화를 보았다. 책으로 읽었음에도 그 영상이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극도로 참혹했던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홀로코스트는 뇌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지 않을까....

딴 얘기지만 난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의 책보다 이 책처럼 확실한 주제의 책이나 시사성 짙은 책 혹은 무겁고 어두운 역사지만 알아야 한다고 판단되면 꼭 읽히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강제로 읽히려 들지는 않지만 이 책은 꼭 읽어보라고 권할 것 같다. 읽던지 말던지 그건 자유지만 어쨌거나 읽어보라고 얘기는 해야겠지.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 고르착에 대한 책을 읽고 쓴 독후 감상문에 선생님이 고르착이 누군지 처음 듣는다고 써주었더랬다. 그때 아주 잘난 척했던 기억을 떠올려 주면 얼른 읽으려 할지도.

어쨌거나 나치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이나 집시 등에 대한 학살을 자행했다는 기본 지식만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한꺼번에 많은 고아가 생겨나는 일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면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전쟁 때문이다. 여기 한 소년이 자신의 부모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고 나이도 이름도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해 훔쳐야 하는 삶을 산다. 남들보다 작고 민첩한(먹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인생의 첫 번째 규칙이라 할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몸과 순수함을 가진 아이의 눈을 통해 전달하는 유대인 박해를 책으로 재현시켜냈다.

“넌 누구야?” 하고 물었을 때, “미샤 필슈드스키!”라고 했지만 소년은 도둑, 멍청이, 집시, 유대인, 짝귀 잭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고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찾게 된다.

유대인을 돼지 새끼로 취급하는 가죽 장화들, 바르샤바 게토구역의 장벽을 기준으로 같은 하늘이지만 다른 빛깔의 하늘, 장벽 근처의 구멍을 찾아 게토의 안과 밖을 드나들며 음식을 훔치는 미샤와 제니나의 모습이 잔뜩 구름 낀 잿빛으로 채색되어 연상된다.

‘세상은 정상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돌아갈 정상이 없었다. 내게 정상이란 훔친 빵과 웅덩이의 물이었다’ (284쪽)

미샤가 장사를 하면서 지껄이는 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친놈으로 보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지라도 이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순수한 아이의 시각 그대로 유대인 학살을 재연하였기 때문에 비판적이지 않다는 것이 독자가(아이들) 생각할 여백을 많이 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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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 물리개념, 똥이랑 열두 띠 동물>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똥이랑 열두 띠 동물 통합인지 칭찬 그림책 4
4차원 지음, 김정훈 그림 / 개똥이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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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조카,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해서인지 뽀뽀~ 하고 달려들면 냉정하게도 얼굴을 획 돌리고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 고개를 외로 돌린채, 얼음 땡 놀이라도 하는지 움직이지도 않고 있다. 흑~ 좌절. 그래도 이뻐서 한번이라도 관심 끌려고 온갖 동물 소리와 흉내를 내니 쳐다봐 준다-.-;;

이 책 울 조카에게 읽어주고 이모를 확실히 각인시켜야 할까보다. ㅋㅋ

표지를 들추면 12마리의 동물그림이 보이고 말풍선 안에,

‘개똥아~ 너는 하늘이 주신 기적 같은 아이란다.’라는 문구가 책을 읽기도 전에 기분 좋게 한다. 뭐 이런 비슷한 문구를 어린이 책에서 가끔 보는 것임에도 볼 때마다 입이 옆으로 쭈욱 늘어난다.

제목의 ‘열두 띠’를 과연 유아들이 알까 하는 딴지를 걸게 된다. 이건 완전히 이 책을 구입할 부모의 교육열에 대한 자극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또  ‘똥’에 대한 부분 역시나 똥글똥글 토끼똥만 기억에 남지 그 외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열두 띠'나 '똥'이나 이 책에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뱀조차도. 십이간지의 ‘여섯 번째 동물 뱀은~ 똑똑하고 조용해. 우리 아기처럼‘


각 동물의 특징이나 칭찬할 점을 들어 아기와 비교하여 칭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래서 ‘통합인지 칭찬 그림책’이란 타이틀이 붙었는가보다.

책의 왼쪽엔 재미있는 모습을 세 네 컷으로 작게 그렸고 오른쪽으로는 아기가 볼 책을 감안해 크게 그려 넣었다. 밝은 색감에 아기자기한 귀여움이 느껴지는 책으로 아기들이 좋아하겠다.

