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성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김용환, 홍성찬

사실성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
권혁수 디자인사회연구소 대표
김용 환
“그림은 마음 속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리는 것이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의 근대기는 신문과 잡지에 게재된 시사만평과 소설삽화 형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 이 시기에 ‘ 기타 고오지 ’
라는 필명의 세계적인 펜화가가 한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 그가 목정 木丁 김용환이다 . 그는 우리나라의 시사만화 , 삽화 , 아동만화 장르를 연 장본인으로 일본 유학 무사시노 ( 武藏野 ) 미술대학의 전신 , 데이고쿠 ( 帝國 ) 미술학교 시절 ,
산세이도 출판사의 백과사전 그림을 전담하는 삽화가 에지마 다케오

江島武夫 의 조수로 일하면서 사실주의 삽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
주로 펜화였던 그의 그림은 도해의 정통 정신과 태도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의 근대적 정의인 삽화의 미학을 완성했다

. 김용환은 “ 삽화는 인물이 주역이며 , 사실적 그림을 본 바탕으로 해야 한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증을 하는 일이다 . 즉 시대적 고증 , 지역적인 풍속 고증이 필요하며 , 인물의 경우는 성격을 나타낼 수 있게 하고 , 희노애락에 의한 얼굴 표정이 중요하다 ” 는 삽화의 분명한 작품 원칙과 장르 인식을 내세우고 있다 . 또한 그는 “
그림의 본령은 사실이며 사실의 밑받침이 없이는 어떤 그림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고 단호하게 말한다 .
그의 미술적 재능과 함께 이러한 미술 이데올로기의 확신은 소설 삽화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루면서 만화 영역의 사실주의 표현에도 그 전형

<복남이의 모험 >, 1945 년 을 제시했다 . “ 그림은 마음 속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고 손으로 그리는 것이다 ” 는 그의 단언은 오늘날 일러스트레이션이 회복해야 할 조형 - 언어 언어 - 조형 의 정체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역사 전 영역에서 늘 우리 곁에 있어왔던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대화와 소통의 미술이다 .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100 년의 역사 앞에 서서 사실주의 정신의 일러스트레이터 , 사실성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생각한다 . “ 위대한 리얼리즘 작가는 커다란 임무 , 즉 세계관적 임무와 예술적 임무라는 이중의 임무를 갖는다 . 첫째는 이 관련들을 사상적으로 깨닫고 예술적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 그리고 둘째는 추상적으로 획득한 관련들에 예술적인 덮개를 씌우는 것 , 즉 추상의 지양이다 . ” G. 루카치 “ 우리에게 참된 농부상을 보여주든가 아니면 농부들을 그대로 놔두든가 하라 . 주름잡힌 어여쁜 옷 같은 것은 절대로 절대로 그리지 말든가 아니면 이치에 맞게 그리든가 하라 . 사람들에게 침묵을 지키게 하든가 아니면 그들의 신분에 어울리는 말을 쓰게 하라 . ” G.H. 레비스 오늘날 김용환 , 홍성찬 , 안보선 , 이복식의 그림들은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을 합리성의 미학 , 사실성의 기술로서 깨닫게 하는 조용한 역사 선언이며 , 동시에 절실한 현실 주장이다 .
홍성찬
“작가의 상상력은 어떤 증거를 향한 치밀한 사고능력이다”




일본이 패망한 이후 ,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은 주로 신문과 잡지의 삽화 형식을 유지하면서

70 년대 그래픽 아트의 시대까지 지속되었다 .
여전히 소설삽화들은 일제시대의 형식적인 표현방식을 따르면서 작가의 개성에 앞서 양식적 전형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펜화

, 풍속화 , 수묵화 ,
채색화 등의 조형적 기법이 혼합된 기능적 기술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
일러스트레이션의 독자성을 자각하고 전통적인 의미의 풍속화를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홍성찬은 근현대의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을 견인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 우리에게 진정한 삽화는 있는가 ” 라는 질문에 진실하게 답하는 그림이다 .
그 전통은 물론 시대적인 명제이기도 했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더 귀하고 값진 것이다

