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내 부하 해 -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시 쓰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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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어린이 시 쓰기’ 책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교사로서의 마인드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에 대해 또 우리 교육계에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존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보통의 아이들보다 상처 받은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들 부모에게는 더 바랄 것 없는 교육자 상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하이타니 겐지로에 비견할 선생님이 없을까?
얼른 떠오른 사람은 김용택, 이오덕 두 분 선생님이 생각나긴 하나 하이타니 겐지로의 감동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조심스레 꺼낸다.
그렇기에 이 사람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칠까가 궁금했다.
아이들의 시는 무한한 상상을 해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어야 함에도 우리의 교육은 그것과는 한참 동떨어진 교육을 한다. 정말 시를 재미없고 싫어지게 한다.
시를 배우면서 해체 내지는 분해한다. 굳이 시를 통해 주제니 운율이니 하는 것을 알아야 할까?
시는 머리로 읽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일는 것이어야 하는데 알게 모르게 그런 압박을 가지는 아이들은 시 쓰기에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다행히 위에 언급한 두 분 선생님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쓴 시는 어른들도 깜짝 놀라울 만큼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은 순수함이 엿보여 좋았던 느낌이 남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이유다.

하이타니 겐지로가 말하길 아이들은 작은 것을 커다랗고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뛰어난 눈과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른들을 관찰하여 재밌는 시 쓰기를 유도하였다.

우리 어른은 누구보다 아이들의 말과 눈을 무서워해야 한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 부당함 등을 시를 통해 세게 말하였다. 헉~ 하고 가슴을 때렸으니까.

어른들의 구태의연한 표현, 여기서는 의성어 같은 것을 실제 자기 귀로 들리는 대로 쓰라고 한다. 
 

닭 - 5학년 시로야마 구니코

아침 찬 공기를 / 찢을 듯이 닭이 운다/ 꼬까파 꼬까파/까파 까파 꼬까파/ 배고프구나?/까파 까파 까파/ 알 낳는구나? /꼬아 꼬아 꼬아/ 까까까까까까까 /나는 닭과 친구라서/전부 다 알아 듣는다.

아이들이 시를 어떻게 쓰든 그 표현 방법을 지적한다거나 해서 솔직함을 담을 수 없다면 아이들의 시 속에서 톡톡 튀는 재미를 발견 할 수 없다. 누가 과연 ‘선생님, 내 부하 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시를 쓰는 시간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마음껏 표현 할 수 있는 분위기라야 가능하다.
바로 그것이 내가 하이타니 겐지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동화가 아니더라도 ‘역시~ 하이타니 겐지로’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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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파브르, 웅태의 벌 이야기 따뜻한 책꽂이 2
나카가와 유다이 글 그림,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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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냥 곤충을 좋아하는 이야기려니 했다. 그러나 책을 펼치자마자 벌(쌍살벌)을 상세히 관찰하고 기록한 보물 같은 책이었다. 웅태에겐(실제 이름은 나카가와 유다이)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었을 테지.
한마디로 놀랍다.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쌍살벌 관찰을 했다는 것은 어른도 하기 어렵다. 처음 시작은 요란하게 기록장에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페트병으로 집도 만들어 줄 수 있겠으나 이런 관심이 쭈욱 이어지니 않는다는 거다. 

관찰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도출해 내는 능력이나 스스로 이것저것 실험을 위해 시도해 보는 능력 또한 대단하였다.

실험관찰 보고서를 쓸 일이 있는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기도 하고 제2의 파브를 꿈꾸는 아이들이 읽으면 자극이 될 듯도 하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처럼 웅태는 반드시 파브르처럼 훌륭한 곤충학자가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을 보고 곤충을 좋아했던 아들내미 한테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헐~ 이런 걸 원한 게 아닌데. 내가 미챠. 그럼 그렇지~ 하는 말을 속으로만 삼킨다.
역시....하면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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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09-12-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네요. 미국의 자연학자 에드워드 윌슨 같아요. 그 사람은 개미에 미쳐서 개미를 연구했는데..어릴 때부터 자연의 곤충을 무지 좋아했더라구요. 거의 밖에서 살았어요. 전 저런 열정 부러워요.

