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외교관 일본에 가다 어린이 외교관
김용운 지음, 김중석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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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교 다닐 때 세계사가 너무 어려웠다. 외워야 할 분량도 많고 이름도 모르겠어서 아예 공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보니 역사가 촤르륵 연대별로 정리되는 게 없다. 오래전 어떤 책을 읽다가 남편에게 일본 역사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다. 난 일본의 역사를 학교 때 배웠다는 기억조차 없는데 남편은 찬찬히 설명을 해 주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내겐 그렇게 어려웠던 역사가 책의 앞부분에 일본의 역사를 비교적 쉽고 간단히 풀어냈는데 맘에 든다. 일반적으로 세계사에서 다뤄지는 것보다 편하게 읽힌다. 다만 한 가지 불만이라면 팁 박스의 설화가 읽는데 방해가 되었고 굳이 없어도 크게 흐름을 깨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왜 외교관이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일본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어 외교와는 별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데...하고 생각했는데 둔하게도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가 됐다. 쉬운 예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국제 재판소로 가져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일본을 상대로 재판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승소 확률이 월등히 높지도 않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기에 한일 간의 민간 교류의 역할이 중요하달 밖에. 그렇기 때문에 책의 제목을 그렇게 뽑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실제 외교관보다는 우리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그렇게 강조한 것인가 보다. 일본 내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도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정보가 많아서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실린 ‘우토로 마을‘은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었고 앞의 내용을 다 잊어버릴 만큼 묵직하게 남는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끌려가 군사 비행장 건설에 강제 동원된 사람들이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 국적을 거부 한 채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마을로 일본으로부터 갖은 설움과 차별을 당하였다. 전기나 상수도 시설조차 마련해 주지 않았다니 그동안 우리나라도 이들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1988년에 수도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88년이라고 하니 올림픽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다행이라면 일본이 땅 소유주가 이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려 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나서서 우토로 마을의 절반을 사기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2007년 10월의 일이니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본뿐 아니라 러시아와 같은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우토로 마을의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하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물리적인 거리야 어떤 나라보다 가깝지만 심적으로는 저만치 밀어내고 싶은 나라라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편견 없이 바라보고자 하지만 은연중 남아있는 것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 이해관계에 있어서 일본과 우리가 협력하고 서로 발전적인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는 식상한 멘트는 사양하고 싶다. 그것이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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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소리, 처음 독서 습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검고 소리 푸른숲 어린이 문학 16
문숙현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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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좋고 나쁨을 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지만 그래도 디자인이나 작가 제목 등을 보고 정확하지는 않다 할지라도 독자는 어느 정도는 미리 점수를 매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검고 소리’가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내 느낌이 좋았다고 했지만 거실에 둔 책의 제목을 보고 딸아이도 재밌겠다며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표지의 그림과 ‘검고’가 거문고를 이르는 말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고 우리의 옛 악기를 소재로 한 책은 드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물다고 했지만 이 책 외에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어린이 책의 소재가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사의 한 조각을 떼어 동화를 풀어내면서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도 아이들에게 부담을 줄여준다. 거문고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의당 따라 나올 왕산악이니, 고구려니 하는 역사적 이름을 그대로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 저자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상상력이 마음껏 춤출 수 있게 새로운 나라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가우리란 나라가 곧 우리나라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직접적이진 않지만 슬쩍 녹여낸 작가의 역량이 빛난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 그래서 요즘은 미술치료와 더불어 음악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검고 소리>에서는 그 신비로운 힘의 체험이 가능하다. 검고 소리로 인해 전쟁을 막아내고 두 나라 모두 평화를 가져오게 된다.

궁중 악사장 해을과 더진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교감을 나누는 소년 다루가 함께 만든 악기 검고의 소리는 가우리 사람들의 정신을 담아 하늘에 닿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해을은 옥에 갇히고 다루는 검고의 부족한 점을 알고자 허허벌판 나라에 가서 그 비밀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나 허허벌판 나라에 가서도 알아낸 것이 없다고 해을에게 말하는 도중 허허벌판 나라에서 자신을 도운 타마 공주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 비밀이 밝혀진다. 비밀이란 다름 아닌 신분의 차이(높낮이)가 악기에도 적용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늘신의 제사에서 궁 안에 사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로 섞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힘 있는 사람만을 위해 쓰이는 것은 무기지 악기가 아니란 생각에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검고 소리는 사람들의 두려움, 고통을 녹여내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힘을 보여준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긴 여운이 남는 검고 소리를 듣고 싶다. 이런 책을 읽을 때는 거문고 연주라도 들려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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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1-2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본 사이 3편이나 올라와 있네요. 이 책 저도 괜찮은 거 같아요. 표지도 그렇지만 작가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만용을 부리지 않았다는 희망으로님의 평에 혹해요. 어떤 스탈로 썼길래 그런 평을 이끌어냈을까요?

