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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꼬마 철학자 ㅣ 질문하는 아이 생각하는 아이 1
소피 퓌를로 외 지음, 이희정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어린이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특별히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철학 관련 책을 읽은 걸 떠올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근래에 철학에 관한 책들이 나오곤 있지만 그런 책들이 고공 판매를 기록할리 만무다. 그렇다면 철학은 쓰잘데기 없는 학문일까? 그렇지는 않을진데 너무 변방에 머물러 있었던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철학 책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동안 읽은 책을 보더라도 너무 심오하거나 명쾌한 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어렵거나 난해하다는 것만 확인시켜 주는 꼴이랄까. 물론 시도가 좋았거나 기발한 방향으로 기획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책들, 아니 대부분의 철학 관련 책들이 번역 책이란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팔리지 않는다고 해도 어린이 출판사들은 어떤 사명이나 소명을 가지고 팔리지 않더라도, 구색을 맞추거나 꼭 필요한 책을 출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소규모의 출판사들이야 당장 회사의 존립이 어려워 그렇겠거니 하지만 거대 출판사들은 쫌!~
문득문득 삶은 무얼까? 죽음은? 하는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그뿐인가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어디 있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은 물음과 질문은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도 속 시원히 해갈시켜주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철학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의문의 꼬리에 꼬리를 잡는 식으로 생각꺼리를 많이 던져준다. 그렇기에 '삶이란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이 세상에 온 건지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요?'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딱 어린이의 눈높이로 쓰인 이 책은 사실 부담스런 장정이다. 두께도 그렇거니와 하드보드 양장으로 그림책 판형으로 나왔는데 도대채 독자의 타깃을 어떻게 잡았는지 의심스러웠다. 이걸 설마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했다가 그렇다고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하면 유치하다고 읽지도 않을 게 뻔한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우리가 그쪽 분야에 취약했다는 반증이다. 유럽은 어릴때부터 철학에 관한 책들을 접해왔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너.무.나 낯설밖에.
그렇다고 교육에서 자유로운 사고와 토론식의 열린 교육을 해 왔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그렇기때문에 철학책이라고 하면 일단은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들게 되고 슬쩍 책을 밀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어? 말어? 하고 거실에 한 달을 그냥 방치했다가 다른 곳에 주기 전에 읽어보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림이 별론데~ 하는 마음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림이 예쁘면 아무래도 생각이나 글에 방해를 받지 싶은 마음이 들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책이 맘에 든다는 거.ㅎㅎ^^
네 명의 동물 친구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한 질문을 한다. 어떤 답도 없지만 스스로 생각을 정리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여전히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낸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동을 그리듯 물결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런 책을 읽으면 당장은 사고의 깊이가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분명 세상에 대한, 혹은 본질적인 것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생길 것이다.
또 하나 어른 입장에서 좋았던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볼까?'코너의 격언과 속담, 철학자들의 명언들이다.
메모 해 두기엔 내용이 너무 많은 분량이다.
가령, '모든 실수에 문을 닫아 버리면 진실은 문 밖에 머물게 될 것이다/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인도의 시인.사상가', '진실이라고 굳게 믿던 것도 지나고 나면 거짓일 수 있다/몽테스키외, 프랑스 사상가.철학자' 뭐 이런 거.
철학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고 읽어 볼 만한데...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