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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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면 좋겠지만 관계라는 게 그렇지 않다보니 이사람 저사람, 때론 자식들 눈치까지 보게 된다. 그게 좋든 나쁘든 간에 또 사람 마음이란 게 내 마음과 똑 같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아’하고 말해도 ‘어’라고 오해해도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애초부터 그건 내 몫이 아닐 수도 있다.

내 삶에 대한 통제권, 즉 자기결정권을 쥐고 좀 주체적으로 살라고 한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손해나 참는 것의 한계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

이 사람 정말 핵심을 잘 짚어낸다. 그리고 명쾌한 결론을 낸다. 그것이 당사자에게 아플지라도. 에둘러 말하는 법 절대 없다. 너 나쁜년이야 하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막말하는 것도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속 시원하게.

울 딸이 이 책 읽더니 하는 말,

쿨하다고 하기엔 많이 모자라고...어쨌든 굉장히 매력적이란다. 덧붙여 이사람 말도 굉장히 잘하나?, 였다. 그렇겠지^^

부제 ‘딴지 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로도 손색없지만, 생각이란 게 늘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아량이 생기거나 여유가 생기는 줄 알았는데 내 경우를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고집스럽거나 스스로의 아집에 사로잡히는 것에 주의를 준달까, 그렇게 강력한 뿅망치로 가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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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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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훔친다’는 단어에 눈길이 가는 것은 아마도 울 아들 넘이 피씨방에 갈 돈이 모자라 몇 백 원씩 엄마 돈에 손을 댄 일이 최근에 있어서였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훔치고 싶은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더 절실한 마음이리라. 그런 일은 우리 집에서도 쉽게 본다. 엄마가 없으면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는 딸아이. 그건 엄마가 없어서 허한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라고 말해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초등생도 아닌, 스스로 다 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수긍하지 않는 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허한 마음을 채워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의 사랑이 최우선이겠지만 아이들은 특히나 청소년기에는 친구와의 관계가 참 많이 힘들게도 하고 기쁘게도 한다. 그중 여자아이들 조금 더 복잡해 서로 편 가르기를 비롯하여 세세한 심리적 갈등이 생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칼날을 향하기도 한다.

자신의 도벽을 그냥 주인이 없어 가져왔다며 합리화 시키는 여진, 민서로부터 받은 자신의 상처를 되돌려 주고자 복수를 하는 여경, 열등감을 인정하지 못해 미워하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선주,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돈을 이용하는 민서. 이렇게 사춘기 네 소녀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참 속상했다. 자연스런 성장통이려니 여겨도 될 것을 사춘기 아이를 두고 있기에 남 일 같지 않다는 마음이 작용한다. 울 애들도 이렇게 힘들어 하겠지 하는 그런 마음.

여진은 “둘 사이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작 싸웠어야 했다.”는 말을 한다. 말이 별로 없는 우리 가족에게 하는 말 중에 하나가 힘들거나 불만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피터지게 싸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얘들아, 우리 박 터지게 싸워볼까? 요즘 엄마에게 불만이 많은 울 아들에게 어떤 말이 나올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싸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겠지.^^

 

민서, 여경, 여진, 선주는 이제까지와는 단단한 우정을 만들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한 뼘 이상 마음의 키가 컸을 것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아프고 나면 쑥쑥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그건 아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들도 마찬가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면서 자라는 것이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가끔은 비바람을 막아 주고픈 안쓰러운 마음에 과보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민서 엄마처럼 행동하는 경우, 한 번도 없나? 하고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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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63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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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후, 강원도 양양에서 6살 순이의 삶이 한 편의 흑백 영화처럼 잔잔하게 그려졌다. 과잉 감정도 절제도 허락하지 않은 채, 담담히.

책을 읽기 전에는 가난이 혹은 여자라는 부당함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굴곡진 여인네의 삶에 포커스를 맞췄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순이는 6살에서 초등 입학하는 시점에서 끝나고 있다.

넓대대한 얼굴에 쪽 찢어진 눈이 예쁘진 않지만 귀염성 있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표지의 순이는 그러나 저렇게 깔끔한 모습은 아니다. 늘 땟국이 흐르고 옷에는 흙을 묻히고 무릎은 헤진 바지 차림을 주로 했다. 먹는 것을 보면 눈을 희번덕거리고 것이 순이의 본 모습이다.