보드북이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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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물렀거라! 가마꾼 납신다 - 우리 조상들의 직업 이야기 아이세움 열린꿈터 5
이영란 지음, 김혜란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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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빨라지면서 사라지는 직업이 많아졌다. 아마 지금 있는 직업조차도 십 년 이내에 사라질지 

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직업 책이 인기가 많은가 보다.  작년에 직업에 대한 책이 인 

기였던 걸로 안다.

그러다가 옛 사람들은 무엇 하고 살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런 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 

각하던 차에 이 책의 제목만 볼때는 내가 생각했던 책인줄 몰랐다. 부제를 보기 전까지. 그냥 단순 

히 가마꾼에 대한 이야기 책인줄로만 알았다가 읽을 책이 없어 꺼내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얼마전 오늘날의 소방관과 같은 일을 하는 멸화군에 대한 그림책을 읽었는데 멸화군이란 말 자체 

를 처음 들었다. 그러니 내 아이들은 이 책에 소개된 옛날의 직업군을 얼마나 알까?   

직업에 대한 책이 근래들어 많이 나왔어도 옛날 사람들의 직업에 대해서는 별로 궁금 해 하지 않았 

던 탓에 이런 책은 쉽게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는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옛것을 하찮게 생각 

하고 우리의 모든 교육이 너무 입시나 공부에 관련된 직업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만 연결시키려 

한 탓일 게다. 그렇게 우리의 옛것을 발견하는데 게으름을 피워왔다고 본다. 

<게 물렀거라! 가마꾼 납신다>에서는 쉽고 재미있게 조상들의 직업을 설명한다. 중간중간 삽입  

정보 페이지도 무난하게 읽히고 옛 방식으로 만드는 소금이나 종이, 그릇 등을 만드는 과정을 그 

림으로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이야기 속에 나타난 직업은 20가지지만 책의 뒤쪽에는 짧막하게나마 훨씬 많은 양의 직업을 소개 

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단순히 옛 사람들의 직업만을 습득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직업 

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엿 보게 하였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흔히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물론 직업에 귀천이 없어야 하지만 우리가 그들 

을 정말 똑 같이 대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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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
줄리어스 레스터 지음, 김중철 옮김, 김세희 그림 / 검둥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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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의 모티브 하나를 따서 쓴 책과는 달리 전체적인 내용이 사실의 기록에 근거에 쓴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책들도 그렇지만(자유의 길, 인종 이야기를 해 볼까?) 이 책에서도 흑인들의 인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냈다. 줄리어스 레스터의 <자유의 길>은 다소 충격적인 이미지로 머리에 박혀있어 관심은 가지만 선뜻 책을 읽기가 망설여졌다. 너무 마음이 무거워 질까봐... 

우리 교육의 책들이 대체적으로 진지하지만 그중에서도 '검둥소'에서 발행하는 책들은 이보다 훨씬 무거운 소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평등, 환경, 반정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브랜드라는 것을 이미 알기에.  

지난주에는 <자유의 노래>라는 로자 파크스의 사건을 골자로 한 마틴루터킹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도 그 연장선상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1859년 미국 역사상 최대의 노예 경매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흑.백인들의 생각이 극명하게 다르고 같은 흑인 혹은 같은 백인이라도 (흑인도-찰스와 샘슨 역시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등한다) 서로 의견이 갈리는 것을 알게 한다. 버틀러 가족에서 농장 소유주인 피어스와 둘째 딸 프랜시스가 노예 옹호론자라면 엄마 패니 켐블과 큰 딸 세라는 노예제도를 반대하고 이것 때문에 이혼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노예제도에 대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놓은 것이 특징이며 경매가 이뤄지던 날이나 엠마가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너는 날에도 비가 내렸는데 이는 흑인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와 눈물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쓴 것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원제의 <Day of Tears>눈물이 이 책에서는 곧 비를 의미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자유에 대한 흑인들의 불안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생각들이었다.  