희망으로 2010-01-21 20:50   좋아요 0 | URL
역사적 사실을 많이 전달하려 하지 않으면서 소재도 참신했죠.
척 봐서는 제목과 표지가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 같죠.~~
 
<검고 소리, 처음 독서 습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처음 독서 습관 - 초등 저학년을 위한
4차원 지음, 정지은 그림 / 개똥이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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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도 없고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있지도 않고 머리가 좋아서 그런 인자를 가진 유전자를 물려주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제치고 내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독서 습관.

딴 건 몰라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주었고 손닿는 곳에 재미있을 마련해 주었다. 무엇보다 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습관을 유산으로 물려주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 뿐, 내 노력의 결과는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 한 녀석은 책을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한 녀석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책을 소중히 다루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하고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도서관에서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안다.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겠기에 이런 책은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뭐 특별함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뭐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특별함 같은 것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알고는 있으나 내 아이에게 적용 할 때는 핀트가 안 맞거나 그런 거 아닌감. 실재와 이론이 다른 것처럼.^^
어쨌든 결론은 뭐 이런 책을 돈 주고 사서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한 번 읽지 두 번 읽지 않게 되는 책이라고 하면 넘 심한가. 하지만 나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이런 책을 두 번 읽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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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1-20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자가 희망님의 리뷰 읽고 충격 좀 받겠는데요. 하핫!
저도 따로 저렇게 요리의 레시피처럼 독서를 어떻게 하라는 거, 싫어해요.
어차피 책 좋아하는 놈은 좋아하는 거고 아닌 놈은 아니더라구요.
그건 부모가 아무리 물려주려고 해도 안 되는 것도 있더라는.

희망으로 2010-01-21 20:56   좋아요 0 | URL
정말 책 좋아 할 수 있게 재미있게 만들면 굳이 이런책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결국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는 반증이지 싶어요.
그런데 웃긴게 가끔은 혹시 어떤 비법 같은게 없나 하고 들춰보게 된다는.ㅠㅠ
울 아들놈은 방학동안 책 한 권 안 읽는 것 같아요.흑~
 
남한산성의 눈물 샘깊은 오늘고전 12
나만갑 지음, 양대원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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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결과를 모두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간혹은 승패가 초반에 보이기도 하다. 이건 신기가 들려서도 아니고 임금과 높은 벼슬아치들이 백성의 안위엔 아랑곳없이 한양을 버리고 남한산성으로 가질 않나 그곳에서도 책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인다. 군사의 사기가 떨어짐은 불 보듯 뻔한 거고 이런 전쟁이 과연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리 없다.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나오는 것은 한숨 뿐 조선 관리들의 한심스런 작태가 결국 삼전도의 치욕을 만들어냈다. 척화파와 주화파가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 펼 뿐 제대로 된 협상은 커녕 인조 임금이 청나라 황제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맨땅에 머리를 조아리는 항복 의식을 치르는 치욕을 당한다. 이때 청나라 임금은 소현세자, 봉림대군, 인평대군의 부인들을 불러 이들에게도 절을 시켰다. 그뿐인가 해마다 갖다 바쳐야 할 물건들은 어떻고. 그로 인한 백성들의 곤궁과 힘겨움은 말해 뭣하리.

벼슬아치나 장수들은 병자호란이 남의 나라 전쟁인양 재밌는 불구경이라도 했던 것인지.

초반 병자호란이 일어나게 된 배경 등을 먼저 꺼냄으로서 병자록의 이해를 돕고 있어 맘에 들었다. 하지만 이전에 이 시리즈 ‘샘 깊은 오늘 고전’의 다른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미진함이 남았다. 일단은 분량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이사이에 책 내용과 상관없이 삽입된 일러스트가 너무 많다는 것, 이럴 바에야 원전에서 빠진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지면의 효용성면에서 훨씬 좋지 않았을까? 그 내용이 비록 지루할지라도 말이다. 이어 또 하나 ‘다듬어 쓴 이의 말’은 앞서 서술한 내용의 중복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뭔가 다른 걸 짚어줘야 하는데 차별화된 내용이나 특별함이 없다는 것에서, 이거 과잉 친절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요점 정리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때론 이런 과잉 친절이 불편함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정도 이해력도 없을까봐? 하는 삐딱선을 탄다.

