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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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환경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것은, 지금이 위기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속도는 그것을 복구하거나 자연치유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에 비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생각만큼 변화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을 예로 들면, 직장을 다니지 않는 전업 주부인 나는 종량제 봉투를 아끼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잠시 지금 내가 빌려 쓴다는 마음으로 가급적이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그래서 과자 봉지나 기타 작은 비닐이나 종이조각 마저도 따로 버릴 것을 요구하였다. 아이들 방의 휴지통을 비우자면 비닐이고 종이가 그대로 담겨있는 걸 보고 화를 내자 울 남편은 뭘 그렇게 까지 하냐며 내가 유난떠는 것처럼 취급하여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그러나 이후로 아이들은 책장 사이에 혹은 서랍에 과자 봉지나 껌 종이 등을 나중에 버린다며, 남편은 베란다까지 나가 버리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현관 앞 신발장 위에 쌓아 둔다. 아이고 미쳐~
어쨌거나 이런 생각은 비단 우리 집 뿐만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여는 글에서 만약 지구에서 사람이 멸종되었다는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식물들은 이제야 평화가 찾아들었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인 인간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건물의 설계도를 손에서 놓지 못할 비극이 일어난다. 몇몇 동물들만이 인간의 죽음을 애도할 뿐이다. 대부분은 인간 때문에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성토한다.
씁쓸한 얘기지만 자연의 어떤 생명체도 인간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인간 멸종을 반가워 할 것이란 가정에 반박할 수가 없다.
시작부터가 암울한 얘기지만 무척 흥미롭게 시작되는 이 책은 크게 땅과 야생, 숲에서 사라지는 생명들로 나눠 이야기 한다.
먼저 땅에서 사라지는 토종 씨앗에 대한 이야기. 다른 책에서 읽고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껏 생각지 못했던 주제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이 책에서 더 자세히 다뤄준다.
인간이 파괴하는 것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없을 테고 몇 가지 흥미로운 것을 말하자면, 물론 이것저것 잡다하게 책을 읽다보면 접하는 얘기일 순 있지만 책을 읽는 대상을 고려하자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 협약인 ‘바젤협약’에 1994년에 가입된 우리나라도 휴대전화나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컴퓨터 등의 중고 전자제품을 몽골, 필리핀, 스리랑카,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한다는 사실. 간단히 생각하면 중고품을 못사는 나라에 팔려니 하고 생각하겠지만 후진국의 값싼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법을 악용하여 전자제품 쓰레기를 중고 제품으로 둔갑시켜 수출한 것이다. 이러한 일은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제지 공장을 세워 원시림을 벌목하여 팔고 최고의 종이 원료가 되는 유칼립투스나무를 심는다. 1년에 10미터까지 자라는 이 나무는 벌레와 풀까지 죽이는 살충, 살초 성분이 있어 주변의 미생물까지 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고 지하 30미터까지 뻗어 내려 간 뿌리가 빗물 지하수를 고갈시키기도 하고 한 종류의 나무만 심으면 질병이나 벌레 등에 취약해 화학비료는 물론 제초제와 살충제의 다량 사용이 불가피 하다. 그래서 땅이 ‘녹색 사막’화 된다. 문제는 못사는 나라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다국적 기업이 일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적극 지원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으며 선진국이란 나라들은 나라의 소득수준은 높을지 모르지만 의식 수준까지 높으리란 기대를 깡그리 무시한다. 자국민만 보호하고 자기네 땅만, 환경만 보호한다는 아주 이기적이고 좁은 생각이 지구 환경 파괴의 속도가 줄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생수에 관련된 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비용과 에너지를 쓴 물, 주민들의 젖줄을 빼앗은 물을 과연 맑은 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것 하나 환경과 연결해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도 나무를 베어 만든 것이니 말이다.
인간이 일방적인 파괴자가 아닌 자연과 동식물들과 함께 사이좋은 공존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고 했다. 의미심장한 이 한 줄이면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다.
울 애들에게 어떤 책보다 우선적으로 읽히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