"지금, 나리. 제가 알기로는 자유가 깜둥이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에 저 북쪽에 있는 자유 노예들도 노예제도 속에 있기를 바란대요. 그럼요, 나리. 주인마님은 이 깜둥이를 도와 줘요. 그럼요, 나리. 나는 오늘 밤 어디서 자야 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내가 날마다 무얼 먹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고요. 내가 아프면, 주인마님이 의사를 부르러 보내고 의사는 곧바로 와요. 내가 무엇 때문에 자유를 원하고, 나 스스로 이 모든 일을 걱정해야 하나요?" 

우리에겐 당연한 자유가 이들 흑인들에게는 단 한 번도 누려본 적이 없어 불안함을 느끼고, 경매 장면을 묘사한 부분에서 마치 사람을 동물과 다름없이 입을 벌려 이빨을 보고 근육을 보는 것, 또 실제로 경매를 통해 노예가 팔린 가격과 이름 등이 나와 있어 리얼리티를 높였다.  

자유가 평등이 지금은 온전히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미국의 남북전쟁에 대한 책을 다시 들춰보고 싶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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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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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란 제목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은 지독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 녀석과 그 또래의 아이들이 매치되기 때문이다. 열네 살, 중학교에 가면서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압박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고 갑작스런 호르몬의 변화로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에 당혹스러워 한다. 그 외에도 아이들을 자극하는 외부의 여러 가지들이 아이들에겐 어두운 터널처럼 느껴질 것 같다. 어쨌거나 터널을 지나면 밝고 환한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되지 않는지 자꾸만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이탈하고 튕겨나가려 한다. 어른들은 일탈이 자칫 깊은 구렁으로 빠질까 두렵고 아이들은 활화산처럼 내부에 끓는 젊음을 한번이라도 맘껏 땅을 차고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최근 청소년 소설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많은 책들이 아이들의 일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작 책을 읽는 독자로부터 외면 받을 게 뻔하다. 그래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친 말투와 어른들의 잘못을-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원고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쓰레기 통으로 던져버리는 행동은 애초부터 다수의 아이들은 소수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들러리라는 것 등의 확실히 깨닫는 때가 이때부터다. 그래서 학교나 사회에서 느껴지는 부당함을 곧잘 토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얼마나 또 억울할까 싶은 맘이 든다- 그들의 눈으로 똑바로 짚어준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나이에 이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 나이에 그런 정의감과 불의에 대항하는 건 그 나이기에 가능하다. 뭐 애늙은이도 아니고 너무 쉽게 세상에 순응하는 것이 마냥 좋게만 봐야 할까. 오히려 불뚝거리는 것이 건강하게 자란다고 본다. 문제는 그걸 어른들이 인정하려 들지 않고 뭉개버리려 하는 게 문제지.

하리는 엄마가 다니는 교회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발견한 씨디를 뽀린다.(훔친다) 그 한 번의 실수로 같은 반 친구인 예주에게 발목을 잡혀 문구점에서 스티커나 핸드폰 고리 등을 뽀리는 일이 반복되고 남친과의 비밀스런 교제, 어려운 가정 형편과 엄마의 병적인 도벽 등이 더해져 어두운 굴 속 같은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어 하는 얘기가 빠르게 읽혔다.

“뽀리는 건 분명 나쁜 거야. 하지만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겐 다 있는 게 나한테 없다고 느껴질 때는 다른 걸 훔쳐서라도 없는 걸 채워야만 해.” 98쪽

그랬다. 아이들은 뭐가 나쁜 건지 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허기진 마음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채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이 허기진 마음을 읽어주거나 보듬어 주지 못하는 것이 결국은 아이들을 삐뚤어진 곳으로 밀어냈다. 나는 ‘문제 있는 부모가 문제 있는 아이를 만든다’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가끔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싫지만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런 책이 항상 그렇듯 결말은 언제나 화해와 더불어 완벽하게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엔딩은 언제나 바람직한 뻔한 구도로 마무리 된다. 그렇다고 불행하고 나쁜 결말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쉽게 예측가능한건 아닌가 싶다.

(*책이 작고 가벼워 정말 좋다. 거기다 가격까지 착하니 얼마나 좋은지. 신간 정가가 6800원이라니 놀라울 지경이다. 어제 읽은 책은 종이가 갱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12000원이나 한다. 책값에서 종이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면 그 말도 정말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판형과 장정으로 책이 나와서 부담 없이 구매로 연결될지 양장본으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난 멋쟁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뿌듯해 하기 보다는 보다 싼 가격에 많이 읽히는 게 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책의 가격을 논한다는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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