희망으로 2009-12-23 15:12   좋아요 0 | URL
울 아들 곤충을 좋아했어도 관찰일기라든지 하는 건 한번도 써 본적이 없어요. 이 책 딱 보자마자 대단하다는 말이 나와요. 아이고 어른이고 열정있는 사람 부럽지요.
 
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지음, 율리아 프리제 그림, 지영은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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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쓱쓱 그려낸 투박한 그림과 콜라주를 적당히 섞어 그린 그림이 꽤 강렬하다.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았어도 첫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에서 숲 속 동물들이나 나무들에게 팽팽한 긴장감과 두려움이 느껴진다. 동물들의 얼굴을 디테일하게 그려지지도 않고 간략하게 표현하였음에도 잔뜩 겁먹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왜? 숨어 있다지만 꼬리가 살짝 보인다. 그것도 주의를 환기시킬 빨간색 꼬리. ‘위험해’라고 소리치듯.

여우는 꾀 많고 교활한 동물로 대표된다. 동물은 본성은 배고프면 자기보다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행위는 지극히 당연하다.

살금살금. 알을 품고 있는 여우에게 다가가 여우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엄마오리를 덮치자 너무 놀란 엄마오리는 알을 호숫가에 남겨두고 줄행랑친다. 배가 고픈 여우 콘라트는 ‘꿩 대신 알’이라고 오리대신 알을 가져가 오리 알 볶음이라도 해 먹을 요량으로 조심히 가져간다.

여기서 원래 콘라트는 엄마 오리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하면서 왜 이를 드러냈을까? 이를 드러내는 것은 공격을 나타내는 것인데. 엄마오리와 친구로 사귀지 못해 조금 슬펐다는 콘라트.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배고픔이란 본성을 억누르기 힘들었을 테지, 라고 생각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집에 도착하자 알은 아기 오리가 되고 각인이론에 의해 아기 오리는 콘라트를 엄마라 여긴다. 초롱초롱 맑고 예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키득거리는 아기 오리를 과연 콘라트는 어떻게 할까.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고 고쳐준다. 그리고 자신의 발등에 잠든 아기 오리가 깰까 옴짝달싹 하지 않고 발에 쥐가 나는데도 참는다. 그리고 아기 오리가 토실토실 해 지면 그때 잡아먹겠다는 생각으로 아기 오리에게 로렌츠란 이름을 지어준다. 이때부터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같이 살면서 시시때때로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도 콘라트는 아기 오리를 정성껏 품어 키운다.
여우에게도 부정이란 게 강한 걸까?

흡~ 로렌츠에게 예쁜 여자 친구가 생겼다. 콘라트는 아들인 로렌츠의 여자 친구를 어떻게 할까?

과연 여우와 오리가 함께 사는 게 가능할까?

이런 내 의문을 싸그리 잠재우며 콘라트는 로렌츠와 엠마까지 보듬으며 함께 산다. 그런데 엠마가 알을 낳으며 엄마가 되지만 로렌츠와 엠마는 알 따위를 아이로 갖고 싶지 않다는 철부지 없는 부모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콘라트는 아들 부부를 단호하게 타이르며 알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라고 이른다. 아기 오리들이 알을 깨고 나와 식구가 갑자기 여덟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콘라트는 본성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꿈속에서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 오븐 안에서 황갈색으로 오리구이가 돌아가고 있는 꿈을 꾼다.^^
쉽지 않겠지.
콘라트는 점점 나이가 들고 오리 새끼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어나 숲이 온통 오리로 바글바글해지고 아기 오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한 모습으로 눈을 감는다. 