.
그의 작품은 기법보다는 역사적 고증과 사실적 상황을 독자성으로 삼고 이야기와 분위기를 철저하게 재현함으로써 삽화의 진정성을 재인식하게 한다

.
충주성 전투 장면이나 임진왜란의 싸움터에서는 군사들의 함성과 아우성 소리가

, 그들이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 책을 덮어보면 매캐한 연기와 함께 화약냄새가 난다 . 일러스트레이터 류재수는 이를 두고 내적 고증 ( 정황 , 분위기 ) 의 세계라고 했다 홍성찬의 ‘ 발자국까지 들리는 ’ 풍경들은 “ 사람과 풍경은 무엇이며 그 세계는 어떤 것인가 ”
를 확인하게 함으로써 한국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큰 교훈과 귀감이 되고 있다

. “ 나는 작품을 대할 때 가장 합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
예를 들어 소설가들은 소수병력으로 그 몇 배가 되는 적군을 물리쳤다고 하면 그걸 글로써 합리화시켜야 된다

.
마찬가지로 일러스트레이터도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그 조건들을 하나하나 모두 만들어줘야 한다

. … 작가의 상상력은 어떤 증거를 향한 치밀한 사고능력일 것이다 . 눈에 보이는 , 또는 보이지 않는 고증이 필요한 것이다 .
그래야 보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고 작품의 합리성을 찾을 수 있다

.” 월간 < 디자인 > 인터뷰 , 1999 년 안보선
“명확한 해부도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정도의 가상과 인간의 감정이 가미된 그림이다”

출처 : 사이언서치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심리 이야기

적인가 동지인가 - 인간관계 심리 지침서
시부야 쇼조 지음, 지희정 옮김 / 보누스 / 2009년 10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만큼 스트레스 쌓이는 일도 없다. 일이야 하는 만큼 성과가 눈에 보이지만 인간관계는 네 편, 내 편을 따져가며 선을 그어가며 저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지 안테나를 세워 마음속을 들여다보려니 피곤하기 짝이 없다. 그냥 단순히 말하는 그대로 행동하는 그대로 이해하면 오죽 좋을까 만은....복잡해지는 세상만큼 또 모든 사람이 내 마음 같을 수 없기에 이런 ‘인간관계 심리 지침서‘와 같은 책에 눈길을 주게 된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법, 그렇다면 나도 알지 못하는 깊은 곳에 내재된 심리와 타인의 행동과 생각을 알아보는 것으로 모호하고 헷갈리는 인간관계에 도움을 받아 볼까 싶었다. 무엇보다 저 사람이 내 등 뒤에서 칼을 꽂을지도 모를 적인지 동지인지를 알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가장 컸으리라. 하지만 제목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그런 건 아니었으나 막연히 ’심리학‘을 어렵게 보지 않아도 좋을 그런 흥미로운 책이다.

어른들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학교 수업시간에 여기에 소개된 몇 가지를 접해봤다며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는 딸아이는 주말 집안일로 잠깐씩 책을 거실에 두면 얼른 가져다 재밌다며 읽는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읽을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그래서인지 대부분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뻔한 예측 가능한 답을 보여줘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런 생각이 더 짙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나이를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어른들이 보는 눈이란 거, 연륜이란 건 시간에 비례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가령 198쪽의 ‘당신은 연인과 가까이 앉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과 그림이 그려있는데 지하철 맨 끝쪽 가장 자리 옆자리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울 딸은 옆에서, 당연히 자기 여자라면 다른 사람과 닿지 않는 쪽에 앉히겠지...라며 이건 좀 심하다고 말하는데 울 남편도 모녀가 무슨 얘긴가 싶어 궁금했는지 보더니, 대부분이 1번을 택할게 뻔~한데 뭣 하러 책을 보냐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재발견 하자는 의도는 좋았고 Q & A식의 읽기 쉬운 방식을 취한 것도 좋으나 질문의 난이도가 너무 얕다. 물론 서두에 학술서가 아니며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도움이 된다고 했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자유롭다고 밝혔지만, 나는! 나중에라도 저 인간 왜 저럴까 하는 고민에 빠지더라도 이 책을 다시 뒤적일 것 같지는 않다-.-;;

주먹보다 강한 힘의 존재한다는 것과 제대로 싸우는 방법이 뭔지 알려준다

싸움꾼 릴리 ㅣ 미래아이문고 11
라셸 코랑블리 지음, 박창호 옮김, 줄리아 워테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0월

