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3.5

 

356페이지, 26줄, 24자.

 

대부분의 진행을 의사인 제임스 셰퍼드의 시점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독자들은 속아넘어갈 수 있습니다. 제임스가 입수한 것 중 전달하는 것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독자를 속일 근거가 충분합니다. 작가 서문에 반전(속임수)에 대한 사과가 조금 곁들여져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기법의 하나라고 주장합니다만.

 

이야기의 시작은 엉뚱하게도 페리스 부인의 사망입니다.  조금 있다가 남편은 1년 전에 사망했었는데 아마도 비소 중독이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는 게 덧붙여집니다. 제임스가 누나인 캐롤라인에게 그럴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정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로저 애크로이드를 방문하는 제임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랠프 페이턴을 만나는 것도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절실히 제임스를 만나기를 소망했다면서도 막상 별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상당히 허전하지요. 이것도 기법인가 봅니다.

 

마지막에 가서 푸아로에게서 최후통첩을 받은 제임스가 마무리 글을 짓습니다. 그렇다면 전체가 제임스의 글이 됩니다. 다시 한 번 재해석할 기회가 생깁니다. 독자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절제를 한) 제임스의 글을 읽은 것이라는. 작가에 대한 불만은 어디에도 그걸 밝히지 않았었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추리소설로는 치명적인 감점요인입니다. 초반부에 슬쩍 흘리기라도 했으면 훨씬 고평가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대신 깨닫는 순간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읽는 것도 마찬가지겠네요.

 

등장인물
제임스 셰퍼드(킹스 애벗의 의사), 캐롤라인(제임스의 누나), 에르퀼 푸아로(은퇴하여 제임스의 이웃집에서 사는 탐정), 로저 애크로이드(킹스 애벗의 유지), 플로라 애크로이드(로저의 조카, 로저의 뜻에 따라 편의상 랠프와 약혼할 예정, 헥터를 짝사랑 중,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 애크로이드 부인(로저의 제수), 제프리 레이먼드(로저의 비서), 랠프 페이턴(로저의 아내의 아들, 로저의 주 상속인, 고전적 미남), 어슐러 본(어슐러 페이튼, 로저의 하녀, 랠프의 아내), 존 파커(로저의 집사), 엘리자베스 러셀(저택 펀리 파크의 관리인), 헥터 블런트(소령, 로저의 친구, 플로라를 짝사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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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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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0

 

156페이지, 24줄, 27자.

 

언뜻 보기에는 동물(짐승과 곤충 들)의 이야기인 것처럼도 생각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각 종류에서 원론적인 몇 가지 개념만 차용했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화가 됩니다. 실제로도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하나하나는 공을 들인 것 같은데, 비록 짧지만(각기 2에서 20페이지 분량) 절반쯤 보니 지겨워졌습니다. 같은 형식의 글을 스무 개나 보는 건 고역이네요. 게다가 등장인명이 모두 같다는 것(나는 비스코비츠이고, 이상형의 여인은 리우바이고, 실제 마음에 안 드는 배우자는 자나이고, 접근하는 여자는 라라, 친구들이나 친척은 주코틱, 페트로빅, 로페즈 등입니다.)도 지겨움을 더해줬습니다.

 

혹시 하나씩만 접했다면 좀더 괜찮은 점수를 부여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다양하지요? 소개에는 이 단 한 권의 책으로 세계에서 성공을 거뒀다는데 저는 싫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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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차마마의 선물
팔로마 산체스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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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76페이지, 21줄, 23자.

 

나 <실타래>는 <먹보>, <다람쥐>, <백발> 이네스, 아구스틴 <카멜레온>과 친구입니다. <>안은 별칭입니다. 각각 실타래처럼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틈만 나면 먹는다, 어디든 잘 올라간다, 뛰어난 발솜씨를 가졌다, 잘 스며든다라는 특징이 있어 붙었습니다.

 

어느 날 호세 <인디오>가 옵니다. 호세를 인디오라고 부른 까닭은 이미 반에 호세가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쿠아도르에서 왔다네요. 할아버지가 주술사(책에는 한의사라고 되어 있는데, 한의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명칭이니 주술사가 맞을 겁니다)인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마술적인 분위기가 납니다. (이것은 뒤에 증명됩니다)

 

몇 개의 사건(특히 히메네스 할머니 댁 도난 사건)을 통해 제각각의 능력이 발휘됩니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데,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하기가 곤란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상호보완이 최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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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보이지 않아 카르페디엠 34
수잔 크렐러 지음, 함미라 옮김 / 양철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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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9

 

230페이지, 23줄, 26자.

 

마샤는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여름방학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지냅니다.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합니다. 바렌부르크는 아주 지루한 동네입니다. 모든 게 정체되어 있지요. 심지어 새로 이사온 사람은 동네 사람으로 쳐주지도 않습니다. 기존의 주민들만 실재하는 사람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앞에 있나 했더니 뒤에 나올 이야기 때문입니다.

