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할머니 제삿날 -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정교적 이유를 들어도 제사를 우리의 미풍양속 쯤으로 여겨주면 안될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단점 때문에 장점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정보가 실렸을지 궁금.^^ 

2. 내가 만든 특급열차- 자동차 좋아하는 사내녀석들에게 환호성을 지르게 할 책. 내 손으로 특급열차를 만들 수 있다는 설렘이 기대된다. 

3. 조선 화원의 하루-드라마를 통해서도 책을 통해서도 화원의 이야기가 주목 받은 바 있다. 아동용 책에 얼마나 그 정보를 담아 재미있게 엮어냈을지 내용보다 기획력이 더 궁금하다.

 4. 거기 얀이 있었어요-비교적 잘 알려진 그림인데 정보의 양을 얼마나 실었는지, 시리즈로 계속 나와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책값의 압박이 따르기야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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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2박 3일 나남산문선 39
고혜정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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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친정엄마란 단어는 눈물 주머니의 원천이라 해도 좋을 만큼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렵다.
전작 고혜정의 <친정엄마>란 책을 읽으면서 한바가지의 눈물을 쏟았더랬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곤 반가웠다. 당연히 눈물이 반가울리는 없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 내지는 현재의 불효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라 하겠다.
아이들의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공부해야 하는 책이 아니고는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친정엄마는 두 번씩이나 읽게 만들었다. 울고 싶다면 책을 핑계로 펑펑 울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데 이런 정서는 남자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 아닐까...
친정엄마의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가 정겹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싶을 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았기에 이 책은 전작에 비해 무덤덤했다. 딸이 엄마를 찾아가 보내는 2박 3일의 시간...늘 그렇듯 딸은 엄마에게 여느 딸들과 다를 바 없이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궁색하게 사는 모습이 속상해 마음과 달리 말은 엇나간다. 하지만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정작 엄마에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가운데 큰오빠가 형제들에게 연락해 소집을 한다. 그리곤 어릴적 추억을 꺼내 하하호호 즐겁다. 그런 가운데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풀어 놓는다. 그렇게 4남매는 행복했다. 그러나  결국은 큰형이 오열하며 온몸으로 통곡하며 동생 미란이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꺼이꺼이 울어버린다. 간암 말기. 3개월. 그랬다. 엄마보다 자식이 먼저 죽는 기막힌 예외에 엄마는 엄마대로 딸을 딸대로 그 슬픔을 '와앙~'하고 터트리기보다 조용히 삭이듯 각각의 입장에서 뭉클하게 풀어냈다.
이거였어....덤덤하게 읽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가서 엄마와 딸은 자신들의 감정을 조용히 쏟아낸다. 

