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괴수전
이지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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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역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란 뜻을 내포한 변두리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썩 유쾌하지 않게 다가온다. 그것은 중심이 아니면 안 된다는 우월감의 또 다른 표현이며 다수로부터 외면당하더라도 마치 그것이 당연한 양 생각하는 내 마음 밑바닥에 깔린 아주 고약한 생각을 나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 그러면서도 그 변두리란 게 참으로 묘하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성장소설이라면 꽤 질타를 받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협소설의 구도란 점도 별났고 이들 고등학생이 자신들이 속한 학교의 부패와 권력에 정면으로 맞선다. 퇴역 장군이 학교 재단의 설립자로 가끔씩 뉴스에서 보도되는 재단 비리와 부정을 묘사했는데 이들이 사회의 부도덕성을 조롱하고 있으나 그 방법이 난투극 즉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한 폭력의 묘사가 거슬리기도 했다. 분명 성장 소설이란 범주 안에서 쓴 것 일 테니 말이다. 좀 너그럽게 보고 싶고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와 비교 해 봐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어쨌거나 폭력에 대한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읽어 내려가지 못하고 찌푸렸으니 별수 없는 기성세대인가 싶어 입맛이 썼다.

이해관계에 따라, 예비 복학생이나 버림받은 선수들, 노장군의 후예들이란 말로 적군과 아군으로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다. 버림받은 해직교사와 손을 맞잡은 투쟁은 화자가 처음부터 누누이 말했듯 그가 속한 도시 은강은 갑갑함과 깊은 회의로 가득 찬 세상의 변두리지만 그 갑갑함에서 벗어나고자 괴수를 등장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 뭐? 하고 묻는다면 이런 무모하리만치 피 끓는 젊은이들의 반란이 아닐까...

많은 부분 옛날 70년대를 떠올리게 하고 또 현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 나름의 재미가 있을 수 있으나 스토리와 문장의 흡인력도 떨어지고 위트나 재기도 그에 미치지 못했고 무엇보다 이들이 뱉어내는 대사가 이 책을 읽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가장 취약점이지 싶다. 쩜 잘못 짚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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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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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큼 잔인한 동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인간은 물리적인 폭력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타인의 눈길에서 스스로를 가두거나 그 눈빛으로 영혼을 죽이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뿐인가 진실에 눈감고 비겁한 일은 또한 그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두려움일 것이다.

프랑스 작품에서 보는 특유의 지루하고 늘어지는 듯 한 것이 조금은 버거워 잘 안 읽게 되는데 <브로덱의 보고서>는 쉬이 읽혔다.

구체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밝히진 않았지만 브로덱은 마치 지옥과 같았던 전쟁 속에서 똥개 브로덱이라 불리며 인간 이하의 모멸감을 맛본다. 그렇게 집단이 보여주는 광기가 작은 마을에서 또 한 번 자행된다. 낯선 사람인 안더러(다른 사람, 타자)가 마을에 들어오면서 사건이 발생하고 브로덱은 그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그러니까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미리 알려준대로 브로덱의 보고서인 셈이다. 하지만 브로덱은 보여주기 위한 공식 보고서와 마을 전체가 작당한 집단 범죄인 사건을 기록한 비공식적인 보고서를 동시에 작성한다. 진실의 기록인 자신과 안더러에 대한 사건을 관념적으로 빠지거나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며 담담히.

결론은 표지의 그림이 말하고 있듯, 시장인 오어슈비어는 브로덱이 쓴 보고서를 난로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는 그 종위 위에 마을 전체가 잊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적혀 있기에 자신의 행동이 그러했음을, 또한 기억이라는 것만큼 끔직한 것도 없다며 브로덱에게도 잊으라 한다. 하지만 종이가 한 줌 재로 타서 사라졌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태우지 못했다고 말하는 브로덱.

집단이 저지르는 이런 끔찍한 만행은 인간을 부정하게 만들기도 하고 타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저항하지 못하고 개인들의 목을 조르며 괴물로 변하게 만들어 결국 스스로를 희생자로 만들어 갈지도 모른다. 

진실은 언제나 힘이 세고 승리해야 하지만 때론 타자에 의해, 집단에 의해 그렇지 못할 때가 생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품게 되는 이유는,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대신해서” 글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한 필립 클로델과 같은 용기 있는 자, 또 진실을 볼 줄 아는 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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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 씨가 받은 유산 미래의 고전 17
조장희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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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어“하는 말을 쉽게도 한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강아지를 갖고 싶어하게 만드는 걸까? 단지 심심하니까, 친구 대용쯤으로? 그것도 아니면 정서적인 면을 고려하여?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중성화 수술이니 성대수술 등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는 거겠지. 동물입장에서 보면 인간처럼 잔인한 동물도 없다. 오직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다. 개들이 짖지 못하게 하는 수술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개의 귀에 독한 약물을 넣어 귓속의 고막을 태워 버린다는 얘기에 몸이 다 부르르 떨려왔다.