 

13살 또래의 애들은 6주짜리 뜨네기 친구를 사귈 의향이 없습니다. 그래서 왕따인 마샤는 가서 지내기엔 너무 나이가 든, 놀이터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습니다. 거기서 율리아와 막스를 봅니다. 율리아는 9살, 마그는 7살이네요. 율리아는 엄청나게 예쁘네요. 그래서 샘이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배에 큼직한 멍 자국이 있습니다. 얼마 뒤 브란트너 댁에 갔습니다. 초인종이 안 울려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브란트너 씨가 막스를 폭행하는 걸 봅니다. 집에 와서 할머니, 이웃 아주머니 그리고 가끔 정신이 돌아오는 이웃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봅니다.

 

하지만 오히려 주의만 듣습니다. 현상유지가 마치 지상목표인 듯한 동네. 그래서 율리아와 막스를 꾀어 가까이 있으나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푸른 집으로 데려가 가둡니다. 하지만 그 집은 물도 전기도 없네요. 그러니 갖힌 아이들은 고생을 합니다. 그것 때문에 마샤는 생각이 복잡합니다. 결국 빨래감을 갖고 왔다가 들켜 경찰이 찾아냅니다.

 

막스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이기는 중이였고(그래서 매우 뚱뚱하여 코끼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율리아는 외면함으로써 극복하기에 부정합니다. 마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함구하였지만 너무나 무거운 약속을 이기지 못하여 마침내 할아버지 앞에 내려놓습니다.

 

주제는 아동폭력입니다. 무관심해 보이는 주변의 어른들과 함께요. 어쩌면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당하고 싶지 않기에 남의 사생활에 대해 무관심한 척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내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너도 거기서 너의 생활을 해라. 그러면 피차 거슬리는 것을 눈감을 수 있지 않겠느냐?

 

참 난감한 주제입니다. 객관적이라고 해서 그게 진짜로 옳은 건 아니거든요. 거두절미하고 이 사안만 본다면 율리아 등을 때리고 지내는 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인간사에선 디지털 세계처럼 0과 1만 있는 게 아니라 0.5도 있고, 0.4도, 0.6도 있습니다. 0은 선이고 1은 악인데, 0.5는 뭐죠? 그래서 남에게 뭐라 말하는 게 늦춰집니다. 망설여집니다. 나도 0인 것은 얼마 안되고 1에 가까운 건 좀 되거든요.

 

책의 원제목이 <letfanten sieht man nicht>로 표기되어 있더군요. 코끼리일려면 앞에 E가 붙어야 할 터이니 아마 오식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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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
줄리아 스튜어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3.7

 

399페이지, 22줄, 26자.

 

사람들의 일상은 수많은 사건들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합니다. 홀로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각자가 서로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것이고,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다 하더라도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걸 기대하고, 또 다르게 진행하게 됩니다.

 

런던탑 근위병으로 근무중인 발사자르 존스는 아내 헤베와 사이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유일했던 아들 마일로가 밤에 죽은 뒤로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발사자르의 유일한 관심은 서로 다른 빗물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아내는 아이가 죽은 다음에도 눈물도 흘리지 않는 남편에게 상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왕의 변심 때문에 런던탑 동물원이 부활될 참입니다. 책임자로는 발사자르가 선택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쿡 부인이라는 최고령 거북을 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략 230세 정도 되는 거북.

 

이야기는 런던탑 주민들 중 셉티머스 드류 목사, 주점 주인 루비 도어, 까마귀 대장, 왕실 교도소장 등을 중심으로 동시산발적으로 진행합니다. 헤베의 직장 동료인 런던 유실물 센터 직원 발레리 제닝스의 이야기도 포함해서요.

 

실제 생활에서 모든 일이 산발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을 그렇게 기억하지 않고 사건별로 모아서 기억합니다. 그게 편하거든요. 일어난 순서대로는 난잡하고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산발적으로 쓰면 독자의 몇 가지 면을 붙잡을 수 있는데, 어떤(어쩌면 다수의) 독자들은 정리된 것이 편합니다. 21세기가 가까워진 때부터 글들은 잘라서 나열하기 내지 뒤죽박죽으로 만들기가 크게 퍼졌습니다. 그래서 글 읽기가 좀더 어려워졌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은 번역자의 글에도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아내의 유골함과 함께 시내를 여행하다가 분실한 노인을 겨우 찾아서 돌려주러 갔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대목입니다. 363페이지에서 367페이지까지인데 367페이지에 가면 꽤 괜찮은 글이 나옵니다. 인용하자면,

 

< 노인이 헤베 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더라도 슬퍼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요."
헤베 존스는 베일처럼 앞을 가린 눈물 너머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이가 우리 애를 사랑하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어요."
그러자 레지날드 퍼킨스가 굽은 손가락을 쳐들며 물었다.
"아들이 살아 있었을 때도 그걸 의심한 적이 있소?"
"한 번도 없었죠."
"그게 당신의 답인 거요."
노인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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