우리는 평소에 전쟁이란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휴전중이라는 특별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총이나 칼을 들고 서로 죽이며 싸우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나 우리는 흔히 전쟁하면 무력의 전쟁을 쉽게 떠올린다. 보이지 않는 무역전쟁과 같은 경제 전쟁도 있고 친구간의 소소한 갈등도 따지고 보면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싸움은 힘이 지배하는 아이에 의해 주도권이 넘어가고 가장 힘이 센 존재로 받아들이기 쉽다. 여기서 정말 위험한 것이 바로 주먹이 ‘힘 있음’에 가장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야~ 라고 어떻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 아이들도 실재로 많은 경우 힘이 제일이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많이 목격해 왔을 텐데 그것을 뒤집고 공감할 수 있게, 그러면서 이건 이런 거야 하는 식의 직설적이지 않은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요건들을 대체적으로 만족시키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다뤘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맘에 든다. 책을 통해 내가 보는 시야를 틔워 주는 것이야말로 책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면 정말 얼른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였지만 내용을 보면 그리 우습지만은 않다.
<싸움꾼 릴리>는 그야말로 싸움 짱이다.
그런 릴리에게 누구도 함부로 덤볐다가는 코피가 터지거나 깔아뭉개질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주먹으로 통하지 않는 일이 없다. 왜 싸움을 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는 릴리는 귀를 막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릴리네 반에 체첸에서 아슬란이란 아이가 전학을 온다. 아슬란은 미소로 친구들을 사로잡는다. 이에 릴리는 아슬란이 괜히 미워지는데 아슬란 개인이 미운게 아니라 체첸 사람들 모두가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릴리가 화장실에서 친구들과의 결투가 있고 나서 선생님이나 엄마는 릴 리가 아슬란과 싸운 것으로 오해하고 그 일로 인해 체류 허가증이 발급되지 않은 상태였던 아슬란 가족은 프랑스에게 추방될 위기에 처한다.

릴리는 할아버지로부터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좀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릴리는 자기와 싸웠던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아슬란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릴리의 할아버지가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꼬꼬’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예전에 그랬다는데 릴리에게 조언을 해 주는 어른으로 꼬꼬할아버지를 설정했다는 것이 특히 했다. 우리나라 동화에서도 이런 설정이 쉬울까?...

프랑스가 아슬란의 가족을 받아들이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것으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먹(폭력)을 통해 이루려 했지만 이번 일로 주먹보다 더 강한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호권-옮긴이에 따르면 남을 숨겨 주거나 보호해 줄 수 있는 권한으로 주로 정치적 망명과 관련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특히 관용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던지고 있는데 사실 관용이란 단어를 아이들에게 설명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이 뜻을 제대로 아는 아이들이 있기는 할까?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자기와 다른 종교·종파·신앙을 가진 사람의 입장과 권리를 용인(容認)하는 일.
관용은 단순히 개인의 덕(아량)뿐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과 관련되며 종교·정치·국가라는 연관에서 생기는 문제이다. 대체로 동일한 사회 안에 복수의 종교가 있는 경우에는 관용의 경향이 많다‘고 설명하였다.

성장하면서 싸움이나 갈등이 없는 것을 바라는 것보다 그것과 맞닥뜨렸을 때 화해하고 현명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러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다.

내 머릿속에도 장이의 머릿속에서도 함께 노니는 구나!

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책과 노니는 집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집을 꿈꾸지 않겠는가. 눈여겨봤던 책인데 올 여름 박은봉 작가가 역사 동화 <꽃신/김소연>과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두 권의 책을 추천했다. 꽃신이야 진즉에 읽었고 책과 노니는 집은 구입할 때 딸려온 작은 팻말과 같은 것만으로도 혼자 뿌듯해하다가 읽기를 미뤄두다가 책장에 안 읽고 꽂아둔 책 정리(?) 들어가면서 읽게 되었다.

역사 동화를 무진장 좋아했음에도 이제야 읽게 된 것은 홍 교리의 말처럼 아껴두는 재미도 있었음을 내 게으름에 대한 그럴듯한 핑계라고 여겨본다. 그랬기에 혼자 뿌듯함으로 행복해 했으니 말이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78p  

그 마음 백 번 천 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은 그렇게 많은 책을 모아 두질 않아서 늘 허기진(?) 듯 한가 싶기도 하고 나도 한 번 모아봐?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아이들 위주의 책을 구입하였기에 내 책이란 게 변변히 없고 보니 책에 대한 욕심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사실 읽지도 않을 책을 무조건 쌓아두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다. 남보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다거나 책이 무슨 자기를 나타내는 교양의 척도나 수준을 보여주는 양 빽빽이 진열해 놓은 것이야말로 허영이지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잠깐 나도?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욕심에 무조건 사들이는 일 따위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책값을 감당키 어려우니까.