'....결혼헌 여자가 속상헐 때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내가 알기에 엄마는 여그서 이렇게 상처입고 갈데없어 찾아올 우리 딸을 기다린 것이여. 분명히 살다보믄 속상헌 일도 있고, 남한테 말 못 허고 혼자 속끓일 일이 있겄지야. 남자들이야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소리지름서라도 풀것지만 여자들은 그 썩는 속을 어디다 풀고, 누가 들어주고 위로혀주겄냐. 그때 엄마 찾어오라고, 살면서 그런 일이 없으면야 좋것지만 살다보믄 어째 없겄어.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세 번이든...힘들고 속상헐 때 엄마 있는 친정 와서 풀고 가라고 하너 번이 될지 두 번이 될지 열 번이 될지 모르는 그날을 대배해서 엄마느 여그서 기다리고 있는 거여. 여자가 가고 싶어도 갈 친정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엄마가 알기에 우리 딸한테만큼은 그런 설움 안 주고 싶어서, 그리서 여그서 우리 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엄마가 서울 아들네로 가지 않는 이유. 기막히다.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요. 나 없다고 만날 울지 말고, 자식 먼저 보낸 어미가 먹는 것도 죄스럽다며 끼니 거르거나 소홀히 하지 말고, 죽은 자식 생각하며 '어서 죽어야지 어서 죽어야지' 청승 떨지도 마요. 그리고 내 물건들, 다 태워버려. 내 냄새 난다는 옷도. 내 생각이 날 만한 건 다 태워줘요. 엄마가 그런 걸 보며 울고 있을 생각을 하면 내가 가슴이 답답하고 간이 썩어들어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요. 그리고 엄마, 용서해줘. 나, 호장시켜달라고 했어요. 어딘가에 묻어놓으면 엄마가 맨날 찾아올까 뵈. 비가 오면 비 온다고 걱정하고, 눙이 오면 내 새끼 언 땅에 눠워 있다고 방안 보일러도 안 켜고 앉아서 울까보, 나 화장해서 흔적도 없이 해달라고 했어요. 엄마가 낳고 엄마가 키워준 몸. 저 이렇게 관리 못하고 허망하게 날려버렸네요. 엄마 나 가요. 엄마딸 엄마보다 먼저 딴 세상으로 가요. 엄마 없이, 엄마 떠나서 살 생각에 겁이 나. 지금까지 내가 잘나서 사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야 알았어. 엄마가 있어서 내가 그렇게 살 수 있었다는 거. 엄마, 다시 만나면 나 엄마의 좋은 딸 될게..... 

아~~ 엄마! 엄마! 엄마! 나의 사랑하는 엄마!
작년 내 생일에 엄마에게 말로는 쑥쓰러워 전하지 못하고 문자로,
'엄마가 내 엄마여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었다. 엄마보다 아빠가 그 문자를 먼저 보고 문자를 보내왔다. '사랑하는 딸, 생일 축하한다'...하면서. 그렇게 몇번의 문자가 왔다갔다 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하며 표현하며 살아야지 했는데 이후로 한번도 표현 못했다.
매번 후회만 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죽어서 너 있는 저승길은 제대로 찾어갈 수 있을랑가. 이 에미는 그것이 걱정이다. 아가, 내 새끼야. 혹여라도 이 에미 늦게 왔다 원망 말어라. 내 맘이야 어서 빨리 니 옆으로 가고 싶다만 하는님이 기다리라고 허신다. 때 되믄 모내 주시겄지. 지루허드래도 조금만 참어라. 이 에미는 매일 아침 눈뜨면 '아, 이제 우리 딸한테 갈 날이 하루 더 앞당겨졌네'허는 기쁨에 산다. 이 에미 죽거든 니가 저승문 밖에 나와서 기다려도라. 이 에미 죽어서도 너 못찾어서 애타게 허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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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은 건강해 어린이가 궁금한 성 이야기 5
구성애.김대식.방명걸 지음, iwi 그림, 손재수 구성 / 대교출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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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성은 은밀하고 어두운 곳에서만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젠 성을 더이상 터부시하거나 해서는 안 될 싯점이고 이젠 공개적으로 유쾌하게 성에 대한 담론을 해야 한다. 그 첫번째 주자인 사람이 바로 구성애씨가 아니었나 싶다. 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공중파에서 거침없이 얘기하였고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지, 아마~~^^

그때 그녀의 인기는 짱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내건 성교육 책이 나온 것도 그 즈음이었고. 아마 그래서 구입하게 된 책이었던 것 같다. 만화책이지만 일반 텍스트북보다 훨씬 노골적인 표현도 많고-이것은 만화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인 것도 있다- 책에 담긴 정보는 과연 초등생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정도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이런 책으로 성교육의 전부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실제와 이론의 접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전체를 보기보다 한 부분만을 보니 사실과 다르게 엇나갈 수도 있고....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의 개입이 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할 책이 성교육 책이라고 생각한다. 딸이야 쉽게 얘기를 꺼내기 쉬운데 아들의 경우엔 일부 엄마들조차 꺼려한다. 어쩌면 아들 쪽에서 너무 쑥쓰러워하고 엄마와 성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를 거부 할 수도 있기는 하다. 울 아들의 경우 내가 이런 얘기를 시작하면 한마디도 안하고 혼자 얼굴 붉히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듣는다. 가끔씩 묻기도 하고.^^

성=쾌락이란 등식으로 오인되기 쉬운데 그런 일반적인 생각을 깨 줄 만한 내용이 많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볼 때는 어떤 것에 필이 꽂힐까?

