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출판사의 경향이 드러날 때가 종종있다. 아마 <책과함께 어린이>는 그 색채가 짙었을 거다. 첨부터 '우리나라 첫 어린이 역사책 전문 출판사'라고 드러냈으니 말이다. 처음 이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같은 내용의 어른 책을 어린이 판으로 낸 것이긴 했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었기에. 역사에 대한 주관과 철학이 확실했던 출판사 대표의 의지를 알기에 내용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출판사 이름만으로도 신뢰할 수 있었던 책이다. 조선시대의 기록문화는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 기록을 토대로 역사를 추측하여 볼 수 있고 생활상을 알 수 있으니 얼마나 소중한가. 하지만 우리 역사 교육에서 이러한 부분을 다루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언제나 수박 겉핥기 식의 제목만 아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이런 책들이 그러한 문제를 보완해 준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야 많지만 이러한 점도 그 이유.^^ 특별히 규장각에서 조선의 기록문화를 선별하여 풀어낸 책은 쉽고 친근한 입말로 풀어냈다. 요즘 많은 역사책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가끔은 입말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서도 몰랐던 적이 있다. 문체가 딱딱하고 지루한데 입말로 쓰면 다 해결될 줄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책은 워낙에 사진 자료가 풍부하여 텍스트를 읽는 부담을 아주 많이 덜어준다. 아이들중엔 빽빽하게 글씨가 나열되거나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책을 싫어하기도 한다(^^ 울 아들 얘기다!) '의궤'라하면 그동안 화성행차와 관련된 부분만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만큼 교과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의궤에 그려진 반차도만 보더라도 디테일한 것도 놀랍지만 그 방대한 양도 놀랍다. 길이가 1650센티미터라고 하니, 시간과 정성이 짐작할 수가 없다. 의궤엔 왕을 그려 넣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시라~ 그리고 폭군으로 알려진 광해군이 나라를 튼튼히 하고 외교에 힘썼음을 의궤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광해군 때 만들어진 '화기도감의궤'나 ''흠경각영건의궤', '보루각수개의궤' 등이 있었는데 의궤는 정말 별걸 다 기록했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했음을 나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또하나 규장각에 보관된 지도가 많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어떠한 지도가 보관되어 있는지 몰랐는데 이 책에서는 학교에서 배웠을 지도에 관한 모든 것을 확인하게 될껄.^^ 많은 부분을 지도나 지리지에 할애한 만큼 꼼꼼하게 읽어보면 좋겠다. 내 관심 밖이라 그런가.ㅎㅎ 보물 중의 보물인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도 끝부분에서 설명하였는데 실록을 만들 때 글을 고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앞서 쓴 원고를 물에 씻었다는 사초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왕도 열람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쳤는데 이 부분에대해서는 좀 더 설명을 해 주었더라도 좋았을 것을~ 또 햇볕과 바람에 책을 말리는 '포쇄'는 보통 3년에 한 번씩 날을 잡아 했다고 하니(이러한 내용도 의궤로 만들었다) 이런 조상의 자랑스런 기록물이 문화유산으로 남게 된 것이리라. 규장각에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보물이 많은데 직접 가서 보자고 하면 따라 나설지-.-
책을 읽고 거실 한켠의 작은 책꽂이에 꽂아 두었더랬다. 평소 어린이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편이 책을 꺼내 본다. 작고 귀여운 표지도 한 몫 했겠지만 그보단 제목이 눈에 띄었을게다. 내심 본인은 몇점짜리 아빠일까 싶었겠지. 왜 안 그랬겠어, 나도 그랬는데.^^ "빵점 아빠 백점 엄마" 얼마전 아빠가 냉장고보다 못한 존재로 쓴 솔직한 동시가 화제가 된바가 있다. 이렇듯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장르이며 여백이 많아 한꺼번에 후루룩 마시는 음식이 아니라 홀짝홀짝 음미하여야만 그 느낌이 다가온다는 게 평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넓은 공간인 여백을 느끼기도 전에 다른 시로 넘어가기엔 아깝다. 그럼에도 궁금한 조급증을 참지 못해 휘리릭 보긴 하지만 가급적 여러번, 혹은 며칠에 걸쳐 읽으려 하는 편이다. 솔직히 동시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찾아 읽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내게 찾아온 동시집은 어떤 책보다 반갑다. 사실 동시를 이렇게 꾸준히 내는 출판사도 많지 않은 것은 아이들 역시 동시를 외우기보다 아이돌가수들이 부르는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시집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이니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면 좋겠다. 