이 책에서는 지리적 배경인 강원도 사투리가 많이 나와 말의 재미를 전한다. 문학작품에서 점점 사투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아 아쉬웠으나 순이에서는 대부분이 사투리인 대화에 적응하기가 오히려 힘들 지경이었다.^^

순이는 고추를 달고 나오지 않았단 이유로 구박을 받는다. 꼭 주워온 자식 마냥. 그랬던 순이 엄마가 이해되는 대목이 나온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엄마들이 내가 죽도록 싫은 점을 자식이 닮으면 미워하거나 부딪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닐 미워하는 줄 아너? 난 니가 안 미워! 니가 괄시받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거여. 어머니는 순이 얼굴을 씻기며 속으로 말했다. 사람이 욕먹었다고 못 크는 건 아니여. 어머이두 외할머니한테 매두 맞고 욕두 먹구 그랬어. 싫어서 욕하구 때리는 건 아니여. 어머니는 속으로 말하면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미리 만들어 둔 새 바지로 갈아입히고 헝겊 자투리로 만든 가방도 주었다.’ (131쪽)

<순이>에서는 큰 사건이 없이 전개된다. 그러면서 작가가 보여주려고 했던 게 많았던 듯하다. 고부갈등, 이데올로기, 가정 내 폭력 등을 비롯하여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넘어 미국이 천당으로까지 미화되고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들이 이 부분 정확히 알고 읽어야 될 것이다. 순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문자를 익힌 후, 어린 시절 그토록 믿고 경외했던 천국과 미국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배신감을 느끼게 됨을 마지막에서 밝히고 있다.

이렇게 순이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아이다움을 잃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자랐다. 전쟁이후 어린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 치고는 너무 밋밋하여 아이들이 자칫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쯤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자를 익히고 이전과는 다른 행복을 느낀 순이, 너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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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보이 - 아주 특별한 친구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2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톡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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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친구에 대한 상상이라는 문구에 상상이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떨떠름한 느낌 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유령과 함께 사는 소녀 클레망스, 게다가 부모는 세계적인 도둑이란다. 이게 상상이니까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어림없지.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려 하지 않으며 공상을 즐겨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한다. 그러니 툭하면 벌을 받게 되니 학교가 즐거울 리 없다.

온몸에 온갖 색깔의 반점으로 뒤덮인 외모를 한 전학생 시몽은 교장을 비롯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클레망스는 시몽의 비밀을 파헤치려 관찰하다가 반점이 부모의 구타로부터 생겨난 것임을 알게 된다. 도와주겠다는 말에 돌아온 대답은 “날 내버려 줘‘ 였다. 폭력을 행사하는 상대가 바로 부모이기 때문에 배로 아프고 배로 고통스러울 것이며 도와달라는 말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두렵고 숨기고 싶었던 시몽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점 덕분에 인기를 얻었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즉 사랑받으려고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다.

유령인 오스카는 다정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상처입고 외로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능력으로 시몽을 설득하려 한다. 그리고 클레망스는 교장에게 시몽의 반점에 대해 알려주자 교장은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클레망스가 질투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해결해 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반점을 가진 소년의 외양에만 빠진 사람들 누구도 현실을 마주 보려 하지 않는다. 경찰에도 알렸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다 시몽은 죽음을 선택한다. 진실을 가려, 매 맞는 아이가 아니라 특별한 아이로 기억 될 수 있도록.

틀림없이 질 것 같은 싸움이라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던 이웃 할머니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클레망스는 일말의 죄책감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뭔가 해보려 했다고 위로해 보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복수가 시작되고 성공을 하지만 개운치 않다.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 가장 강력한 독을 감추고 있는 법” 이라 했다. 누구도 시몽이 학대를 받을 거란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몽은 매 맞는 아이가 아니라 남다르고 특별한 아이로 기억되어 피해자가 아닌 아름다운 전설로 기억될 지도.

진실을 마주 보려하지 않는 우리도 어떤 의미에서는 공범일 수도 있고 사회의 무관심 혹은 엮이고 싶지 않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꼬집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컬러에 현혹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잘못된 것을 보고 듣는 끔찍한 착오를 얼마나 많이 저지르게 될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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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테러, 왜 일어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
헬렌 도노호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구춘권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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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뉴스를 보면 알카에다가 어떻고 체첸 반군이 어떻고 하면서 피를 부르는 테러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이런 뉴스가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잠깐 미국의 9.11 사건 정도나 되어야 뭔가 싶어 묻고 테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을 뿐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세계는 대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있어 테러나 테러리스트는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미화되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했다.
그랬기에 테러를 주제로 한 이 책 정말 반가웠다. 그동안 평화와 관련된 책이 간간히 눈에 띄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테러란 주제 한 가지를 떼어서 나온 단행본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테러가 무엇인지, 왜 일어나는지, 테러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테러에 대해 지금껏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많은 지식을 전달한다. 그중 아이들에게 특히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가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테러를 행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 역시 물론이다.

테러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결국은 갈등을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이며 이것 역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보고서야 현대 사회에서 테러가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어떤 것이든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리스트가 동시에 자유 투사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 그렇다. 아주 쉬운 예로 책 뒤쪽 박재열 님(전국사회교사모임, 중산고등학교 교사)의 추천사에서 언급했듯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분명 자유를 위한 독립운동이자 투쟁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틀림없이 테러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존재의 이유가 된다.

테러가 됐건 정당하고 합법적인 투쟁이됐든 간에 그것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 대한 관심을 테러로 보았다는 관점이 주목할 만한 작지만 알맹이가 꽉 찬 책이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게 될 교양서로 후속 주제들이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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