"섹스를 했으니까 우리가 태어난 거잖아. 그런데 섹스란 말만 꺼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왜 그럴까?"

그렇다고 성행위가 생명을 만드는 신성하며 아름다운 행동....어쩌구저쩌구 한다면 먹힐까? 절대 결국은 이렇게 만화로 가벼운 듯하지만 실제적인 정보와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뭐든 그렇겠지만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지 케케묵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통할리 없다. 성을 만화로 다루기엔 너무 가벼운게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도구가 가볍다해서 내용까지 가볍진 않고 또 가벼우면 어때? 그렇게라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필요한걸~ 책에서는 음란물과 성폭력과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전제로 말하는데 이런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시리즈 도서라 다른 책은 안 읽어서 모르겠고 이 책에서는 주로 남자 아이들의 포경수술에 대한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였고 뒷부분에서 '이런 것이 성폭력이다'에서는 남자아이들도 성폭력을 당할 수 있고 성폭력이 어디까지인지 또 성폭력으로 인해 자살에 이른 경우도 싣고 있어 단순히 재미로만 책을 덮지 않도록 뒤쪽을 묵직하게 눌러준 것이 좋았다. 다만 내용이 더 쉬웠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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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반올림 18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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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부모라면 우리의 교육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안다. 지금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선두에서서 아니 저자가 말한 학부모 10만 명만 뭉칠 수 있다면 못할 게 없겠지만, 학부모 10만 명은 절대로 뭉치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발을 딪고 서 있다. 튼튼한 줄로 당겨주지는 못할망정 우리는 더 앞으로 밀어버리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이미 우리 사회의 도덕은 땅에 떨어졌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말한다. 공부, 오로지 성적만으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인간성이니 효자니 사회성이니 하는 것들은 필요 없는 것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주위 친구 중 상위권에 드는, 그야말로 전교 1등하는 아이들을 보면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딸도 마찬가지고. 그만큼 우리는 공부만 중요시 해왔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한데 참 뭐라고 거들어 줄 말이 없다.

한때 싸움꾼이었던 현태와 과학고를 목표로 한 범생이 지훈이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돌아 본다. 전혀 어울리지도 않을 것 같은 두 아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며 현태의 서술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결말도 어정쩡한 미완으로 끝난다.

요즘의 청소년 성장 소설들이 그렇듯 내용 자체가 묵직하다. 아이들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인 성적이 턱 하고 가로 막고 있다.

현태야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하얀 얼굴의 지훈은 얼굴만큼이나 투명한 유리 상자처럼 조심스럽다. 언제 깨질지 모르고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갖출 것 다 갖추고도 이렇게 불행한 삶을 사는 지훈이는 오로지 성적때문에 불행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쉽게 말하는 나약함일까?....과연 그럴까...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언제까지 벼랑 끝에 세워둬야만 할까?