내가 좋아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해주긴 하지만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동시의 맛을 즐기지 못했음이 두고두고 아쉽기 때문이다. 요즘의 동시를 보면 내가 어릴 때보다 내용적으로 훨씬 풍부한 것 같다. 현실을 반영한 시도 많고(그래서 우울하기도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에 놀랄 때가 많다. 이런 놀라움은 아무리 어린이 책을 많이 읽는다해도 한 권에 여러 차례 경험하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동시집은 굉장히 흔하다. 그래서 나는 동시가 좋다.헤헤~~ 남자들의 약속 남자가 셋이나 되는 집에서 한뿐이 여자 마음 몰라준다고 엄마가 집을 나가다. 쓰레기 버리러 나간 엄마가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가 잘 가느 운동장에도 없고 길 건너 공원을 샅샅이 찾아도 없다.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으로 다리 밑에도 살펴보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집이 발칵 뒤집힌 줄도 모르고 새벽에야 들어온 엄마, 차 안에서 음악 듣다 그만 잠들었단다. 엄마 앞에서 남자끼리 약속했다. 양말 세탁기에 골인하기 자기 이불 자기가 개기 신발 얌전히 벗어 놓기 튀지 않게 오줌 누고 물 꼭 내리기 밥 차릴 때 숟가락 놓기..... 손꼽아 보니 어려운 일 한 가지도 없다. ㅋㅋ 나도 한 번 해봐~ 그런데 사춘기 애들과 남편, 안 찾으면 어쩌지. 자유다~ 하고 소리치면 어쩌지...해봐? 말어? 고민된다...^^
시험이 얼마나 싫은지 '괴물'이란 단어로 나타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공부가 끝없는 경쟁으로만 치달리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공자는 '옛날에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배웠고, 지금의 공부하는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부한다'고 했다. 오늘날의 공부의 목적은 오로지 좋은 직장이나 스펙 쌓기 위한 과정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공부나 시험에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공부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뿐인가? 우리가 무심코 내 뱉는 말에 아이들은 이렇게 상처 받고 있는데 말이다. '...시험 못 봐서 엄마 아빠가 서로 자기 안 닮았다고 싸우면 얼마나 비참한지 아세요. 진짜 엄마 아들이 아니면 어쩌나 고민한 적 있냐고요. 시험 잘 봐서 엄마한테 역시 내 아들이라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고요.' 우리의 공교육은 창의성을 말살시키고 상상할 기운조차 남지 않게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 끊임없는 잔소리를 퍼부어 대고 있으니 공부가 즐거울리 없고 지적 호기심 같은 게 생겨날리 만무하다. 더구나 옆집 누구누구와의 비교는 정말 넌덜머리 날만하지 않은가. 울 아들도 그랬다. 특별히 비교하려고 한게 아님에도, "엄마 아는 사람들은 다 전교 1등만 있잖아~" 미안하다. 아들아! 책 속에는 나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이 있었다. "요즘엔 이 정도 공부시키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 지금도 준석이는 이미 많이늦은 거라니까요. 준석이한테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에요?" 그러니 아무리 내 의지와 주관대로 교육하고자 마음 먹어도 자식일이다보니 갈등하게 된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 같은게 스멀스멀 기어올라 온다. 엄마의 불안 때문에 아이들을 몰아세울수 없지 않은가. 에효~ 이렇게 엄마란 자리가 어려울줄 몰랐다. 나이가 어리면어린대로 크면 큰데로 늘 걱정을 달고 다닌다. 그래서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다. 땅 속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교육관 내지는 불안함이 더 크고 의심이 많아서...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아주 현명하게 자신들 앞에 놓인 여려움을 재미있고 헤쳐나가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역시 작가의 이름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특히 엄마와 진수의 시험지를 비교해 보여준 것에서 웃음이 터졌다. 조선시대 신분 중 가장 낮은 것은? (쇤네) 거북선을 만든 사람은? 죽었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을 무엇이라고 하나요? (올라가용) ㅋㅋ 이거 읽다가 웃겨 뒤집어졌다.^^
