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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그림(명화)에 대한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아직 그림을 보는 안목도 그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는 못했더라도 관심이 간다. 알고 모르고를 떠나 그림을 본다는 것이 지적 허영을(?) 채우려 한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도 꾸준히 볼 것이다.
도슨트와 큐레이터는 분명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특히나 나 같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이들의 설명은 충분히 만족스럽고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이 책이 그랬다. 책을 쓴 존 톰슨은 평론가이자 큐레이터라고 하니 해박함이 아니라 깊이 있고 통찰력을 겸비했다고 할 수 있다.
가끔 아이들과 미술관을 갈때가 있는데 무슨무슨 거장전이라 이름 붙은 전시회를 가면 오디오 설명이나 도슨트의 설명을 꼭 듣게 하고 싶은데 울 아들 녀석은 따라와 준 걸로도 감지덕지 그냥 두는 반면 울 딸은 확실히 설명을 들은 것과 안 들은 것은 기억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라도 관련 책을 볼 때나 다른 그림을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런 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또 봐도 뭔가 정리 되지 않은 느낌이더라도 나중에 책에 나온 그림을 다른 책이나 운이 좋아 직접 볼 기회가 생기면 꼭 생각나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딱한 설명보다는 좀 더 말랑하게 풀어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을 아주 길지도 짧지도 않게 설명하였다. 무엇보다 굉장히 많은 작품이나 작가를 실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현대 미술’이란 장르가 너무 어려웠다.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작가나 작품을 대면하여 반가웠다.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지하철에서 처음 읽게 되었는데 27쪽에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이란 그림이 펼쳐졌을 때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바로 다음 장으로 넘겨 버렸다. 뭐 전라의 누드화라면 그렇게까지 당황스럽지 않았을거다. 그냥 자연스럽게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리를 쫙 벌린 여성의 성기를 정나라하게 묘사한 그림을 아무렇지 않게 보기엔 힘들었다.
정말 잘 알려진 작가인 쇠라, 달리, 피카소, 엔디 워홀, 고흐, 프리다 칼로의 작품들부터 이름도 그림도 낯선 작품들도 많았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니만큼 아주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그림을 크게 볼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다.
책을 덮고 나니 책 귀퉁이를 접어놓은 페이지가 많았다. 다 읽고 접힌 쪽을 살펴보니 충격적이라 할 만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이브 클라인의 인체 측정:헬레나 왕녀에 대한 부분(267쪽). 누드 모델들의 몸을 이용하여 페인트를 찍어 놓은 그림이 그랬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표현해낸 작가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녀나 그녀의 남편 리베라에 대한 책을 아주 오래전에 읽어 대략적인 것이야 기억나지만 세세한 것은 모르기에 다시 읽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그리고 에곤 쉴레의 추기경과 수녀가(122쪽) 클림트의 키스란 작품을 패러디 한 것인데 이런 패러디 작품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것만 따로 모아놓아도 재미있는 책이 만들어 지지 않을까?^^
이전까지 마로니에북스가 미술서를 이렇게나 많이 펴냈는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책날개를 보니 많은 목록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처음에 가졌던 현대미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