방학이면 학교급식이 중단되어 하루 종일 굶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개한테 사람이 먹는 것보다 더 고급스런 음식이나 옷을 입힌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화가 난다. 그게 과연 동물들을 사랑하는 옳은 방법일까? 동물의 본성 따위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목격된다.

 
“물론 그 아줌마가 너를 귀여워했겠지. 앙증스러운 네 재롱이 귀엽고 사랑스러웠겠지. 그러나 그게 다 자기 자신의 심심풀이를 위한 것이지, 너를 위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햄이나 치즈 따위에 길들여진 네 혀는 네 본래의 입맛은 물론 네 정신까지 어지럽게 했던 거야. 너는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너를 잃어버린 거란 말이지.”(62쪽)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자동 장난감 아시지요? 거 왜 건전지를 넣거나 태엽을 감아 움직이게 하는 장난감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그런 장난감이나 자동인형쯤으로밖엔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 그보다 편리한 장난감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요. 건전지 넣고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되고, 태엽 풀어지면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장난감보다 그냥 놔두어도 꼬리치며 재롱떠는 전자동 장난감. 거리에 끌어안으면 보드라운 털과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125쪽)

<괭이 씨가 받은 유산>에서는 단순히 애완동물로서가 아니라 고양이다운 고양이, 즉 본성을 찾아 진정한 반려동물로 거듭나고 이들 동물과 인간과의 조화롭고 동등한 공존에 대해 생각게 한다.

정말로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동물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도 반드시 기억하고 그것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부터 시작되어 행해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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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28
방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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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어린이날만 되면 방정환 선생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날을 제정했고 어린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불렀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아이들 책을 읽게 되면서 <만년샤쓰>니 <칠칠단의 비밀>을 접하게 되었다. 칠칠단의 비밀은 탐정소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동 출판시장이 커졌지만 ‘탐정소설‘ 분야의 종도 적거니와 그마저도 대부분이 번역서 일색이다. 그러니 우리의 탐정소설이 뭐가 있을까, 하고 떠올려보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깔고 주인공인 상호가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칠칠단의 소굴-겉보기엔 곡마단을 가장하고 있지만 아편 장사와 조선의 아이를 팔아먹는 범죄 집단-에 들어가 부여 주는 꾀와 용기를 통하여 당시 일제 강점기 아래에서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메시지와 어린 영웅들의 모험담은 그간 어린이가 주인공인 얘기도 적었거니와 위기를 모면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탐정) 동화의 극적 재미를 준다.

굉장히 재미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대적 배경이나 언어 때문에 고루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덜 세련된 디자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표지와 출판사를 바꿔 새로 태어난(?) 칠칠단의 비밀이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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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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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뭐든 빠른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조급증이 생긴다. 특히나 이런 조급증은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발견된다. 현재 앞서 간다고 해서 꼭 일등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마음속엔 불안이 점점 더 커져 자꾸 남과 비교하거나 아이를 닦달하려 든다. 그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적인 그 모습이 나조차 싫지만 때때로 그런 나를 발견할 때면 나도 별수 없구나 싶다-.- 그렇겠지. 오죽하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유행했겠는가.

누가 뭘 하든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는 평정심도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우니 책 속 안의 모습은 동자승이라기보다 큰 스님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본, 정, 안이란 동자승에게 귀한 연꽃 씨앗 하나씩을 나눠주면서 싹을 틔워 보라고 한다. 그러자 본과 정은 지금이 어떤 계절인지도 생각지 않고 가장 좋은 화분을 골라 씨앗을 심거나 눈 덮인 땅속에 심는다. 그중 정은 따뜻한 방에 화분을 두고 가장 좋은 물과 흙을 가지고 열심히 책을 봐가며 싹을 틔우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금으로 만든 뚜껑을 화분에 덮어준다. 그러자 싹은 며칠 못 가 죽어버린다. 그런 와중에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절에서 쓸 물건을 사러 장에 가거나 쌓인 눈을 치우고 늘 하던 대로 밥을 짓는 등 아주 편한 얼굴로 평소와 다름없이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한다. 그리고 봄이 오자 연못 한쪽에 연꽃 씨앗을 심어 싹이 트고 마침내는 연꽃을 활짝 피워낸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한 타이밍, 즉 때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 결과를 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또 나가야 할 때와 가만히 있어야 할 타이밍을 너무 모르고 나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기다림. 그것은 그냥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과는 다른데 기다림을 마치 도태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귀한 것일수록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도 있는데 말이다.

기다림 끝에 귀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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