아쉽다면 뒤쪽에 아이들을 위한 자기계발서 같은 냄새가 짙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어서 그정도는 봐주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교통과 통신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은 역사동화인데 제목을 그렇게 뽑았더라면 아무리 책이 재밌어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제목이 중요하긴 하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양반 체면을 무시하고 뛰어가는 이선비, 뭔 급한 일이 생겼기에 그럴까? 궁금증이 마구마구 인다. 동화 형식을 빌어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재미를 얼마나 유지하는 가가 중요한데 이 책은 이선비(이세로)의 룰루랄라~ 호기심 많은 성격대로 무척 경쾌하고 재미있다. 정보의 양이나 질에 있어서도 꽤 만족스럽다. '말군'이라고 해서 여자들이 말을 탈 때 입는 옷은 이것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분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니 그럴만도 하다. 말을 소유하는 일은 평민이나 하층민들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 사실 가마도 굉장히 종류가 많다는 것을 다른 책을 통해 알았는데 여기서는 쌍가마, 연, 평교자, 초헌, 남여를 소개했다. 평민이 가마를 탈 수 있는 기회는 혼례를 치르는 날 뿐이었는데 가마 안에 요강을 둔다는 것은 알았는데 요강 안에 솜을 채워 넣었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오줌누는 소리가 들리면 부끄러울까봐 세심히 배려한 것이라 하니 놀랍다. 어쨌건 이야기도 재밌고 정보도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한눈에 보는 교통 통신 발달을 뒤쪽에 두기도 했다) 있어 다음 권도 기대된다. 그나저나 한눈팔기 잘 하고 호기심 많은 이선비, 과거 시험을 잘 치를지 걱정된다~ 부디 성균관에 들어가 더 재밌는 얘길 들려주면 좋겠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성균관 스캔들이 재밌던데 이선비의 좌충우돌 성균관 입성기도 괜찮을 듯^^ㅎㅎ *62쪽 봉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남산을 목면산이라고 표기했는데 내가 알기론 목멱산이 맞는 것 같은데, 목면산일까? 목멱산일까? 편집팀께 확인 요청합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경제에 관심을 가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IMF 이후가 아니었을까? 이때부터 아이들에게도 경제 관념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린이 경제도서가 많이 나왔다. 어릴때부터 올바른 소비와 같은 기본 경제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경제교육은 되려 돈에만 집착할 우려가 있기는 하다. 늘 그렇지만 정도를 찾는 일이 어려운 법. 이전에 읽은 <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학년 사회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어려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이 책도 유용하리라 기대됐다. 사실 경제라고 하면 딱히 재밌는 분야는 아니다. 용어도 생소한 게 많고 다뤄야 할 내용도 너무나 많고. 그래서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는 쪽으로 빠지기 쉽다. 아이들에게 살짝 부담스런 두께지만 이야기를 많이 넣어 쉽게 풀어내려 애쓴 티가 난다. 용어 설명도 크게 해 주고 있고 일러스트도 많고 <생각이 깊어지는 자리>를 통해 더 앞서의 내용을 심도있게 짚어 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생각이 깊어지는 자리'는 논술 교재를 연상시켰고 경제의 내용을 다룸에 있어서도 과욕이 앞선던 것 같다. 유누수가 세운 그라민 은행 등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모르는 것이라 정보차원으로 알려주고자 했다면 이해하겠다만 심청이 얘기는 너무 알려져 있어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 공정무역이나 비정규직, 교복의 공동구매나 광고에 얽힌 비화 등이 책의 기획 의도와는 부합하지만 너무 산만한 내용이 되기도 한다. 또한 뒤쪽에 환경과 관련된 부분이 경제와도 맞물려 있기는 하나 읽다보니 내가 경제책을 읽는 건지 환경책을 읽는 건지 헛갈렷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보는 것, 학교나 학원에 가는 것 등이 모두 경제 생활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한다. 즉, 경제는 우리와 아주 밀접하다는 거지. 정치도 마찬가지지만 경제도 '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가 되어야 바람직 하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더불어, 함께, 라는 말은 결국 너도 좋고 나도 좋아야 하는 것.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는 거다. 축구 시합 전에 선수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오는 것이 어린이와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큰 대회에서 치뤄지는 시합의 축구공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여린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한 땀 한 땀(1500번이 넘는) 바느질 한 최고로 좋은 공을 사용-을 기억하듯 경제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도 기업인들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