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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사북 ㅣ 사계절 1318 문고 34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05년 4월
평점 :
우리는 광부, 흙 속에 산다
검은 땀을 흘리며 오늘도 내일도 햇볕을 등지고
오르며 내리며 탄차에 실려 시간을 먹는다
하나, 둘, 셋, 터지는 발파음, 돌과 쇠가 부딪치는 불꽃 속에
우리는 광부, 생명을 태운다
‘사북사태’
아무도 기억 해 주는 이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진폐증으로 호흡기를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을 만큼 우리의 관심 밖의 일일 뿐이었다.
아마도 지금 한참 농성을 하고 데모를 하는 이랜드 사건 또한 그러할 지도 모른다.
까만 표지에 화려한 색의 꽃이 아릿한 슬픔을 안긴다.
16살 수하는 온 세상이 탄가루를 뒤집어 쓴 마을인 탄광촌의 모습처럼 희망이라는 작은 빛 조차 갖기 힘들 만큼 어두운 그곳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사람답게 살고픈 처절하고도 아픈 투쟁을 수하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 시절 첫사랑에 눈을 뜨며 가슴 설레고 안절부절 못 하는 수하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동화에서 보게 되는 아이들의 사랑보다는 감정표현이 더 섬세하다.
그것과 맞물려 사건의 중심 축인 사북사태를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
막장에 들어가 도시락 위에 까맣게 쌓인 탄 가루로 덮인 밥을 먹어가며 일을 했던 광부나, 그들의 아내나 아이들이 폭도로 몰릴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지금은 과연 많이 바뀌어 있을까?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노동자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들이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으며 일 하고 있을까?
<내사랑, 사북> 이 책을 읽고 나니 불현듯 이랜드 사건이 문득 떠오르면서 그네들의 투쟁이 아무 의미 없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비록 사북 사건은 애끓는 핏빛 함성이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어 막장에 다시 묻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