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훔치고 싶은 것 ㅣ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평점 :
제목 ‘훔친다’는 단어에 눈길이 가는 것은 아마도 울 아들 넘이 피씨방에 갈 돈이 모자라 몇 백 원씩 엄마 돈에 손을 댄 일이 최근에 있어서였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훔치고 싶은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더 절실한 마음이리라. 그런 일은 우리 집에서도 쉽게 본다. 엄마가 없으면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는 딸아이. 그건 엄마가 없어서 허한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라고 말해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초등생도 아닌, 스스로 다 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수긍하지 않는 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허한 마음을 채워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의 사랑이 최우선이겠지만 아이들은 특히나 청소년기에는 친구와의 관계가 참 많이 힘들게도 하고 기쁘게도 한다. 그중 여자아이들 조금 더 복잡해 서로 편 가르기를 비롯하여 세세한 심리적 갈등이 생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칼날을 향하기도 한다.
자신의 도벽을 그냥 주인이 없어 가져왔다며 합리화 시키는 여진, 민서로부터 받은 자신의 상처를 되돌려 주고자 복수를 하는 여경, 열등감을 인정하지 못해 미워하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선주,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돈을 이용하는 민서. 이렇게 사춘기 네 소녀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참 속상했다. 자연스런 성장통이려니 여겨도 될 것을 사춘기 아이를 두고 있기에 남 일 같지 않다는 마음이 작용한다. 울 애들도 이렇게 힘들어 하겠지 하는 그런 마음.
여진은 “둘 사이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작 싸웠어야 했다.”는 말을 한다. 말이 별로 없는 우리 가족에게 하는 말 중에 하나가 힘들거나 불만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피터지게 싸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얘들아, 우리 박 터지게 싸워볼까? 요즘 엄마에게 불만이 많은 울 아들에게 어떤 말이 나올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싸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겠지.^^
민서, 여경, 여진, 선주는 이제까지와는 단단한 우정을 만들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한 뼘 이상 마음의 키가 컸을 것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아프고 나면 쑥쑥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그건 아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들도 마찬가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면서 자라는 것이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가끔은 비바람을 막아 주고픈 안쓰러운 마음에 과보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민서 엄마처럼 행동하는 경우, 한 번도 없나? 하고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