원본 나만갑의 병자록의 기록을 몇 퍼센트나 실었는지 나는 모른다. 역사에 해박한 지식이 있지 않기에. 이런 맛보기 식의 책이 때론 좋을 때가 있기도 하고 오히려 이 책 읽었는데 하고 내가 읽은 책이 전부인양 아는 것은 아주 큰 단점이 될 수가 있어 가끔은 판단이 힘들다-.-;;

책이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이럴 바엔 병자록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병자록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 병자록에 대한 지적 욕구가 높아져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하지만 병자록의 내용을 쉽게 전달하였고 이후 병자호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책을 다 읽고 검색을 해 보니 당연히 청소년 대상의 책이거니 생각했는데 초등학생 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헉~ 요즘 책 읽는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절.대.다.수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지도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책의 쓴 이가 맨 앞에서 밝혔든, 병자호란은 초등, 중등, 고등학교 국어, 역사 과목에서 중요시 다뤄지고 있어 우리나라 역사에서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쉽게 풀어 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책의 권장 연령을 터무니 없이 낮추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봐서 내용이야 그리 어려울게 없지만 그래도 중학생이 적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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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1-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검다리라는 표현이 와 닿았는데요. 사실 저 나이 또래의 그러니깐 초등고학년, 또는 중학교 1,2학년의 아이들의 독서 편차가 커서 실제 대부분의 아이들은 역사적인 흐름을 잘 알지 못해요. 그런데도 어떤 양반들은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더라구요. 저도 초등대상이라고 했는데 막상 제가 읽어보면 고학년 수준의 작품을 만날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가 가장 난처했어요. 사실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쟝르가 있더라구요. 한국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고..이런 식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읽다보면 다른 분야는 모를 수가 있는데... 솔직히 요즘 아이들은 이해력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는데 제 눈에 보기엔 출판사와 작가들이 오버라고 생각해요.

희망으로 2010-01-21 20:54   좋아요 0 | URL
우리의 역사 교육도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주지 않죠,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를 보게 하는 격이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책읽을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책이나 교과 수준은 날로 높아져만 가니 공부에 관심 없는 비범한 아이들은 죽어날 수 밖에 없어요. 이 책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제 나이에 읽어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른들의 몫인 것 같아요.
 
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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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 위에 작은 나룻배와 사공 갓을 쓴 선비가 그려져 있는 표지는 정약용의 유배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삶은 사실 굉장한 풍랑을 맞았고 유배는 삶의 반을 차지했지만 실제로 집안 전체로 보면 반 이상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의 형 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고 그의 집안 전체로 보더라도 고모부인 이승훈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천주교 탄압 때문에 죽거나 시달려야 했다. 얄궂단 말이 절로 나오고 애잔함이 느껴졌다.

내가 그런 마음일진데 아들(학유)이 보는 아버지나 가족들의 모습은 함께 유배 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 핏줄이란 단지 몸 안으로 흐르는 붉은 액만이 아니었다. 내 뼈, 내 살갗은 내 핏줄인 그들과 함께 나눈 것이다. 그러하기에 내 핏줄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 철상 형의 소식을 뒤늦게 듣는 순간, 내 목도 서늘한 칼날이 와 닿는 것처럼 온몸이 저려왔다.’ (55쪽)

우리나라의 파벌싸움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아 정약용 같은 걸출한 인물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게 했으니... 무고함이 밝혀졌어도 해배의 어명이 떨어졌어도 조정에서는 정약용이 해배되는 것이 두려워 상소가 올라가고 해배공문을 내리지 않아 한참을 유배지에서 묶여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으나 삶은 강물처럼 흘러 정약용이 해배되고 다산에서 소내로 오게 된다.

그동안 풍비박산 난 집이라고 먹고 사는 일에서 비껴갈리 없었다. 유배죄인의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고 여자들은 온갖 살림을 팔아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니 이들 학연, 학유 형제는 학문과 멀어지게 되었고 아버지의 학문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모자라지만 아버지가 유배지에서 쓴 그 많은 책들을 보자니 아버지의 참담함과 더불어 자식으로써의 송구함 등 현실에 발목 잡혀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었던 자식의 안타까움을 표현한 <다산의 아버님께>는 다산 정약용을 다룬 일반적인 인물책보다 서정적으로 읽힌다. 역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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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1-1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지요. 특히나 현대 사회는 개인화가 되어 있어서 다행이지만 구시대는 가족이 중심이었으니깐. 유교문화는 똑똑한 사람 다 매몰시킨 역사나 다름없어요. 권력자가 어떤 힘으로 자신의 권력을 더 세력화할 때 종교가 가장 이용하기 좋은 수단인가 봐요. 기독교도 그렇고...우리도 자식이 저렇게 권력에서 떨어져 나가면 털빠진 삼손 기분 같아지겠지요?!

희망으로 2010-01-13 10:03   좋아요 0 | URL
가족 공동체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단단했지요. 요즘 전 종교에 대해 아주 많이 혼란스럽네요. 물 흐르듯 둬도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