그래서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 독자보다 어른들이, 특히 자식에 대한 넘쳐 흐르는 사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엄마'들이 읽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나는 아닌데...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아이들도 나도 안다. 대놓고 말하지 않더라도 내 말 속에 '좋은 성적을 내라'는 말이 은근히 포함되고 있음을.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성적에 초연해 지기가 쉽지 않은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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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1
바바라 파크 지음, 김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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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료방법도 없고 예방법도 없어 누구나 두려워 하는 병. 더구나 점점 가족의 단절이 심화되어 가고 있어 치매에 걸린 가족조차 서로 돌보기를 꺼려하다보니 치매는 본인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애를 먹인다.
현재 시어머니께서 치매다. 아직 심각하진 않지만 그리고 시누이의 표현을 빌면 귀여운 치매라고 하지만(딸이냐 며느리냐의 차이 일 수도 있다) 늘 가슴에 돌덩어리를 매단 듯 묵직하다. 단단히 마음 먹고 있지만 이게 마음만으로 견딜 문제는 아니다.
가끔은 아들도 멍한 눈으로 쳐다보시기에 손주인 우리 아이들을 몰라보는게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혹여라도 애들이 상처 받을까 미리 얘기를 해 두었다. 집도 못 찾고 자식도 못 알아보고 역한 냄새가 나는 것 쯤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한 일이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어찌 겁 먹지 않겠는가.
어른인 우리도 부모의 치매를 이해하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손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알츠하미머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할아버지. 쓰레기장을 뒤지거나 이상한 행동과 언어로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놀림거리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제이크의 심리변화와 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 등이 비교적 담담하게 그렸다. 특별히 감동적이지 않지만 사실적이고 솔직한 감정의 묘사가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50만원이야."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모 표정은 앨머 할머니의 월급이 얼마인지 잊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였다....그런 다음 이모와 사촌은 차를 타고 붕! 슬픈 노인을 돌볼 필요없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마술처럼 변신할 수 있는 곳으로 서둘러 떠났다'(117쪽)
  

이게 현실이다. 부양하고 있는 자식과 그렇지 않은 자식의 현실적인 차이.
그냥 가끔씩 들여다 보고 마는 관계라면 이런 고민도 없을테지만 모셔야 될 부담을 안고 있는 내게는 이런 상황 등이 확연히 보인다.

'나는 불만이 점차 쌓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에 한 시간만 할아버지를 돌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원해 학교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오는 것과 그래야 하기 때문에 바로 집으로 오는 것은 크 차이가 있었다.
또 내 신경을 긁는 것은 엄마가 내가 성인 군자나 그 비슷한 뭐라도 되는 양 칭찬하는 소리다. 할아버지와 하루에 한 시간씩 같이 지내는 것을 보면 내가 얼마나 마음이 넓은지 모르겠다고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해댔다.' (63쪽)


늘 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다. 아니 힘들 것을 예상하고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게 언제나 짐작했던 것을 훨씬 상회하는 어려움과 맞닥뜨린다.
제이크는 할아버지의 병을 내 생활로 받아들이기까지 일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나는....? 일 년 같고 안 될 것 같은데....
'평범한 아이'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집안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로서 사고하는 아이가 되어버린 제이크.
난 우리 애들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
아이들한테까지 그 부담을 어쩔 수 없이 떠 맡기다보니 아이들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치매에 걸렸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는 부동의 관계가 미움의 관계로 이어지지 않게 유지시켜주고 싶은데 안좋은 기억만 남겨줄 까봐 걱정스럽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갈등도 생길 수 있다. 굳이 치매가 아니더라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너무 힘들어 내게 쌓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었던 경험이 있기에 나는 그게 가장 두렵다. 이건 전적으로 감정 처리를 제대로 못 하는 내 탓이기도 하다. 내뱉을 창구가 없었고 이건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좋은 추억이 많았더라면 어찌 참아보겠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으니....
무엇보다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손가락질 당할만큼 모른척 무심히 살아가는 것도 아니건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그게 더 미칠 노릇이다. 나도 사람인데 안된마음이 왜 없겠는가만은 그것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더 크게 와닿는걸 어쩌란 말인가.

책은 어쨌건 내겐 가상의 공간이고 결말또한 바람직하고 해피하게 끝나지만 난 솔직히 며느리의 의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집단에서 질식사 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어머님 가시기전에 두손 잡고 화해하고 싶다.
이기적이긴 하나 나 자신을 위해. 나 뿐 아니라 다른 자식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고 가셨으면 좋겠다. 왜 하나 같이 자식들 가슴에 못을 박으셨는지. 그런데 정작 어머닌 기억을 놓고 계시니 그게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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