 ^^나도 까짓 배고픔쯤은 참을 수 있어. 아이들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런데 내게 그 행복이란 녀석이 찰싹 붙어있으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경제적 궁핍이 싫다고. 그건 난 별 수 없는 속물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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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들어간 공룡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6
송윤섭 지음, 서영경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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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린이 도서관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특이한 것이 5살 정도의 사내아이들은 유난히 공룡에 관한 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정 책을 찾아달라거나 책이 있냐고 묻는 경우야 흔하지만 ‘공룡’에 관한 책은 난이도와 상관없다는 것.
공룡의 어떤 점이 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걸까가 새삼 궁금했다. 그때 물어볼 것을~^^ 어마어마한 크기와 힘 때문이라면 그 정도 나이의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먹힌다는 걸까? 힘의 논리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엄마들이 바라마지 않는 책의 절묘한 결합이 의도대로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란 책을 읽은 코코는 자신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이 되고자 하여 큰 도시로 간다. 어떻게 하면 유명한 공룡이 될까, 어떤 일이 멋진 일일지를 상상하는 것으로도 가슴 벅차다.

그러나 ‘유명하다’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꼭 일치하란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간극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 내 자식들의 성공(유명)보다는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사랑받는 사람(공룡)이 더 좋은데.

코코는 유명을 쫓았지만 결국은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것도 행복한 일이란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유명세를 탄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 속으로 들어간다. 이 얼마나 완벽한 해피엔딩인지.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꿈을 심어 주는 일. 거기에 행복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코코 자신의 이야기가 동화책이 된 <공룡 소방관 코코의 재미난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과 공룡>이란 업그레이드 버전의 책에도 실려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공룡은 그렇게 자신의 꿈을 이뤘는데 책을 읽는 아이에게 “네 꿈은 뭐니?” 라고 물어보고 그 꿈이 다소 허황되더라도 맞장구 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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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09-12-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내아이들은 기차 아니면 공룡인 거 같아요. 울 아들은 기차에는 관심 없어도 공룡엔 환장 했거든요. 전 재미 하나도 없던데...//저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요즘 애들은 좋아하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해 보여요.

희망으로 2009-12-23 15:13   좋아요 0 | URL
기차는 기억의집님이 더 좋하하시죠.ㅎㅎ 아마 엄마들은 공룡에 그닥 관심이 없지 싶어요. 저희 아이도 뭔가에 몰입하는 걸 본적이 없다는. ㅜㅜ
 
사랑과 사랑 처음 만나는 철학 4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박상은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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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이라면 무조건 따분하고 난해함에 살며시 밀어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장르쯤은 이제 상관하지 않게 된다. 일단 뭔가 싶어 살짝 들춰보게 만드니까. 이렇게 예쁜 책 어떻게 그냥 지나치랴.^^
그렇다면 그림책으로 나와 철학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주니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안그래도 부담감 팍팍인 철학책에 이것저것 많은 걸 담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책으로 기획한 걸까.

사랑이란?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것이다. 무엇보다 가치관에 따라 사랑을 정의하는 것도 달라질 수 있겠으나 전혀 반대되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와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와 같이.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줏대가 없어서 인지 저 말도 맞고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그건 사랑을 단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고 자신이 놓인 상황, 경험에 따라서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책에서는 사랑은 이러저러하다고 열거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이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며 다른 어떤 곳보다 굵고 크게 적었다.

나는 나이가 들면 사랑이 더 크고 넓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울타리가 점점 작아짐을 느낀다. 나를 중심으로 그 반경이 너무 좁아 내 자신이 한심해지니 이런 내가 사랑을 정의한다는 게 가소롭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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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09-12-1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전 아이들에게 철학이 유용할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이런저런 어린이용 철학책 훑어보았는데..굳이 아이들용으로 철학책을 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솔직히 얘들이 사랑에 대해 뭘 알겠어요. 하루 하루 방안에서 딩구는 게 최고인 행복한 얘들인데....^^

희망으로 2009-12-14 22:38   좋아요 0 | URL
뭐 사실 저조차도 철학책엔 선뜻 손이 안가 애들한테 권하기가 뭣하죠. 철학책 뿐 아니라 정말 그 나이에 읽어야 할 적정한 책을 읽는게 좋은데 꼭 자신의 수준보다 한단계 높은 걸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