어쨌건 책은 필사쟁이 장이의 삶을 통해 당시 조선의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면에 드러내며 개인이나 사회의 이데올로기 등을 밀도 있게 그렸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김동성 작가의 그림까지 보태지니 잠깐이지만 책에 푹 빠져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동화를 읽히면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간극인데 역사를 무시하고 너무 작가의 상상에 의해 쓰인 책은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동화의 작가는 해박한 지식이 요구된다. 어떤 소재든 작가의 관심이나 자료조사가 필요치 않겠냐 만은 역사를 무시한 동화에 대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그래서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책 <책과 노니는 집>처럼 어떤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거나, 유물을 매개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설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작품과 같이 상상과 허구의 환상적인 조화로움을 이룬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 책이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는, 시대상을 밀도 있게 그렸다는 것과 필사쟁이란 인물도 그렇지만 전문이야기꾼을 보는 작가의 안목이 있었을게다. 전기수(傳奇叟)는 실제로 광화문이나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구성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 직업 낭독가란 사실을 슬며시 알려준다. 그의 등장은 서민문화 즉 서사문학이 한참 꽃 피웠다는 것을 그리고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사람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하면 이야기를 뚝 그쳐 사람들이 가장 흥미진진해마지 않는 대목에서 스스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 하는 요전법(邀傳法)이란 상술을 펴냈던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으니 역사를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더라도 이렇게 동화를 통해 녹여낸 것은 작가의 녹녹치 않은 실력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내용이 굉장히 탄탄하고 흡입력이 있어 ‘이영서’란 작가의 다른 작품이 없나 검색해보게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아버지였다.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여서 좋은 것이 아니라, 함께 살 때도 장이는 아버지와 행복했다. 어머니가 없었지만 빈자리를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아버지는 장이에게 자상했다. 하지만 나쁜 아버지기도 했다. 아버지는 너무 일찍 장이 곁을 떠나 버렸다. 바로 어제, 광통교 아래 허궁제비를 찾아가면서도 장이는 죽은 아버지를 원망했었다‘-124p

장이의 기억 속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는 이 장면에서 훗날 나는 내 자식들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될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했다. 

서유당(書遊堂), 책과 노니는 집이란 뜻을 가진 홍 교리의 사랑채를 나서며 문 위의 현판을 읽은 장이의 머릿속에 현판의 글자가 머릿속에서 즐겁게 노닐었듯, 내 머릿속에도 함께 노닌다.^^

민주주의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이야기 - 만화 현대사
이치석 지음, 서민호 그림 / 알다 / 2007년 2월

바로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가 방향을 잃고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비단 나 홀로 만의 생각은 아닐 지언데, 한숨만 나오는 것은 이 정권이 도대체 길을 안내해 줄 ‘네비게이션’ 조차 없다는 것이 기막히다. 어차피 그 ‘네비’라는 것도 이들의 조작에 의한 길 찾기가 될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동네 문고에서 처음 보고 빌리지 않았다. 이건 킥킥거리며 한 번 읽고 덮어버릴 책이 아니었고 기막히고 부끄러운 과거지만 꼭 알아야 될 내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6학년 사회시간에 배우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과 같은 사건의 순서를 교과서만으로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설정을 6학년 교실로 하였고 학급회장 선출을 하면서 ‘선거’이야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의 민주화(?) 이전에 정치적인 사건들과 엄청난 피의 대가를 치르고 기틀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객관화하여 다루었다.

광복에서 군사정권을 끝내는 시기까지가 주를 이룬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시 굵직한 사건들 몇 가지만 언급했지 실제로는 6월 항쟁까지를 다뤘다고 보면 된다.

목차만 봐도 너무나 비극적인 많은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중 장준하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다큐를 어릴 적에 흥미롭게 본 게 떠올랐고, 책으로 읽고 싶어졌다.

원래 5권 분량을 한 권으로 내다보니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겠다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흐름을 알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 녀석이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현대사 부분인데 책이 오자마자 제일 먼저 읽었다. 6학년 아이들이나 중학생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