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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에게 햇살을 - 좌절과 분노를 극복하고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청소년 심리소설
프리실라 커밍스 지음, 최순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에 앞뒤 표지에 적힌 내용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그래서 켈리에게 닥칠 불행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구의 날 행사를 위한 연설문 발표를 앞두고 설레는 것에도 나는 언제 켈리에게 사고가 닥칠지 몰라 조마조마 하다.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엄마와 함께 타고 가던 차가 트럭과 부딪치는 사고가 난다. 차에 불이 붙어 얼굴과 다리, 손에 화상을 입은 켈리는 몇 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하고 피부가 매끈하게 될 수 있도록 머리에 투명 압박 마스크를 써야 한다.
외과적 치료는 잘 진행되나 켈리는 평생 다른 사람과 다른 외모를 갖고 살아야 하는 두려움과 고통에 마음의 빗장을 채운다.
다른 곳도 아닌 얼굴. 한참 멋 내기 좋아하고 이성에 대해 눈 뜨는 나이의 여자 아이에게 얼굴에 난 화상은 팔 다리가 잘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실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깟 얼굴이야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거나 극복하라고 하지만 당사자에게 얼굴은 굉장히 큰 문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위로한다고 이런 말들을 한다.(81쪽)
“넌 운이 좋은 거야. 그쪽 눈은 안 잃었으니까. 혹은 등뼈가 부러지진 않았으니까.”
“맞아! 다리가 바스라져서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게 된 것도 아니잖아! 넌 운이 좋은 거야.”
자신의 손톱 밑 가시가 박히면 세상에서 그 아픔이 세상에서 제일 인줄 아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은 아주 고약한 자만일 뿐이다.
켈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화상환자들은 치료를 하면서 이러한 상실감에 몸서리를 치며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넘어져 아픈 것보다 사람들 보기에 창피해 후다닥 일어나는데도.
가끔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을 방송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데 그런 일은 정말 일부 의지가 강한 사람들 얘기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강하지만은 않다.
켈리 역시 치료 경과가 좋았지만 학교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 마음먹는다. 그 이면을 보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니얼을 비롯한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마음을 가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켈리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정신적인 괴로움이 남달랐다. 그것은 이 사고가 다름아닌 엄마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딸이 평생 짊어져야 할 고통과 같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에 대단히 괴로워하고-그래서 정신과 치료를 한다- 켈리는 그러한 사실에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으로 자신의 얼굴보다 내면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아픈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성장소설로 일반적인 성장소설보다 더 실제적인 내면의 심리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또 화상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해피엔딩이라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